옥타비아 스펜서는 1970년생 미국 여배우입니다.

 

 

 

 

 

 

 

 

 

 

 

 

 

 

 

 

 

옥타비아 스펜서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영화 <더 헬프>였습니다. 1960년대 인종차별이 심했던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를 배경으로 흑인 여성 가정부들의 삶을 조명한 영화입니다. 그들은 성인이 되자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당연하게 백인 가정에서 일했습니다. 가정부의 삶은 차별과 멸시의 온상이었습니다. 백인 주부들은 인종 간의 분리는 정당하며 서로에게 유익하다는 신념을 근거로, 흑인 가정부는 집안 내의 화장실조차 못 쓰게 합니다. 다른 생활 용품은 말할 것이 없구요. 백인 주부들은 인종 차별을 정당화합니다. 그러면서 흑인 가정부를 배려하는 교양인이자 자상한 고용주라는 위선적인 자기 미화를 합니다.

 

 

옥타비아 스펜서가 연기한 미니 잭슨은 백인 가족이 이용하는 집안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폭풍이 치는 날 내쫒기게 됩니다. 그리고 그 집의 주인이자 지역 부녀회장인 셀리아는 미니를 내쫒다 못해서 그녀가 다른 가정에 가정부로 취직하지 못하도록 음해성 루머를 퍼뜨립니다. 백인들은 자신의 늙은 노모를 돌보고 아이들을 손수 키운 그들을 '산 것'이라며 여전히 노예 취급합니다. 때묻지 않은 백인 아이들은 솔직합니다. "애비(비올라 데이비스가 연기한 가정부 에비블린 클락 역의 애칭)가 내 진짜 엄마야." 라면서 서슴없이 다가갑니다. 하지만 비극은 여기에 있습니다. 아이들이 크고 나면 다시금 자신들의 고용주가 되어 백인 집단의 차별 문화를 답습합니다. 서글픈 현실이죠. 정작 백인 아이를 돌보느라 자기가 낳은 아이들은 남의 손에 맡겨야 했음에도요.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돌아가면 가부장적인 가정 환경 때문에 이중고를 겪었습니다.

 

 

어느날 대학을 졸업한 작가 지망생인 스키터는 흑인 가정부의 삶을 취재하여 책으로 출간할 결심을 합니다. 스키터 역은 <라라랜드>의 엠마 스톤이 맡았습니다. 처음엔 에이블린과 미니를 비롯해 가정부들이 생계 걱정과 백인 사회로부터 받을 보복이 두려워 스키터의 취재를 거절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차별과 멸시, 억압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합니다.

 

 

가정부로 열연했던 옥타비아 스펜서는 이 영화로 골든 글러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등 4관왕의 영예를 얻으며 우리나라 관객, 평론가들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더 헬프>는 연속 3주 전미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했고, 동명의 원작 소설은 초장기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남성의 인종 차별은 소재로 많이 다뤄졌으나, 여성 간의 인종 차별, 게다가 가부장적 문화에 이중으로 억압받았던 흑인 여성 드라마는 상대적으로 가려져 왔습니다. <헬프>는 이들을 조명합니다. 안타깝게도 한국에선 개봉관이 적었던 탓에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추천작으로 인정받는 영화입니다.

 

 

 

 

 

 

 

 

 

 

 

 

 

 

 

 

 

 

 

2017년, 올 봄엔 그녀의 주연작 두 편을 만날 수 있습니다. 먼저 실화를 바탕으로 한 <히든 피겨스>는 3월 22일 개봉 이후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미소 냉전이 치열했던 1960년대, 양국은 우주 과학 경쟁에 몰두합니다. 영화는 미국 NASA를 배경으로 흑인, 여성이란 굴레로 차별을 당하면서도 머큐리 계획 프로젝트의 숨은 공신이 된 세 여성 수학자의 영웅담입니다. 미셸 오바마가 극찬을 했다는데요. 상영관이 부족하여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영화 비수기인 3월인데다 이미 어둠의 경로로 파일이 풀린 탓도 있겠습니다.

