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천도룡기 1~8 세트 - 전8권
김용 지음, 임홍빈 옮김 / 김영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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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천도룡기란?



<의천도룡기(倚天屠龍記)>는 중국에서 신필이라 칭하는 김용 작가의 무협 소설로, 우리나라, 중국은 물론 아시아권에서 팬층이 두텁다. 김용 작가의 <천룡팔부>는 무협소설임에도 이례적으로 중국 교과서에 수록되어 대대적으로 기사화됐다. 장르 소설의 입지를 뛰어넘어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엔 해적판본인 고려원 영웅문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3부 중원의 별이 바로 의천도룡기다. 사조삼부곡 시리즈로 불리며, 사조영웅전, 신조협려의 뒤를 이어 마지막을 맺는 작품이다. 2000년 중후반에 김영사에서 정식으로 사조삼부곡을 출간하였다. 중화권 드라마로 많이 제작되었는데, 1986년 홍콩 tvb판이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주인공이 양조위였으며, 현재까지 뛰어난 연출로 입소문을 탄 작품이다. 알리바바 회장 마윈의 책장에 꽂혀 있다고 하니, 자기계발서 독자는 마윈의 애독책으로 들어봄직도 하다.




2. 내용




제목은 작중 절세 무기인 의천검과 도룡도에서 유래한다. 원나라 말엽, 무림에는 유명한 풍문이 떠돌았다. 의천검과 도룡도를 가진 자 무림을 평정하리라. 주인공 장무기는 무림 정파의 아버지, 사파 거두의 딸을 어머니로 독특한 내력을 지녔다. 이들 부부는 무림에서 악명 높은 금모사왕 사손과 함께 빙화도라는 섬에 불시착했고, 그와 의형제를 맺는다. 사손의 죽은 아들인 무기로 이름을 짓고, 사손을 의부로 모시도록 한다.



무림에선 사손의 행방에 촉각을 세운다. 바로 사손이 가진 도룡보도 때문이다. 장취산 부부가 무림으로 돌아오자, 명문정파를 비롯하여 너나 할 것 없이 도룡보도의 행방을 위해 그들을 압박하고, 부부는 자결한다. 장무기는 깊은 내상을 입고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기연을 만나 절세 무공을 익힌다. 의천검과 도룡도에 얽히고 섥힌 무림의 묵은 원한을 풀고, 원나라 조정에 대항한다. 그리고 영웅에겐 여자가 따르는 법. 각기 다른 매력과 신분을 가진 네 여인과 인연을 맺고 복잡한 애정관계에 시달리는 것도 이야기의 한 줄기를 차지한다.




3. 감상




1) 중화사상




주인공이 역경에 처하지만 절세 무공을 익히고 무림의 평화를 지키는 설정은 여타 무협지와 다르지 않다. 특징으로 지목되는 것 중의 하나가 중화사상이다. 의천검과 도룡도를 만든 인물은 시리즈 첫 작품인 <사조영웅전>의 주인공 곽정과 황용이다. 이들은 송나라 말 몽고의 침략에 맞서 양양성을 이십 여년간 지켰으며, 구국의 염원을 담아 절세 보검과 보도를 남겼다. 곽정의 이름부터가 '정강의 치' 중에 앞글자인 정을 따서 만들어졌다. 정강의 치란 북송 시절 두 황제인 흠종과 휘종이 금나라에 연행된 사건으로, 정강은 흠종의 연호였다. 이민족에게 당한 치욕을 잊지 말라는 뜻에서 지은 이름인 것이다.



그리고 의천검과 도룡도의 비밀은 뛰어난 무기 자체가 아니라, 그 속에 병법서와 절세 무공 비급의 행방이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그 병법서가 바로 <무목유서>다. 무목은 충절로 유명한 악비 장군의 시호로, 바로 그가 남긴 유서이자 병법서다. 악비는 당시 친금파 재상 진회의 간계로 죽음을 당하는데, 결국 의천검과 도룡도의 비밀은 병법과 절세 무공을 익혀 이민족을 몰아내고 한족의 나라를 되찾자는 염원이었다.



현재 중국에선 동북 공정 등 이민족 역사 포용하기가 활발하다. 고구려 역사까지 자국내 역사로 편입하려는 까닭에 왜곡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덩달아 충절의 화신 악비 장군의 평가도 절하되었다는데, 잊을 만하면 드라마로 각색되는 김용 작가의 사조삼부곡도 드문한 것을 보니 시류가 무섭긴 한가보다. 게다가 드라마도 원작보다 자체 편집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평가가 박하다. 미우나 고우나 <삼국지연의>에서 촉한정통론을 제외할 수가 없듯이, 사조삼부곡에서 중화사상을 도려내면 스토리에 어긋장이 나 버린다.



2) 양지



김용 작가의 무협지에는 다양한 무공이 나온다. 허투루 나온 것이 아니라, 도가와 불교, <주역>을 인용하여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다. 예컨대, 항룡십팔장에 첫 초식인 항룡유회는 <주역>에서 따왔고, 천룡팔부의 소요파는 <장자>의 소요유에서 인용하였다. 단순히 인용뿐 아니라 무공도 중국고전의 특색을 살렸다.



