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사람인가 - 선인들의 자서전
심경호 지음 / 이가서 / 2010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신문 서평을 보고 구해 읽었다. 옛사람들의 자화상이라는 주제가 흥미로웠다. 아주 많은 사람들의 글이 소개되어 있어 옛 자료를 훑어본다는 측면에선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쉼움이 크다. 

뭣보다 번역이 아쉽다. 한문 표현을 그대로 옮긴 번역이 워낙 많아서 뜻을 짐작키 어려운 대목이 꽤 많았다. 고전을 그럭저럭 읽은 내게도 버거우니 고전문이 처음인 독자에게는 어떨지... 

또 처음엔 자서전 전체를 번역한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어떤 글은 전문이, 어떤 글은 부분부분 발췌였다. 기준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역자가 중간에 설명글을 넣는 것보다 전문 소개를 원칙으로 하면 어땠을까 싶다. 한 편의 글은 전체로서의 완성도라는 것이 있는데 장편도 아닌 글을 이리저리 짜깁기 해놓으니 독자로서는 전체상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마지막으로 편집의 아쉬움. 원문과 역자의 설명글을 글자색으로 구분했는데, 이 색 차이가 애매한 부분들이 꽤 있다. 인쇄의 잘못이지만 애초에 그런 점까지 고려해서 편집했으면 좋았겠다. 그보다 더 큰 아쉬움은 디자인의 보기좋음을 고려해 괄호를 안 쓰고 글자를 작게 해 한자를 병기하고 간단한 설명주를 달았는데, 이 한자의 음독이 있다가 없다가 하기도 하고 설명 역시 기준이 뭔지 알기 힘들다. 편집자가 인문서로서의 정확성과 가독성보다 모양 내기에 치중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심양장계 - 심양에서 온 편지, 서남동양학자료총서 서남동양학자료총서
소현세자 시강원 지음, 정하영 외 옮김, 이강로 감수 / 창비 / 2008년 3월
평점 :
품절


소현세자의 아내로 청나라에 함께 끌려갔던 강빈에 대해 관심이 생겨서 이 책 저 책 읽다가 당시 심양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이 책을 발견했다. 어마어마한 두께의 책을 받아보니 처음엔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읽기 시작하자 빨려들 듯 읽게 된다.  

일주일에 한두 번씩 조선 조정으로 보낸 보고 편지를 모은 이 책은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기막힌 성과다. 때론 하루에도 두 번씩 보고서를 보내는데, 이걸 쓴 관리의 고단함이 눈에 선하고, 조선과 심양 사이의 먼 거리가 가져올 오해를 염려하는 그의 노심초사가 안타깝다.  

책을 읽을수록 인조의 정치적 무능은 물론 그가 저지른 끔찍한 패륜에 대해서도 용서하기 힘들어진다. 조선왕조는 삼전도에서 무릎을 꿇었을 때 망했어야 했다. 그 무능하고 잔인하고 어리석은 왕조가 무너졌다면, 이런 성실한 기록을 가능케 한 힘은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세상을 이뤘으련만. 해봐야 소용없는 게 역사적 가정이지만 하도 답답하니 그런 생각마저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안 읽어도 누가 뭐라는 건 아닌데 그동안 한국소설들을 너무 안 읽었다는 생각이 들자 의무감 비슷한 게 생겼다. 그래서 요즘 유명짜한 작품들을 몰아 읽었다. 

공지영의 [도가니]는 성폭력에 대한 소설. 소설의 계몽적 역할을 믿는 작가답게 이번 소설도 성폭력이라는 사회문제에 대해 대중적으로 호소력있게 전달하고 있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서 문제를 안이하게 풀어나갔다면 이번 작품은 그보다는 고민이 깊었던 느낌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여운은 짧고, 독자의 몫은 너무 적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는 참 편안한 소설이다. 작가도 쓰기가 편했을 것이고 독자도 생각할 필요가 없다. 엄마 얘기다. 엄마에 대해 새로운 발상이나 고민은 없다. 그냥 누구나 엄마는 이럴 꺼야, 아니 엄마는 이런 거지, 이래야 하지, 라고 생각하는 그런 엄마를 얘기한다. 엄마의 은밀한 사랑 같은 에피소드를 집어넣은 건, 작가가 그렇게 너무 상투적인 엄마상을 그리는 게 민망해서 나름대로 고민한 흔적 같지만, 작품 내적으로 유기적이지도 않고 오히려 작가의 영악함을 보여주는 듯해서 오히려 읽는 내가 더 민망하다. 신경숙은 글 쓰는 법을 아는 작가인데 왜 아직 늙지도 않았는데 이런 식으로 자신을 소비하는지 모르겠다. 성공이라면 충분히 했지 않은가. 