 

 

O.S.T는 한스 짐머 감독이 참여했고, 저도 이번 기회에 원작 도서를 읽어보고 싶습니다. 앞서 <더 헬프>가 빈곤층 흑인 여성이 겪는 차별을 다뤘다면, <히든 피겨스>는 같은 시대배경 속에서 인텔리 흑인 여성의 비화를 그립니다. 여성, 흑인으로서 당하는 각종 차별들,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주인공이란 점이 비슷합니다. 반면에 다른 계층의 입장에서 드라마를 풀어나가기 때문에 서로 비교, 대조해보면 더욱 재밌지 않을까 합니다.

 

 

 

 

 

 

 

 

 

 

 

 

 

 

마지막으로 올 봄 4월 26일 개봉을 앞둔 윌리엄 폴 영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오두막>입니다. 막내딸을 잃은 후 실의에 빠진 한 남성이 의문의 초대 편지를 받고 찾아간 오두막에서 신비로운 세 인물을 만나 치유되는 과정을 그립니다. 오두막 인물들은 하느님의 삼위일체 위격을 상징합니다. 소설 출간 당시에도 독특한 설정 덕분에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편 비기독교인이 보기에 공감을 얻지 못할까 우려됩니다.

 

 

옥타비아 스펜서는 성부(聖父)를 인격화한 '파파'역을 맡았습니다. 그녀의 연기를 보러 극장에 가 봐야겠네요. 제발 상영관을 찾으러 다른 동네까지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생깁니다.

 

 

윌리엄 폴 영의 원작 소설 <오두막>은 입소문으로 시작하여 전 세계 1800만 부가 팔렸고,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Top 100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고 합니다. 일부 독자는 원작 소설의 감동에 영화가 찬 물을 끼얹을까 우려하기도 하는데요. 다음은 알라딘 책소개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오두막』의 작가 윌리엄 폴 영은 그의 여섯 자녀들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이 책을 썼고, 완성된 초고를 15부 복사해 자녀들과 친분이 있는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원고를 읽고 감동받은 주변 사람들의 강한 권유로 그제야 출판사를 찾기 시작했다. 여러 이유로 계속 퇴짜를 맞은 폴 영은 평소 친분이 있던 목사 두 명과 함께 2007년 직접 책을 펴냈고, 웹사이트를 열어 책을 판매했다. 그렇게 100만 부가 넘게 팔리고 나서야 정식으로 서점에서 판매를 시작하게 되었다. 단지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오두막』은 전 세계 1800만 부 이상이 판매되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Top 100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옥타비아 스펜서가 출연하고, 베스트셀러 동명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영화들이었습니다. 이미 검증된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인데다 그녀의 연기까지 더해지니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습니다. 독자, 관객인 저로선 마음이 설레네요.

 

 

※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영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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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4-03 14: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영화 ‘헬프‘에서 옥타비아 스펜서를 처음 보았던 것 같아요. 영화가 좋았던 것이 생각납니다.
이번에 나온 히든 피겨스도 보고싶어요.
잘 읽었습니다. 캐모마일님, 좋은하루되세요.^^

캐모마일 2017-04-03 14:43   좋아요 1 | URL
네. 저는 이번에 원작 소설을 읽어볼까 생각중입니다.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좋은 하루 되세요.^^

나와같다면 2017-04-04 2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을 읽을때
그 빛이 나를 어루만지고 위로해주는 신비한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 기억이 강렬해서..
영화를 볼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캐모마일 2017-04-06 09:50   좋아요 0 | URL
나를 어루만지고 위로해주는 신비한 경험...
꼭 읽어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전 영화를 먼저 봐야겠네요.
그럼 영화와 소설 모두 재밌게 만날 듯 합니다.
 
지금 행복해지는 연습 - 부러움, 초조, 불안으로부터 홀가분해지는 72가지 가르침
나토리 호겐 지음, 박선형 옮김 / 가나출판사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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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리 호겐 스님은 베스트셀러 <신경 쓰지 않는 연습>으로 유명하다. 예전에 동네 의원을 내방했는데, 당시 의사 선생님 책상에 그 책이 놓여 있길래 호기심에 읽어보았다. 먼저 제목이 와 닿았다. '신경 쓰지 않는 연습'. 만약에 신경쇠약과 만성피로로 고통받는 인구를 전 세계적으로 통계를 낸다면 우리나라는 최상위권에 오를 것이다. 자살률처럼 말이다. 그만큼 신경쓰고 피곤한 일을 떠앉고 사는 것이 대한민국 우리네 인생이다.



