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김정운 글.그림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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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운(전 교수, 곧 '화백'이라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의 책은 거의 다 사서 읽는 편이다. 


우선 그의 글은 읽기 쉽고 편하다. 그렇다고 해서 글의 수준이 낮은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편하게 계단 하나를 올라선 느낌이다. (읽기 쉽게 쓴 글은 수준이 낮을 것이라는 편견은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그가 가끔 글에서 괄호까지 쳐가며 깨알 같은 자랑을 하듯, 어려운 심리학적 개념을 그처럼 쉽게 설명해줄 수 있는 사람은 또 없을지 모른다. 

게다가 그의 글은 재미있다.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그의 글에는 어쩌면 평소에 그대로 말할 것만 같은 어투가 녹아 있는 것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마치 말을 하듯 써내려간 그의 글은 그가 할 다음 이야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더욱이 그의 글은 솔직하다. 내 주변의 50대들 중에서 자신을 '아저씨'로 인정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억지스럽게 자신을 보다 젊은 범주로 꾸역꾸역 밀어 넣거나 (정말 꼰대는) 자기를 저너머 60대쯤으로 동일시하기도 한다. 그러나 김정운은 자신이 대한민국 50대의 소심하고 성질머리 더러운 아저씨임을 인정하며 글을 쓴다. 때문에 그의 글에는 무수한 공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으며 그를 좋아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생각한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정년이 보장된 대학교수직을 연금 수령을 위한 재직기간 전에 때려쳤다는 멋(?) 때문이 아니다. 갑작스럽게 일본으로 건너가 그림을 배우고는 성인만화를 그리고 싶다던 괴짜 같은 면목때문이 아니다. 누구보다 자신을 알고, 내면의 구체적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저자들은 독자보다 높은 위치에서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하면서도 한번도 독자의 자리에 서질 않는다. 그렇기에 그들의 언어는 무상하고 비현실적이다. 몸으로 겪어내지 않은 언어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정운은 다르다. 그는 이미 경험한 것들을 말하고 쓴다. 그래서인지 그가 말하는 구체성을 기반으로 하는 '행복론'에는 절로 공감이 간다.


외로움은 그저 견디는 겁니다. 외로워야 성찰이 가능합니다. 고독에 익숙해져야 타인과의 진정한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나 자신과의 대화인 성찰`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가지는 심리학적 구조가 같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에 익숙해야 외롭지 않게 되는 겁니다. 외로움의 역설입니다. - 8쪽

서구의 근대는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것`까지 나누면 세상의 모든 구성 원리가 설명될 것이라는 환상에서 출발한다. 자연과학에서는 모든 물질의 가장 최소 단위인 `원자(atom)`를 생각해낸다. `atom`은 `더 이상 나눌 수 없다`는 뜻의 그리스어 `atomus`에서 나온 단어다. 자연과학적 세계관에 따라 인간 사회도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피부를 통해 바깥세상과 구별되는 마지막 단위인 개인을 만들어낸다.
심리학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부분의 합은 전체가 아니다. 각 단위들이 전체의 한 부분이 될 때는 최소 단위의 성질로는 더 이상 설명되지 않는다. 자연과학도 마찬가지다. 가장 작은 부분이라고 여겨졌던 원자의 세계도 양자역학이 시작되면서 `환상`이었음이 밝혀진다.
심리학도 마찬가지다. 개인을 단위로 인간의 심리는 설명되지 않는다. 근대심리학의 원자주의는 막힌 길이다. 각 개인들이 만나는 `상호성`이 사회와 문화, 그리고 인간 심리를 분석하는 기본 단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문화심리학의 출발점이다. - 28, 29쪽

여자는 남자를 위해 화장하지 않는다. 여자에게 화장은 연기자의 분장과 마찬가지다. 주어진 사회적 맥락에 맞춰 화장의 톤을 결정하고, 입을 옷에 따라 색조를 결정한다. 남자는 그 맥락에 포함되는 작은 요소 하나에 불과하다. - 36쪽

수용소나 정신병원의 삶이 고통스러운 이유는 무대 뒤, 즉 배후 공간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도대체 숨을 공간이 없다. - 37쪽

시간의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인간은 달력을 만들었다. 하루를 24시간으로 쪼개고, 일주일을 7일로 나누고, 한 달은 4주로 분리하고, 일 년은 열두달로 분해했다. 그렇게 시간을 각 단위로 나누면 하루, 일주일, 한 달, 한 해는 매번 반복된다. 반복되는 것은 하나도 안 무섭다. 그래서 한 해가 시작될 때마다 우리는 담배도 끊고, 살도 빼기로 결심하는 거다. 지난해를 아무리 망쳤다고 해도 새로 시작할 수 있어 즐겁다. - 45쪽

고령화 사회의 근본 문제는 `연금`이 아니다. 은퇴한 이들의 `아이덴티티(identity)`다. 자신의 사회적 존재를 확인할 방법을 상실한 이들에게 남겨진 30여 년의 시간은 불안 그 자체다. 불안은 원래 미래가 불확실한 젊은이들의 정서다. 경험과 경륜의 노인들이 불안해하는 젊은이들을 위로할 때 한 사회는 균형을 잡으며 건강하게 버틸 수 있는 거다. 그러나 오늘날 아무런 대책 없이 수십 년을 견뎌야 하는 `젊은 노인들`이 갈수록 늘어난다.

