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도둑 (별책: 글도둑의 노트 포함) - 작가가 훔친 문장들
안상헌 지음 / 북포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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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실력을 늘리는 첩경으로 필사가 자주 거론된다. 따라쓰기로 기성 작가의 문장 구조와 표현법을 익힐 수 있다. 많은 문인이 필사의 힘을 역설했다. 논란도 생긴다. 신경숙 작가는 평소 필사 노트로 유명했는데,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 표절 논란 때문에 문단이 발칵 뒤집혔다. 드라마 <경성스캔들>의 원작 <경성애사>도 조정래의 <태백산맥>과 거의 유사한 내용이 한 페이지 가량 나왔다. 체화한 글이 은연중에 나왔겠지만, 직업 작가에겐 치명적인 오점이다. 반면에, 그들 작가의 역량을 키우는 데 필사의 공헌이 컸다는 반증이겠다. 문장력을 고민하는 일반인에겐 글쓰기 첩경이 아닐까 싶다. 



무릇 한 가지 하고픈 일이 있따면 목표 되는 사람을 한 명 정해놓고 그 사람의 수준에 오르도옥 노력하면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으니.


정약용 선생의 말씀이다.(p15) 많은 기성 작가가 존경하는 작가의 글을 단순 읽기로 그치지 않고 숙독하고 필사하면서  실력을 다졌다는 일화를 이야기한다. <글도둑> 저자 안상헌 씨는 효과적인 글쓰기 학습법으로 필사를 꼽는다. 다독을 하면 내공이 생긴다. 하지만 직접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 없이는 글쓰기 실력과 직결되지 않는다. 글을 많이 써야 한다. 그러나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자칫 자기 글에 실망하여 제 풀에 지칠 수 있다. 필사는 생각보다 효과적이다. 좋은 글을 내 것으로 만들고 나아가 문장을 조합하고 응용하는 능력이 키워진다.(p.18~19)




내가 구슬이 아님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애써 노력하여 닦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내가 구슬임을 어느 정도 믿고 있었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던 것이라네.


나카지마 아쓰시 <산월기>의 한 구절이다. "탁월한 능력 혹은 남다른 재능"을 구슬에 비유했다.(p.56~57) 덧붙여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나름의 갈고 닦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만큼 필사도 무작정 하기보다 노하우와 노력이 필요할지 모른다. '지향과 속력'이 중요하다.



하늘의 비행기가 속력에 의하여 떠 있음에서 알 수 있듯이, 생활에 지향과 속력이 없으면 생활의 제측면이 일관되게 정돈될 수 없음은 물론, 자신의 역량마저 금방 풍화되어 무력해지는 법입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중에서


책의 구성은 이렇다. 먼저 필사의 기초를 다룬다. 본격적으로 작가가 선별한 명문장을 뜻을 헤아리면서 손글씨로 써 보고 응용하여 작문을 해 본다. 마지막으로 여러 가지 문단 구성을 살펴 보고, 문장을 확장해 나간다. 글쓰기 기초와 명언을 만날 수 있었다. 특히 <글도둑>을 읽어보면,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시중의 자기계발서가 책에서 설명한 문장, 문단의 도식을 교과서처럼 따르는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반면 글쓰기에 어느 정도 자기 생각과 노하우가 있는 독자라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차라리 수사학과 문장론을 심도 있게 다루는 책이 알맞을 것이다.

내가 구슬이 아님을 두려워했기 때문에 애써 노력하여 닦으려고도 하지 않았고, 또 내가 구슬임을 어느 정도 믿고 있었기 때문에 평범한 인간들과 어울리지도 못했던 것이라네. - 나카지마 아쓰시, <산월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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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adhi(眞我) 2017-03-18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제도 남편과 이 얘길 했었는데... 필사가 좋다 나쁘다로. 신경숙같은 부작용 때문에 전 반대였고 그래도 글쓰기 지름길이라는 남편의 얘기.
예전에 원고지 사다가 조정래 대하소설 배껴 써보다 때려쳤지요. ㅋㅋㅋ 원고지만 잔뜩 남아있어요.

캐모마일 2017-03-18 23:21   좋아요 0 | URL
저도 야심차게 <죽음의 한 연구>를 필사해보려고 했는데, 한 5페이지 하다가 손 아파서 그만뒀네요...ㅎㅎㅎㅎ

samadhi(眞我) 2017-03-18 23:34   좋아요 1 | URL
그리 어렵고 빡센 책을 시도하셨네요. ㅋㅋㅋ

캐모마일 2017-03-18 23:42   좋아요 0 | URL
많이 후회했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