그런 탓인지 이후로도 <모으지 않는 연습>이 인기를 끌더니 최근에 <지금 행복해지는 연습>이 출간되었다. 불교적 관점에서 부러움, 초조함, 불안감 등 부정적 감정을 분석하고 다스리는 법을 설명하고, '감정이 평온해지는 일상의 작은 습관'으로 맺음하는 책이다. 72장으로 이뤄져서 72가지 가르침이라고 표지에 쓰여 있다. 감정에 휘둘려 고통받기보다 그것의 원인이 되는 욕구와 갈망을 살피고 해결하는 지혜를 다룬다.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코이케 류노스케 스님의 <생각 버리기 연습>도 그렇고, 일본 스님의 에세이는 읽기가 수월하다. 옆 나라라 그런지 남과 비교하고 눈치 보는 문화, 걱정거리가 비슷해서 공감이 간다. 그리고 불교 가르침에 따라서 ​비교적 명쾌하게 답을 내려준다. 신자가 아닌 독자에겐 발상의 전환인지라 내심 사이다 같은 청량감이 느껴지고, 불자에겐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일상생활의 교훈이 되는 덕분에 인기를 끌지 않나 싶다. 철학서나 종교 교리서처럼 깊이 파고들지 않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이후야 어쨌든 읽고 나면 마음이 한결 개운해진다.


사람은 네 가지 정신적 욕구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칭찬받고 싶다', '사랑받고 싶다', '도움이 되고 싶다', '인정받고 싶다'라는 욕구입니다. (p. 21)


걱정이나 기대는 한 번만으로 충분합니다. 그것도 오롯이 걱정과 기대만 해야 하는 것일 뿐, 그에 대한 답변을 구해서는 안 됩니다. (p.78)


마음을 평온하게 하기 위한 불교의 가르침 중 기본은 "고행의 원인이 되는 자신의 바람을 직시하라" 입니다. (p.89)


"관자재보살(관세음보살)은 모든 것이 공허하다고 꺠닫자 마음속의 고(苦)와 액(厄)이 사라졌다."

'고'는 "자신의 바람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 합니다. 또 '액'은 어두운 그림자와 사람으로 이루어진 한자로 "가로막혀 진퇴양난"을 뜻합니다.(p.171)


불교에서는 자신의 바람에 무리가 있는지 어떤지 다각도로 살펴보고 납득하기 위해서 세상을 사는 방식에 대해서도 사색을 더해왔습니다. 그 결과의 하나로 '연기(緣起)'라고 하는 세상을 관철하는 대원칙이 있습니다. 연기는 불교의 기본 교리인 인연의 이치로 모든 현상은 무수한 원인과 조건이 상호관계하여 성립됨을 의미합니다.(p.251)


그런데 어쨌든, 감정을 폭발하고 나서 "아이고, 큰일 났네"라고 스스로가 자책하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입니다. 자책도 하지 않고 화를 퍼붓기만 하는 것을 두고, 불교에서는 근본적인 번뇌에 해당하는 '무명(無明)'이라고 합니다.(p.127)


중요한 것은 '~라면'이라는 생각을 아무리 해봐도 현재라는 결과가 변하지는 않음을 납득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실행해 옮기는 것입니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지혜'라고 합니다.(p.185)

중요한 것은 ‘~라면‘이라는 생각을 아무리 해봐도 현재라는 결과가 변하지는 않음을 납득하고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 무엇을 할지에 대해 생각하고 조금이라도 실행해 옮기는 것입니다. 그것을 불교에서는 ‘지혜‘라고 합니다.(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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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3-29 07: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네 가지 정신 욕구‘가 너무 지나치게 많으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칭찬받고, 사랑받고 싶고, 인정 받고 싶어서 자신의 결점을 받아들이지 못할 수 있어요.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은 알겠는데, 이게 과하면 꼰대가 됩니다.