문제는, 불안하면 세상을 자꾸 좁혀서 본다는 사실이다. - 65쪽

세상일에는 접근동기로 접근해야 하는 일과 회피동기로 접근해야 하는 일이 따로 있다. 일의 결과가 바로 나타나는 일은 회피동기(`그렇게 하면 손해를 본다`)로 설명해야 유리하고, 결과가 나중에 나오는 것일수록 접근동기(`그렇게 해야 성공한다`)로 설명해야 유리하다고 히긴스는 주장한다. - 69쪽

접근동기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회피동기는 일을 치밀하게 한다. 창조적 능력이 발휘되려면 긍정적 정서를 동반하는 접근동기를 자극해야 한다. 놀듯이 일해야 창의성이 발휘된다는 이야기다. 반대로 치밀함과 정확성을 요구하는 일은 회피동기를 자극해야 한다.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큰 사고가 터진다`와 같이 위협을 주는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왜 애플 같은 회사가 나오지 않는가를 접근동기-회피동기로 설명하면 아주 잘 이해된다. - 70쪽

김수영의 시가 가진 저항과 진보의 신념이 옳다고 박인환을 현실을 외면한 철없는 서구 추종자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박인환의 시가 아름답다고 김수영의 시가 가진 경직성을 비난해서도 안 된다. 김수여의 시만 읽어야 한다는 주장은 바인환의 시만이 진짜라고 하는 주장만큼이나 황당하다. 문학과 예술은 산만하고 다양해야만 한다. 그래야만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꿈꿀 수 있다. 아무튼 한 가지만 옳다는 확신에 찬 이들이 제일 무서운 거다. - 82쪽

삶도 마찬가지다. 내가 원하는 것이 구체적이지 않으면 절대 행복해질 수 없다. 돈은 아주 막연한거다. 그 돈으로 뭘하고 싶은지 분명하지 않으면 돈은 재앙이다. 사회적 지위도 마찬가지다. 그 지위를 가지고 내가 뭘 하고 싶은 것인지 분명치 않으니 다른 사람들 굴복시키는 헛된 권력만 탐하게 된다. - 112쪽

행복하려면 하루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에서 구체적으로 기분이 좋아야 한다. - 114쪽

난무하는 자기계발서의 추상적 언어로 아무리 자기최면을 걸어도, 자신의 구체적 생활 언어로 번역할 수 없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뿐만이 아니다. 삶을 지탱하는 모든 가치와 이념이 그렇다. 추상적 언어가 현실에서 제대로 기능하려면 구체적 어휘로 번역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아름답게 포장되었다 할지라도, 내 삶에서 구체화될 수 없다면 그건 순 가짜다. 거짓말이라는 이야기다. - 114쪽

숟가락을 잡으면 뜨게 되고, 포크를 잡으면 찌르게 된다. 도구가 행위를 규정한다는 말이다. 도구는 의식을 규정하기도 한다. 아주 편하고 기분 좋게 앉을 수 있는, 뒤로 자빠지는 의자로 규정되는 의식이란 바로 `소통과 관용`이다. - 123쪽

논리적 설득보다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정서적 설득이 훨씬 더 잘 작동하는 이유도 바로 이 감정이입 능력 때문이다. 논리는 인지적 과정이다. 설득의 대상과 주체가 분명하게 나뉜다. 웬만큼 강력한 권위와 논리가 아니라면 상대방을 `굴복`시킬 수 없다.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타인을 설득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논리적으로 굴복시키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옳은 이야기라도 논리적 굴복을 요구하면 상대방은 반드시 저항하게 되어 있다. `그래, 당신 말 다 맞아. 그래서?`하는 것이다. 논리는 이해했지만 절대 승복할 마음이 없다. 그러나 감정이입에 기초한 정서적 설득은 강력하다. 상대방의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내기만 하면 언제든 성공할 수 있다. 감정이입이란 `함께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함께` 느낀 것이기에 논리적 설명은 오히려 구차한 것이 된다. - 158쪽

금지는 사람을 좌절케 한다. 모든 종류의 금지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순간, 주체로서의 삶은 바로 끝난다. - 165쪽

시기심은 열등한 사람만의 감정이 아니다. 열등한 사람과 간격이 좁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우월한 사라의 시기심이 더 무섭다. `있는 사람이 더 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감정을 독일의 `시기심 전문가(?)` 롤프 하우블(Rolf Haubl, 1951~)은 `간격시기심(Abstandneid)`이라고 정의한다. 한참 `아랫것`이 어느새 부쩍 자라 자기 자리를 치고 올라오는 것에 대한 윗사람의 불안이 적개심으로 변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프로이트가 수제자인 융의 급성장을 견디지 못해 자기 학파에서 쫓아내고, 평생 증오했던 경우가 바로 그렇다. - 174쪽

`내 편 - 네 편`의 이분법은 존재가 불안한 이들의 특징이다. 자신의 위치를 정하고 반대편에 적을 만들어야 자신의 존재가 확인되는 까닭이다. - 184쪽

`두려움`은 일본의 집단심리학적 특징이다. 일본인이 친절한 이유도 두렵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해진 룰 안에서만 친절하기 때문이다. 그 틀을 벗어나면 태도가 돌변한다. 일본에서는 친절도 상호작용의 규칙 같은 거다. 규칙을 어겼을 때의 처벌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친절하다는 듯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친절과는 그 본질이 다르다. - 207쪽

