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2년마다 한 번씩 이사를 가게 되었다. 철마다 발이 간질거리는 철새형이라기보다는 어디에 자리를 잡으면 선뜻 떠나지 않는 텃새형인데, 스스로도 이상하다.

그나저나 이사를 할 때마다 책이 골치다. 이삿짐을 나르는 분들은 책장을 보면 다 상을 찡그린다. 그래서 어지간하면 책도 잘 안 사고 또 툭하면 버리고 나눠주고 해서 꽤 많이 줄어들었는데도 아직도 부담스럽다. 제일 문제는 젊은 시절에 열심히 사고 읽고 했던 책들이다. 마르크스의 저작들은 앞으로 읽을 일이 없겠지 싶으면서도 무조건 챙긴다. 하지만 중국혁명, 제2인터내셔널과 코민테른, 라틴아메리카 혁명사, 종속경제론 등등의 지금은 잊혀진 분야의 책들은 늘 고민이다. 이걸 헌책방에 갖고 갈까? 힘들게 가져갔는데 안 사면 어쩌나? 그냥 내놓을까? 그래도 혹시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는데 너무 아깝잖아!... 지난 5,6년간 한번도 들쳐보지 않았으니 앞으로도 볼 일이 없을 성싶다. 그런데도 차마 버리지를 못한다. 미망인지 미련인지... 어차피 이삿날은 코앞. 이번에도 다시 싸들고 가게 생겼다. 그러나 이번엔 이사를 가서라도 큰맘 먹고 헌책방을 가봐야겠다. 혹시 한국 식민지시대사에 관심이 있어 [노동관계자료집]이나 [조선은행사] 영인본이 필요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그러면 덩치 큰 책들이 빠진 자리에 재미있는 소설책이며 만화책들을 여럿 꽂아놓을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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