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마인드 - 세상을 리드하는 사람들의 숨겨진 한 가지
스탠 비첨 지음, 차백만 옮김 / 비즈페이퍼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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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엘리트 마인드>는 자신의 분야에서 위대한 성취를 이룬 인재들의 정신 구조를 분석한 책이다. 엘리트는 최선을 다하여 최고에 도전한다. 저자 스탠 비첨은 리더십 컨설턴트이자 올림픽 메달리스트, 프로 선수를 코칭하는 저명한 스포츠 심리학자이다. 그는 경험과 연구를 통해, 인간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정신이 중요함을 발견했다. 그것을 체계화한 개념이 엘리트 마인드다.



내가 말하는 승리는 점수를 내고,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챔피언이 되는 그런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승리는 이기고 싶다는 열망(desire), 이기겠다는 의도(intention), 이길 것이라는 기대(expectation)가 있을 때 가능하다.(p.193)


최고의 인재들은 어떤 마인드를 갖고 있는가. 저자는 이른바 '노오력'을 강조하거나,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의 말처럼 인생의 좋은 경험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해야지 방법이 없다는  막무가내식 강요를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엘리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지를 설명한다.



최선을 다하기 위해선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 의식적 노력뿐 아니라 무의식의 영역까지 포함한다. 무의식에 자리잡은 신념은 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지만, 성장기에 부모와 주변인에 의해 무비판적으로 형성된 경우가 많다. 거울자아 현상이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올바른 신념이 아닌 부정적인 형태로 굳어지기도 한다. 부정적인 자아상과 낮은 자존감은 과도한 걱정과 불안을 일으켜 목표에 대한 집중력을 저하시킨다. 신체에도 영향을 미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노르에피네프린이 지나치게 분비되는 탓에 운동과 사고 기능을 떨어뜨린다. 



오랫동안 형성된 무의식을 단숨에 바꾸기는 어렵다. 의식적으로 생각과 행동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신념을 고쳐나가야 한다. 장기적인 습관보다 단기적인 활동에 집중하는 게 효과적이다. 몰입하는 훈련, 걱정과 불안보다 긍정적 기대를 하는 버릇을 기른다. 그러나 신념과 생각, 행동이 다르면 오히려 익숙한 신념을 고수하고 생각과 행동을 바꾸게 되는데, 이같은 인지부조화 현상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고통이 따른다. 그러나 엘리트 마인드를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다. 의식과 무의식이 갈등한다면 최선의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습관은 계획한다고 해서 형성되지 않는다. 엘리트는 오히려 무의식적인 습관 형성을 위해 의식적인 사고를 활용한다. (p.41)


목표를 향한 몰입은 엘리트 마인드의 기본 자세다. 몰입은 명확한 의도(intention)를 갖고 있을 때 발휘된다. 단순히 목표를 글로 적어놓고 다짐한다고 목적 의식이 생기지 않는다. 목표 자체보다 의도가 더욱 중요한 유인이다. 저자는 이를 '빅와이(big why)'로 표현한다. 명확한 이유 없이 설정한 목표는 재점검해야 한다. 구체적인 몰입은 관련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 교수 칙센트 미하이와 스티븐 코틀러의 "최고의 성과에 돌입하는 4단계"로 설명한다.



승자는 승리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경쟁이 시작되기 전에는 승리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생각하고, 경쟁이 시작되면 잡념을 버린다. 위대한 승자들은 그저 경기에만 집중하는 법을 안다.


그리고 긍정적 기대(expectation)를 연습해야 한다. 대체로 인간은 자연스럽게 부정적인 예측을 하기 때문에 의식적인 사고 훈련이 필요하다. 일종의 정신적 자기 예측(Mental handicapping)인데, 승리와 성과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고 실패를 하더라도 자기 비하보다 더 나은 결과를 위한 분석을 하는 동력이 된다. 긍정적인 신념은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



우리가 말하는 '운'은 실제로 우리가 사신과 세상에 대해 믿는 신념이다. 그렇기에 자신과 세상에 대해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행운'이 찾아온다.(p.213)


엘리트 마인드는 막무가내식 노력, 긍정과는 차원이 다르다. 110%의 노력 운운하면서 채찍질하는 것은 자기 소모다. 저자의 경험에 따르면, 이럴 경우 역설적으로 최소 노력의 법칙을 적용하는 게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한다. 과잉 기대, 완벽주의와 자존심은 자기 자신과 결과에 집착함으로써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성공의 밑바탕이 되는 실패와 위험을 수용하는 데 어려움을 초래한다.