<의천도룡기>에 주인공 장무기가 익힌 구양신공(九陽神功), 태극권, 태극검, 건곤대나이는 모두 후발이승의 원리를 따른다. 선빵 중심주의가 아니라 적의 공격을 적절히 응용하여 제압한다. 왜 <의천도룡기>는 유독 후발이승의 절세 무공을 배치했을까.



답은 양지에서 찾고 싶다. 양지란 맹자와 양명학에서 나온 개념으로, 마음의 본체를 일컫는다. 성선설에 기반을 하니, 요약하자면 인간의 선한 본성이다. 대하사극 <정도전>에서 정도전이 유배지에서 만난 백성 여인에게 양지란 이름을 붙여준다. 기억은 가물하지만, 배움은 짧으나 선한 본성이 드러난다고 해서였던가, 아니면 타고난 본성을 지키며 살아가라는 교훈에서였던가 아무튼 그랬다.



장취산 부부는 금모사왕 사손과 함께 빙화도(氷火島)에 좌초되는데, 원래 금모사왕 사손은 선비의 기질이 있고 박학다식한 인사였으나, 사부로 모신 성곤에게 일가를 몰살당하는 바람에 복수의 화신으로 변했다. 무림에서 살인을 하고 다니며 원수의 이름을 벽에다 새겼으니, 결국 악인으로 찍혔다.



게다가 복수심과 무공을 익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초기 주화입마 상태에 빠졌는데, 그런 사손이 미쳐돌아가던 와중에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양지가 발동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장무기가 태어나고 울음을 터뜨리자 양지가 발동한다. 장성한 장무기도 마찬가지다. 괴팍한 신의에게 의술을 배워서 명의의 경지에 오르고, 절세 무공을 익힌 뒤에도 부모를 자살하게 만든 무림인사들에게 복수를 하기보다 얽히고 섥힌 원한을 하나씩 풀어간다.  때로는 행보가 답답하지만, 훗날 사파인 명교 교주가 되어 교인을 교화하고, 무림인사들을 규합하는 과정은 바로 사람이 선한 본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인지 <의천도룡기>의 절세 무공은 먼저 사람을 헤치기보다 상대의 힘을 이용하고 융화하는 것에 초첨을 둔다. 명교 교주가 대대로 전수한 무공인 건곤대나이는 이런 원리를 따르고 있으나, 페르시아에서 건너온 무공인지라 은연중에 사악함이 드러난다. 소설 말미에 소림사에 갇힌 의부 사손을 되찾기 위해 소림 신승들과 맞서는 장면에서, 장무기가 건곤대나이로 맞서서 마음에 악심이 생긴 것을 간파한 사손이 불경을 외운다. 바로 양지를 되찾으라는 뜻이다. 여기서도 중화사상이 드러난다. 페르시아 무공은 한마디로 사이비(似而非)인 것이다.



반면에, <소호강호>의 무공은 선발이승이다. 우리나라에선 임청화 주연의 <동방불패>로 잘 알려져 있다. 작품은 누가 선빵을 빨리 날리는가, 누가 쾌속 검법으로 상대의 초식을 파훼하는가 싸움이다. 무공은 크게 독고구검 대 규화보전의 대결이다. 주인공 화산파 영호충은 독고구검을 익히는데, 무엇보다 무초승유초, 무형의 초식으로 유형의 초식을 격파하는 것이 관건이다. 정파, 사파의 굴레에 맹목적으로 얽메여서 인간의 본래 가치를 도외시하거나, 명예욕의 화신이 되어 자신과 주변인들을 무참하게 해치는 이율배반 행태에 대한 반발심리가 강하다. 독고구검의 적수는 규화보전인데, 명나라 환관이 저술한 무공 비급이다. 이를 연마하려면 먼저 거세를 해야 한다. 권력과 명예에 눈이 먼 무림인사들은 규화보전의 행방에 촉각을 세우고, 칼부림과 살육이 벌어진다. 정파도 예외일 수가 없다. 군자검이라 칭송받던 화산파 장문인 악불군은 무림맹주가 되기 위해 규화보전의 파생검법을 손에 넣고, 결국 거세까지 한다. 위선의 극치다.



무초승유초는 허례허식과 위선, 명예심에 맞서서, 자유와 인간 본성을 향한 검법이다. 그래서 선발 중심이고 시원한 쾌속이 중요하다. 자유롭게, 혹은 빠르고 매섭게 세상의 위선과 모순을 찔러야 한다. 반면, <의천도룡기>에서 장무기는 후발이승의 원리, 상대의 힘을 융화하고 반탄시키는 무공을 주로 활용한다. 태극권과 태극검은 마음과 의지에 몸이 따라간다. 마음이 중요하고, 마음의 본체는 양지에 있다. 그래서 선빵이 아니라 상대의 힘을 제어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된다. 이처럼 김용 작가의 무협지는 작품의 주제에 맞게 무공을 설정하고, 문파나 작중 배경의 특색에 맞는 무공이 나온다.     



4. <의천도룡기> 주제는 양지다.