발달심리학자 피아제는 우리의 지식은 인지구조에 기초해서 생성된다고 주장했다. 인지구조를 구성하는 쉐마는 외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끊임없이 재구조화된다.
이 재구조화의 과정을 피아제는 조절(assimilation)과 동화(accommodation)라는 생물학적 개념을 빌려 설명한다. 조절은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쉐마에 맞춰 새로운 경험을 이해하는 과정이다. 동화는 새로운 경험이 자신의 쉐마로 설명되지 않을 때, 기존의 쉐마를 수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조절과 동화를 통해 인간의 인지구조는 균형 상태(equilibrium)를 이루게 된다.
아무리 새로운 자극이 있어도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인지구조를 전혀 바꾸지 않는 경우를 편견이라고 한다. `조절`만 일어나고 `동화`는 전혀 일어나지 않는 경우다. 이분법적 사고도 전형적인 편견의 한 유형이다. 나이가 들면서 가장 주의해야 하는 것이 바로 이 같은 인지구조의 불균형이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에 노출되어야 하는 거다. - 213쪽

월급쟁이 생활을 때려치우기만 하면 바로 내 삶의 주인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큰 착각이다. 평생 추구해야 할 공부의 목표가 없음을 돈의 문제로 환원시키며 자신의 쫓기는 삶을 정당화하는 것 또한 참으로 비겁하다.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놓치지 않을 관심의 대상과 목표가 있어야 주체적 삶이다. 우리가 젊어서 했던 `남의 돈 따먹기 위한 공부`는 진짜 공부가 아니다. - 318쪽

지라르 이론의 핵심은 `욕망의 모방`이다. 우리가 그렇게 집요하게 추구하고 원하는 것이 실제로는 남들의 욕망을 흉내 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욕망은 영원히 충족될 수 없다. 흉내 내야 하는 타인의 욕망은 무한하기 때문이다. 채워지지 않는 욕망의 메커니즘은 사회적 갈등을 끝없이 야기한다. 이 갈등은 희생양을 찾아 집단 폭력을 가하는 방식으로 해소된다. 문명의 기원은 바로 이 같은 `희생양 제의`라는 것이다.
나와 다른 것들에 대한 두려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때 생기는 질투로 인해 눈을 부릅뜨고 적을 찾아내는 한국 사회다. 그렇게 `발명된 적`에 집단 린치를 가하며, 자신은 지극히 정의롭고 선한 존재로 합리화한다. - 321쪽

바로 그거였다. 지난 몇 년간 내 삶이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너무 빨랐기 때문이었다.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내 삶의 속도가 나를 슬프고 우울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난 언제나 빨리 말해야 했고, 남이 천천히 생각하거나 느리게 말하면 짜증 내며 중간에 말을 끊었다. 조교나 학생들의 느린 일 처리에는 불같이 화를 냈다. 수업이나 각종 모임, 약속 시간에는 수시로 지각했으며, 바쁘다며 항상 먼저 나왔다. 그러나 아무도 날 찾지 않는 교토의 한 귀퉁이에서 내 삶은 비로소 정상 속도를 되찾은 것이다. - 3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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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의 빅픽처 - 저성장 시대의 생존 경제학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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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처럼 책의 내용에서도 저자는 경제의 '큰 그림'을 보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실제로 큰 그림을 통한 투자의 흐름과 기회를 타진할 수 있는 몇가지 사례도 제시하고 있다. 분명 도움이 되는 설명이기는 하나, 너무 일반적인 내용이 다수를 이루어서 투자에 대한 공부를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거시적인 것을 강조하다보면 미시적인 것을 어느 정도 놓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대인의 이름만 보고 구체적인 투자 전략을 얻고자 이 책을 들었다면 바로 후회하게 될 것이다. 투자의 기초를 위한 책이다.


중의적인 의미로의 빅 픽처는 Bio-Health Care, Interest Rate, Green, Petroleum, India, China, Tech Companies, USA, Risk, Exchange Rate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10개의 요소 중 Bio-Health Care, Green, Tech Companies는 성장 가능한 산업분야를, India, China, USA는 성장 기대 국가를, Petroleum, Interest Rate, Risk, Exchange Rate은 투자시 고려해야할 거시적 지표를 가리키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저자는 이 '퍼즐 조각'들이 미래의 핵심적인 기회라고 말한다. 그러나 10가지나 되는 요소들을 제시하다보니 그 내용 또한 상식적인 수준에 그치거나 비일관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의 제약업계의 기술경쟁력은 떨어지지만 최근 기술특례 등으로 상장하는 기업들의 추이는 주목해야 한다던가, 인도 기업들에 대한 직접투자는 말리고 싶다고 하면서도 인도를 계속 주목해볼 만 하다고 서술하는 것, 또는 중국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여전히 기회가 있는 숨어 있는(중국이 숨어 있나?) 광맥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어찌 보면 뻔한 얘기일 수도 있고, 초보자가 읽으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오히려 더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짐 로저스는 이렇게 말했다.
"정보를 빨리 입수하더라도 정확한 활용 방법을 알아야만 돈을 벌 수 있다. 지금은 모든 정보를 순식간에 입수하는 시대다. 모두가 거의 같은 시점에 똑같은 정보를 입수한다. 차이는 판단력에서 나온다." - 32쪽

국제 금 가격의 상승과 하락은 사실 기축통화인 달러의 흐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림1-4>를 보면, 2008년 이후 국제 금 가격과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대체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대안으로 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달러의 가치가 오르면 금 가격은 반대로 약세를 보인다. - 41, 42쪽

