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그만두지 않았던 것은 그만두면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것이 무서웠다. - 59쪽
학생처럼 즐겁게 법석을 떨었던 여운이 이렇게 자신을 가볍게 만들었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리카는 깨달았다. 왁자지껄한 회식 속에서 문득 학생 시절을 떠올렸지만, 사실은 다르다. 나는 학생 시절에도 그런 식으로 떠들었던 기억이 없다. 기분 좋게 취해서 웃기만 했던 기억밖에 없다. 나는 학생 시절을 떠올린 게 아니라, 학생 시절 상상했던 풍경을 떠올렸을 뿐이다. 나 이외의 학생은 남자나 여자나 하나가 되어 이런 식으로 즐겼을 것이다. 나는 그런 상상밖에 하지 못하는 학생시절을 보냈던 게 아니었을까. 얌전하고 성실하게 - 102쪽
만족감이라기보다는 만능감(萬能感)에 가까웠다. 어디로든 가려고 생각한 곳으로 갈 수 있고, 어떻게든 하려고 생각한 것을 할 수 있다. 자유라는 것을 처음으로 손에 넣은 듯한 기분이었다. 리카는 죄책감도 불안감도 전혀 느끼지 않고, 인적 없는 플랫폼에서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그 만능감의 쾌락에 잠겼다. - 129쪽
어째서 사람은 현실보다 좋은 것을 꿈이라고 단정 지을까. 어째서 이쪽이 현실이고, 내일 돌아갈 곳이 현실보다 비참한 꿈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을까. - 211쪽
예전에는 비일상이었던 것이 완전히 일상이 돼버리자, 이번에는 예전에 일상이었던 것이 비일상으로 느껴진다. - 233쪽
돈이라는 것은 많으면 많을수록 어째선지 보이지 않게 된다. 없으면 항상 돈을 생각하지만, 많이 있으면 있는 게 당연해진다. 100만 엔 있으면 그것은 1만 엔이 100장 모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거기에 처음부터 있는, 무슨 덩어리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은 부모에게 보호받는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그것을 누린다. - 246쪽
가정은 과거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무수히 흩어져 갔지만, 하지만 어떤 가정을 해도 자신이 지금 이 자리에 이렇게 있었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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