<의천도룡기>의 핵심 주제는 양지다. 중화주의, 주인공이 초야로 떠나는 결말은 김용 소설의 단골 레퍼토리다. 장무기 부모가 좌초된 곳이 빙화도인데, 풀이하자면 얼음과 불의 섬이다. 겉으로는 빙산인 듯 하지만, 섬 안에는 화산이 있어서 초목과 짐승이 자란다. 그 섬에서 의부 사손이 미쳐가던 와중에 생명의 탄생을 접하고 양지를 찾는다는 구절이 나온다. 또한 장무기가 먼저 접곡의선 호청우를 만나 의술을 배우는 과정이나, 그가 쓴 후발이승 원리의 무공들, 복수보다 치유와 화해의 행보를 보여준다. 장무기를 만난 사파 명교의 무리와 무림인사들은 장무기에게 감화되어 선심이 발동한다. 물론 끝까지 악당도 있고, 장무기가 마음이 선하여 우유부단한 행보를 보이는 탓에 당하는 내용도 있지만, 결국 장무기는 타고난 착한 본성을 외면하지 않는다.



왜 갑자기 <의천도룡기>가 떠올랐을까. 작금의 현실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갈수록 사회적 신뢰가 하락하고 있다. 신뢰는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고, 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선 이러한 성숙한 문화 자본이 필요하다는 주장엔 이론이 없다. 그러나 형벌은 사기, 기만에 관하여 얼마나 관대한가. 일단 잇속을 위해서 챙기고 보자는 심보를 조장하는 건가 싶기도 하다. 개인적 문제로 중개업자를 만났는데, 책임을 안 지려고 헛소리와 아무말 대잔치 향연을 벌이는 게 장기인 인간이었다. 한동안 장바구니에 담아놓았던 <개소리에 대하여>란 책을 주문했다. 시국으로 가자면 최근 국정농단이 그렇다. 당사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천인공노한 짓을 한지를 깨닫지 진심으로 뉘우치지 않는다. 변호인단의 변론도 마치 아무말 대잔치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일까. 드라마 <정도전>과 <의천도룡기>를 다시 보고 있다. 마음이 진정되었다. 먼 곳을 바라보지 않으면 발 밑에 근심이 쌓인다고 하였던가. 우선 나부터 울화를 다스리고 양지를 되찾아야지 싶다. 다만 무협지 주인공은 절세 무공을 익혔는데, 과연 나에겐 무엇이 있어 의지처를 삼을까. <숫다니파타>의 구절처럼 스스로 의지처를 삼아야겠지만, 헛헛한 마음이 자꾸 앞을 가로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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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고수의 길 마음을 보는 사주 심리학 시리즈 1
김재완 지음 / 지천명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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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리고수의 길 - 마음을 보는 사주 심리학 1>



명리학 중에서 사주 심리를 분석한 책이다. 여덟 글자 명식으로 사람의 심리를 알아본다. 그리고 대운, 세운으로 마음의 향방을 알아본다. 저자 덕연 김재완 교수는 서라벌대학 교수를 역임했고, 인터넷 홍익 tv 강사로 활동 중이다. 예전 지인이 홍익 tv로 사주, 기문둔갑을 독학하여 알게 되었는데, 운명학 강의 사이트 중에선 유명하다고 한다.

저자의 사주 심리학 강연을 책으로 엮었다. 구어체에 학생과의 질의 응답을 실어서 읽기가 편하다. "첫째는 음양이고, 둘째는 오행이다, 그리고 육친이며, 심리를 바라보자, 이후로 운을 보고, 마지막으로 마음을 읽어내자."가 목차다. 기본에 충실하다. 각각의 심리와 부족할 때 생기는 현상을 설명한다. 그리고 이를 응용하여 종합 통변을 해 본다. 쉬운 내용은 아니지만 설명이 친절하다.



책은 고급론 시리즈다.


기초 소양을 전제로 풀어나가기 때문에 입문자에겐 맞지 않다. 입문서를 보고 난 뒤에 사주 심리에 관심이 생겼거나, 혹은 암기식으로 익혀서 사주 이해가 부족하다면 번짓수를 잘 찾았다.  시중에 개설서는 많지만 중급 독자를 위해 구체적으로 설명한 서적은 드물다. 그럴 것이, 대체로 막연하게 사주를 배워볼까 하며 관심 가지는 독자 상당수가 몇 페이지 읽다가 그만두기 때문이겠다.

입문서는 말 그대로 개론적 성격을 띄니 알맹이를 이해하긴 어렵다. 상생, 상극 작용을 제대로 알아야 식견이 생길텐데, 암기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예를 들어, 저자 김재완 교수는 사주에 금(金)이 많다고 성격이 까칠하다고 단언할 수 없고, 양인격과 백호대살이 있다고 한 성깔 한다고 섣불리 판단해선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모든 것은 마음가짐에서 비롯된다는 유식론적 관점이 아니라도, 마음씀씀이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장래가 결정된다. 길흉화복도 내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의 문제 아닐까 싶다. 특히 음양, 오행, 육친을 제대로 알려면, 그 속에 담긴 심리 작용을 파악하는 단계를 거쳐야 한다. 책의 서문과 사주심리학 개론을 부분을 발췌해 본다.


서문


"많은 철학적 명언이나 담론들은 모두 인간의 그릇된 심라와 마음을 직관하고 통찰하여 현재 자신의 포지션을 인지할 수 있는 도구가 된다. 그런데도 사람은 자신의 마음 속에 일어나는 감정의 고개를 넘어가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그것에 휘둘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디론가 휩쓸리고 있음에도 그것을 자신의 의지라고 착각한다. 대단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명리학은 인간의 서로 다른 환경과 조건의 파장과 율동을 분석하는 학문이다."