그렇다면 유가가 달러 가치와 연동해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유는 기본적으로 달러로 거래된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가 올라가는 것처럼, 달러가 많이 풀리면 달러로 거래되는 유가 역시 올라가게 된다. 반대로 달러가 강세면 달러로 표시되는 유가는 떨어진다. 같은 현상을 원유 공급자인 중동 산유국 입장에서 설명해볼 수도 있다. 중동 산유국 입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달러로 거래되는 유가를 조금 낮춰도 이익이 난다. 반면 달러 가치가 내려가면 유가를 올려야 이익을 맞출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달러인덱스와 유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고도 볼 수 있다. - 46, 47쪽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유가가 하락하며 바로 상승세를 탔고 주가도 올라갔다. 이 시기 이외에도 대한항공 주가는 대체로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오르고 국제 유가가 올라가면 떨어지는 흐름을 보였는데, 경제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다면 이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 50쪽

국내 부동산 경기가 조금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지금, 이때다 싶은 국내 건설업체들은 사상 최대의 엄청난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이렇게라도 분양해서 국내 주택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않으면 무리한 해외 건설 수주로 인한 자금난을 해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사상 최대의 분양 물량을 쏟아내며 겉으로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건설업체들의 실적과 주가가 그다지 상승하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다. - 52쪽

중국의 경기침체는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장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해당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주가가 떨어진다. 잘 알려져 있듯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며, 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 중 약 4분의 1이나 차지한다. 이는 두번째로 비중이 큰 미국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중국의 수출 추이와 한국의 대중(中) 수출 추이가 직접 연동되어 있었다. 즉 중국의 대외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의 대중 수출도 늘어났다. 한국에서 생산한 중간재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중국이 그 중간재로 완성품을 만들어 다시 미국이나 EU 등에서 수출했던 것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국을 향한 수출`이라기보다는 `중국을 통한 우회 수출`에 가까웠다.
그런데 2014년부터는 중국의 수출이 늘어도 한국의 대중 수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등 과거와 같은 상관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중국 내 수입대체산업이 빠르게 성장해 한국 중간재에 의존하는 비중이 급속히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한국의 일방적인 수출 대상국에서 벗어나 이제 해외에서 한국의 수출 경쟁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 57, 58쪽

양적완화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돈의 발행량을 크게 늘려 마구 푸는 것이다. FRB는 돈의 힘이라는 거대한 쿠션으로 절벽에서 수직낙하하는 미국 경기를 떠받쳤다. 이렇게 양적완화를 통해 미국과 전 세계에 뿌려진 된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 돈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들어갔을까? 우선 FRB는 이 돈으로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사서 미국의 장기 시장금리를 떨어뜨림으로써 경기회복을 도왔다. 또한 이 돈은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에 흘러들어 주가를 띄우고 집값을 다시 일정 수준까지 회복시켰다. 제로금리 상태인 미국을 벗어나 밖으로 나간 돈은 신흥국가들에 주로 흘러 들어가 해당 국가들의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고, 달러로 거래되는 각종 원자재 가격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도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만 약 400조 원 가까운 증권투자자금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흘러들어왔다. - 69, 70쪽

만약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다른 나라도 금리를 따라 올리는데 한국 금리만 요지부동이라면, 심할 경우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향후 어느 시점에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렸다고 하자. 2015년 9월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1.5%다. 그러면 미국 금리가 더 높은데, 한국에 들어와 있는 돈들이 그대로 머물러 있겠는가? 상당량의 자금들은 빠져나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미국 경기가 더 탄탄하게 회복되어 투자 기회도 많은데 돈의 값인 금리까지 더 높다고 생각해보라. 어느 시장에 투자를 늘리겠는가? - 75쪽

"위험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데서 온다." 워런 버핏의 말이다. 자기가 어떤 상태에서 무엇을 투자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위기가 찾아온다는 뜻이다. -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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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목소리 - 미래의 연대기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김은혜 옮김 / 새잎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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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체르노빌 사고에 대한 증언이라는 자체만으로 이 책의 가치는 어느 정도 인정된다. 더구나 "나는 과거에 대한 책을 썼지만,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는 저자의 말은 강한 경고처럼 우리의 머릿속을 파고 든다. 


그러나 책의 구성과 편집의 문제는 이러한 가치를 상당부분 떨어뜨리고 있다.


이 책은 망자의 땅(I), 조물주(II), 슬픔의 탄식(III)이라는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각 장의 제목과 그 세부 내용과의 명확한 연계를 찾기가 어렵다. "사람은 악을 통해서만 완벽해지며 솔직한 사랑의 말에 마음을 열 만큼 단순하다"라는 소제목이 망자의 땅이라는 장과 어떤 의미가 있는지. "오래 전에 숨어버렸지만 다시 나갈 방법도 만들지 않았다"는 표현은 조물주와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또한 글의 구성도 매우 혼란스럽다. 첫 에피소드인 '사람의 외로운 목소리, 하나'는 그나마 읽을만 하다. 이후의 글들은 정말 두서 없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이다. '같이 울고 밥 먹자고 영혼이 하늘에서 부른다'편은 이렇게 시작한다. "손님이 오셨네! 좋은 분들이 오셨어! 점을 쳤을 때는 아무런 징조가 없었는데. (...)" 이후에는 맥락없는 대화의 연속이다. "다 살아서 넘기고, 견뎌냈지", "에그, 생각하기도 싫어. 무서워. 우린 쫓겨났어, 군인들이 쫓아냈어.", "비행기, 헬리콥터가 무더기로 있었어.", "영감이 농장모임에서 돌아와서 말했어" (...) 도대체 등장인물이 몇 명이며 누구인지, 이게 인터뷰인지 회상인지 전혀 모르고 읽어나가다가 글이 끝나면 '안나 파블로프나 아르튜센코, 에바 아다모브나 아르튜센토.... 고멜 주 나로블랸스키 지역 벨리 베레크 마을 주민'이라고 표시하고 마는 식이다. 