캐모마일 2017-03-29 09:33   좋아요 1 | URL
네. 책에선 네 가지 정신 욕구때문에 시기와 질투, 나아가 초조함과 불안감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책에선 이 세 가지 감정을 중점적으로 다뤄서 그렇지 말씀하신대로 인정 욕구가 과하면 사람이 교만하고 안하무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또 도움을 주겠다는 마음 안에도 다양한 욕구와 감정이 들어있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정말로 도움을 준다는 마음이면 그 사람의 처지와 입장을 생각해서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할텐데, 단순히 자기 기분 풀이식이나 남을 아랑곳하지 않은 독선은 그것 자체가 나의 과한 욕구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자기 마음이 순수했는지도 먼저 돌이켜 볼 필요가 있겠구요. 정말로 남을 돕겠다는 심정으로 했으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겠지만 이런 사람들은 대체로 말귀가 어둡더군요....
 
위대한 정치 - 밀과 토크빌, 시대의 부름에 답하다
서병훈 지음 / 책세상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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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집회 후 2017년 3월 10일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당했다. 이른바 '태극기 집회'로 불리는 반대 집회도 열렸다. 2017년 5월 9일 대선을 앞둔 시점에 각 당은 후보 경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민은 정치 뉴스와 시사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정치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정치란 무엇인가. 현 시국을 보면, 이스턴이 정의한 "사회적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란 행태적 측면이나 혹은 "권력의 획득, 유지를 둘러싼 항쟁 및 권력을 행사하는 활동" 이상의 가치를 담고 있는 듯하다. 보다 공의롭고 정의로운 사회,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열망을 정치에 투사한다. 권력 놀음이나 배분적 측면을 넘어서 올바른 정치를 향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서병훈 교수의 신간 <위대한 정치>에 눈길이 간다. 저자는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존 스튜어트 밀 연구의 권위자이다. 개인적으로 책장에 저자가 번역한 밀의 <자유론>, <공리주의>가 꽂혀 있어서 낯익었다. 제목인 "위대한 정치"는 <미국의 민주주의>로 알려진 토크빌이 주창했던 구호이자, 밀 또한 나름의 위대한 정치(high politics, 하이 - 로우 개념이 아님)를 지향했던 것을 가리킨다. 밀과 토크빌은 서구 사회에서 민주주의가 발전해 나가던 격동의 시대,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동시에 그 폐해를 지적했다. 책은 정치사상사에 뛰어난 족적을 남긴 밀과 토크빌의 생애와 사상을 정리한다. 그리고 정치와 민주주의가 뜨거운 화두가 된 요즘 시의적절한 담론을 제기한다.



서구 문명의 전진에 반비례해서 정치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쪼그라들고 있다. 오크숏의 개념 구분을 따라 말하자면, 정치를 통해 삶의 근본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신념의 정치"가 뒤로 밀리면서 정치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회의의 정치"가 주류가 된 지 오래이다. … 개인의 이익을 지키고 사회 질서를 잡아주는 차원으로 정치를 한정하면 그러한 정치 속에는 인간 삶의 본질에 대한 고뇌가 설 자리는 없다. 현대 사회는 정치를 그렇게 보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치를 끊임없이 욕하고 저주한다. 이는 정치에 대한 기대가 아직 살아 있다는 반증이다. (p. 267)

밀과 토크빌의 사상에서는 "신념의 정치"의 색채가 짙다. 그들은 정치를 존재의 근본과 결부시켰다. 따라서 그들은 정치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들 자신이 그런 정치의 구현을 위해 현장에 뛰어들기도 했다. 이론과 실천 양 측면에서 두 사람은 매우 닮았다. (p. 267)


밀과 토크빌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고민했고 신념과 실천이 일치된 삶을 살았다. 지식인으로서 책무에 민감했으며, 서로 사상을 나누고 교분을 쌓으면서 정치사상사의 고전이 된 역작을 남겼다. 비록 부침이 있었을지언정 이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현실 정치에 참여하였다. 책은 지식인으로서의 삶, 자유와 민주주의에 관한 그들의 치열한 고민을 통해서 대한민국 현시대에 필요한 성찰을 이끌어낸다.