"명리학의 역할은 크게 자신의 포지션을 알아 지금 자신이 할 일과 미래에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고, 그러한 사유로 인하여 얻는 것과 포기해야 하는 것을 분명히 알게 해 준다.

"타고난 사주팔자는 그 사람의 욕망 모습과 형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사주심리학 개론

"사람들은 모두 자기 착각 속에서 빠져서 사는 겁니다. 그런 나르시시즘의 착각이 그 사람의 주변 사람과 자신의 인생에 영향을 끼치면서 살아가는 모습을 우리가 흔히 말하는 '八字'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주심리학에서) "심리라는 것은 일간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의 마음입니다. 대부분 마음을 이루고 있는 구조를 알 수 없으니 자기가 자기의 마음을 모르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내용은 쉽지 않지만 설명은 친절하다.



관계로 분석하여 이해가 쉽다. 예컨대, 火의 심리 설명에서 몇몇을 인용해 보면,



"화(火)의 과거는 무엇입니까? 분발심(木)입니다. 木으로 열심히 뛰었다는 겁니다." "이런 경험과 과정이 있따고 생각하니 '나는 고생 끝에 성취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火의 미래는 보상(金)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火의 정보는 굉장히 부가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고,""많은 사람이 와서 물어보면 火인 내가 정보의 우위를 차지하고 내가 잘났으니까 이것저것을 알려줍니다." "사람들한테 정보를 알려주고 지도하면서 앞으로 끌고 갑니다. 관성을 火로 쓸 때 또는 내가 火를 쓸 때는 타인을 지도하거나 교육하면서 살게 됩니다. 특히 "金, 火가 있으면 금화교역金火交易이 되어 고부가가치가 됩니다."(p34~35)라고 설명한다.



사주는 일간과 다른 일곱 자 간의 관계다. 오행, 육친뿐만 아니라 대부분 개념이 관계를 통해서 성립된다. 왜 재생관財生官에서 재가 중요한지, 식상생재食傷生財에서 재가 없으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면 관계 파악이 우선인데, 특히 사주심리학이 그렇다. 이해가 없으면 단순 암기식 설명으로 넘어갈 따름인데, 책은 그 관계를 명확히 짚어나간다. 신뢰가 간다. 나아가 타인의 사주와 조화를 맞춰보고 관계를 유추하기도 한다. 궁합이다.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지만, 내 성격과 용신, 기신을 통한 인간관계 분석도 흥미롭다.



마지막으로




사주 심리학, 사주에 담긴 욕구와 욕망을 다뤄서인지 저자의 철학이 엿보인다. "타고난 사주팔자는 그 사람의 욕망 모습과 형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오행을 과거, 미래로 살펴보았듯, 사주 심리 통변은 마음 기저의 욕망과 현재 심리상태, 그리고 지향점을 알아보는 시간이다. 그리고 대운과 세운이 심리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보고 지금 내가 과욕 혹은 나태에 빠져있지 않은지 단속해 보는 시간이다. 진퇴(進退)에 현명한 판단이 선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르며, 내 마음을 나도 모르고 살아간다. 사주를 통해서 통찰해 보면 어떨까 싶다.



다만 책 가격은 친절하지 않다. 사주명리는 강의와 교재가 비싸다. 강의비가 비싸니 그것을 엮은 책은 두발 할 필요가 없다. 게다가 중급, 고급론으로 갈수록 수요가 한정된 분야라 가격대가 높다. 덕연의 사주심리 강의 고급론 시리즈가 추후에 몇 권으로 구성될지 모르겠지만, 독자를 위해서 다만 오천 원이라도 깎여서 출간되기를 내심 바라본다.


"타고난 사주팔자는 그 사람의 욕망 모습과 형태를 나타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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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더랜드>에 대한 서평을 썼다. 역설적이게도 읽고 할 말이 많은 책은 서평 내용이 길어지고 중구난방이 되기 일쑤다. (http://blog.aladin.co.kr/733820179/9164479) 요약하면 책은 인간의 재미와 놀이 본능이 인류 문명을 어떻게 발전시켰는가다. 패션과 쇼핑, 음악, 맛, 환영, 게임, 공공장소를 여섯 주제를 흥미롭게 풀었다. 역사를 좋아하는 호사가의 입담, 혹은 재밌는 다큐멘터리를 접한 것 같다. 저자 스티븐 존슨은 <뉴스위크>가 선정한 '인터넷상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50인'에 포함된 과학저술가다. 책 뒷면에는 이어령 전 장관,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등 다양한 인물들의 추천사를 볼 수 있다.

 

 

 

다음은 <원더랜드>를 읽고 관심이 생긴 책, 그리고 읽으면서 떠오른 책들이다.

 

 

 

-안 읽은 책- <원더랜드>의 저자 스티븐 존슨의 저서로, 우리나라 독자에게 이름을 알린 책이다. 오늘날의 세상을 만든 6가지 혁신이란 주제로,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을 다루고 있다. 역사는 재밌다. 오늘날 현실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맥락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맥락이 있는 지식은 재밌다. 유리, 냉기, 소리, 청결, 시간, 빛으로 오늘날 현대 사회를 만든 맥락을 살펴본다니 관심이 생긴다.