마지막으로 편집의 오류와 오타도 거슬린다.

이 책은 각 소제목의 글이 끝나면 해당 증언자의 이름을 기록하는 형식인데, 하나의 글이 끝나고 다음 글이 시작된 중간에 증언자의 이름이 들어가는 편집의 오류가 있다.

예를 들면 65쪽에서는

'증언하고 싶다. 10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매일 일어나고 있다. 이제 영원히 - 지나이다 예도키모브나 코발렌카 주민'

이라고 써 있어. 이제 영원히? 뭘 어쩌자는 거지? 이게 끝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다음 장을 보니,

문에 기록된 삶이라는 제목의 장은 첫 문장이 '나와 함께 할 것이다.'로 시작한다. 이 무슨...

연결해보면 '산 사람과도 죽은 사람과도 대화할 수 있다'라는 글은 '증언하고 싶다' 앞에서 이미 끝을 맺은 것이다. '내 슬픔이 어떤지 알겠어? 사람들한테 알려줄 때쯤이면 나는 죽고 없을 수도 있어. 땅속에 있겠지. 뿌리 아래...'에서. 그리고 '증언하고 싶다'는 새로운 에피소드의 시작으로 했어야 했다. '증언하고 싶다. 10년 전 일이지만 지금도 매일 일어나고 있다. 이제 영원히 나와 함께 할 것이다.'로.

"나한테 도움이 되고 설명르 해준 책은 한 군도 없'엇'어요."와 같은 단순한 오타도 있다. - 159쪽


결론은 그 취지에 비해 내용과 구성면에서 가독성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너무 많고, 따라서 체르노빌에 대한 공감을 느끼기에는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다.

두려움만이 우리를 가르칠 수 있다.
첫 번째 핵 수업은 체르노빌이었다. 체르노빌에 대한 경고는 성경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체르노빌을 전체주의로 해석했다. 소련의 핵 원자로가 불완전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기술적으로 낙후했기 때문이라고, 러시아인의 안일함과 도둑질을 예로 들어가며 설명했다. 핵의 신화 자체는 아무런 타격을 입지 않았다. 충격은 빨리 사라졌다. 방사선은 바로 죽이지 않는다. 5년이 지난 후에는 암에 걸려도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러시아 환경단체가 수집한 통계에 따르면 체르노빌 사건 후 150만 명이 사망했다. 이에 대해서는 모두 침묵한다. - 5쪽

그리고 지금, 우리는 두 번째 핵 수업을 받고 있다.
하나도 아닌 11기의 원자력 발전소에 사고가 났다. 체르노빌처럼 후쿠시마에도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 있다. 후쿠시마는 히로시마, 나가사키와 같은 대열에 서게 되었다. 군사적 핵과 평화적 핵은 똑같이 사람을 죽이는 공범이 되어버렸다. 세계 3대 경제대국이 `평화적 핵` 앞에 무력해졌다. 재난의 반란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몇 시간, 아니 몇 분 만에 쓰나미가 도시 전체를 태평양으로 휩쓸고 갔다. 우리가 진보라고 불렀던 곳에는 겨우 잔해만 남았다. 진보라는 신기루의 무덤만... 세계 최고라고 불리는 일본의 원전 보호 체계도 규모 9.0의 강진 앞에서는 아기 옷에 불과했다. 배냇저고리처럼 약했다. - 5쪽

나는 과거에 대한 책을 썼지만, 그것은 미래를 닮았다. - 8쪽

나는 체르노빌의 증인이다. 무서운 전쟁과 혁명이 20세기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체르노빌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20년이나 흘렀지만, 내가 증언하는 것이 과거인지, 또는 미래인지, 나는 아직도 나 자신에게 묻고 있다. 그 사건은 너무나도 쉽게 진부한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다. 시사한 공포물이 되어버렸다. 하지마 나는 체르노빌을 새로운 역사의 시작으로 본다. 체르노빌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선(先)지식이다. 왜냐하면 체르노빌로 인해 사람이 자신과 세계를 이해하던 방식과 갈등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나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때, 우리는 시간에 대한 주관을 이야기 속에 담는다. 그런데 체르노빌은 그 자체가 시간의 재앙이었다. 우리 땅에 흩어진 방사성 핵종은 5만, 10만, 20만 년, 아니 그보다도 더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인생의 관점으로 볼 때, 영원하다고 할 수 있다. 우리는 무엇을 이해할 수 있는가? 아직은 낯설기만 한 그 악몽의 의미를 이해하고 연구할 능력이 되는가? -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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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 온전한 나를 위한 혜민 스님의 따뜻한 응원
혜민 지음, 이응견 그림 / 수오서재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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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모르는 다른 사람들의 쉬운 비난 때문에
왜 내 삶이 망가져야 되지?"
- 홍석천 - 29쪽

관계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참지만 말고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허락해주세요.
참는다는 것은 내가 옳다는 것에 집착하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못 하니까 화가 나 있는 상태입니다.
한집안에서 자란 형제도 각기 다른 관점과 습관이 있어요.
나에게 맞추라고만 하지 말고 다름을 허락해주세요. - 66쪽