정치에 대한 두 사람의 생각도 비슷했다. 두 사람은 정치를 수단이나 과정으로만 보지 않았다. 정치는 사람을 발전시키고 완성시키는 합목적적인 가치를 지닌다고 생각했다. 밀은 정치를 권력 놀음으로 치부하는 세태를 비판하며 도덕 정치를 주창했다. 인간의 자기 발전을 지향하는 큰 정치를 꿈꾸었다. 토크빌은 위대한 정치를 갈구했다. 인간으로서, 인간이기에 감당할 수밖에 없는 존재론적 번민으로부터 벗어날 출구를 정치에서 찾았다. 그는 물질적 탐닉이나 세속적 안락이 아니라 존재 가치의 구현이 정치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p.233)

그들에게 정치는 사회를 진보시키고 인간의 지성과 인격을 함양하는 전인격적 행위였다. 그래서 참여 민주주의를 강조했다. 민주 정체 하에서 밀은 '다수의 횡포'를, 토크빌은 공동선을 도외시한 '물질적 개인주의'를 걱정하였는데, 참여는 사회 구성원의 자질을 도야하여 이러한 폐해를 순치하여 위대한 정치를 향한 밑걸음이 된다고 보았다.



참여는 기성 정치 입문이 아니라 넓은 의미의 정치 참여다. 예컨대, 풀뿌리 민주주의를 체험하거나, 현실 정치에 주목하고 나름의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참여다. 서병훈 교수는 지식인의 본분을 망각하고 현실을 오불관언하는 자세, 어설프게 정치판을 기웃거리는 행태를 비판한다. 예를 들자면 한때 비아냥거리가 되었던 폴리페서들이 떠오른다. 저자는 차라리 강단에 충실하라고 한다. 목숨을 던져 자유인의 도리를 지킨 소크라테스를 본받으라고 일갈한다.



비선실세에 의한 국정농단이 밝혀지고 대통령이 탄핵된 후,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이 뜨겁다. 역사를 되돌아 보건대, 시민의 정치적 관심과 현명한 판단이 절실한 시점이다. 4.19 혁명으로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했으나 군사 정변이 일어났고, 10.26 사건 이후 서울의 봄은 비상계엄령 전국 확대로 귀결되었다. 87년 6월 항쟁으로 호헌 철폐와 직선제를 이끌어 냈지만 군사 정권의 인물인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민주주의의 열망이 고조되었음에도 오히려 반동 세력 정권이 창출되었다. 과연 대한민국 정치는 어디로 향할까. 귀추가 주목된다. 밀과 토크빌이 지향했던 신념, '위대한 정치'와 성숙한 민주주의 담론을 통해 대한민국 사회에 필요한 정신을 고민해 본다. 아울러 <위대한 정치>는 서병훈 교수의 밀과 토크빌 저작의 1부라고 한다. 2부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 궁금하다.

밀은 정치를 권력 놀음으로 치부하는 세태를 비판하며 도덕 정치를 주창했다. 인간의 자기 발전을 지향하는 큰 정치를 꿈꾸었다. 토크빌은 위대한 정치를 갈구했다. 인간으로서, 인간이기에 감당할 수밖에 없는 존재론적 번민으로부터 벗어날 출구를 정치에서 찾았다. 그는 물질적 탐닉이나 세속적 안락이 아니라 존재 가치의 구현이 정치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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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둑 (별책: 글도둑의 노트 포함) - 작가가 훔친 문장들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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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첩경으로 필사가 자주 거론된다. 따라쓰기로 기성 작가의 문장 구조와 표현법을 익힐 수 있다. 많은 문인이 필사의 힘을 역설했다. 논란도 생긴다. 신경숙 작가는 평소 필사 노트로 유명했는데,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표절 논란 때문에 문단이 발칵 뒤집혔다. 드라마 <경성스캔들>의 원작 <경성애사>도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거의 유사한 내용이 한 페이지 가량 나왔다. 체화한 글이 은연중에 나왔겠지만, 직업 작가에겐 치명적인 오점이다. 반면에, 그들 작가의 역량을 키우는 데 필사의 공헌이 컸다는 반증이겠다. 문장력을 고민하는 일반인에겐 글쓰기 첩경이 아닐까 싶다. 



