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이석원 지음 / 그책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나를 좋아할 만한 사람만을 좋아한다. 참 지독히도 방어적인 연애 타입이지만 그래서 한 번도 짝사랑이란 걸 해 본 적이 없다. 난 제아무리 예쁘거나 매력이 있어도 애초부터 나랑 연결될 가능성이 없는 사람이면 본능적으로 마음이 아예 시작을 안 한다. 거절에서 비롯되는 상처로부터 나를 지키려는 것이다. 난 하지도 않는 음악을 한다고 거짓말을 해서 정말로 음악을 하게 되거나, 한 번도 써본 적 없는 소설을 쓰고 있다고 거짓말을 해서 겁 없이 그 판에 뛰어드는 무모함은 있어도, 정작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만은 단 한 번도 그런 용기를 내본 적이 없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 23, 24쪽

니가 그렇게 불평이 많고
타인과 세상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이유는
가진 게 없어서 그래.
니 안목이 남달라서도 아니고
니가 잘나서도 아니야.
단지 가난해서 그래.
니 내면과 환경이. 경험이. 처지가. - 118쪽

운명

"사실인진 모르겠지만,
운명의 상대를 만나면 얘기가 안 끊어진대요."

그럼, 내가 평생 읽을 책 같은 사람을 만나면 되는 건가? - 125쪽

어려서는 별 대가 없이도 넘치도록 주어지던 설렘과 기대 같은 것들이 어른이 되면 좀처럼 가져보기 힘든 이유는 모든 게 결정되어버린 삶을 살기 때문이다.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 벌 수 있는 돈, 만날 수 있는 사람의 수 등이 서른이 넘과 마흔이 넘으면 대개 정해져 버린다. 장차 여행은 몇 나라나 더 가볼 수 있고 몇 권의 책을 더 읽을 수 있으며 내 힘으로 마련할 수 있는 집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지가 점점 계산 가능한 수치로 뚜렷해지는 것이다. 남은 생이 보인다고 할까. 허나 아무리 어른의 삶이 그런 것이라고는 해도 모든 것이 예상 가능한 채로 몇십 년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은 가혹하다,고 생각하기에 나는 노력하기로 했다. 너무 빨리 결정지어진 채로 살아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남은 생에서도 한두 번쯤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생기길 바라며 살고 싶다. 자고 일어나서 막 눈을 떴을 때 또다시 맞을 하루가 버겁지 않았으면 좋겠다. - 149쪽

인간은 결국엔 혼자서 살아갈 수밖에 없고
혼자 보내는 대부분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삶의 질이 결정된다고 봤을 때

책의 가장 위대하고도 현실적인 효용성은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람들과 있을 때 못지않게
때로는 그보다 더욱 풍요로운 순간으로
만들어준다는 점이 아닐까 한다.

쉽게 말해,
바로 이런 순간에
책을 읽어야 한다는 얘기다. - 237쪽

선택

인생을 살아내느냐
아니면 견디느냐에 관한 문제. - 33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