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다 괜찮다. 어떤 위로는 이유라는 주석이 달리지 않음에 더욱 따뜻해지는 것이니. 어떤 격려는 힘듦의 깊이를알지 못함에 더 와닿을 수 있는 것이니. - P20
"눈이 멀어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절뚝거리며 이곳에 오는 애도 있고, 귀 한쪽이 잘린 채 이곳으로 오는 애도 있어. 눈이 보이지 않으면 눈이 보이는 코끼리와 살을 맞대고 걸으면 되고, 다리가 불편하면 다리가 튼튼한 코끼리에게 기대서 걸으면 돼. 같이있으면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야. 코가 자라지 않는 것도 별문제는 아니지. 코가 긴 코끼리는 많으니까. 우리 옆에 있으면 돼. 그게 순리야." - P12
혼자서는 코뿔소가 될 수 없었다. 노든이 코끼리로 살 수 있었던 것은 코끼리들이 있었기 때문이고, 코뿔소가 되기 위해서는다른 코뿔소들이 있어야만 했다. 다른 코뿔소들은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노든을 코뿔소답게 만들었다. - P22
"이런 생각들이 항상 나를 괴롭게 해. 차라리 살아남은 게 내가 아니었으면, 하고 말이야." - P81
그때 노든의 대답이 얼마나 기적적인 것이었는지, 나는 알지못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것이 다른 우리가 서로밖에 없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그때는 몰랐었다. - P94
사랑에 흠뻑 빠진 적이 있다.비에 젖고 나면더 이상 젖지 않는 것처럼젖어가는 마음이라더 이상 말릴 수 없는 것처럼당신을무척이나 좋아한 적이 있다.좋아하는 마음에는 정도가 없어서더 이상 젖을 곳이 없을 거라는 생각과는 달리나는 어느새 바닷속이었다. - P84
나의 노력으로 얻어진 것이 아니라면내 것이 아니니까 부러워하지 말기나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결과가 아니라면내 탓이 아니니까 낙담하지 말기 - P104
사랑은가늠하는 것이 아니라풍덩 빠지는 것 - P123
거대한 두려움과한 치 앞을 모르는 상황에서도기꺼이 빠져 목숨을 거는 것그것이 사랑 - P124
살아가는 데 있어, 스스로 버티고 서 있어야 할 토대가 가장 중요하다. - P192
스스로 딛고 일어나기 힘들다면 자신을 붙잡아줄 누군가의 손을 꼭 잡길 바란다. 내 편을 들어줄 한 사람만 있어도 살 힘이 생긴다. 곁에서 고개 끄덕이며 얘기를 들어줄 사람, 오래 알고 지낸 사람이 아니어도 된다. - P164
사람도 냉면과 똑같다는 생각이다. 냉면도 먹어 봐야맛을 알듯, 사람도 세월을 같이 보내며 더 깊이 알아가게된다. 꾸밈없고 기본이 탄탄한 담백한 냉면 같은 사람이 분명 있다. 자기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솔직한 사람, 어떤경우에도 음색을 변조하지 않는 사람, 그런 심지 깊은 아름다운 사람, - P184
굳이 짐 꾸려 떠나지 않더라도 하던 일 그대로 하면서,서 있는 자리에서 조촐한 오솔길을 내볼 일이다. - P194
어떤 이가 ‘긴장하는 자세야말로 프로‘라고 했단다. 무대를 온전히 즐기고 놀듯이 하는 것이 최고라지만, 긴장을하지 않으면 일종의 타성이 붙어 객석을 갖고 놀게 된다. 그래, 차라리 두려움으로 떨면서 무대에 서는 편이 훨씬 낫겠다. - P109
고백하건대, 별나게 겪은 그 괴로웠던 시간들이 내가세상을 보는 시선에 보탬을 주면 주었지 빼앗아간 건 없었다. 경험은 누구도 모사할 수 없는 온전히 나만의 것이니까. 따지고 보면 결핍‘이 가장 힘을 주는 에너지였다. 이왕이면 깊게, 남과는 다른 굴절을 만들며 세상을 보고 싶다. - P117
어쩌면 끝내 철이 안 드는 것도 좋은 일인 것 같다. 어린 시절부터 솔직한 표현을 하지 못하고 욕구를 억제하면겉으로는 멀쩡해 보이지만, 눌렸던 용수철이 반동으로 더튕겨져 올라오는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걷잡을 수 없는 반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 작은 일부터 표현을 하는 연습을하고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자주 드러내는 게 정신 건강에는 좋을 것이다. - P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