무릇 한 가지 하고픈 일이 있따면 목표 되는 사람을 한 명 정해놓고 그 사람의 수준에 오르도옥 노력하면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으니.


정약용 선생의 말씀이다.(p15) 많은 기성 작가가 존경하는 작가의 글을 단순 읽기로 그치지 않고 숙독하고 필사하면서  실력을 다졌다는 일화를 이야기한다. <글도둑> 저자 안상헌 씨는 효과적인 글쓰기 학습법으로 필사를 꼽는다. 다독을 하면 내공이 생긴다. 하지만 직접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 없이는 글쓰기 실력과 직결되지 않는다. 글을 많이 써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자칫 자기 글에 실망하여 제 풀에 지칠 수 있다. 필사는 생각보다 효과적이다. 좋은 글을 내 것으로 만들고 나아가 문장을 조합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키워진다.(p.18~19)




내가 구슬이 아님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애써 노력하여 닦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내가 구슬임을 어느 정도 믿고 있었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던 것이라네.


나카지마 아쓰시 <산월기>의 한 구절이다. "탁월한 능력 혹은 남다른 재능"을 구슬에 비유했다.(p.56~57) 덧붙여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나름의 갈고 닦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만큼 필사도 무작정 하기보다 노하우와 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 '지향과 속력'이 중요하다.



하늘의 비행기가 속력에 의하여 떠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생활에 지향과 속력이 없으면 생활의 제측면이 일관되게 정돈될 수 없음은 물론, 자신의 역량마저 금방 풍화되어 무력해지는 법입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책의 구성은 이렇다. 먼저 필사의 기초를 다룬다. 본격적으로 작가가 선별한 명문장을 뜻을 헤아리면서 손글씨로 써 보고 응용하여 작문을 해 본다.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 문단 구성을 살펴 보고, 문장을 확장해 나간다. 글쓰기 기초와 명언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글도둑>을 읽어보면,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시중의 자기계발서가 책에서 설명한 문장, 문단의 도식을 교과서처럼 따르는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반면 글쓰기에 어느 정도 자기 생각과 노하우가 있는 독자라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차라리 수사학과 문장론을 심도 있게 다루는 책이 알맞을 것이다.

내가 구슬이 아님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애써 노력하여 닦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내가 구슬임을 어느 정도 믿고 있었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던 것이라네. - 나카지마 아쓰시, <산월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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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7-03-18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도 남편과 이 얘길 했었는데... 필사가 좋다 나쁘다로. 신경숙같은 부작용 때문에 전 반대였고 그래도 글쓰기 지름길이라는 남편의 얘기.
예전에 원고지 사다가 조정래 대하소설 배껴 써보다 때려쳤지요. ㅋㅋㅋ 원고지만 잔뜩 남아있어요.

캐모마일 2017-03-18 23:21   좋아요 0 | URL
저도 야심차게 <죽음의 한 연구>를 필사해보려고 했는데, 한 5페이지 하다가 손 아파서 그만뒀네요...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7-03-18 23:34   좋아요 1 | URL
그리 어렵고 빡센 책을 시도하셨네요. ㅋㅋㅋ

캐모마일 2017-03-18 23:42   좋아요 0 | URL
많이 후회했습니다...ㅜ.ㅜ
 
[eBook] 너무 시끄러운 고독
보후밀 흐라발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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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북플로 추천 받은 책입니다. 모순적인 제목과 책의 주제가 인상적이라 기억에 남았는데, 대체로 독자평도 좋네요. 구매해서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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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루토 2017-03-17 12: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여 제목이 맘에 드네여~ 읽어봐야할듯~^^

캐모마일 2017-03-17 12:53   좋아요 0 | URL
기대평 및 백자평 이벤트 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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