김훈의 [공무도하]는 앞에서 절반까지 읽다가 맨 뒤부터 다시 1/3를 읽다가 결국 그만두었다. 김훈은 역시 산문이고, 소설은 단편이 좋다. 장편은 정말...건너기 힘든 강을 건너는 느낌이다. 무엇보다 자의식 과잉이 읽는 이를 지치게 한다. 한국의 지가를 올린 [칼의 노래]나 [남한산성] 때도 숨이 막히는 느낌이었지만 이번 작품은 그 정도가 더하다. '삶은 비루하고..던적스럽다'는 소설 속 문장을 읽는 순간,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이 그야말로 던적스럽게 느껴졌다. 세상에서 제일 입맛 쓴 것이 포즈의 허무주의를 보는 게 아닌가 싶다. 허무는 허무로 말해질 수 있는 게 아닌데, 그건 문장 너머의 절망이고, 그 절망은 스타일이나 포즈로는 닿을 수가 없다.  

알라딘에 책을 주문했더니 김연수의 신작단편집의 일부를 담은 소책자가 함께 왔다. 그 짧은 소설을 아직도 읽지 않았다. 김연수의 수다스러움을 지금 내가 감당하기엔 이 세상이 너무 수다스럽다.   

한유주의 [얼음의 책]이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평론가들이 통속소설을 굉장한 예술적 성취로 상찬하는 데 대해 스스로 자괴감을 느껴 이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면, 이 작품의 무엇이 그리 대단한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대중성을 과감히 포기하고 스스로의 문법으로 글을 쓰는 그 과감함에는 물론 나도 한 표 던진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화 '웰컴'을 보다. 영화평론가 김세윤이 극찬을 했길래 주저없이 선택했는데, 영화 중간쯤 느닷없이 눈물이 나더니 자꾸 눈가를 훔치게 했다.  

고향 이라크에서 4600킬로를 걸어 터키로 온 소년은 거기서 프랑스로, 다시 연인이 있는 영국으로 가기 위해 비닐봉지를 쓰고 트럭을 타고 문 닫은 수영장에서 밤새 수영을 한다.  

이주노동자에 관한 영화도 다큐멘터리도 꽤 본 터라, 뭐 그리 새삼스러우랴, 했는데 이 영화는 또 다른 울림을 준다. 두 남자 뱅상 랭동과 피랫 아르베르디의 연기는 행간이 많아서 가슴에 오래 머문다. 영화는 프랑스 난민촌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처참한 현실을 보여주지만 그 누구에 대해서도 비난하거나 평하지 않는데, 그래서 더 생각이 많아진다.  

영화를 보면서 국경 없는 세상에 대해, 노동의 세계화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실감을 갖고서. 한동안 노마드니 유목민이니 하는 말들이 유행했지만 나는 그 말들에 공감하지 못했다. 특히 자본의 세계 지배에 따른 끝없는 난민의 생산과 노동의 이동을 그 말들로 설명하려는 시도엔 불신감마저 들었다. 유목(遊牧)이란 말은 그 삶의 핍진함보다는 걸림없는 삶에 대한 감상을 낳기 쉽고, 실제로 그 말들을 즐게 사용한 이들에게선 그런 경향이 농후하다. 하지만 유목의 삶처럼 자연에 속박당한 삶도 없으리라. 자연을 정복한다는 엄두를 내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것은 인간의 또다른 희망일 수 있겠지만, 그 삶을 당연으로 받아들이고 살아야 했던 필부들에겐 가혹한 것이었다. 그 가혹함은 그리고 현재진행형이다. 자유는 거기서 선택이 아니라 운명이고, 운명은 무거움이다.  

현대의 유목민에겐 기를 양이 없으며 이동의 자유도 없다. 가장 가난한 자들이 세상의 이곳저곳으로 떠밀리다 쓰러진다. 자본은 국경을 지우고 고향을 뿌리뽑고 디아스포라를 양산한다. 이들이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고향을 찾으려 하면 사라졌던 국경이 문득 나타나고 민족이 유령처럼 목덜미를 잡는다.  

더이상 국경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 민족은 저들의 꽃노래일 뿐이라는 것을 절감하는 요즘이다. 하지만 그 실감을 설명하고 민족국가 너머로 나아가게 하는 이론은 만나기 힘들다. 민족국가는 없다,는 선언으로 우리의 가슴에 여전히 살아있는 민족국가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갈 길이 퍽 멀다. 앞으로 오래 공부해야 하리라.  

시작은 니시카와 나가오다. 글에 허영이 없는 점이 마음에 든다. [국경을 넘는 방법] [국민이라는 괴물] [신식민지주의론] [국민을 그만두는 방법]이 기다리고 있다. [국경을 넘는 방법]은 구성이 좀 산만하지만 읽는 재미는 있다. 모레쯤 [국민이라는 괴물]로 넘어갈 작정. 그 다음엔 무엇으로 할까? 서점에서 책을 보며 고민해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Jimmy Strain - Future
지미 스트레인 노래 / 세일뮤직(Sail Music)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한 장의 씨디가 담을 수 있는 그 이상을 들려준다. 놀랍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