처음에는 나와 다른 점이 좋아서 좋아했는데
지금은 나와 다른 점들이 나를 힘들게 하지요? - 66쪽

인생이란 거창한 무엇이 따로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자주 만나는 사람들이 결국 내 인생의 내용인 것 같아요.
그래서 우리는 곁에 있는 이들을 소중하게 여겨야 해요.
그들이 바로 내 인생의 이야기가 되니까요. - 79쪽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차별을 두면서
다른 사람들보다는 잘났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 안 어디에 열등감이 아직 자리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월감은 열등감이 있기 때문에 존재해요. - 84쪽

누군가의 아픔을 치유한다는 것은, 그런 것 같습니다.
내가 그 사람이 가진 문제 해결 방법을 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도 당신과 같은 비슷한 아픔이 있었다고
마음을 열고 잘 들어주며 공감해줄 때,
또렷한 답이 없더라도 상대는 용기를 얻고 나아집니다. - 115쪽

창의적 아이디어는 비주류 삶을 사는 외곽에서 일어나기 쉬워요.
주류가 정해놓은 규칙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도전하고 철학하기 때문입니다.
주류가 아니라도 지금 내 삶의 위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뭐든 내 식으로 꾸준히 해보세요. - 135쪽

생각을 많이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생각으로 문제를 풀려고 하지 말고 반대로 마음을 좀 쉬어보세요.
생각이 쉴 때 문제의 해답이 떠올라요.
지혜는 고요함에서 옵니다. - 136쪽

걱정이 많아서 불안할 때 스스로에게 물어보세요.
이렇게 미래에 대해 걱정한다고 바뀌는 것이 있는지.
걱정 때문에 오히려 지금 현재 시간을 놓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바뀌는 것이 없다면 걱정하는 그 마음에게 말하세요.
"그 일이 실제로 일어나면 그때 가서 걱정하자!" - 136쪽

좋아하는 일이니까 항상 좋을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 잘못입니다.
좋아해서 시작했던 일도 시간이 지나면
재미가 없어지고 힘든 시간이 있을 수 있어요.
어떤 일이든 고된 시간을 이겨내야 결실을 맺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요. - 156쪽

교수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본인 연구만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교수가 되고 보니 비용 처리 영수증 정리, 각종 추천서 써주기, 연구비 지원서와 보고서 작성, 학교 홍보용 차출 강연 등 하기 싫은 일들도 함께 섞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면 모든 직업이 다 그런 것 같아요. 본인이 싫은 것도 해야 좋은 것도 할 수가 있습니다. - 156쪽

생각이란, 몸의 안팎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내 마음이 만들어내는 일종의 견해에요. 사람은 하루에만 무려 1만 7,000번의 생각을 일으킨다고 하는데, 그 내용을 보면 주로 과거의 기억에 의지해서 비슷한 생각들이 습관화되어 도미노처럼 일어납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그 생각들을 대부분 알아채지 못하고 생각 속에 완전히 빠져버려 생각이 이끄는 대로 마음이 끌려다닌다는 사실입니다. 즉, 내 마음이 만들어낸 생각이지만 주객이 완전히 전도되어 마음이 생각을 부리는 것이 아니고, 생각이 내 마음을 종처럼 부리고 사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주로 무의식 속에서 생각들이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그 생각들이 실제 사실인지 아니면 내 관점에서 본 단순한 견해인지 구분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마음에 올라온 생각이 곧 현실이라고 믿어버리게 되지요. 실제가 전혀 아닐 수도 있는데도 말입니다. - 214쪽

마음에 고민이 많아 우울하고 힘들 때 머리를 들고 앞에 있는 사물을 아주 자세히 관찰해보세요. 사물을 보는 순간 생각의 진행이 멈추면서 조금 전 마음의 고민이 그냥 ‘생각 덩어리였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습니다. 생각들에게 너무 힘을 실어주지 말고 ‘고작 생각들이었어.’ 하세요. - 219쪽

야구 선수가 아무리 홈런을 쳐도 결국 타자는
1루, 2루, 3루를 거쳐 처음 떠났던 홈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결국, 인생이나 수행도 처음엔 대단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
집을 떠나지만, 무수한 성공과 실패의 경험 후에는
처음 떠났던 그 자리의 소중함을 깨닫고 다시 돌아옵니다.
내가 그토록 찾던 것이 항상 내 손안에 있었던 것일 수 있습니다. - 239쪽

내 안에는 여러 생각이나 감정들이 일어나고 사라지지만
그것들 뒤로 조용히 지켜보고 아는 관조자가 있습니다.
그 관조자는 묵묵히 지켜보면서 단지 알 뿐
그 생각이나 감정에 물들지 않습니다.
그 관조자가 바로 우리의 본성입니다. - 242쪽

마음 본성은 거울과도 같아서
더렵혀진 적도 더렵혀질 수도 없습니다.
마음 거울에 질투, 미움, 탐욕 등이
잠시 영상으로 비칠 수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영상들이 보여도 거울 자체는 물들지가 않습니다.
잠시 거울 위로 보여지는 영상들을 붙잡고 나라고 착각하지 마세요. - 242쪽