엘리트 마인드가 최고의 결과를 담보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지향점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고의 목표를 설정하여 최선을 다하게 만든다. 그리고 의식적인 생각과 행동, 무의식적 신념을 일치시켜서 불필요한 갈등과 스트레스를 예방하여 자연스럽게 목표에 집중할 수 있다. 성장기에 형성된 낮은 자존감, 부정적 자기 기대로 소극적인 삶을 산다면, 혹은 과도한 불안감과 경쟁 스트레스로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면, 책 <엘리트 마인드>를 참고하면 도움이 되겠다. 성공 그 자체보다 마인드가 먼저다. 저자는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구절을 인용한다.



성공을 목표로 삼지 말라. 성공을 목표로 삼아 더 열심히 추구할수록, 오히려 성공에 빗겨 나갈 확률은 더 높아진다. 왜냐면 성공은 행복처럼 추구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떄문이다. 성공은 뒤따라오는 것이며, 그리고 오로지 자신보다 더 큰 목표를 향해 헌실할 때 부차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다. (p.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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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유혹의 기술 - 예능에서 배우는 기획과 설득의 기술
이승한 지음 / 페이퍼로드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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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유혹의 기술>은 "예능에서 배우는 기획과 설득의 기술"이다. 시청자에게 친숙한 예능 TV 프로그램의 성패, 흥망성쇠를 분석해 본다. 어떤 프로그램은 인정받고 살아남는 반면, 어떤 프로그램은 속된 말로 죽을 쑤다가 끝난다. 승승장구하던 방송도 어느 순간 시청률 하향 곡선을 그리며 조용히 종영된다. 책은 기획에서 원인을 찾는다. 기획이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이루는 데 적합한행동을 설계하는 일이다. 예능 프로그램의 주된 목표는 시청률을 올리는 것이다. 시청자와 사회의 욕구를 읽어내고, 적절한 포맷과 캐스팅으로 론칭한 후에도 끊임없이 피드백을 수용한다. 보는 이에게 웃음을 주지만, 물 밑에선 숨가쁜 자맥질이 이루어진다. 치열한 방송 환경에서 프로그램의 사활을 좌우하는 예능 기획. 그 기술과 전략을 배워보자는 취지다.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성공을 거뒀고 저 프로그램은 어쩌다 끝내 실패로 기록되었는가. 같은 방식으로 프로그램에 접근했는데 왜 어제는 성공했고 오늘은 실패했는가. TV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쇼를 만드는 과정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어떤 전략을 사용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기획에 사용되는 크고 작은 전략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목적이다.(p.9)


예능을 즐겨 보는 시청자 입장에선 거창한 취지보다 예능이 좋아서, 알고 싶어서 읽게 된다. <무한도전>, <런닝맨>, <라디오스타>, <삼시세끼>를 비롯한 프로그램이 성공하고 또한 많은 프로그램이 실패한 이유, 개그맨 유재석, 이경규, 강호동, 그리고 나영석 PD 외 여러 예능 스타를 조명한다. 두 번째는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다. 예전부터 개인 블로그나 다음 아고라 같은 커뮤니티에서 일반인의 방송 칼럼을 쉽게 접한다. 어느 네티즌은 '좋아요'나 '공감'을 상당수 받으며 나름 영향력을 발휘한다 . 올라오는 글도'아무개 프로그램이 호감인 이유' 혹은 '출연자 아무개의 발언이 불편한 이유' 등 가지각색이다. 저자 이승한 TV 칼럼니스트는 그 중에서 <한겨레>, <시사IN> 등 정식 언론 매체에 기고하고 정식 직업을 삼을 정도면, 방송 칼럼 분야에선 메이저 중의 메이저가 아닐까. 저자의 시선과 글쓰기가 궁금했다.


