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이나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후회한 12가지
와다 이치로 지음, 김현화 옮김 / 한빛비즈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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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 쪽이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사 생활`이라는 게임에 참가하는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그 룰을 부정하고 건성으로 게임에 참가하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참가해야 한다.
게임을 즐기기 위한 최고의 비법은 그 게임에 진심으로 몰두하는 것이다. 이기든 지든 상관없다는 태도로 임하는 게임은 즐거울 리가 없다. 진심이어야 게임의 참된 묘미를 맛볼 수 있는 법이다.
진심으로 승리를 바라고 게임에서 이기는 법을 연구하여 상대 플레이어와 심리전을 펼치고 상대를 앞지른다. 그리고 파산하게 만들어 게임판에서 제거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상대 플레이어에게 여러분이 제거당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비유다. 비유지만 무척이나 현실적인 비유다. - 18, 19쪽

늦게 꽃을 피우는 쪽이라면 몇 년간의 공백은 별다른 문제가 되지 않을 터다. 눈앞의 인생을 전력으로 사는 것은 창조적인 활동을 어중간하게 지속하는 것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창조성에 보다 나은 양분이 되지 않을까.
하드보일드 소설 작가인 레이먼드 챈들러가 필립 말로를 창조한 것은 51세 때였다.
젋은 시절에 시를 썼던 챈들러는 다양한 직종을 경험했고 작가가 되기 직전에는 석유 회사 부사장까지 올라갔다. 그러나 음주와 상습적인 결근 등으로 직업을 잃고 말았다. 그 무렵에 그는 당시에 싸게 손에 넣은 저속한 잡지를 아무 생각 없이 읽다가 자신도 이 정도 글이라면 쓸 수 있겠다, 어느 정도 벌이가 되겠다고 생각하여 실제로 44세부터 소설 기법을 배워 51세에 그 유명한 <빅 슬립>을 발표했다.
꿈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길다. 초조해하지 않아도 된다.
몇 년간은 일단 잊고 주어진 일에 몸과 마음을 다해 몰입하자. - 39쪽

그럼에도 역시 처음의 꿈을 포기할 수 없다면, 그때는 그 회사에서 자리를 잡은 시기에 꿈을 향한 봉인을 살짝 풀어서 자신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매일 지속적으로 거기에 활용하면 된다.
매일 아침 출근 전에 일찍 일어나서 만드는 자신만을 위한 조용한 1시간이나 1시간 반이 그에 해당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10년이든 15년이든 지속한다. - 40쪽

만약 여러분이 누군가에게 `신념 있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것이 진정으로 칭찬인지 `완고한 사람`이라고 은근히 돌려 말하는 것뿐인지, 잠시 멈춰서 생각해 보아도 손해는 없을 것이다. 그런 `신념`이 어떤 상황에서라도 타당한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 상황에 따라 지켜야 할 우선순위로서는 낮지 않은지 곰곰히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때로는 자신이 `신념`이라고 부르는 것을 쓰레기통에 던져 넣는 용기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 171쪽

열심히 일하는 회사원 대부분이 과장을 비롯한 중간관리직이 되었을 무렵, `과로`하는 시기를 경험하지 않을까.
자신이 회사를 지탱하고 있다는 긍지, 지고 싶지 않다는 경쟁심, 미움받고 싶지 않다는 두려움. 그러한 것에 내몰려서 한계까지 노력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서는 스트레스로 인해 돌발성 난청 등의 질병에 걸리기도 한다.
그러고는 그 페이스를 유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간신히 깨닫는 것이다.
과로가 오래 이어져서 일상화되면 자신은 강하다고 생각하더라도 마음은 점점 닳아 버린다. 설레는 일이 사라지고 부주의로 인한 실수가 늘어서 이유 없이 눈물이 나기도 한다.
그리고 반드시 우울증에 걸린다. - 195쪽

