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 지음, 차익종 옮김 / 르네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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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서를 사고파는 릭 게고스키가 쓴 독특한 책 이야기. '롤리타' '도리안그레이의 초상' '호밀밭의 파수꾼' 등 유명한 20권의 책들에 얽힌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단 한 권의 걸작을 남겼으나 생전에 그 책의 출간을 보지 못한 존 케네디 툴, 사랑하는 남편 테드 휴즈에게 책을 헌정했으나 불과 7개월 만에 자살하고 만 실비아 플라스의 사연은 마음아프다. 반면, '율리시즈'나 '악마의 시' 같은 공인된 걸작에 대해 "지루하다" "중간에 덮고 말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은 저자 덕분에, 혹시 내가 무식한가 은근히 불안했던 마음이 한순간에 가벼워진다.

뛰어난 문학비평가이지만 학계나 평론계에 매이지 않은 탓에 더 자유롭게 자신의 목소리를 드러낸 게고스키 덕에 모처럼 유쾌한 독서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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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하기 힘든 것이 위로인 듯싶다. 하기 힘든 것만이 아니라 받기도 힘들다. 섣부른 위로는 자칫 상처만 될 뿐. 그럴 땐 조용히 책을 건네거나 음악을 듣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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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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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카버의 소설집 중 가장 따스하다. 특히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최고의 위로다.
가만히 좋아하는
김사인 지음 / 창비 / 2006년 4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0원(1% 적립)
양탄자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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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즈버그, 오하이오- 괴상한 사람들에 관한 책
셔우드 앤더슨 지음, 한명남 옮김 / 해토 / 2004년 12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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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더슨은 김유정을 연상시킨다. 사람에 대한 애정이 바탕에 깔린 페이소스. 가슴이 먹먹하지만 나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 2- 스페인 산티아고 편
김남희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6년 3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2008년 04월 0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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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는 사람에게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지를 아는 것은 아주 중요한 감각이다...완벽한 감각은 완벽한 음정처럼 천부적으로 타고나는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는 습득할 수 있다. 비결은 그것을 가진 작가를 연구하는 것이다. 다른 작가를 모방하기를 주저하지 말자. 모방은 예술이나 기술을 배우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거치는 창조적 과정의 일부다...관심있는 분야에서 최고의 작가를 골라서 그 작품을 큰 소리로 읽어보자. 그들의 목소리와 감각을, 다시 말해 언어에 대한 태도를 귀로 받아들이자. 모방 때문에 자신의 목소리와 정체성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하는 걱정일랑 말자. (206, 208)

글은 써야 는다. 글쓰기를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강제로 일정한 양을 정기적으로 쓰는 것이다.

글쓰는 사람은 언제나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는 과연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또 자기가 쓴 글을 읽어보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내가 제대로 말을 했나? 이 주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 보기에 글이 명료한가? 명료한 작가는 그것이 과연 무엇인지, 정확히 어디가 모호한지 알아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다...글을 쓴다는 건 힘든 일이다. 명료한 문장은 우연히 생기는 것이 아니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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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 서경식 김상봉 대담
서경식, 김상봉 지음 / 돌베개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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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식과 김상봉이 만났다. 이 시대와 한국사회에 대해 몸과 마음을 바쳐 고민하는 두 사람이 만났다. 기대했던 의기투합은 없다. 그러나 바로 그 점이 좋았다. 둘의 기질이나 성향의 다름은 말과 행간에서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게 재미와 함께 감동을 준다.

'다름'을 의식하는 팽팽한 긴장, 배려, 이해하려는 고투, 사실 대화란 이런 것이다. 애매한 통일, 쉬운 합의는 없다. 그들은 자신의 언어로 말하고 그 언어 그대로 상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그 언어가 현재의 사태를 인식하는 데 더 잘 쓰이도록 벼리고 당부하기를 잊지 않는다. 외부에서 가져온 탈민족이니 노마드니 하는 개념의 생경함은 이들의 대화에서 찾아볼 수 없다. 자기 언어로 생각하는 것은 자기가 처한 삶의 조건에 대해 사고한다는 것이다. 거기서부터 출발하지 않는 사상은 없다. 그 한계를 의식하면서 출발하는 것, 철학은 그 아픔이란 걸 두 사람은 끝내 잊지 않았다.