책을 읽고 놀랬다. 국민 MC 유재석은 방송계 미다스의 손인 줄 알았는데, 정상급 예능인이 된 후에도 여러 프로그램을 속된 말로 말아먹었다는 것이다. <일요일이 좋다>에서 "하자 Gg", <옛날 TV>, <기적의 승부사> 등 이름이 생소한 조기종영 프로그램, 야심차게 론칭한 <나는 남자다>, <동상이몽 - 괜찮아 괜찮아>도 실패한 축에 속한다. 중요한 점은 실패를 발판삼아 비슷한 포맷을 개선하여 성공시킨 사례들이다. <무한도전> 특집으로 지난 프로그램 컨셉을 차용했고,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은 '토토가'와 <놀러와>를 접목한 시도였다. 그의 "필모그래피를 따라가다가 '어, 이거 어디서 본 것 같은데?' 하는 기시감에 사로집히는 건 흔한 일"(p.37)이라고 한다. 유재석은 오랜 무명 생활 동안 이럴려고 개그맨이 되었나 자괴감에 빠졌던 적이 있고 실패도 많았다. 그러나 실패를 분석하고 개선하여 다시금 재가공하는 뚝심이 유재석을 국민 MC에 오르게 한 동력이었다.



나영석 PD는 CJ E&M에 이적 후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신서유기> 등을 히트시켰고, 2017년 3월 말부터 방영된 <윤식당>은 시청률 13%를 넘었다. 공중파도 달성하기 힘든 시청률이다. 나영석의 성공 전략은 무엇인가. 저자는 '뺄셈'이라고 말한다. "더 화려하게 보여주기 위해 더하는 대신 본질을 잘 보여주기 위해 나머지를 제하는", "'많이, 멀리, 독하게' 대신 '깊게'"를 지향하는 태도다. <꽃보다 할배>는 과거 KBS <1박2일>과 비슷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지만, 복불복 게임과 레이스라는 중요한 예능 양념이 빠진 대신에 사람, 사람 간의 관계에 집중했다. TvN 방송사 중역들은 <삼시세끼>를 보고 "시골에 내려간 멤버들이 게임을 하거나 어떤 미션을 수행하느냐"라고 물었다. 나 PD는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그런 것 없이 그냥 남자 둘이서 시골에서 밥해 먹고 치우며 하루는 보내는 게 전부"라고 말이다. 대신에 출연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켜 큰 호응을 얻었다. 이른바 "더 많은 요소를 붙이는 것이 아니라 핵심 콘텐츠를 최대한 돋보이게 할 것, '인간'의 속내로 깊게 들어가는 것"이다.(나영석의 성공전략) 그에게 '뺄셈'은 본질을 파악하고 집중하는 능력이다. <꽃보다 할배>의 복제로 의심받았던 KBS <마마도>는 멤버 간의 친밀감과 화학 작용을 살리지 못하여 실패했고, <슈퍼맨이 간다>는 <아빠, 어디가?>에서 보여준 아빠와 자녀 간의 교감을 잡아내서 성공했다.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본질을 살렸냐에 따라 성패가 좌우된다.