나는 생각한다.
직장인은 사회에 나와서 두 번 죽는다고.
한 번은 아무것도 아닌 자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또 한 번은 마흔의 목소리를 듣는 중년이 되었을 무렵, 역시 자신은 아무것도 되지 못한 채 인생을 끝낼 것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 222,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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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종이달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권남희 옮김 / 예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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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만두지 않았던 것은 그만두면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 59쪽

학생처럼 즐겁게 법석을 떨었던 여운이 이렇게 자신을 가볍게 만들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리카는 깨달았다. 왁자지껄한 회식 속에서 문득 학생 시절을 떠올렸지만, 사실은 다르다. 나는 학생 시절에도 그런 식으로 떠들었던 기억이 없다. 기분 좋게 취해서 웃기만 했던 기억밖에 없다. 나는 학생 시절을 떠올린 게 아니라, 학생 시절 상상했던 풍경을 떠올렸을 뿐이다. 나 이외의 학생은 남자나 여자나 하나가 되어 이런 식으로 즐겼을 것이다. 나는 그런 상상밖에 하지 못하는 학생시절을 보냈던 게 아니었을까. 얌전하고 성실하게 - 102쪽

만족감이라기보다는 만능감(萬能感)에 가까웠다. 어디로든 가려고 생각한 곳으로 갈 수 있고, 어떻게든 하려고 생각한 것을 할 수 있다. 자유라는 것을 처음으로 손에 넣은 듯한 기분이었다. 리카는 죄책감도 불안감도 전혀 느끼지 않고, 인적 없는 플랫폼에서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그 만능감의 쾌락에 잠겼다. - 129쪽

어째서 사람은 현실보다 좋은 것을 꿈이라고 단정 지을까. 어째서 이쪽이 현실이고, 내일 돌아갈 곳이 현실보다 비참한 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까. - 211쪽

예전에는 비일상이었던 것이 완전히 일상이 돼버리자, 이번에는 예전에 일상이었던 것이 비일상으로 느껴진다. - 233쪽

돈이라는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어째선지 보이지 않게 된다. 없으면 항상 돈을 생각하지만, 많이 있으면 있는 게 당연해진다. 100만 엔 있으면 그것은 1만 엔이 100장 모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에 처음부터 있는, 무슨 덩어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은 부모에게 보호받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그것을 누린다. - 246쪽

가정은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무수히 흩어져 갔지만, 하지만 어떤 가정을 해도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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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생각은 반드시 답을 찾는다 인플루엔셜 대가의 지혜 시리즈
조훈현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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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대국을 벌이게 되면 먼저 머릿속으로 판을 그려야 하고 이기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바둑은 절대로 처음 생각했던 대로 풀리지 않는다. 상대방 역시 이기기 위해 똑같이 치밀하게 판을 그리고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둑판 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태클을 당한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해서 궁지에 몰리기도 하고, 살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한 수 한수마다 목숨이 걸린 문제가 발생하는 곳. 바로 바둑판 위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프로 기사들은 늘 구사일생의 삶을 살아가는 문제해결의 고수들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세로 세상을 바라본다. 아주 어릴 때부터 수많은 난제들에 부딪치며 살아왔고, 결국에는 그들이 해결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스스로 풀지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그 문제를 풀고야 만다. 그러니 세상사를 바둑판이라고 생각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된다. 해결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 23, 24쪽

그러나 바둑 기사들은 절대로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초읽기에 몰리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집요하게 다음 수를 고민한다. 설사 끝이 보이는 바둑이라 하더라도 돌을 던지기 전까지는 한 수 한 수 최선을 다 한다. 호수(好手)가 아니라면 묘수(妙手)라도, 그것도 아니라면 악수(惡手)나 과수(過手)라도, 치열하게 고민하여 스스로 선택한다. - 25쪽