 

 

 

 

 

 

 

 

 

 

 - 안 읽은 책- "지난 세월 동안 나는 문명은 놀이에서 생성되고, 놀이로서 전개된다는 확신을 품게 되었다." <호모 루덴스>는 요한 하위징아가 1938년 출간한 인문사회 명저다. 이성적 인간 호모 사피엔스, 만드는 인간 호모 파베르에 이어 놀이하는 인간 호모 루덴스에 주목한다. 다양한 문화의 유희 개념을 다각적으로 고찰하고, 놀이가 문명에 파생된 것이 아닌 그 자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고 한다. 아직 읽어보지 않았다. 워낙 유명한지라 언젠가 읽어야지 계획은 했지만, 당시엔 유희와 문명 발전의 관계에 대해서 별로 관심이 없었다. 독특하고 대안적인 시각 중 하나라고만 여겼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이와 유희 본능이 인류 문명과 발전에 어떤 밀접한 연관이 있는지를 <원더랜드>를 읽고 더 알아보고 싶다. 지금이야 문화산업과 첨단산업이 게임과 오락 문화와 직접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은 상식이지만, 1938년 당시에 이런 통찰을 한 것이 놀랍다. 꼭 읽어보고 싶다.

 

 

 

 

 

 

 - 안 읽은 책 - <원더랜드>를 읽고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러 샀다. 1958년 출간되었고, 문예출판사 번역판 뒷 표지에는 "놀이와 문화의 상관관계에 주목, 인간을 열광케 하는 놀이의 영역을 경쟁, 운, 모의(模擬 ), 현기증이라는 매우 독창적이고 새로운 범주로 분류하고 이를 바탕으로 하여 문화의 발달을 고찰한다."고 나와 있다. 놀이와 문화, 인간에 주목하지만, <호모 루덴스>와 시각차가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아직 안 읽었다.

 

 

 

 

 

 

 

 

 

창조와 창의력의 근원을 다룬 책이다. 저자 케빈 애슈턴은 사물인터넷의 권위자로, 창조는 플라톤이 말했던 것처럼 시인이 뮤즈신의 영감을 받아 작품을 쓰는 게 아니라 기존에 있었던 창조의 결과물로부터 한 단계 발전한 것이라고 한다. 과거의 유산들을 열심히 습득하는 과정과 새롭게 보기를 통해서 창조가 결실을 맺는다. 예컨대, 의사들은 CT 촬영지로 암세포는 쉽게 찾지만, 촬영지에 합성한 고릴라 문양은 발견하지 못했다. 선택적 집중을 하기 때문이다. 체스선수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생각하는 경우의 수가 적다. 불필요한 수를 선택지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로운 전략을 창안하기 위해선 새롭게 보기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창조가 나온다. 이러한 결과물은 또다른 촉매제가 되어 새로운 창조를 낳는다. 아마 저작권에 대한 부정적인 주장 가운데 이러한 관점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그러한 창조 과정에 기여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 혹은 편견 때문에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던 인물들을 소개한다. <원더랜드>에서 에드몽의 손짓을 읽고 떠올랐다. 농장 흑인 노예 에드몽 덕에 그나마 바닐라가 사치품에서 일등품으로 대중화되었고, 애드몽의 손짓은 그가 창안한 바닐라 수분 방법을 일컫는다.

 

 

 

 

 

 

 

수헉자들이 도박에 도전했던 역사를 소개한다. 운과 무작위성을 지배하기 위한 수학자들의 노력과 연구를 담았다.<원더랜드>에서 균일한 주사위가 발명되고 무작위성에 대한 연구가 촉발되었듯이, 주사위, 카지노에 도전한 수학자들이 어떻게 판돈을 땄는지가 나온다. 그 과정에서 확률과 통계, 게임이론, 수학사의 한 획을 그은 업적들이 나왔다는 점이 신기하다. 일례로 MIT 컴퓨터 공학자 에드워드 소프와 섀넌은 카지노 룰렛에 도전했고, 실제로 관련서를 여러 권 출간했다. 그 후 금융회사를 만들었고, 헤지펀드 등 이슈와 논란이 되고 있는 금융공학에 일조했다.

 

 

 

 

 

 

 

놀이와 유희의 대상인 예술 명작 뒤에 숨겨진 러브스토리를 소개한다. 그 중에서 바흐가 기억에 남는다. 10명이 넘는 자녀를 비롯한 대식구 살림에 언제나 빠듯했고, 결혼을 세 번 했다. 그러나 현모 양처를 만났고, 자녀들도 아버지를 닮아 예술적 재능이 탁월했다. 당시엔 여성이 커피를 즐기는 것을 금기시하는 관행이 있었는데, 커피가 임신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풍문도 돌았다. 그러나 바흐의 딸들은 커피 애호가였고, 바흐는 타일러도 봤지만 소용이 없어서 결국 딸을 위해 커피 칸타타를 작곡한다. 커피하우스의 격의 없는 문화가 보수적인 여성관과 맞지 않아서였을까. 유독 여성의 유행은 터부시하고 사회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건 뭘까 싶기도 하다. 하지만 런던 '옥양목 귀부인들' 덕택에 산업 혁명이 촉발된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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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랜드 - 재미와 놀이가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을까
스티븐 존슨 지음, 홍지수 옮김 / 프런티어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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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 좋은 술을 앉은뱅이술이라 한다. 맛에 취해 마시다보니 일어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는 우스개소리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은 책도 앉은뱅이책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신간 <원더랜드>가 그랬다. 오랜만에 집중해서 읽었다. 아직 독자로서 내공이 덜 여문지라 독서 안목이 평판에 좌우되는데, 이어령 전 장관, 이시형 박사, 정재승 교수 등 다양한 인사가 추천한 책이라 눈길이 갔다. '재미와 놀이가 어떻게 세상을 창조했을까'라는 주제에 맞게 재미와 놀이가 가득했고, 그것이 인류 문명을 혁신하는 과정을 담았다.



