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간 책 - 오염된 세상에 맞서는 독서 생존기
서민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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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에 대해 위화는 말한다. "나는 매번 위대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그 작품을 따라 어디론가 갔다. (...) 위대한 작품들은 나를 어느 정도 이끌어준 다음, 나로 하여금 혼자 걸어가게 했다. 제자리로 돌아오고 나서야 나는 그 작품들이 이미 영원히 나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 77쪽

"사회 구성원을 법적으로 살해하는 그런 사회의 일원으로 남고 싶지 않"았던 에릭센은 "그간 착실히 구상하고 준비해온 전체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데, 그게 바로 이 소설의 하이라이트다. 다 읽고 나면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한 느낌이 들어 책을 한동안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는데, 평소 고집이 세다는 말을 들어온 내가 이 대목을 읽고 사형 제도에 대한 생각이 바뀐 걸 보면 유순한 분들은 대부분 설득당하지 않을까 싶다. 사형 제도를 반대하는 글을 꽤 여러 편 읽었지만, 이 소설만큼 설득력 있게 사형의 부당함을 말해주는 책은 없었다. - 114쪽

다시금 저자는 말한다. "마지막 거짓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 스무 마디 백 마디의 진실을 열심히 이야기" 한다고. 저자의 대표작 <하얀 전쟁>에는 서울 사직공원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장면을 묘사하기 위해 저자는 직접 답사를 나갔고, 심지어 시간대까지 비슷하게 맞추었단다. "독자로 하여금 소설에서 지어낸 이야기에 공감하고 믿게 만들려면 철저한 사실화가 도움"되기 때문에. - 184, 185쪽

프랭크 모트(Frank Mott)라는 사람은 이런 이야기를 했단다.
"사랑 이야기를 엮어내기 위해 작가는 뉴욕에서 유럽으로 가는 여객선에 멋지고 매혹적인 젊은 남녀를 함께 태운다. 성탄절 전야에 짝이 없어 외로운 그들은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밤에 우연히 만나고, 사랑을 시작한다. (...) 책이 출판된 다음에 어디에선가 어느 족자가 연감을 찾아보고, 소설의 시간적인 배경으로 선택한 성탄절을 전후해 정말로 뉴욕에서 유럽으로 떠난 여객선이 있었는지를 확인한다. 그리고 그 성탄절이 음력으로 보름이었는지, 그날 밤 해상 날씨가 맑아 달의 관측이 가능했는지까지 확인할지 모른다. 따라서 작가는 작품에 등장하는 갖가지 사실을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 - 185쪽

여기서 알 수 있듯 글을 잘 쓰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저자는 말한다. "조금씩, 날마다, 꾸준히 - 이것이 글쓰기의 세 가지 원칙이다. 초등학생의 일기 쓰기는 그 3원칙을 몸에 익히는 기회이다." - 186쪽

김대식의 문제의식은 서울대학교 이공계 교수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박사를 땄다는 데서 출발한다. 과학이 가장 발전한 나라가 미국이니 유학의 필요성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 정도의 국력을 가지고 아직도 우르르 미국으로 몰려가는 건 이상한 일"이란다. 일본의 경우 과학발전의 초창기 때 수십 명 정도가 유럽에서 배운 뒤 유학 가는 길을 아예 끊어버렸고, 그 결과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를 만들고 노벨상도 탈 수 있었다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 "(노벨상을 탄) 15명 중에서 13명은 일본에서 박사를 딴 사람들이고 (...) 2008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마스카와 도시히데 교수는 노벨상을 탈 때까지 외국을 다녀온 적이 없어서 아예 여권이 없었잖아요." - 232, 233쪽