하지만 일단 기본기가 다져지면, 그때부터는 다시 망아지가 되어야 한다. 바둑은 틀 안에 갇히면 끝장이다. 생각과 생각으로 싸움을 벌이는데 상대가 예측할 수 있는 빤한 수만 놓는다면 어떻게 이길 수 있겠는가. 막강한 힘을 가지려면 무엇보다도 다르게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 28쪽

"답이 없지만 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게 바로 바둑이다." - 35쪽

비인부전 부재승덕(非人不傳 不才勝德)이라는 말이 있다. 인격에 문제 있는 자에게 높은 벼슬이나 비장의 기술을 전수하지 말며, 재주나 지식이 덕을 앞서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 52쪽

생각은 행동이자 선택이다. 어떤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는 그 사람의 선택을 보면 알 수 있다. 백 마디 멋진 말이 무슨 소용인가. 단 하나의 잘못된 선택을 하면 그것으로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는지 다 드러나게 된다. - 54쪽

나는 세고에 선생님이 언제나 한결 같은 자세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자랐다. 너도 그래야 한다고 특별히 가르치신 적은 없지만, 선생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모습을 배우게 되었다. 감정은 그저 흘러왔다 흘러가는 덧없는 것으로, 어떤 감정도 스스로를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선생님의 삶의 자세였다. 기쁨도 아무 감정 없이 바라보고, 슬픔과 분노도 아무 감정 없이 바라봐야 한다. 이겼다고 우쭐해하면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천 번의 지는 경험을 쌓아야 하므로 일상의 경험으로 덤덤하게 바라봐야 한다. - 66쪽

사람들은 현실에 불만을 갖고 어딘가 다른 곳으로 가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깨달은 바로는 지금 여기, 바로 이 순간이 최고의 환경이다. 불만을 갖고 환경 탓을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여기가 최선의 자리라고 생각하고 꿈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면 달라지기 시작한다. - 117쪽

아파도 뚫어지게 바라봐야 한다. 아니 아플수록 더욱 예민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실수는 우연이 아니다. 실수를 한다는 건 내안에 그런 어설픔과 미숙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고치지 않는다면 그것은 영원히 미숙한 어린아이 상태로 살아가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 175, 176쪽

누구나 지는 걸 싫어한다. 될 수 있으면 아무에게도 무릎을 꿇지 않고 살아가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진심으로 이기고 싶다면 이기는 사람에게 고개를 숙이고 배워야 한다. 하나라도 더 질문해서 그 사람의 아이디어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 1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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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생활 좌파들 - 세상을 변화시키는 낯선 질문들
목수정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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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발달은 인간의 수명을 연장시켰지만 우리는 여전히 수세기 전부터 가져왔던 노년에 대한 고루한 시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노년에 대한 완전히 다른 시선이 필요하다. 노년은 매우 감미롭고 아름다운 시기다. 비로소 타인에 대한 의무에서 벗어나 호젓하게 자신만의 시간을 누릴 수 있게 되는 때다. 그러나 사회는 노년의 삶을 위한 그 어떤 준비도 하지 않고 있다. 테레즈는 말한다. 늙는다는 것은 사는 것의 연장일 뿐이라고. 여기저기 아픈 곳을 얘기하며 자신들에게 투정이나 부리다가 죽음이 찾아오는 날을 기다리는 대신 "삶을 의미 있게 해주는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갖는 것,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온몸을 다해 투쟁하는 것, 마지막 순간까지 활기찬 시민으로 살다 가는 것"이 테레즈의 꿈이자 그녀가 바바야가의 집을 통해 실현하려고 하는 목표다. - 19쪽

