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천재는 요절한다는 생각 땜에 일찍 죽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천재가 아니고 따라서 지금껏 잘 살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오래오래 잘 살고 싶다. 가늘고 길게, 오래 살아야만 보통사람들이 힘들게 도달한 경지를 맛이라도 볼 것 같다. 그러면서 어느 사이 요절을 잊었더랬다. 그런데 어제 주문한 '엘리엇 스미스'와 '에바 캐시디'의 씨디를 받아놓고 한 곡 한 곡 듣다보니 아, 이상하다, 둘다 요절했구나! 그런데 음악이 그들이 요절 때문에 꼭 슬프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살아 있는 느낌이 강렬해서, 그래서 오랫만에 '요절'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죽음이 그들의 음악에 턱없는 아우라를 씌운 것은 아니다. 죽음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까, 이미 자기 생의 극한까지 살아낸 사람들에게 죽음은 새로운 의미를 보태지 않는다. 죽음을 넘은 음악을 오랫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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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미인 - MBC 김지은 아나운서가 만난 스물한 명의 젊은 화가들
김지은 지음 / 아트북스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미술이 새로운 투자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부동산 대신 그림이란다. 세상은 정말 순식간에 바뀐다. 미술을 한다면 배고플 거라는 말은 그럼, 다 옛말이 된 걸까? 글쎄... 암튼 키울 싹을 키우고 돈이 갈 데로 갔으면 좋겠다.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 아나운서 김지은이 썼다는 말에 사실 기대를 안했다. 아나운서와 현대미술이 썩 어울리는 조합 같지도 않았고, 괜한 이름값에 필자의 미모를 앞세운 그런 책인가 싶었는데, 읽어본 순간 깜짝 놀랐다. 현대미술에 대해선 거리감에 심지어 거부감까지 갖고 있던 내게 이 책은 아주 친절하고 다정하게 현대미술을 얘기해주는 가정교사 같았다. 개인적 감상 혹은 일기 같은 것까지 들어 있어서 어떤 점에서 좀 난삽해 보이는 책인데, 일단 처음부터 하나씩 읽어내려가면 그 모든 게 다 아우러져 다정한 울림을 준다. 가장 큰 장점은 현대 한국 미술가들의 꽤 넓은 스펙트럼을 일견할 수 있다는 것. 그들의 표현은 저마다 달랐지만 그들의 진지함은 똑같았다. 부디 젊은 그들이 자본의 공세를 이기고 -이 책에 소개된 낸시 랭은 자본을 이용한다는 패기에 스스로 이용당하는 면모를 이미 보이고 있으니- 끝까지 이 진지함을 잃지 않기를!

사족을 하나 단다면, 비록 이 책이 한국 현대미술만을 다루고 있지만 한젬마식의 미술 교양서보다 더 미술을 접하는 바른 길을 알려준다는 것이다. 어설픈 입문이나 교양서보다 때론 이런 식의 주제별 접근이 좋은 입문의 길이 되기도 한다는 걸 가르쳐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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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 2년마다 한 번씩 이사를 가게 되었다. 철마다 발이 간질거리는 철새형이라기보다는 어디에 자리를 잡으면 선뜻 떠나지 않는 텃새형인데, 스스로도 이상하다.

그나저나 이사를 할 때마다 책이 골치다. 이삿짐을 나르는 분들은 책장을 보면 다 상을 찡그린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책도 잘 안 사고 또 툭하면 버리고 나눠주고 해서 꽤 많이 줄어들었는데도 아직도 부담스럽다. 제일 문제는 젊은 시절에 열심히 사고 읽고 했던 책들이다. 마르크스의 저작들은 앞으로 읽을 일이 없겠지 싶으면서도 무조건 챙긴다. 하지만 중국혁명, 제2인터내셔널과 코민테른, 라틴아메리카 혁명사, 종속경제론 등등의 지금은 잊혀진 분야의 책들은 늘 고민이다. 이걸 헌책방에 갖고 갈까? 힘들게 가져갔는데 안 사면 어쩌나? 그냥 내놓을까? 그래도 혹시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는데 너무 아깝잖아!... 지난 5,6년간 한번도 들쳐보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성싶다. 그런데도 차마 버리지를 못한다. 미망인지 미련인지... 어차피 이삿날은 코앞. 이번에도 다시 싸들고 가게 생겼다. 그러나 이번엔 이사를 가서라도 큰맘 먹고 헌책방을 가봐야겠다. 혹시 한국 식민지시대사에 관심이 있어 [노동관계자료집]이나 [조선은행사] 영인본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면 덩치 큰 책들이 빠진 자리에 재미있는 소설책이며 만화책들을 여럿 꽂아놓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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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좋은 작품은 많은 사람의 눈에 띄기 마련이다, 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가끔은 기분 좋은 배반을 당할 때가 있다. 그저 제목에 끌려서, 혹은 도서관 서가에 툭 튀어나와 있어서 무심코 집어든 소설이 가슴에 오래 남는 일, 드물지만 행복한 경험이다. 그렇게 만난 소설들인즉,


8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시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07년 06월 19일에 저장

흑인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여성주의 소설. 그러나 '흑인', '여성'이라는 틀을 넘은 작가의 넓은 시선은 '여성주의 소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깸과 동시에 여성소설의 비전을 보여준다.
산소리
가와바타 야스나리 지음, 신인섭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4월
8,500원 → 7,650원(10%할인) / 마일리지 420원(5% 적립)
2007년 06월 19일에 저장
구판절판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놀라운 작품. 며느리를 바라보는 시아버지의 심리가 아프도록 섬세하게 묘사된다.
인생의 친척
오에 겐자부로 지음, 박유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5년 5월
9,000원 → 8,1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5% 적립)
2007년 06월 19일에 저장
절판
오에 겐자부로의 작품을 재미있다고 말하긴 어려운데, 이 작품만은 예외다. 뭣보다 이해가 쉽고, 소설의 여주인공은 내가 만난 여주인공 중 베스트 3에 들어갈 만큼 매력적이다.
거짓의 날들 1
나딘 고디머 지음, 왕은철 옮김 / 책세상 / 2000년 3월
7,500원 → 6,750원(10%할인) / 마일리지 370원(5% 적립)
2007년 06월 19일에 저장
구판절판
역시 장편인가! [가버린 부르주아의 세계]에서 느낄 수 없던 고디머의 힘을 맛볼 수 있다. 여성 성장소설의 외형 속에 사회와 삶에 대한 끈질긴 질문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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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내 고향에서는 진리는 상상의 문제라고 가르쳤었다.

-어슐라 르 귄의 <어둠의 왼손>을 시작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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