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스스로의 신이 되는 일에 대해 나는 자꾸 생각했다. 우리 각자에게는 아주 작은 전지전능함이 있다. 겨우 그것만 있거나, 무려 그것이 있다. 선생님이 소심한 전지전능이라고도 말했던 그것.
한 집에 있기 좋은 사람이 되는 것. 남의 좋음을 나도 좋아하는 사람이 되는 것. 혼자서도 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스스로의 보호자가 되는 것. 그러다 혼자가 아닌 사람이 되는 것.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망설임 없이 부르는 것. 노브라로 무대에 서는 것. 미래의 내 눈으로 지금의 나를 보는 것. 닮고 싶은 사람들의 모습을 따라 밥을 먹는 것. 사랑 속에서 아무에게도 설명할 필요가 없는 낮과 밤을 보내는 것, 기쁨과 슬픔이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 셔터를 내리는 것, 떠나는 것, 불행한 시간에 굴복하지 않는 것. 때로는 삶에 대해 입을 다물며 그저 계속 살아가는 것.
울다가 웃는 것. - 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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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아무튼 이 시대에서는 누구나 절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선택지와 가능성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스스로 능동적으로 절제하는 거요. ‘나는 적어도 이것은 하지 않겠어‘라고 결정하는 게 제가 아무튼, 비건』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에요. 언뜻 거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훨씬 더 연결되고 싶어서 하는 행동이에요. - 68

한국에서 사는 것은 매일이 도전이에요. 저는 다 떠나서 무례한 건 참을 수가 없거든요. 한국에서는 무례한 일들을 매일 매일 마주해요. 남에 대한 배려가 너무 없어요. 사람들이 원래부터 그랬을 리는 없잖아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아요.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것을 저는 자본주의라고도 안 하고 천민자본주의라고 불러요. 어렸을 때 저희 아버지께서는 ‘지금 좀 못 살아서 그렇지, 조금만 잘 살면 경제가 해결해주지 않겠냐’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경제가 도약해도 같이 도약하지 않는 태도들이 있죠. GDP가 올라간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고, 삶의 어떤 가치관이 바뀌어야하는 문제예요. 돈의 문제가 아니죠. - 73

비건이 아닌 사회에서 비건 식생활을 실천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힘든 일이에요. 완벽주의로 하려다가 포기해서 안할 바에야, 가끔씩 실패하더라도 긴 텀을 두고 많은 동물을 살리는 게 더 중요해요. 더 낮게, 더 낫게 실패한다면요. 사회 자체를 더 비건 지향으로 만들면 지금보다 쉬워지겠죠. 비건이 아닌 사람들에게는 이 문제를 강경하게 말하고, 오히려 비건인 사람들에게는 비교적 너그럽게 말해요. 이미 힘들게 실천하고 있으니까, 자신을 너무 힘들게 만들지 말고 가끔 어쩔 수 없이 원칙을 어기더라도 지속가능하게 하자고 말해요. - 84

"모든 사람은 혼자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더 혼자다. 혼자라는 건 얼마나 아늑한지, 사실 그 점이 진짜 문제지" - 88

엄마에게 셔터를 내리기는 했지만 가장 슬픈 존재인 것 같아요. 안 됐어요. 내가 더 잘 살수록 그래요. - 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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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이 입 밖에 절대로 내지 않는 말이 있어요. 아무리 입안에 맴돌아도 그 말은 안 해요. "너도 한 번 당해 봐"라는 말이에요. "시신 장사 하냐"는 말을 들으면 당신도 한 번 겪어보세요‘라는 말이 여기까지 올라오는데도 있는 힘을 다해서 참아요. 자신의 윤리로는 할 수 없는 말이라서요. 그 이유는 자기가 겪고 있는 게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이에요. 어지간히 고통스러워야 너도 한 번 겪어보라고 할 텐데, 인간으로서 그 말만은 차마 못 하겠는 거예요. 그 분들은 ‘당신도 당해 봐라‘가 아니라 ‘당신은 그런 일을 당하지 마세요‘라고 말해요. 저는 이것보다 숭고한 인간의 마음은 없다고 생각해요. 유족들은 말하죠. ‘재난이 반복되지 않으면 좋겠다‘고요. 저는 사람들이 그 말을 허투루 듣지 않을 수 있다면 세상은 변할 거라고 생각해요. 그 말 뒤에 있는 세계, 그 고통을 생각하면 사회뿐 아니라 우리의 차가워진 인간성도 변해요. - 1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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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수록 구체적으로 말하게 된다. 사랑은 인생의 세부사항이 일정한 몹시 소중해지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몸과 마음과 시간을 아끼느라 시선이 촘촘해지고 질문이 많아진다. - 65