납득이 간다. 방송 칼럼의 생명력은 필자의 주장에 공감하게 만들고, 방송을 보면서 알지 못한 흥미로운 사실이나 부분을 캐치해서 전달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 점에서 납득이 간다. 반면에 이들의 전략을 벤치마킹한다고 성공이 보장되는가. 책에도 자신의 오리지날리티에 집중하면서 혁신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전략이 유효하지, 마냥 베낀다고 해서 성공이 따라오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읽으면서 사후확신편향이 아닐까 의심된다. 예컨대, 미덕이 있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성공했기 때문에 미덕으로 미화되지는 않았는지 말이다. 나 PD는 <삼시세끼> 기획 과정에서 이우정 작가를 제외한 모든 제작진의 반대에 부딪혔다. 나 PD는 이렇게 생소한 아이템이라면 이건 정말 새로운 시도구나 하여 한 번쯤 해볼 만하다고 생각했고, 과감히 실행했다. 만약에 프로그램이 나 PD에게 따라붙는 자가복제의 오명만 남기고 실패했다면 그의 독단적 결정은 가장 큰 패인으로 지적됐을 것이다. 뺼셈의 미학도 새겨들을 만하지만, 나 PD의 능력과 노하우가 없으면 힘든 일이었다. 오히려 그가 가진 독창성의 영역으로 해석된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MC 유재석, 나영석 PD에 관한 분석이 흥미로웠다. 이 밖에도 2등 의식, B급 정서를 십분 활용한 MBC <라디오스타>의 사례, 시청자 피드백을 반영하여 성공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피드백에 소홀한 결과 종영이 논의됐던 <런닝맨>, 자극적 콘텐츠를 다루던 방송사에서 이제는 공중파의 아성을 무너뜨린 TvN, 종편 예능을 선도하는 JTBC의 성공 전략이 인상 깊다. 책의 마지막 제 4장인 '시대의 욕망을 읽는 법'에선 "불안정한 시기에는 사람들에게 결핍된 것을 찾아라"라는 격언을 남긴다. 예능은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 눈길을 사로잡으려면 시청자의 욕구, 즉 사회와 시대의 욕구를 민감하게 읽어내야 한다. 예컨대, 일인 가구, 혼자 라이프, 복고로의 회귀 욕구를 겨냥한 방송이 각광을 받았던 것처럼, 새로운 트렌드를 읽고 선도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물론, 방송 시간 동안은 세상 시름을 잊으려 보는 예능인데, 하나하나 분석하고 전략을 찾아내는 일이 못마땅할 수 있다. 이른바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지 마라"다. 그러나 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이 기획되고 만들어진 비하인드 스토리, 타켓 시청층과 전략이 어떤지를 알고, 방송가가 주목하는 사회와 시대의 욕구가 무엇이며, 거기에 맞춰 프로그램이 기획되는 과정을 조망하는 일. 독자로 하여금 예능 독법을 가르쳐 준다. 알고 보면 더 재밌다는 말이 있다. 책에서 말한 기획과 전략의 기술을 간접적으로 배우는 계기도 되겠지만, 그런 거창한 목적보다 예능을 즐기는 마음에서 읽으면 흥미로운 책이다. <예능, 유혹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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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21>은 영화 주간지다. 신작 영화, 영화인 인터뷰, 영화계 전반의 소식을 전달한다. 1100호는 창간 22주년 기념 특대호로 한국 영화 여성 캐릭터 Best20, <옥자> 봉준호 감독 인터뷰를 실었다.

 

 

특히 씨네21 X 한겨레가 공동기획한 "우파지원 '모태펀드'의 모든 것"은 박근혜 정권의 문화 예술계 길들이기에 관한 연작 기획 기사다. 허투루 읽을 수가 없었다.

 

 

모태 펀드란 무엇이고, 박근혜 정권은 모태 펀드로 어떻게 영화계를 농단했는가. 모태펀드는 정부 부처가 출자한 자금으로 기업이 아닌 개별펀드에 투자하여 벤처기업, 문화산업에 간접 지원하는 형태로 운용된다. 중소기업청 산하 공공기관인 (주) 한국벤처투자가 관리한다.(씨네21 인용)

 

 

펀드에 투자하는 펀드(Fund of Funds), 펀드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2005년에 처음 만들어진 '모태펀드'는 기업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 개별펀드(투자조합)에 출자하는 형식으로 운영되며 법률에 근거해 정부기금과 예산으로 조성된다. (p.44)

 

 

영화 투자의 경우, 문체부나 영진위가 문화예술진흥기금과 영화발전기금의 투자조합출자사업 예산을 모태펀드에 출자하면 한국벤처투자가 이 기금을 민간 투자금(창투사, 대기업투자 · 배급사의 투자, 개인투자자)과 함께 결성해 영화 제작사나 작품에 투자하는 식이다.(p.44)

 

 

박근혜 정부는 영화계의 종잣돈 구실을 하는 모태펀드를 정권의 입맛에 맞는 영화에 투자했다고 한다. 원전 재난영화 <판도라>, 광주민주화 운동을 소재로 한 송강호 주연의 <택시운전사>, 안기부 기획수사를 비판한 <보통 사람> 등은 모태펀드 투자를 거절당했다. 반면에, <연평해전>,<인천상륙작전>과 같은 정권이 선호한 영화들은 지원금을 받았다.