이런 식으로 자기 나라만의 독특한 학문 세계를 구축하는 것을 김대식은 "자기 집을 짓는다"라고 표현하는데, 그에 따르면 `자기 집`은 연구자의 국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단다. 즉 우리나라 사람이 미국에서 박사를 받고 그 후에도 미국에서 계속 연구해서 노벨상을 받은 것은 우리나라 학문의 발전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으며, 그보다는 인도에서 유학을 온 학생이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따고 노벨상을 받는 것이 훨씬 좋은 일이라는 것. 그런데 일본이 일찍부터 일본 박사들을 중심으로 자기 집을 짓기 시작한 것과 달리 한국은 해외 박사만 우대해 자기 집을 짓는 데 실패했다.
"자기가 하버드대 박사 출신 서울대 교수면서 자기 제자인 서울대 박사를 서울대 교수로 뽑지 않는 거에요. 대신 서울대 학부 나와서 하버드대에서 박사를 딴 후배를 서울대 교수로 뽑는 거지." - 2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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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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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시절부터 좋아하는 책과 음악만 잔뜩 쌓아놓고 홀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했던 개인주의자였다. 요령껏 사회생활을 잘해나가는 편이지만 잔을 돌려가며 왁자지껄 먹고 마시는 회식자리를 힘들어하고, 눈치와 겉치레를 중요시하는 한국의 집단주의적 문화가 한국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고 믿는다. (...) 개인주의는 유아적인 이기주의나 사회를 거부하는 고립주의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사회에는 공정한 룰이 필요하고, 그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일정 부분 제약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개인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위해 다른 입장을 가진 타인들과 타협하고 연대해야 한다고 믿는다. 집단 내 무한경쟁과 서열싸움 속에서 개인의 행복은 존중되지 않는 불행한 사회에서 벗어나는 방법이 ‘이민’만은 아닐 것이라고 믿으며, 감히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를 꿈꾼다. - 책 날개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서로 다른 별에서 온 외계인들이 북적대는 술집 같은 것이 내가 생각하는 사회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들은 내 생각일 뿐 다른 별에서 온 사람들에게 강요할 수 있는 것이 못 된다. 그저 저 별에서 저런 과정을 거쳐 자란 인간들은 저렇게 생각하는구나 하는 것을 서로 알게 될 뿐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그 차이에 대한 인식이 평화로운 공존과 타협의 시작일지 모른다. 저 초록색 외계인들이 내 맘에는 안 들더라도 어차피 잠시 머물려 즐겁게 보내야 할 이 술집에서 서로 오해하고 총질하면 내 손해니 잠시 참아주기라도 하자는 합의가 있어야 술집이 돌아간다. ‘다름’은 물론 불편하다. 하지만 그 불편함을 가능한 한 참아주는 것, 그것이 톨레랑스다. 차이에 대한 용인이다. - 9, 10쪽

우리 평범한 인간들이 어찌 이웃을 ‘사랑’하기까지 하겠는가. 그저 큰 피해 없으면 참아주기라도 하자는 것이다. "제발 우리 서로 사이좋게 지내요. 어차피 한동안은 이 땅에 다 같이 발붙이고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니 서로 노력을 해나가자고요." 평생 청각장애인으로 살아야 될 정도로 백인 경관들에게 무차별 구타를 당한 로드니 킹이 그로 인한 LA 폭동 때 평화를 호소하며 했던 말이다. - 10쪽

가성비 좋은 행복 전략이라는 관점으로 생각하면 직업이 인생의 전부인 것처럼 집착할 필요도 없다. 우선 자기 힘으로 생존하는 것이 생명체의 기본 사명이므로 냉정하게 현실적으로 자기가 선택가능한 직업 중 최선을 선택하여 생계를 유지하되, 직업은 직업일 뿐 자신의 전부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므로 취미 활동, 봉사, 사회 참여 등 다양한 행복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것이다.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고 반드시 백댄서가 되어 평생 춤만 춰야하는 것이 아니다. 일하면서 동호회 활동으로 주말에 홍대 앞에 나가 춤을 춰도 행복할 수 있는 것이다. 자기 재능과 열망의 크기에 따라 합리적으로 선택하면 그뿐이다. 이런 식으로 위험을 분산하면 행복할 기회가 늘어나고 소소한 행복의 플랜B, 플랜C를 계속 만들어 갈 수 있다.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라는 과학에 따라. - 54, 55쪽

법관들도 말에 대해 주의하고 반성하기 위해 전문가의 강의를 듣는다. 그때 배운 것이 있다. 데이의 <세 황금문>이다. 누구나 말하기 전에 세 문을 거쳐야 한다. `그것이 참말인가?` `그것이 필요한 말인가?` `그것이 친절한 말인가?`
흔히들 첫번째 질문만 생각한다. 살집이 좀 있는 사람에게 `뚱뚱하다`고 말하는 것은 거짓이 아니다. 그러나 참말이기는 하지만 굳이 입 밖에 낼 필요는 없는 말이다. 사실 필요한 말이 아니면 하지 말라는 두번째 문만 잘 지켜도 대부분의 잘못은 막을 수 있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필요 없는 말로 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가고 있는지...
더 나아가 진심으로 친구의 비만을 걱정해 충고하고 싶다면 말을 잘 골라서 `친절하게` 해야 한다. 옳은 충고도 `싸가지 없이`하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다. 진심이 담긴 필요한 말이라고 해도 배려심 없이 내뱉으면 그것이 진실이기 때문에 더 상대에게 깊은 상처를 줄 수도 있다. - 136쪽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북유럽사회에서 배울 것은 정치나 제도 이전에 먼저 그들의 문화적 전통이 아닐까 한다. 스웨덴의 문화적 전통 중 중요한 것으로 `라곰(Lagom)`이 있다.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적당히`라는 뜻이다. 바이킹 시대 술통을 돌려가며 마시는 풍습에서 유래한 것으로, 한 사람이 너무 많이 마셔버리면 다음 사람이 마시지 못하니 적당히 나눠야 함을 강조하는 말이라고 한다. - 260쪽