하기 싫은 일이 뭔지 아는 것, 그래서 그 일을 하지 않는 건 쉽다. 일단 흥이 안 날 테고, 몸도 안 따라줄 테니. 그러나 무한히 열려 있는 선택지 앞에서 원하는 것을 고르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도대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지 못하는 병은 네 개 중 하나의 정답, 그것도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하나가 아니라 세상이 옳다고 생각하는 하나를 추정하는 훈련만 무수히 해온 사람들에게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병이다. 많은 이가 죽을 때까지 결국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무수한 세상의 시선과 관심, 대세에 떠밀려 다닌다. 그러다가 결국 원하는 것이 뭐였는지도 모른 채 생은 끝나버리기 십상이다. 죽는 날에도 유행하는 방식에 따라 자손들의 체면을 구기지 않으면서 유행하는 수의를 입고 유행하는 관 속에 얌전히 들어가 주어야 하는 것이 수많은 평범한 사람의 운명이다. - 38, 39쪽

사람들은 자유의 번잡함이 괴로운 나머지 자발적으로 선택지를 좁힌다. 자율화된 학생들의 복장은 교장들의 용단과 학부모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다시 교복 시대로 복귀하고, 세상의 미혼 남녀들은 자신의 직관과 느낌으로 짝짓기를 포기하고 결혼중계업체의 배를 불리는 선택을 한다. "자유는 싫어. 선택은 귀찮아. 그냥 정해줘. 그럼 시키는 대로 할게." 이런 아우성이 곳곳에서 들린다. 최근 청소년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심각한 증상은 불같은 반항이 아니라 `무기력`이라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0년간의 짧은 민주화 경험 이후 이토록 왕성하게 자라난 독재 시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생각해보면 지금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세력은 단지 부정선거의 결과만은 아닌 듯 싶다. 절반 정도는 독재와 권위가 익숙하고 편한 사람들이 불러들인 재앙이기도 하다. - 39쪽

살면서 그리고 일하면서 돈을 먼저 생각한 적이 없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좌파와 우파는 돈에 부여하는 가치의 우선순위에 따라 구분되는 것 같다. 나는 사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것에 우선순위를 둔다. 우선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그 일을 통해 사람들과 더불어 행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작업할 때도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이 번지게 하는 것과, 일상에서 전혀 누릴 수 없는 색다른 경험을 사람들에게 선사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각별히 아름다운 것을 보여주려 하기보다 도시에 살며 잊고 지낸 것들을 일깨워주려고 한다. 물질적 보상은 내가 이 일을 계속하며 생활할 수 있을 만큼만 주어지면 충분하다. 또 하나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유다. 자유롭게 시간을 운용하고 작업을 선택하는데, 돈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하면 이 모든 것을 잃고 만다. 그런 점에서 나는 충분히 풍요로운 좌파다. - 44, 45쪽

홀로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의 아들로 산다는 건 끊임없이 뻗어오는 어머니의 영향력으로부터 탈출을 시도하는 일이었다. - 69쪽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교훈을 강요하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은 아들을 교육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새로운 방식의 사고가 존재한다는 사실만큼은 전하려 했다. 아들에게 "부모의 뜻을 거스를 때 너만의 세계를 만들어 갈 수 있다. 매일매일 너는 부모의 마음에 안 들게 행동해야 한다. 그렇게 구축한 네 모습을 나는 사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아들은 내 말을 아주 유용하게 활용했다. 당연한 일이지만, 아들은 사춘기 때 `이상한` 옷차림이나 눈에 거슬리는 행동을 종종 했고, 내가 그런 모습을 나무라면 "아빠가 부모의 맘에 안 들게 행동하라고 말했잖아요"라며 항변했다. 그때는 나도 고통을 받았다. 그러나 그렇게 자신의 독립적인 세계를 구축한 아들을 사랑한다. - 74쪽