둘을 만나게 한 편집자의 기획에 감사한다. 이 시대에 꼭 필요한 만남이었다. 읽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귀한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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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군데의 도서관을 다닌다. 시립도서관 둘, 구립도서관 하나. 집 바로 옆에 있는 구립도서관보다 마을버스를 20분쯤 타야 하는 시립도서관을 자주 가는 이유는 장서량에서 워낙 차이가 나기 때문. 아, 또 하나, 커피를 마시며 책을 볼 수 있는 시립도서관과 달리 구립은 연필과 공책을 제외하곤 암것도 반입금지다. 그래서 쾌적하긴 한데 그래도 커피를 딱 갖다놔야 책읽기의 분위기가 잡히니... 음, 고쳐야 할 습관이나 쉽지 않다.

두 개의 시립도서관에서 부지런히 책을 빌리지만 신간을 보기는 쉽지 않다. 웬만한 신간은 대기자가 두셋씩 된다. 이름을 올리고 기다리다보면 무슨 책을 예약했는지도 감감할 때가 있다. 오늘은 가까운 구립에나 갈까 했더니 "띠링띠링" 문자가 왔다. 예약한 책이 들어왔다는 소식. [만들어진 신]이 한 달만에 내 손에 들어왔다. 커피를 한모금 마시고 책을 읽는다. 무신론자인 내게 도킨스의 주장은 새로울 건 없다. 다만, 그가 인용하는 광신자나 무신자의 이야기가 커피를 뿜을 만큼 웃음을 자아낸다. 우주를 떠도는 주전자를 믿는 사람들도 있단다. 하긴 허연 수염을 늘어뜨린 할아버지가 저 하늘에서 굽어보고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있으니까. 그 신을 섬기지 않아서 복지가 문제라는 복지부 장관 지망생도 있으니까. 책을 읽다보니 신은 웃음을 위해 창조해낸 장치가 아닌가 싶다. 신이 없다면 이렇게 웃을 일도 없겠다. (물론 역사적으로야 신이 있어서 통곡한 일이 더 많겠지만) 책은 잘 읽혀서 두어 시간만에 백 쪽이 금세 넘었다. 근데 슬슬 짜증이 난다. 신이 있어서 신을 믿는다고 하지만 사실은 신이 있다고 믿고 싶은 거고, 신이 없다고 증명한다고 그들이 신이 없다고 믿을까 회의가 든다. 뭣보다 도킨스가 '신'의 위치에 '과학'을 두고 싶은 건 아닐까 의심스럽다. 과학이든 신이든 절대를 자임하는 존재는 거추장스럽다.

책을 덮고 나서는데 일층 강당이 소란하다. 이제 막 시작한 개척교회보다도 작은 강당인데 서울시향에서 온 현악오중주팀이 찾아가는 음악회를 한단다. 마침 입구에 의자 하나가 비었다. 얼른 자리를 잡자마자 음악회가 시작된다. 바이올린 둘,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다섯 명의 연주자가 '사계의 봄'생상의 백조' 같은 유명한 곡들을 연주한다. 강당은 아이들을 데려온 엄마부터 노부부, 머리를 식히러 온 수험생, 호기심 많은 꼬마들까지 빈틈없이 꽉 찼다. 끊임없이 들고나는 사람들로 출입문은 바쁘지만 아름다운 현악의 선율을 놓칠 정도는 아니다. 몸을 비비 꼬면서도 꼬마들은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한 곡 한 곡 끝날 때마다 박수소리가 커지더니 나중엔 "와" 하는 함성까지 터져나와서 연주자들을 기쁘게 한다. 앵콜까지 아홉 곡이 끝나고 연주자들도 객석도 모두 환하게 웃는 얼굴로 자리를 일어선다.

시끄럽고 부산한 동네 음악회가 심드렁했던 마음을 활짝 깨운다. 우리의 연주자들은 성실하고 청중은 그들의 성실에 밝은 웃음과 환호로 응답한다. 신이 없어도 세상은 아름답다. 음악이 우리를 행복하게 하고, 비록 넉넉치 않은 살림에도 음악을 즐길 줄 아는 마음이 우리를 풍요롭게 한다. 더 무엇이 필요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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