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소리와 풍속화 그 닮은 예술 세계
김현주 지음 / 효형출판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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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와 풍속화, 두 예술장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라면 굳이 이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 그저 이름만 알뿐 잘 모르지만 웬지 알고 싶고 궁금하다면 한번 펼쳐보라. 판소리와 풍속화에 대해서뿐아니라 소위 조선시대의 문예부흥기라 불리는 영정조시대가 왜 문예부흥기인지, 판소리와 풍속화가 왜 함께 얘기될 수 있는지, 그 둘을 즐긴 조선사람의 정서가 도대체 어떠했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이 책은 평면적인 예술개론서가 줄 수 없는 흥미와 감동을 준다. 무엇보다 동시대에 폭넓은 사랑을 받았던 두 개의 예술장르를 비교하는 참신한 시도가 눈길을 끈다. 그리고 그 시도는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비록 국문학자인 저자는 풍속화 분야에서 비전문가의 한계를 드러내고는 있지만 그런 단점을 덮을만큼의 장점이 이 책에는 있다. 특히 두 분야가 비슷한 시대에 유행할 수 있었던 사회적 배경을 분석한 것은 역사학적으로도 의미가 있다. 또한 둘의 공통점으로 두 예술세계에 두드러진 시점의 다양성, 복수성을 지적한 것은 국문학 분야에 일정한 시사를 준다.

한국인이기에 한국문화를 알아야한다는 것은 세계화시대에 더이상 설득력없는 언설이리라. 나는 다만 이렇게 말하고 싶다. 한 인간으로서 인간들이 만들어내고 즐겼던 문화, 그 문화의 공과와, 그 문화가 여전히 전해주는 의미를 열심으로 알고자 하는 일, 그것은 바로 자기를 알고자 하는 이의 당연한 책무라고. 이 책을 읽으며 바흐친의 '다성성'이라는 개념이 어쩌면 우리의 이 대표적 문화 속에 이미 잠재되어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서구의 사상과 문화에서만 배우려하는 우리의 또다른 편협함때문은 아닐까? 자기 것이건 남의 것이건 폭넓게 알려는 자세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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