북유럽 전역에서 관습법처럼 통용되는 `얀테의 법`이라는 것도 있다. 1933년 산데모제라는 노르웨이 작가가 이를 정리하여 소설 속 가상의 덴마크 마을 얀테의 관습법으로 발펴했다고 하는데, 그 내용의 핵심은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지 마라, 남보다 더 낫다고 남보다 더 많이 안다고 남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지 마라, 남을 비웃지 마라`다. - 2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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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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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를 좋아할 만한 사람만을 좋아한다. 참 지독히도 방어적인 연애 타입이지만 그래서 한 번도 짝사랑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다. 난 제아무리 예쁘거나 매력이 있어도 애초부터 나랑 연결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면 본능적으로 마음이 아예 시작을 안 한다. 거절에서 비롯되는 상처로부터 나를 지키려는 것이다. 난 하지도 않는 음악을 한다고 거짓말을 해서 정말로 음악을 하게 되거나,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소설을 쓰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겁 없이 그 판에 뛰어드는 무모함은 있어도, 정작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만은 단 한 번도 그런 용기를 내본 적이 없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23, 24쪽

니가 그렇게 불평이 많고
타인과 세상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가진 게 없어서 그래.
니 안목이 남달라서도 아니고
니가 잘나서도 아니야.
단지 가난해서 그래.
니 내면과 환경이. 경험이. 처지가. - 118쪽

운명

"사실인진 모르겠지만,
운명의 상대를 만나면 얘기가 안 끊어진대요."

그럼, 내가 평생 읽을 책 같은 사람을 만나면 되는 건가? - 125쪽

어려서는 별 대가 없이도 넘치도록 주어지던 설렘과 기대 같은 것들이 어른이 되면 좀처럼 가져보기 힘든 이유는 모든 게 결정되어버린 삶을 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 벌 수 있는 돈,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 등이 서른이 넘과 마흔이 넘으면 대개 정해져 버린다. 장차 여행은 몇 나라나 더 가볼 수 있고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으며 내 힘으로 마련할 수 있는 집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지가 점점 계산 가능한 수치로 뚜렷해지는 것이다. 남은 생이 보인다고 할까. 허나 아무리 어른의 삶이 그런 것이라고는 해도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한 채로 몇십 년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노력하기로 했다. 너무 빨리 결정지어진 채로 살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남은 생에서도 한두 번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생기길 바라며 살고 싶다. 자고 일어나서 막 눈을 떴을 때 또다시 맞을 하루가 버겁지 않았으면 좋겠다. - 149쪽

인간은 결국엔 혼자서 살아갈 수밖에 없고
혼자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고 봤을 때

책의 가장 위대하고도 현실적인 효용성은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람들과 있을 때 못지않게
때로는 그보다 더욱 풍요로운 순간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쉽게 말해,
바로 이런 순간에
책을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 237쪽

선택

인생을 살아내느냐
아니면 견디느냐에 관한 문제. - 3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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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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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인간> 이후로 이석원의 책은 다시는 안 읽으려고 했는데... 서점 신간코너에서 훑어보다가 바로 구입했다. 알랭 드 보통의 <나는 왜 너를 사랑하는가>의 한국버전 같은 느낌이다. 역시 이석원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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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적 글쓰기 - 열등감에서 자신감으로, 삶을 바꾼 쓰기의 힘
서민 지음 / 생각정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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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이란 금방 나타났다 사라지며, 한번 사라지고 난 뒤에는 다시 떠올리기 어렵다. 시상이 떠오른다면 재빨리 노트와 연필을 꺼내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바쁠 때는 간단한 얼개만 써놔도 되지만, 시간이 충분하다면 글 한 편을 모두 써버리는 것이 좋다. 의욕이 있을 때 좋은 글이 나올 확률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럴 시간이 어디 있냐고 하겠지만, 자투리 시간은 의외로 많다. - 125쪽

쉽게 쓰자. 없어 보이는 게 두렵겠지만, 아는 사람은 안다. 쉽게 쓸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그 방면의 진정한 고수라는 것을. - 1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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