해탈이란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불안함이 없는 것을 뜻한다.
- 승찬 선사 -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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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의 서재 - 진화하는 지식의 최전선에 서다 다윈 삼부작 1
장대익 지음 / 바다출판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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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도킨스 : 만일 아이들에게 ‘마르크스주의자’, ‘자본주의자’, ‘보수주의자’, ‘자유주의자’ 등과 같은 꼬리표를 달아준다고 해보세요. 다들 말이 안 된다고 느낄 거에요. 정치학적 사고나 경제학적 이론들을 이해할 리 없는 아이들을 그렇게 부르는 것은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만일 그것이 강요에 의한 꼬리표라면 학대라고도 할 수 있죠. - 25쪽

데닛 : 문화를 생물학적 조건과 무관하다거나 자율적으로 굴러가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문화도 결국 각 개인의 두뇌 작용들 아닙니까? 두뇌는 유전자로 만들어질 테고요. 문화의 특수성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다윈도 이미 <인간과 동물의 감정표현>에서 문화 보편적인 감정들에 대해 논의했었고요. 심지어 그런 감정들을 개나 오랑우탄도 공유하고 있다고 주장했었지요. - 34쪽

윌슨 : 하지만 저는 다윈의 그런 책들 속에서 보석을 발견했습니다. 그것은 ‘외계인의 시선’이라는 것입니다. 만일 안드로메다에서 지구의 생명체를 탐구하기 위해 생물학자를 파견했다고 해봐요. 그의 미션은 지구 생물들의 의사소통 체계를 연구해 본국에 보고하는 일이에요. 그는 틀림없이 인간의 언어 행위를 새의 노래, 침팬지의 팬트 후트, 벌의 댄스, 심지어 개미의 페로몬 작용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고할 겁니다. 왜냐면 그 모든 행위는 의사소통이라는 공통 목표를 위해 특화된 해결책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인간에게만 문법 능력이 있다고 해서 그것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것인 양 특별하게 취급하게 되면 정작 중요한 연속성은 보지 못합니다.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도 이렇게 ‘외계인의 시선’이 필요합니다. - 34쪽

구달 : 집요한 관찰은 예리한 통찰로 이어집니다. - 52쪽

구달 : 그래서 저는 동물에 대한 연구와 동물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따로 놀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동물을 더 깊이 연구하면 할수록 인간과 비슷한 면을 많이 보게 되거든요. 이제 전 세계 조직을 갖고 있을 정도로 확산된 ‘뿌리와 새싹(Roots & Shoots)’이라는 운동은 바로 이런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젠 동물 보호 수준을 넘어 생태, 교육, 평화의 문제로까지 이 운동을 발전시켜야 하는 시점입니다. - 53쪽

쿤 : 연습문제의 특징이 뭡니까? 이미 답도, 그 답에 이르는 길도 있다는 거죠. 아이들의 그림 퍼즐도 마찬가지에요. 이미 원판 그림(정답)이 있고 그 그림 조각들을 맞추는 방법도 정해져 있지요. 이게 바로 패러다임의 특성이에요. 즉 과학자는 자신이 받아들이고 있는 패러다임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탐구 활동을 합니다. 그래서 어떤 현상이든 그것을 통해 보려하지요. 실제 경험과 이론 틀이 삐걱거리더라도 과학자는 자신의 무능을 탓할 뿐 틀 자체를 의심하진 않습니다. - 58, 59쪽

쿤 : 한 패러다임에 대한 반례들이 쌓여도 혁명은 쉽게 오지 않는다는 것! 패러다임을 부여잡고 있는 과학자들은 반례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곧 해결될 거라 믿는 거죠. 그런데 반례들이 점점 쌓이고 대가들도 해결을 못하는 상황이 자주 연출되다 보면 그때서야 심리적 위기감이 몰려옵니다. 그러다 주로 변방에서 신예들이 나타나 그 반례들을 풀어내는 일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되면 기존의 패러다임에 목을 매던 사람들이 새로운 진영으로 급격히 이동합니다. 이것이 바로 과학혁명입니다. 수성의 근일점 변경을 설명하지 못했던 뉴턴 역학이 그 점을 정확히 예측한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게 왕좌를 물려준 경우가 대표적인 사례지요. 생명의 다양성과 변화를 설명하지 못한 창조론이 다윈의 진화론에 자리를 내준 경우도 다 그런 예들입니다. - 61, 62쪽

굴드 : 저는 거기서 ‘진화는 진보가 아니며 다양성의 증가일 뿐’이라고 했죠. 생명이 어떤 트렌드나 방향을 가지고 진화해왔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데요, 그것은 진화적 변화의 특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에요. - 77쪽

도킨스 : 제 책은 한 마디로 ‘유전자는 이기적인데 어떻게 이타적인 인간이 진화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에 대한 하나의 해답이거든요. 즉 유전자는 결국 더 많은 자기 복사본을 남기기 위해 인간을 이타적이게 만들었다는 얘기니까요. - 87쪽

슈뢰딩거 : 사실 한 사람의 과학자가 자신의 전문 분야 이상의 지식에 정통하기는 정말 힘듭니다. 하지만 우리는 통일적이고 포괄적인 지식을 향한 강한 열망을 갖고 있죠. 이런 딜레마에 대해 서문에서 저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이 딜레마를 벗어나는 유일한 길은 누군가 과감하게 오류를 범할 위험을 감수하고 사실과 이론들을 종합하는 시도를 감행하는 것뿐이다." - 103쪽