예컨대, 영국에서 촉발된 산업 혁명은 인류 3대 기술 혁명으로 일컬어진다. 면직물을 대량생산하기 위한 방직기 등이 발명되면서 박차가 가해졌는데, 왜 방직기였을까는 생각지 못했다. 1600년대 막바지 무렵부터 런던 상류층 사회에선 목화로 만든 면직물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기존의 까슬한 모 섬유에 비해 면 섬유의 부드러운 촉감은 단번에 부유층 여성에게 속옷 등 다양한 형태로 파급되었고, '옥양목 귀부인'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까지 했다. 영국 의회는 '옥양목 귀부인들'이 경제를 를 위협하고 있다는 책자를 대대적으로 발간했다.(p.56~58) 결국 이러한 패션 유행은 광풍처럼 번졌고, 일반 대중들에게 퍼져나갔다. 수요는 공급을 부른다. 면직물 대량생산을 위한 방직기의 발전으로 이뤄졌다. 패션 혁명은 런던 상업가의 풍경까지 바꿔놓았다. 단순한 상거래 장소에서 소비를 유혹하는 곳으로 변모하였다. 상인들은 재산의 3분의 2를 상점을 꾸미는 데 썼고, 결국 이러한 관행은 백화점과 상업 도시화를 촉발시켰다. 한편으론 옥양목 수요를 맞추기 위해 식민지 약탈과 노예 산업, 공장근로자의 열악한 환경 등 인류 기술 혁명의 바탕엔 반인륜적 흑역사가 맞물려 있다.



산업 혁명은 인류 문명의 혁신이었다. 하지만 역사 교과서는 왜 산업 혁명이 방직기로부터 시작했고, 면직물 대량생산이 당시 사회적 풍토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를 가르쳐 주지 않는다. 마치 문명을 통찰한 혁신가들이 몇 백년 역사를 꿰뚫어보고 첫 발을 내딛은 양 생각하기 일쑤다. <원더랜드>는 그 간극을 메워준다. 근대 시기 사치 풍조로 사회적 비난을 받았던 '옥양목 부인들'이 산업혁명이 태동한 배경 중 하나였고, 산업 도시가 발전할 수 있었던 촉매제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현자의 통찰이 아니라, 그들의 재미와 놀이가 원더랜드를 설계하는 동력이 되었다.



마찬가지로 향신료가 교역과 무역을 활성화시킨 중대한 유인 중 하나였는데, 실용적인 관점에서 설명하다보니 오류에 당착한다. 정향과 육두구, 후추같은 향신료가 보존이 용이하지 않은 음식물 보관에 도움이 됐기 때문에 무역이 발전했다는 식이다. 그런데 후추는 상류층이 향유하던 사치품이었다. 음식보다 비싼데, 음식을 보존하기 위해서 후추에 메달렸다는 설명은 아귀가 맞지 않다. 앞뒤가 바뀐 것이다. 향신료에 매료된 사람이 먼저다. 로마는 인도와 후추 무역으로 막대한 교역 적자를 봤고, 이것은 로마가 몰락하는 계기 중 하나였다. 피에르 푸아브르(영어로 하면 피터 페퍼다)는 향신료를 유럽에 대중화시킨 일종의 산업스파이였다. 네덜란드는 동인도 무역으로 막대한 무역 수입을 올리고 있었는데, 이 외팔이 프랑스인이 지구 반대편에서 씨앗 한 줌을 훔쳐온 탓에 쇠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놀라움, 유희를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다. 뼈로 만든 피리는 기원전 3만 3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생존을 위한 척박한 환경 속에서 인류는 동물의 뼈로 무기와 생활용품이 아닌 피리를 만들었다. 벽화는 눈에 보이는 예술이지만 음악은 지극히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놀랍다. 구석기 뼈 피리는 지금도 쓰이는 음정 체계를 갖고 있었다. 음악을 향유하려는 열정은 연주에만 그치지 않았다. 음악을 기록하고 자동으로 재생시키려는 욕구다. 공자도 음악을 듣고 삼일 동안 침식을 잊었다는데, 내가 원할 때 손쉽게 즐기고 싶은 욕망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슬람 문명이 융성하던 시기에 바누 무사가 저술한 <기발한 장치들이 수록된 책>에는 저절로 음악을 연주하는 자동기계가 나온다. 저절로 음악을 연주하는 장난감은 어떻게 파급되었을까. 바로 프로그래밍이다. 16, 17세기 기계공학의 금자탑으로 불리는 뮤직 박스로 발전하였고, 이러한 원리는 방직기에 활용되었다. 건반악기에서 타자기 키보드가 파생된 덕에 컴퓨팅 기술을 급속하게 발전할 수 있었다. 음악을 자동으로 연주하고 녹음하려는 인간의 유희는 결국 코드화 개념으로 이어졌고, 모스 부호, 주파수, 또 주파수 변조기술이 확장대역 기술로 진화해, 무선전화통신망, 블루투스, 와이파이 등으로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유희는 기술 문명의 발전만을 가져오지 않았다. 물론 기술 발전과 문화는 별개가 아니지만. 도미니크 수도회 수도사인 야코부스 데 체솔리는 다양한 사회집단의 바람직한 역할과 관련한 설교로 명성이 자자했다. 결국 사람들의 요구에 힘입어 책으로 출간되는데, 바로 역사상 두 번째로 영어로 인쇄된 <평민의 관습과 귀족의 책무에 관한 책>이다. 일명 <체스 게임>이다. 체스 교본인 동시에 기물들을 여러 사회 집단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이 책은 당시 중세 사회구조를 해체하는 데 일조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수도사가 쓴 체스교본이자 설교집이 말이다. 바로 왕 중심의 단일 유기체적인 정치체제에 대한 시각을 바꿔놓았다. 체스판 위의 기물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룰에 따라 움직인다. 사회를 체스에 비유함으로써 사회 구성원들을 독립된 인격체로, 사회를 법률과 계약 집단으로 바라본 것이다. 사회계약론의 원조라고 할까. 애초에 모노폴리는 자본주의 체제를 비판하는 데서 시작했다. 당시 보드게임은 교훈을 위한 재미를 추구했다. 종교적 가르침이 주를 이었고, 여전히 인기 게임인 인생게임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모노폴리의 원조가 되는 '지주게임'은 리지 메기라는 신여성에 의해 발명되었다. 시인, 언론인 등 다양한 직업군에 종사한 여성참정권자로, 사회정치적 혁명수단으로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에 입각한 지공주의로 지주들의 횡포를 비판한 것인데, 교훈성에 치중하여 성공하진 못했다. 이를 찰스 데로우가 지금의 모노폴리로 발전시켰고 대성공을 거뒀다. 자본주의적 요소를 담고 있어서 수업 보조교재로 쓰인다는 그 보드게임. 리지 메기의 처음 취지와는 정반대로 세계적인 게임으로 거듭났다. 뿐만 아니라 커피하우스에서 수많은 사상과 예술이 태동했고, 선술집은 민주주의가 꽃피게 된 광장 문화의 주역 중 하나였다. 오늘날 맥주집을 일컫는 펍(pub)이 퍼블리칸, 퍼블릭 하우스의 줄임말이듯이.