만약 돈을 아주 많이 벌게 되면 시간을 선물하고 싶었다. 나에게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아프거나 슬프면 일을 쉬어도 되는 시간을 말이다. - 69

"누구를 만날 때 적당히 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 또하나의 나를 만드는 것처럼 남을 만나야 돼, 최선을 다해야 해." - 75

어느 할머니가 말했다.
"조심조심 살아야 해, 삶은 유리처럼 깨지기 쉬운 거란다." - 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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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네가 그만 살고 싶은 듯한 얼굴로 나를 봤던 걸 기억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어. 네가 계속 살았으면 좋겠는데 고작 내 바람만으로 네가 살아서는 안 되잖아. 살아가려면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들이 있어야 하잖아. 울다가 잠든 네 모습을 한참 봤어. 아침이면 일어나고싶은 생을 네가 살게 되기를 바랐어. 왜냐하면 나는 너 때문에 일찍 일어나고 싶어지거든. - 17

너는 다시 태어나려고 기다리고 있어.
우리는 한 생에서도 몇 번이나 다시 태어날 수 있잖아. 좌절이랑 고통이 우리에게 믿을 수 없이 새로운 정체성을 주니까. 그러므로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하고 싶었어. 다시 태어나려고, 더 잘 살아보려고, 너는 안간힘을 쓰고 있는지도 몰라. 그러느라 이렇게 맘이 아픈 것일지도 몰라. 오늘의 슬픔을 잊지 않은 채로 내일 다시 태어나달라고 요청하고 싶었어. 같이 새로운 날들을 맞이하자고, 빛이 되는 슬픔도 있는지 보자고, 어느 출구로 나가는 게 가장 좋은지 찾자고, 그런 소망을 담아서 네 등을 오래 어루만졌어. - 20

오늘은 나 역시 그 말을 내뱉은 하루였어. 태어나는 건정말 피곤한 일이지 뭐야.
하지만 또 어느 날에는 태어나서 참 좋다고 말하는 날이 또 오게 될 것을 알아. 시인 쉼보르스카가 말했듯 두 번은 없을 테니까.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아무런 연습 없이 태어나서 아무런 훈련 없이 죽기까지 우리는 모든 일을 꼭 한 번씩만 겪어. 반복되는 하루는 단 한 번도 없지. 두번의 똑같은 밤도 두 번의 동일한 눈빛도 없어. - 28

안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사랑이 있지. 걸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체력과, 싸우기 전에는 낼 수 없는 힘도 있지. 써보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이야기도 있고 말야.- 39

너를 보며 생각했어. 윤리란 나의 다음을 상상하는 능력일지도 모르겠다고. - 42

슬픔은 상실을 마주한 채로 고통받는 감정이야. 반면 애도는 슬픔을 끝내기 위한 작업이야. 언뜻 비슷한 과정처럼 보이지만, 사실 애도는 슬픔의 지속이 아니라 슬픔의 종결을 위한 작업이라고 해. 상실한 사람들이 섣부른 애도를 거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슬픔의 봉합을 거부하기 때문이야. 슬픔의 보존을 요구하기 때문이야. - 44

공동체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적당한 속임수에 동의 한다는 걸 의미하기도 하잖아. 하나의 사회는 사실 적당히 속아주는 사람들 덕분에 유지되니까. 하지만 유가족은 그 모든 것에 속지 않는 자들로서 방황했어. 기존 권력으로 유지되는 현재 세계를 거부하면서. 그들의 요구는 현재 세계에서 통용되는 정의를 낡고 초라한 것으로 만들었어. ‘적당한’ 수준의 정의가 민낯을 드러내도록 했어. - 45

"존, 인생이라는 건 본질적으로 선을 긋는 문제이고, 선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는 각자가 정해야 해. 다른 사람의 선을 대신 그어줄 수는 없어. 다른 사람이 정해놓은 규칙을 지키는 것과 삶을 존중하는 건 같지 않아. 그리고 삶을 존중하려면 선을 그어야 해." - 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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