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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얼굴
니겔 발리 지음, 고양성 옮김 / 예문 / 2001년 7월
평점 :
품절


최근 죽음에 대한 책들이 속속 출판되고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문제시되는 시대에, 제대로 된 삶을 위해서도 죽음에 대한 반성은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죽음의 얼굴]은 '죽음을 통해 본 인류의 문화'라는 부제처럼 죽음에 대해 문화인류학적으로 접근한 책이다. 니켈 발리는 직간접적으로 수집한 다양한 자료를 바탕으로, 시대와 지역, 종족과 문화에 따라 죽음이 얼마나 다르게 해석되고 수용되는지를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니켈 발리가 예시하는 죽음에 관한 다양한 담론들을 확인하는 일이다. 그리스, 중국으로부터 아프리카와 폴리네시아 등지의 원시 부족에서 전해지는 다양한 신화와 전설, 그리고 여러 종교의 경전과 의식은 죽음의 표현이 상상할 수 없을만큼 다양함을 보여준다. 죽음에 대한 반응 또한 슬픔과 분노로만 획일화되어 있지는 않다. 때로 죽음은 유머와 조롱을 동반하며 때론 격렬한 자해나 폭력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원시종족들의 이해하기 힘든 극단적 반응과, 문명사회의 정돈된 장송의식 사이에 차이는 크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죽음이란 인간이 해석할 수 없고 경험할 수 없는 유일한 경험이다. 죽음이 공포를 일으키는 것은 그때문이다. 공포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것을 어떤 식으로든 이해하고 수용하는 것이다. 이 책에 등장한 신화와 장송의식들은 죽음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끝없는 노력을 반영한다. 각 민족들은 그들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죽음을 자신의 공동체, 그 삶 속으로 포섭한다. 니켈 발리는 죽음을 삶의 일부로 소화하려 한 인간들의 끝없는 고투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 책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무엇보다 문맥이 통하지 않는 번역과, 심심치 않게 눈에 띄는 오자가 읽는 이의 인내심을 시험한다. 내용을 이해하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주나 역주가 없는 것도 아쉽다. 또한 각각의 제목이 붙은 11개의 장들로 나뉘어 서술되어 있으나 정작 내용과 제목과의 연관성이 도드라지지 않는다는 점도 독서를 방해한다. 이것은 광범한 자료제시에 비해 저자의 문제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점과 결합해, 책이 전체적으로 난삽한 인상을 주는데 일조하고 있다.

책장을 덮으며 죽음에 대해 더 많은 저술이 나와야 하리라 생각했다면 나만의 억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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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인열전 2 (반양장) - 고독의 나날속에도 붓을 놓지 않고
유홍준 지음 / 역사비평사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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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유홍준님의 필력이야 유명한 것이지만, 사실 이 책을 빛나게 하는 것은 저자의 글솜씨라기 보다는 원텍스트인 화인들의 눈부신 그림들이다. 열마디 말이 무색한 그림들. 그리고 그 그림의 도판들을 찾아내고 보기좋은 상태로 전재한 저자와 출판사의 노고는 진정 치하할 만하다.

그러나 저자의 글에 관해선 아쉬움이 남는다. 무엇보다 이 책의 대상이 우리 미술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일반독자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글은 좀더 쉽고 친절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미점법이니 남종화법이니 하는 미술사의 개념들은 중국과 한국 미술사에 대한 어느정도의 소양이 갖춰져 있지 않은 독자들에게는 생소한 것들이다. 따라서 주를 달아서 간단한 설명을 해준다거나 하는 서비스가 필요했다는 생각이다. 그런 것쯤 사전을 통해서건 개론서를 통해서건 스스로 알아야지 한다면 할말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이 전문가를 위한 책은 아니지 않은가?

또 하나의 아쉬움은 각각의 화가에 대한 평가의 잣대가 다르지 않은가 하는 것이었다. 문인화를 고집한 화가와 화원에 소속된 중인화가의 그림에 대한 가치관은 다르지 않았을까? 설혹 같았다해도 그 같음 자체가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점에서 저자는 그림을 인격수양의 하나로, 그 표현으로 본 선비화가와 직업화가인 중인화가들을 별 구별없이 평가하고 소개하고 있다. 이것은 예술적 완성도를 최우선의 평가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설득력이 있지만 당시의 예술이 사회적으로 어떤 위치에 있었고, 예술가들이 사회적 연관 속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를 사고하는데는 미흡한 면이 있다.