작년 이세돌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이 전세계인의 이목을 끌었다. 체스계는 1997년 체스마스터 파스카로프가 IBM 딥 블루에게 패배했고, 일반 체스 유저들이 쓰는 프리츠 시리즈만 해도 체스마스터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반면, 바둑은 체스에 비해 경우의 수가 비할 바가 아니라서 아직은 인간이 우위를 점친다는 분석이 다수였다. 결과는 알파고의 승리였다. 일각에선 최첨단 인공지능으로 바둑을 둔다는 점이 마뜩찮을 것이다. 실용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의 역사에 무지한 소리다. 게임이론이 인공지능으로 발전하고, MIT 대학원생이 모여서 만든 컴퓨터 게임 <우주전쟁!>덕분에 컴퓨터의 다양성과 발전이 증폭되었는지 모르는 소리다.  도박장에서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확률과 통계 이론이 다수 창안되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13세기 즈음 주사위 제조업자들이 균일한 주사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무작위성에 대한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것처럼 말이다.



요한 하위징아는 명저 <호모 루덴스-놀이하는 인간>에서, "지난 세월 동안 나는 문명은 놀이에서 생성되고, 놀이로서 전개된다는 확신을 품게 되었다."고 했다. <원더랜드>는 하위징아의 발견을 흥미롭게 풀었다. 인류 문명의 발전을 실용적인 시각에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특히 그렇다. 각종 컨텐츠 산업, 기술 발전, 요즘 화두가 되는 4차 산업혁명도 실용성과 부가가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다. 정작 기술을 발전시키는 주요한 동력인 놀라움, 유희는 뒷전이다. 닌텐도가 인기면 우리도 닌텐도 만들자, 포켓몬고가 인기면 우리도 증강현실 게임을 만들자, VR이 대세면 우리도 가상현실 기반 컨텐츠를 제작해 보자. 고부가가치 산업이니까. 마치 개발 경제 시절의 마인드다. 구글이나 세계적 업체들이 왜 일과 시간과 놀이 문화를 융합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유도하는지, 우리나라는 수박겉핥기식 선도 업체 따라잡기로 이해하는 시각이 많다. <원더랜드>를 추천하고 싶다. 책에서 사회적 담론을 보는 나도 구시대적 마인드가 아닐까 한편으론 성찰해 본다. 이 책은 무엇보다 그냥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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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왼쪽 미치광이는 오른쪽 - 당신의 일상을 피곤하게 하는 심리 문제의 모든 것
닝안닝 지음, 김정자 옮김 / 정민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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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같은 제목에 표지 삽화를 곁들였다.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본격 심리 치료 책!"이라는데, 과장이 심하다. 책 한 권으로 심리 문제를 치유할 수 있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저술로 숭상받을 것이다. 독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자 하는 너스레로 받아들이고 싶다. 책 자체도 일반 독자를 타겟으로 접근하기 쉬운 심리교양서를 만들겠다는 취지를 잘 살렸다.