좌파란 시간을 더디게 흘러가게 하는 사람들이다. 이것은 움직임을 거부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파는 모든 삶을 속도에 대한 강박 속에 날려버린다. 좌파는 시간을 갖고 삶을 음미하며, 이른바 개발과 발전이라는 강박으로부터 삶을 되찾아오는 싸움을 한다. 또한 좌파는 끊임없이 세상의 구조, 세상이 굴러가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다수에 맞소 소수를 대변하며, 지속적으로 우리를 둘러싼 삶의 조건에 문제를 제기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자신을 일깨우고 탐구하는 사람들이다. 예술은 삶의 잉여물이거나 사치품이 아니라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그리고 예술가는 예술적 실험을 통해 다른 세상, 다른 관점이 가능하다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 사람들이다. 예술과 문화로 자신을 계속 일깨우고 자극하는 사람들도 좌파에 해당한다. - 78, 79쪽

그러나 현재 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자본가의 이익을 더 많이 창줄해내는 데 과학을 이용하는 것이다. 내가 하는 연구뿐 아니라 다른 많은 연구가 그러하다. 더구나 연구소의 운영 방식 자체도 자본주의적 관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곳에서 과학자들은 기업가나 정부를 위한 소모품으로 전락한다. 정치가로 변신하지 않는 과학자는 도태되는 반면 과학을 뒤로하고 출세의 길을 나선 자들에게만 힘이 주어진다. 환멸이 크다. - 94쪽

나는 사고를 통해서 급격히 깨달았지만 서서히 많은 사람들이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소비사회의 허무를 깨달을 거라고 믿는다. 더 이상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아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을 만큼 이미 지구상에는 너무나 많은 것들이 생산돼 있다. 5년 안에 고장나도록 설계되는 가전제품, 6개월 안에 다른 옷을 사도록 만들어지는 허름한 천들. 이제 자본주의사회는 엔지니어들에게 이런 기술을 요구한다. 사람들이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많이 낭비하게 하는 그런 기술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렇게 생산된 물건을 자신의 특정한 직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산다. 집 안을 채우는 모든 물건을 돈으로 사고 모든 문제를 돈으로 해결하는 인간은 실제로 얼마나 무능하고 무력한 존재들인가. - 98쪽

첫째, 좌파는 익숙해지는 걸 거부하는 사람이다. 나는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것을 싫어한다. 사회의 시스템에 완전히 흡수되어서 저항하지 않고 살아가는 건 아주 편하고 안락한 삶을 우리에게 약속한다. 우리는 더 이상 화내거나 인상 쓰지 않아도 된다. 누구와도 부딪치지 않고 매끄럽게 지낼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익숙함을 계속 밀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나도 모르게 무언가에 익숙해져버렸다고 스스로 깨닫는 순간 그것을 밀어내야 계속해서 새로워질 수 있다. 바로 그렇게 해야 만 우린 계속해서 새롭게 태어나고 세상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다. 그건 계속해서 젊게 존재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 112, 113쪽

둘째, 좌파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현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다. 단순히 현상에 대하여 반대하는 것 외에 또 다른 방향으로의 가능성을 생각할 줄 아는 사람이다. 반대만 하다 보면 결과적으로 그 반대하는 대상의 힘을 키워주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완전히 다른 지편으로의 가능성을 찾다 보면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노동 문제만이 진정으로 다룰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거나, 오로지 경제 문제에 대한 접근만이 우리가 찾는 해법에 다가갈 수 있는 길이라는 식의 사고보다 페미니즘이나 성소수자 문제, 생태 문제를 통한 접근으로 단단한 의지를 가진 좌파들을 길에서 더 많이 만날 수 있는 것과도 같다. - 113쪽

좌파는 소수자를 비롯하여 우리 모두가 함께 가지고 누려야 하는 권리에 대해 결코 타협하지 않는 사람이다. 또한 정의롭게 작동하는 시스템과 시장에 복종하지 않는 하나의 평화로운 유럽을 열망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지금 쉽게 반동주의자가 될 수 있는 시절을 살고 있다. 이런 시절에 좌파란 지금까지 싸워 획득한 근본적인 권리를 양보하지 않는 사람들일 것이다. 우리가 지금 누리는 사회적 권리와 보다 정의로운 사회는 그동안의 투쟁이 우리에게 가져다준 열매였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 역시 좌파의 몫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저항과 희망을 위한 분투에 세심하게 반응하며, 우리의 민주주의가 세계 각지의 저항에 의해 영감을 받으며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것, 이 또한 좌파에게 부여된 사명이다. - 150, 151쪽