밀러 : 하지만 이 책의 요지가 단지 그들의 삶이 유사하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저는 두 천재가 창의성을 발휘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싶었지요. 창조의 순간에는 학문 사이의 경계가 해체되었습니다. 대신 미학이 최고의 자리를 차지하더군요. 피카소의 걸작들 뒤에는 수학적 사고와 과학 정신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새로운 미술을 위해 기하학적 형태로의 환원을 모색했고, 사진 실험을 계속하며 시간과 공간의 동시성 문제에 천착했어요. 한편 아인슈타인은 당시 전자기 이론의 비일관성, 빛의 성질에 관한 이질적 견해 등을 견딜 수 없어 했어요. 왜냐하면 그런 비일관성과 비대칭성은 그가 보기에 전혀 아름답지 않은 거였거든요. 그는 자연세계의 진짜 법칙은 단순할 거라 믿었어요. 미니멀리즘의 신봉자였죠. - 161쪽

몸을 유지하는 데 드는 최소 에너지를 ‘날 음식’만으로 충당해야 한다면 여분의 에너지는 생기기 힘듭니다. 소화를 하는 데만도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들기 때문입니다. 가령 날 음식만 먹는 침팬지는 하루 여섯 시간 동안이나 무언가를 씹고 있어야만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류의 진화 역사에서 어떤 무리가 ‘화식’을 발명하여 구운 고기를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하면서 운명이 갈라진 것이죠. 날 것을 소화하기 위해 사용했어야 할 에너지와 시간의 일부를 뇌로 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랭엄은 인간이 침팬지에 비해 뇌가 큰 것은 바로 이런 먹을 거리의 차이 때문이었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상대적으로 작은 턱과 입, 뭉뚝한 이빨, 그리고 짧은 소화관을 진화시킨 이유도 바로 화식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 225, 226쪽

저자(리처드 도킨스 <눈먼 시계공>)에 의하면 자연선택 과정이 무작위적이라는 주장은 오해일 뿐입니다. 그 과정은 오히려 무작위적인 변이 생성을 추려주는 누적적이고 창조적인 과정입니다. 따라서 자자의 논리대로라면 자연계에 만연해 있는 놀라운 적응 형질들도 충분한 시간만 주어지면 자연선택에 의해 얼마든지 진화가 가능하게 되죠. - 251쪽

하지만 인간 여성들은 자기 자신마저도 배란일이 언제인지를 정확히 모릅니다. 겉으로 드러나는 변화는 더더욱 없죠.
저자(제러드 다이아몬드 <섹스의 진화>)는 이런 독특한 현상을 두 가지 가설, 즉 ‘아빠를 집에’와 ‘여러 아빠’ 가설로 설명합니다. ‘아빠를 집에’ 가설에 따르면, 배란 은폐는 남성들로 하여금 가정에 머무르게 함으로써 자신의 아내가 낳은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확신을 갖도록 하기 위해 진화했습니다. 반면 ‘여러 아빠’에 따르면, 배란 은폐는 여성으로 하여금 더 많은 남자들과 자유롭게 성관계를 맺도록 하고 그 결과 남성들이 여성이 낳은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를 정확히 알 수 없도록 하기 위해 진화했습니다. 서로 상반된 이유에서 배란 은폐가 진화했다는 두 가설을 비교 분석하면서, 그는 인간 암컷만이 가진 특성인 배란 은폐의 수수께끼를 한 꺼풀씩 벗겨주고 있습니다. - 265, 266쪽

하지만 저자(제러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는 이유는 바로 디테일에 있습니다. 예컨대 거대한 석상 문화로 유명한 이스터 섬의 문명이 몰락한 원인을 분석하면서 그는 무자비한 삼림 파괴에서 시작되어 그로 인한 전쟁, 지배계급의 전복, 인구 감소로 이어지는 인과의 궤적을 정교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환경파괴야말로 문명 붕괴 요인들 중에서 가장 중요하고 유일하게 공통적인 부분이라고 역설합니다. 즉 문명 붕괴 뒤에는 늘 환경과 생태의 중요성에 대한 무지와 무시가 있었다는 주장이죠. - 313쪽

르윈틴이 볼 때 현대 생물학이 기대고 있는 이데올로기는 이른바 ‘유전자 환원주의(genetic reductionism)’입니다. 유전자 환원주의는 개인의 모든 특성들을 유전자의 차이로 설명하려는 시도를 말하는데요. 현대 생물학 중에서 특히 유전학과 진화생물학이 주로 이 이데올로기의 근원지입니다.
그는 지능지수의 유전성 문제를 비롯하여 인간의 여러 특성들에 대한 유전학적 접근이 근본부터 틀렸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세련된 통계 기법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인간이 속해 있을 수 있는 모든 환경에 대한 지식이 우리에게 없는 이상 유전성 논의 자체가 왜곡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개인차 의 80퍼센트가 유전자에서 기인하며 나머지 20퍼센트가 환경에 의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환경의 전범위에 걸쳐서 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하는데,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그에 따르면 개인의 능력차는 환경의 변화로 인해 얼마든지 역전될 수 있습니다. - 368쪽

르윈틴은 언젠가 "본질은 맥락과 상호작용이다"라고 진술한 바 있습니다. 그가 <DNA 독트린>에서 논의한 상호작용은 유전자와 환경, 개체와 환경, 그리고 원인과 결과간의 상호작용입니다. 이런 상호작용들의 진정한 의미를 드러내는 과정에서 그는 유전자와 환경의 효과가 상호 의존적이라는 점, 표현형의 범위가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 유전자가 여러 원인들 중에 특권적인 지위를 가질 수 없다는 점, 그리고 환경이 개체들에 의해 구성된다는 점 등을 부각시켰습니다. - 3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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