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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의 빅픽처 - 저성장 시대의 생존 경제학
선대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11월
평점 :
품절
제목에서 처럼 책의 내용에서도 저자는 경제의 '큰 그림'을 보는 것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실제로 큰 그림을 통한 투자의 흐름과 기회를 타진할 수 있는 몇가지 사례도 제시하고 있다. 분명 도움이 되는 설명이기는 하나, 너무 일반적인 내용이 다수를 이루어서 투자에 대한 공부를 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거시적인 것을 강조하다보면 미시적인 것을 어느 정도 놓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대인의 이름만 보고 구체적인 투자 전략을 얻고자 이 책을 들었다면 바로 후회하게 될 것이다. 투자의 기초를 위한 책이다.
중의적인 의미로의 빅 픽처는 Bio-Health Care, Interest Rate, Green, Petroleum, India, China, Tech Companies, USA, Risk, Exchange Rate을 의미한다고도 한다. 10개의 요소 중 Bio-Health Care, Green, Tech Companies는 성장 가능한 산업분야를, India, China, USA는 성장 기대 국가를, Petroleum, Interest Rate, Risk, Exchange Rate은 투자시 고려해야할 거시적 지표를 가리키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저자는 이 '퍼즐 조각'들이 미래의 핵심적인 기회라고 말한다. 그러나 10가지나 되는 요소들을 제시하다보니 그 내용 또한 상식적인 수준에 그치거나 비일관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경우가 있다. 한국의 제약업계의 기술경쟁력은 떨어지지만 최근 기술특례 등으로 상장하는 기업들의 추이는 주목해야 한다던가, 인도 기업들에 대한 직접투자는 말리고 싶다고 하면서도 인도를 계속 주목해볼 만 하다고 서술하는 것, 또는 중국은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여전히 기회가 있는 숨어 있는(중국이 숨어 있나?) 광맥이라는 등의 내용이다. 어찌 보면 뻔한 얘기일 수도 있고, 초보자가 읽으면 도대체 어쩌라는 건지 오히려 더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짐 로저스는 이렇게 말했다. "정보를 빨리 입수하더라도 정확한 활용 방법을 알아야만 돈을 벌 수 있다. 지금은 모든 정보를 순식간에 입수하는 시대다. 모두가 거의 같은 시점에 똑같은 정보를 입수한다. 차이는 판단력에서 나온다." - 32쪽
국제 금 가격의 상승과 하락은 사실 기축통화인 달러의 흐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림1-4>를 보면, 2008년 이후 국제 금 가격과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대체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기축통화인 달러의 가치가 떨어지면 대안으로 금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달러의 가치가 오르면 금 가격은 반대로 약세를 보인다. - 41, 42쪽
그렇다면 유가가 달러 가치와 연동해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원유는 기본적으로 달러로 거래된다.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면 물가가 올라가는 것처럼, 달러가 많이 풀리면 달러로 거래되는 유가 역시 올라가게 된다. 반대로 달러가 강세면 달러로 표시되는 유가는 떨어진다. 같은 현상을 원유 공급자인 중동 산유국 입장에서 설명해볼 수도 있다. 중동 산유국 입장에서는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달러로 거래되는 유가를 조금 낮춰도 이익이 난다. 반면 달러 가치가 내려가면 유가를 올려야 이익을 맞출 수 있다. 이런 점 때문에 달러인덱스와 유가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고도 볼 수 있다. - 46, 47쪽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유가가 하락하며 바로 상승세를 탔고 주가도 올라갔다. 이 시기 이외에도 대한항공 주가는 대체로 국제 유가가 떨어지면 오르고 국제 유가가 올라가면 떨어지는 흐름을 보였는데, 경제의 큰 그림을 볼 수 있다면 이런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 50쪽
국내 부동산 경기가 조금 좋아진 것처럼 보이는 지금, 이때다 싶은 국내 건설업체들은 사상 최대의 엄청난 분양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 이렇게라도 분양해서 국내 주택 소비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우지 않으면 무리한 해외 건설 수주로 인한 자금난을 해결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이것이 사상 최대의 분양 물량을 쏟아내며 겉으로는 엄청난 호황을 누리는 것처럼 보이는 건설업체들의 실적과 주가가 그다지 상승하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다. - 52쪽
중국의 경기침체는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당장 한국의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쳐 해당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되고 주가가 떨어진다. 잘 알려져 있듯 중국은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며, 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 중 약 4분의 1이나 차지한다. 이는 두번째로 비중이 큰 미국의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게다가 과거에는 중국의 수출 추이와 한국의 대중(中) 수출 추이가 직접 연동되어 있었다. 즉 중국의 대외 수출이 늘어나면 한국의 대중 수출도 늘어났다. 한국에서 생산한 중간재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중국이 그 중간재로 완성품을 만들어 다시 미국이나 EU 등에서 수출했던 것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은 `중국을 향한 수출`이라기보다는 `중국을 통한 우회 수출`에 가까웠다. 그런데 2014년부터는 중국의 수출이 늘어도 한국의 대중 수출은 오히려 줄어드는 등 과거와 같은 상관성이 사라지고 있다. 이는 중국 내 수입대체산업이 빠르게 성장해 한국 중간재에 의존하는 비중이 급속히 줄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은 한국의 일방적인 수출 대상국에서 벗어나 이제 해외에서 한국의 수출 경쟁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 57, 58쪽
양적완화가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돈의 발행량을 크게 늘려 마구 푸는 것이다. FRB는 돈의 힘이라는 거대한 쿠션으로 절벽에서 수직낙하하는 미국 경기를 떠받쳤다. 이렇게 양적완화를 통해 미국과 전 세계에 뿌려진 된이 실로 어마어마하다. 이 돈은 어디로 어떻게 흘러들어갔을까? 우선 FRB는 이 돈으로 미국 국채와 주택저당증권을 사서 미국의 장기 시장금리를 떨어뜨림으로써 경기회복을 도왔다. 또한 이 돈은 주식시장과 주택시장에 흘러들어 주가를 띄우고 집값을 다시 일정 수준까지 회복시켰다. 제로금리 상태인 미국을 벗어나 밖으로 나간 돈은 신흥국가들에 주로 흘러 들어가 해당 국가들의 자산 가격을 밀어 올리고, 달러로 거래되는 각종 원자재 가격도 끌어올렸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도 2008년 경제위기 이후에만 약 400조 원 가까운 증권투자자금이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에 흘러들어왔다. - 69, 70쪽
만약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다른 나라도 금리를 따라 올리는데 한국 금리만 요지부동이라면, 심할 경우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향후 어느 시점에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렸다고 하자. 2015년 9월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1.5%다. 그러면 미국 금리가 더 높은데, 한국에 들어와 있는 돈들이 그대로 머물러 있겠는가? 상당량의 자금들은 빠져나갈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미국 경기가 더 탄탄하게 회복되어 투자 기회도 많은데 돈의 값인 금리까지 더 높다고 생각해보라. 어느 시장에 투자를 늘리겠는가? - 75쪽
"위험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 모르는 데서 온다." 워런 버핏의 말이다. 자기가 어떤 상태에서 무엇을 투자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위기가 찾아온다는 뜻이다. - 19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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