 

 

검찰의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전 구속영장청구서 일부 내용에는 한국벤처투자 임원에 대한 인사 개입을 한 사실이 적시돼 있다. 구체적으로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은 신동철 소통비서관에게 "좌파에 대한 지원은 많은데 우파에 대한 지원은 너무 없다. 중앙 정부라도 나서서 지원하라."고 지시"했고, 청와대 비서진들이 참여하는 '민간단체 보조금 테스크포스"가 꾸려졌다. 실행 책임은 정무수석이 맡았는데, 2014년 6월부터 조윤선 수석에게 인계되었다.

 

 

김기춘 실장은 임명 초기부터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장악하여 좌편향되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경제수석을 통해 CJ 이미경 부회장 사퇴 압력을 넣었고 이 부회장은 도미를 하였다. 결국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이 밝혀져 김기춘 실장, 조윤선 수석이 구속 수감되는 계기가 되었다.

 

 

박근혜 정부가 말한 창조문화융성이란 슬로건은 실상 문화예술, 체육계를 정권의 입맛에 맞게 개조, 육성하는 것이었다. 2017년 4월 1일 <그것이 알고 싶다 - 두개의 광장, 하나의 진실>편이 방영되었고, 문화계 블랙리스트뿐 아니라 화이트리스트(투자 지원)가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하여 모태펀드가 실검에 올랐다.

 

 

정가제 제외 도서 포함 5만 원 이상 구매시 이천 원 적립금을 주는 덕분에 영화 주간지 <씨네 21>을 종종 구매하는데, 1100호 박근혜 정권의 영화계 길들이기 특집은 정독을 했다. 문화계를 좌지우지해 보겠다는 저열한 인식이 2010년대까지 이어지다니. 문화융성은커녕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공적 자금줄을 가지고 전횡을 일삼는 무리수를 낳았다. 이후 권력은 박근혜 정권의 비참한 결말을 타산지석 삼기 바란다. 연작 특집이라 1101호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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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22 07: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 차기 정부가 누가 되든 간에 문체부를 개편해야 합니다. 문화계 블랙리스트뿐만 아니라 도서정가제를 고집하는 문체부의 태도에 불만스럽습니다.

캐모마일 2017-04-22 08:15   좋아요 0 | URL
도서정가제 진짜 ... ㅜㅜ
 
심용환의 역사 토크 - 시시비비 역사 논쟁에서 절대 지지 않는 법
심용환 지음 / 휴머니스트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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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단순한 과거의 사실이 아니다. 지금 대한민국의 토대가 되었고, 영향을 미치며,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상을 졸속 처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대선을 앞둔 현재 문재인, 홍준표 후보는 재협상, 합의 파기를 주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친일파 청산은 건국 이래로 끊임 없는 논란 거리였다. 뉴라이트는 8.15 광복절을 이승만 정부가 설립된 1948년을 기념하여 건국절로 지정하자는 운동을 벌였고, 식민지 근대화론이 학계는 물론 일반 국민들의 민족 감정을 흔들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는 뜨거운 감자다. 박정희 정권에 대한 향수가 박근혜 정권의 지지기반이 되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리고 동북공정으로 고대사에 대한 연구가 다시금 주목받았는데, 이와 더불어 일부 재야사학자들이 주장하는 <환단고기> 역사학, 초고대국가론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잊을 만하면 올라오는 이야깃거리다.



역사는 뜨겁다.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이자 현실 정치, 외교에서 역사 문제로 첨예하게 대립하기도 한다. 특히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는 어느새 이념 논쟁의 장이 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정교과서를 제작했으나 집필 초기부터 각계의 비판에 직면했다. 국정교과서를 보조교재로 신청했던 5개 고등학교 중 네 개 학교가 취소를 했고, 한 곳은 학부모, 학생들의 반대로 난항을 겪었다. 역사는 학창시절 고리타분한 암기 과목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역사관을 주도하기 위한 이념 싸움이 치열하다.



단순히 사실로서의 역사보다 살아있는 논쟁으로서의 역사 지식이 필요하다. <심용환의 역사 토크>는 대한민국에서 뜨거운 역사적 논쟁거리를 설명한다. 위안부, 친일파. 식민지 근대화론, 이승만, 박정희, 고대사 등 6가지 이슈를 다룬다. 각 입장을 대변하는 인물 간의 토론 형식으로 엮었다. 저자 심용환 씨의 페르소나격인 '심 선생'이 여섯 가지 주제로 여러 인물들과 대화, 때로는 격렬한 논쟁을 하는 식이다.