생존자들에게는 죽어간 나머지 사람들의 몫까지 살아야 할 운명이 주어진다. 삶과 사람의 중심에 정치가 굳건히 자리 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거기서 비롯된다. - 161, 162쪽

좌파란 보다 평등하고 보다 차이를 존중하는 사회로 세상을 변혁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이다. - 190쪽

다른 먼지들이 진정한 자류를 갖지 못하고 있을 때 `나`라는 먼지만 홀로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 204

좌파란 또한 "세상 모든 일에 즉각적, 감정적으로 반응하지 않는 사람, 무엇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기 전에 다른 사람의 생각을 받아들이기 위한 간격을 스스로에게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도 말한다. 루이즈에게 좌파는 철학적 성찰과 휴머니스트의 인격을 갖는 사람이다.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좌파에게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고 좌파들은 그것을 억울해하기도 한다. 그러나 루이즈의 말을 따르자면 그것은 좌파의 "즐겁고도 괴로운" 숙명이다. 눈치 보면서 대세만 쫓는 이들, 성급한 단견으로 세상을 재단하는 이들에게 우린 좌파라는 영광(?)스러운 라벨을 붙여주지 않으니, 적어도 좌파로 자임하려면 기꺼이 깊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그말, 어딘지 낯설지만 충분히 와 닿는다. - 206쪽

나는 은퇴 후의 삶을 기다렸다. 충만한 시간이 주어지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으니까. 나도 누구보다 세속의 욕망이 크지만, 동시에 그 욕망의 허망함도 잘 안다. 독서를 통해 욕망을 통제하는 법을 배웠다. - 269쪽

박정희 집권 중 우리는 한 번도 정상적인 대통령선거를 치르지 못했다. 박정희는 한국의 과속 성장이 자신의 업적이라고 선전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 사람들의 저력이다. 때가 되면 역사의 페이지를 넘길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새로운 장에서 또 다른 가능성이 펼쳐질 수도, 좀 아쉬운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박정희는 역사의 페이지가 넘어가는 것을 거부했고 새로운 장이 펼쳐질 가능성을 혼자 차단하려고 했다. 그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다. - 27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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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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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을 떠났느냐. 두 마디로 요약하면 `한국이 싫어서`지. 세 마디로 줄이면 `여기서는 못 살겠어서.` 무턱대고 욕하진 말아줘. 내가 태어난 나라라도 싫어할 수는 있는 거잖아. 그게 뭐 그렇게 잘못됐어? 내가 지금 "한국 사람들을 죽이자. 대사관에 불을 지르자."고 선동하는 게 아니잖아? 무슨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것도 아니고, 하다못해 태극기 한 장 태우지 않아. 미국이 싫다는 미국 사람이나 일본이 부끄럽다는 일본 사람한테는 `개념 있다`며 고개 끄덕일 사람 꽤 되지 않나? - 10, 11쪽

내가 여기서는 못 살겠다고 생각하는 건... 난 정말 한국에서는 경쟁력이 없는 인간이야. 무슨 멸종돼야 할 동물 같아. 추위도 너무 잘 타고, 뭘 치열하게 목숨 걸호 하지도 못하고, 물려받은 것도 개뿔 없고, 그런 주제에 까다롭기는 또 더럽게 까다로워요. 직장은 통근 거리가 중요하다느니, 사는 곳 주변에 문화시설이 많으면 좋겠다느니, 하는 일은 자아를 실현할 수 있는 거면 좋겠다느니, 막 그런 걸 따져. - 11쪽

