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면 가족들이 이마에 손을 얹거나 물수건을 얹어주지 않습니까. 그 서늘함이야말로 내가 고통을 이겨낼 수 있는 온기 아닙니까. 이마는 내 열의 통로입니다. 이마를 통해 우리는 사랑과 긍휼을 나눕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래서 이마는 참 요만했던 것 같습니다. 딱 손바닥만 한 크기 말입니다. - 32
우리의 꿈은 명사가 아니라 형용사이어야 할지 모릅니다. - 51
자녀를 위해 부모가 존재하는 것 같지만, 어쩌면 부모를 위해 자녀가 존재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평생 부모에게 줄 행복을 자녀는 어린 시절에 이미 다 준 셈이고, 부모가 남은 생애 그 빚을 갚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 68
행복이란 누구나 언제든 취할 수 있는 정상 상태가 아니죠. 분투노력해서 얻은 결과이든 우연히 얻은 것이든 감사해 마지않아야 할 특별한 상태입니다. - 100
돌아보니 인생은 나를 돌봐준 이와 내가 돌볼 이로 이루어진 돌봄의 연속인 것 같습니다. - 105
그런 의미에서 저는 긍정의 힘은 믿어도 긍정의 미신은 믿기 싫습니다. 모든 게 마음먹기 달렸고,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모든 게 잘될 거라는 믿음, 그것은 헛될 뿐만 아니라 위험합니다. 생각이 현실이 된다는 주장은 사이비에 가깝습니다. - 133
결심이란, 살아온 나에 대한 부정이었고, 살아갈 나에 관한 긍정이었습니다. 그러기에 살아온 날들을 반성하며 비장하게 결심할 때면, 살아갈 날들은 늘 밝게 빛나 보였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좀 더 지나면 우리는 또 실망하고 반성하고 아마 또 똑같은 결심을 새로운 각오로 하곤 하겠지요. 자주 결심했다는 것은그만큼 그 결심이 나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의미일 텐데, 한사코 나를 부정하느라 나를 힘들게 하고 타인들마저 힘들게 한 것이 지요. - 134, 135
대충 평범한 사람들이라면 우리 웬만한 건 너무 세게 결심하지 맙시다.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하라는 말도 스스로에게 너무 강요하게 되면 자신에게 가혹하고 타인에게 굴종하는 일이 되고 맙니다. 특히 우울이나 불안 같은 감정의 문제는 남들의 시선이나 남들과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감정의 문제는 대개 머리로는 해결책과 정답을 알고 있으면서도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일 때가 많죠. 반성은 하되 필요 이상으로 가혹해져서는 안 될 듯합니다. - 140, 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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