더구나 지나치게 화려한 수사가 동원된 저자의 글쓰기는 화인 각각의 작품을 음미하는데는 어떤 점에서 방해가 된 측면도 있다. 우리의 미술과 미술가를 재조명한다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무조건적인 미화와 수식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이 책을 읽고 이동주님의 책을 읽으면서 유홍준님의 대중적 접근과 이동주님의 균형잡힌 시각이 함께 어우러진 글이 나온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미술에 대해 다시 생각케 한 고마운 책이지만 아쉬움도 기대만큼 컸는다는 걸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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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와 풍속화 그 닮은 예술 세계
김현주 지음 / 효형출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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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와 풍속화, 두 예술장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그저 이름만 알뿐 잘 모르지만 웬지 알고 싶고 궁금하다면 한번 펼쳐보라. 판소리와 풍속화에 대해서뿐아니라 소위 조선시대의 문예부흥기라 불리는 영정조시대가 왜 문예부흥기인지, 판소리와 풍속화가 왜 함께 얘기될 수 있는지, 그 둘을 즐긴 조선사람의 정서가 도대체 어떠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책은 평면적인 예술개론서가 줄 수 없는 흥미와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 동시대에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두 개의 예술장르를 비교하는 참신한 시도가 눈길을 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비록 국문학자인 저자는 풍속화 분야에서 비전문가의 한계를 드러내고는 있지만 그런 단점을 덮을만큼의 장점이 이 책에는 있다. 특히 두 분야가 비슷한 시대에 유행할 수 있었던 사회적 배경을 분석한 것은 역사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또한 둘의 공통점으로 두 예술세계에 두드러진 시점의 다양성, 복수성을 지적한 것은 국문학 분야에 일정한 시사를 준다.

한국인이기에 한국문화를 알아야한다는 것은 세계화시대에 더이상 설득력없는 언설이리라. 나는 다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한 인간으로서 인간들이 만들어내고 즐겼던 문화, 그 문화의 공과와, 그 문화가 여전히 전해주는 의미를 열심으로 알고자 하는 일, 그것은 바로 자기를 알고자 하는 이의 당연한 책무라고. 이 책을 읽으며 바흐친의 '다성성'이라는 개념이 어쩌면 우리의 이 대표적 문화 속에 이미 잠재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서구의 사상과 문화에서만 배우려하는 우리의 또다른 편협함때문은 아닐까? 자기 것이건 남의 것이건 폭넓게 알려는 자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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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삶과 미술 - 나혜석과 현대 여성작가 3인
염혜정 지음 / 창해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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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터 염혜정씨가 쓴 [여성의 삶과 미술]은 여성 화가 4인의 작품세계를 통해 한국의 현대미술과 여성의 삶이 밞아온 궤적을 한눈에 보여준다. 이 책은 작품보다는 사생활로 더 유명한 나혜석을 비롯해 김원숙, 한애규, 정종미 등 최근 활발히 활동하는 여성 화가들의 작품을 꼼꼼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은 무엇보다 여성화가라는 단순한 공통성을 넘어, 이들의 작품에서 한국 여성의 삶에 대한 통찰을 찾아내는 일관성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때문에 이들 4명은 단순히 여류라는 공통분모를 넘어, 여성으로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한 시선을 놓치지 않는 화가로 자리매김된다.

또 한 가지 이 책이 귀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한 작가의 작품세계를 전체적으로 조명할 수 있을만큼 많은 양의 작품 사진이 실려있다는 점이다. 나혜석의 경우 그녀의 삶에 대한 통속적 관심과는 달리 작품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으나, 이 책에는 그녀의 초기작부터 말년작까지 골고루 소개되어 화가 나혜석의 정체를 파악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뿐만 아니라 김원숙과 한애규 등의 작품을 시기와 주제로 나누어 소개한 것은 이들의 작가적 경향은 물론 현대 한국미술에서 여성 작가가 차지하는 위치까지도 생각케보게 하는 좋은 시도였다. 이 책을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던 김원숙과 한애규의 작품세계를 알게된 것은 내겐 큰 수확이었다.

책을 다 읽었을 무렵 정종미의 작품전시회가 열렸다. 두어달에 한번 인사동 구경을 하는 미술 문외한인 나도 이번엔 좀더 적극적으로 미술관에 갈 엄두를 내봤다. 미술이라는 게 우리의 삶에서 그리 멀지 않다는 걸 이제는 알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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