아프리카 초원 다큐멘터리에 만날 나와서 사자한테 잡아 먹히는 동물 있잖아. 톰슨가젤. 걔네들 보면 사자가 올 때 꼭 이상한 데서 뛰다가 잡히는 애 하나씩 있다? 내가 걔 같애. 남들 하는 대로 하지 않고 여기는 그늘이 졌네, 저기는 풀이 질기네 어쩌네 하면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있다가 표적이 되는 거지.
하지만 내가 그런 가젤이라고 해서 사자가 오는데 가만히 서 있을 순 없잖아.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은 쳐 봐야지. 그래서 내가 한국을 뜨게 된 거야.
도망치지 않고 맞서 싸워서 이기는 게 멋있다는 건 나도 아는데... 그래서, 뭐 어떻게 해? 다른 동료 톰슨가젤들이랑 연대해서 사자랑 맞짱이라도 떠? - 11, 12쪽

사실 지루한 얘기는 두 가지뿐이었어. 은혜 시어머니 이야기, 그리고 미연이 회사 이야기. 그런데 은혜랑 미연이 그 두 얘기를 너무 오래 하는 거야. 몇 년 전에 떠들었던 거란 내용도 다를 게 없어. 걔들은 아마 앞으로 몇 년 뒤에도 여전히 똑같은 얘기를 하고 있을 거야. 솔직히 상황을 바꾸고자 하는 의지 자체가 없는 거지. 걔들이 원하는 건 내가 "와, 무슨 그럴 쳐 죽일 년이 다 있대? 회사 진짜 거지같다, 한국 왜 이렇게 후지냐."라며 공감해주는 거지,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냐. 근본적인 해결책은 힘이 들고, 실행하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니까. 회사 상사에게 "이건 잘못됐다."라고, 시어머니에게 "그건 실다."라고 딱 부러지게 말하기가 무서운 거야. 걔들한테는 지금의 생활이 주는 안정감과 예측 가능성이 너무나 소중해. - 120, 121쪽

"예나야, 너 비행기에서 낙하산 메고 떨어지는 거랑, 빌딩 꼭대기에서 낙하산 메고 떨어지는 거랑, 어느 게 더 위험한지 알아?"
"어느 게 더 위험한데?"
내 동생은 뭔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듯 뜨악한 표정이었지.
"빌딩 꼭대기에서 떨어지는 게 훨씬 더 위험해. 높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바닥에 닿기 전에 몸을 추스르고 자세를 잡을 시간이 있거든. 그런데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그럴 여유가 없어. 아차, 하는 사이에 이미 몸이 땅에 부딪쳐 박살나 있는 거야. 높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은 낙하산 하나가 안펴지면 예비 낙하산을 펴면 되지만, 낮은 데서 떨어지는 사람한테는 그럴 시간도 없어. 낙하산 하나가 안 펴지면 그걸로 끝이야. 그러니까 낮은 데서 사는 사람은 더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조심해야 해. 낮은 데서 추락하는 게 더 위험해."- 124, 125쪽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내가 뭘 하겠다고 나서건 그게 성공할지 성공 안 할지는 몰라. 지금 내가 의대 가서 성형외과 의사 되면, 로스쿨 가서 변호사 되면, 본전 뽑을 수 있을까? 아닐걸? 10년 뒤, 20년 뒤에 어떤 직업이 뜰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러니까 앞으로 전망 얘기하는 건 무의미한 거고, 내가 뭘 하고 싶으냐가 정말 중요한 거지. 돈이 안 벌려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좀 덜 억울할 거 아냐. 지명이가 그렇게 자기 진로를 선택한 거지. 그런데 난 내가 뭘 하고 싶은 지를 몰랐어. - 151,152쪽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만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 줄 구성원을 아꼈지. 김연아라든가, 삼성전자라든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주로 `나라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줬어. 내가 형편이 어려워서 사람 도리를 못하게 되면 나라가 나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가 국가의 명예를 걱정해야 한다는 식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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