'위안부, 돌아오지 못한 소녀들' 은 시사와 역사에 관심은 많지만 내공은 부족한 여대생 윤 제자에게 심 선생이 역사적 사실을 가르쳐준다. 위안부라는 명칭을 쓰는 이유부터 강제 동원의 증거 자료, 2015년 정부 합의 등 전반적인 문제를 거론한다. '이승만, 잘못 끼운 첫 단추'는 이승만의 열혈 팬인 목사와 토론하며, '박정희, 민족의 지도자인가 독재자인가'는 박정희 신봉자인 큰아버지, 독재와 인권 탄압의 잘못은 인정하지만 경제 발전을 이룩한 리더십은 긍정해야 한다는 사촌 기자 동생과 논쟁을 벌인다.

위안부와 관련해선 위안부 동원 인원을 20만 명으로 추산하는 근거, 일본 육군성의 <군 위안소 종업부 모집에 관한 건> 등 군부 기록물, 미군정의 재판 기록물 같은 문서 자료의 존재를 거론한다. 이제까지 위안부 문제와 관련된 한일 간 협의의 역사, '심달연 국민 기금 사기 사건' 처럼 위안부 피해자 동의 없이 벌어진 합의 건들은 2015년 박근혜 정권의 한일 위안부 협상을 떠오르게 한다. <그것이 알고 싶다- '모욕과 망각-12.28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시청자의 공분을 일으킨 이유기도 하다.



'심 선생'은 식민지 근대화론에 대하여 "식민지 필연성"과 '식민지 경제 성장'을 제대로 논증하지 못하는 맹점을 지적하고, 이승만의 자유 대한민국 정부 수립, 박정희의 구국의 결단과 경제 발전 신화의 배경과 문제점을 비판한다. 친일파를 비호하는 논거들, 예컨대, 일제 치하가 길었기 때문에 친일파 아닌 사람이 없다, 광복 이후 대다수가 문맹이라 친일파 인적 자본이 필요했다, 친일 군인들 덕분에 한국전쟁을 치룰 수 있었다는 주장을 논박한다.

역사 토론에서 나아가 관행적으로 배웠던 역사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친일파 문제를 단순히 감정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의 기회주의 관점에서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 학창시절에 배운 '자본주의 맹아론(조선후기) → 수탈론(일제시대)', 즉 조선 후기에 자본주의의 싹이 움텄는데 일제 식민지화로 인하여 자생적 발전이 무산되었다는 이론인데, 이는 지나치게 도식적이라는 비판은 새겨들을 만하다.



가족과 TV를 보다가 정치 토론이 벌어져서 어른들과 얼굴을 붉히고,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시사 문제로 키보드 배틀이 심심찮게 벌어진다. 막상 '이건 아닌데.....' 하면서 의욕만 앞섰지 주장을 뒷받침할 내공이 부족했거나, 이른바 그들이 말하는 '팩트'와 논리가 정확하지 않아서 분을 삭였다면 <심용환의 역사 토론>이 도움이 되겠다. 위안부, 친일파, 식민지근대화론, 이승만, 박정희, 고대사 논쟁은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주제들이다. 대체로 '심 선생'의 관점에 공감하고 역사 내공이 부족한 입장에선 사이다를 마신 듯 속이 시원했다.. 반면에 저자의 주장과 다른 관점을 가졌다면 논리적인 반론을 듣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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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4-22 07: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사적 사실을 설명해줘도 못 듣는 척하는 하고, 상대방이 알려주는 역사를 틀렸다고 우기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졌어요. 위안부 소녀 동상이 세워지는 것을 막으려고 이승만, 박정희 대통령 흉상을 세운다는 이상한 단체가 나올 정도면 상황이 정말 심각합니다.