첫째, 목차와 구성이 뛰어나다. 일상 생활과 매스컴에서 자주 접하는 신경증과 인격 장애 14가지를 다뤘다. 각 증상마다 자가진단 테스트, 증상, 사례, 현상, 치료, 생존법칙 순으로 짜임새 있게 살펴본다.



case 01. 세상의 모든 걱정을 짊어지다 - 근심증

case 02.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강박증

case 03.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정신병 - 단순 공포증

case 04. 제발 멀리 떨어져! - 사회 공포증

case 05. 내 눈물이 강이 되다 - 우울증

case 06. 지나치게 행복한 당신 - 조증

case 07. 성적 취향에 관한 은밀한 속사정 - 성도착증 상

case 08. 참을 수 없는 성적 욕구 - 성도착증 하

case 09. 내 몸에 다른 영혼이 들어와 있어요 - 성정체성 장애

case 10. 신의 목소리가 들려 - 정신분열증

case 11.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 해리성 정체 장애

case 12. 인생은 영화 같아 - 히스테리성 인격 장애

case 13. 네가 너무 의심스러워 - 편집성 인격 장애

case 14. 누가 대신 결정 좀 해줘요 - 의존성 인격 장애

case 15. 죽으면 어떨까 - 자살



'자가진단 테스트'로 체크 갯수로 증상 유무와 심각성을 파악한다. '증상'은 심리적 장애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사례'는 임상 사례를 담았으며, '현상'은 해당 심리적 장애가 사회적으로 어떤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지를 조망한다. '치료'는 치료법이나 잘못된 인지 구조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생존법칙'은 해당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심리학 개념을 소개한다. 예컨대, 'case 5. 우울증'은 "1. 중도 포기 효과, 2. 베버의 법칙, 3. 피그말리온 효과, 4. 한계 초과 효과 5. 담금질 효과"를 나열하는 식이다.



둘째, 개념 위주로 구성하였다. 학술적인 서술보다 일반 독자가 궁금해 하는 자가 진단, 증상의 개념과 유형, 관련 개념을 파악하기 쉽게 해 놓았다. 위의 열네 가지 신경증과 인격 장애는 학술적으로 다룬다면 책 한 권으로도 부족하겠지만, 일반인은 당장 다이제스트로 쉬운 핵심 요약에 눈길이 간다. 개념 위주, 혹은 명사형 구성이 어울린다. 전문가를 위한 심리학술서는 아니다. 보다 철학적이고 서술식 구성을 원한다면 책 자체의 의도와 맞지 않아서 실망할 것이다.



내용 면에서 셋째, 근심증을 첫 장에 넣은 점이다. 근심증이란 "불특정 다수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병리적 불안으로 인해 발생"(p.21)하는 만성 불안장애의 일종이다. 대체로 심리진단류의 책은 독자에게 불안감을 조성한다. 당신도 심리적 장애가 있어! 라는 식이다. 때로는 신경증을 들어서 자신의 무기력과 불안을 합리화하려는  "지식화"  부류도 있다. 오히려 심리 치유서가 그들을 부추긴다. 그 나름대로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가끔씩 번짓수를 잘못 잡았다는 판단이 든다. 근심증에 가까운 것이다. 근심증도 불안장애의 부류이니, 신경증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원인이 근심 그 자체라면 그것으로 인한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치유책을 찾아야 한다. 첫 장에 근심증을 다룬 점에 칭찬하고 싶다.



넷째, 자살을 경계성 인격 장애와 연계하였다. 자살은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책에서 설명한, 첫째, 절망, 둘째, 문제 해결이 있지만, 셋째, 사랑과 관심을 얻기 위해서다. 모든 자살자가 경계성 인격 장애자는 아니다. 세상 절망에 빠져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람에게, 당신은 사랑과 관심을 얻기 위해서 그랬다고 단정한다면 옛 유행어대로 '두번 죽이는' 행위다. 세 번째 이유가 바로 경계성 인격장애다. "왜곡된 자기 정체성과 혼란스러운 가치관을 가지고, 타인의 관심과 애정을 받으려고 애쓴다."(p.336) 정체성이 혼란스럽기 때문에 자존감이 떨어지고 감정 기복이 심하며, 주변 평판에 지나치게 예민하다. 자해와 자살 시도를 지속적으로 하지만, 목적은 죽음보다 주변인들의 사랑과 관심에 가깝다. 경계성 인격장애 관련 책에는 나오는 내용이지만, 자살을 다룬 책들에선 짧게 소개되거나 간과하는 내용이다. 자살 시도자는 사랑과 관심이 누구나 필요하다. 그러나 경계성 장애자에겐 무엇보다 절실하다.



<천재는 왼쪽 미치광이는 오른쪽>은 흔히 접하는 심리 장애들을 다뤘다. 무엇보다 목차와 구성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심리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앓고 있는데, 과연 어떤 증상인지 알고 싶다면 착을 참고하면 좋다. 손쉬운 테스트와 설명을 만난다. 증상을 규정하여 카테고리화하면 그와 관련된 치유법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나 14가지 증상이 다 내 이야기 같으면 먼저 근심병을 의심해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매스컴과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정신병리에 대한 쉬운 설명을 원해도 도움이 된다. 언론 기사를 보면 많은 사회적 문제 이면에 신경증과 인격 장애가 기저에 있다고 나온다. 조금이나마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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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 2017-02-26 1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마워요, 읽어볼게요

캐모마일 2017-02-27 06:56   좋아요 0 | URL
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