캐모마일 2017-04-22 19:43   좋아요 0 | URL
정말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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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자꾸 바보짓을 할까?>는 생각의 사각지대, 이른바 사고의 맹점에 관한 책이다. 살다보면 내가 왜 그런 실수를 했을까, 혹은 남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을 때가 있다. 책은 10가지 사고의 맹점을 통해서 '바보짓' 혹은 '밉상짓'의 원인을 살펴본다. 저자인 매들린 L. 반 헤케 교수는 "교육학, 인지심리학, 창조성 연구, 비판적 사고, 유아 발달, 철학 등" 간학문적 관점과 다양한 사례를 통해 분석한다.


여기서 '바보짓'은 의도된 행위가 아니다. 많은 인간이 타인에게 악의를 품고 행동하거나 뻔히 자기가 잘못한 줄을 알면서도 모르쇠로 버틴다. 그러나 책은 의도된 '나쁜짓'보다 인간의 태생적인 맹점을 꼬집는다. 악의적인 행동은 애초에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럼에도 나는 다른 사람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무조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기 전에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다. 첫째는 탐욕이나 이기심, 게으름 때문으로 보이는 행동들도 찬찬히 살펴보면 얼핏 본 것과 달리 훨씬 더 복잡한 이면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둘째는 일단 상대방을 심각한 결함이 있는 존재로 대하면 그들을 좋은 방향으로 유도하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p.43)



맹점은 생존 본능과 관련돼 있다. 인간의 인지 용량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복잡한 정보를 모두 파악할 수 없다. 삶이 피곤한 것은 물론이고 일상 생활을 하는 데 터무니 없는 시간이 걸릴 것이다. 게다가 망각은 신의 선물이란 격언이 있듯이, 적절한 자기합리화는 심리적 평온을 위한 필수 요소다. 복잡한 사회를 살기 위한 뇌 나름의 효율적인 전략이다.



그러나 이 전략은 생각의 사각지대를 일으킨다. 생각 없이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저지른다. 익숙한 사고방식과 패턴을 고집하고 새로운 것을 거부한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보지 못할 뿐더러 불충분한 증거를 바탕으로 성급한 결론을 내린다. 맹점이 모여 편견으로 고착화되고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방해한다. 개인 차원을 넘어 "집단, 즉 국가나 종교 집단, 민족이나 인종 집단, 회사나 학교 등도 맹점이 있다. 맹점에 관한 국가적, 국제적 딜레마"(p.9)가 벌어지기도 한다.



최악은 '내 모습을 볼 수 없는' 것이다. 맹점은 사전적 의미로 망막에 시세포가 없어 상이 맺히지 않는 부분이다. 시야에 잡히지 않아서 자각하지 못한다. 사고의 맹점도 마찬가지다. 은연중에 작동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만 고치기가 어렵다. 반면에 남의 맹점은 잘 보인다. 예컨대 미운 인간이 있다. '그 인간'은 타인에게 피해를 입히고 밉상짓을 하는지조차 모른다. 그러나 나도 누군가에게 '그 인간'이지 않을까. 객관적인 자기 성찰을 하지 못하는 맹점이 가장 안타깝다.



누구에게나 맹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그러면 누군가가 자신과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그 생각이 설령 불완전하더라도 단순한 관점상의 차이를 넘어서서 그 관점을 통해 배울 점이 있음을 인정하게 된다. 상대방의 견해가 우리와 다르고, 나름대로 한계가 있다 할지라도 그들의 관점으로 보면 자신이 놓치고 있는 부분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다. (p.7~8)


두 번째 메시지는 우리가 각자의 맹점을 극복하면 더 나은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고, 타인과 관계가 개선되며, 창조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사고 방식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p.8)

인간은 맹점을 갖고 있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 결정을 저지르고 자책하기보다 맹점을 알고 대비를 해야 한다. 매들린 교수가 말하는 '돌아보기' 방법은 10가지 맹점에 대한 대처법이다. 무엇보다 인간이 맹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진정으로 인지하는 단계가 첫 걸음이다. 부인하는 태도가 가장 큰 잘못이다. "맹점은 면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p.42) 나아가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금 바라보게 된다. 내가 혐오하는 남의 결점은 악의가 아니라 맹점에서 비롯되고, 남이 나를 꺼려하는 이유가 나의 맹점 때문일 수 있다. 지혜가 필요하다. 흑백 사고를 벗어나 이성적이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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