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미의 축제
밀란 쿤데라 지음, 방미경 옮김 / 민음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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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해 준 이야기, 네가 지어낸 이야기가 나는 다 좋고, 더 덧붙일 게 없구나. 다만 배꼽에 대해서만은 어쩌면…… 배꼽이 없는 여자의 전형이 너에게는 천사지. 나한테는 하와, 최초의 여자란다. 하와는 배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한순간의 기분, 창조자의 기분에서 태어났어. 최초의 탯줄은 바로 그녀의 음부, 배꼽 없는 여자의 음부에서 나온 거야. 성경에 나온 말대로라면 거기서 다른 줄들도 나왔어, 줄 끄트머리마다 작은 남자나 여자를 매달고서. 남자들의 몸은 연속성을 지니지 못한 채 전혀 소용이 없었는데, 여자들의 성기에서는 저마다 끄트머리에 다른 여자나 남자가 달린 다른 줄이 나왔고, 이 모든 게 수백 번 수천 번 반복돼서 거대한 나무, 무한히 많은 몸들로 이루어진 나무, 가지가 하늘에 닿는 나무로 변했단다. 그런데 이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나무가 자그마한 여자 하나, 최초의 여자, 배꼽 없는 저 가여운 하와의 음부 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렴." - 103, 104쪽

알랭이 계속 말했다. "이 네 가지 황금 지점은 각각 하나의 에로틱한 메시지를 나타내. 그러면 배꼽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에로틱한 메시지는 뭘까?"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했다. "한 가지는 분명해. 허벅지나 엉덩이, 가슴하고는 다르게 배꼽은 그 배꼽을 지닌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고, 그 여자가 아닌 어떤 것에 대해 말한다는 거야."
"뭐에 대해서?"
"태아."
"태아라, 그렇지." 라몽이 인정했다.
그리고 알랭이 말했다. "예전에 사랑은 개인적인 것, 모방할 수 없는 것의 축제였고, 유일한 것, 그 어떤 반복도 허용하지 않는 것의 영예였어. 그런데 배꼽은 단지 반복을 거부하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반복을 불러. 이제 우리는, 우리의 천년 안에서, 배꼽의 징후 아래 살아갈 거야. 이 징후 아래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같이,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 배 가운데, 단 하나의 의미, 단 하나의 목표, 모든 에로틱한 욕망의 유일한 미래만을 나타내는 배 가운데 조그맣게 난 똑같은 구멍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섹스의 전사들인 거라고." -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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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스타일 - 지적생활인의 공감 최재천 스타일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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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필자는 랭엄이 이 책을 일반 독자를 겨냥하여 집필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그는 더 엄청난 폐해를 끼쳤다고 생각한다. 전문적인 지식을 갖지 않은, 그래서 스스로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독자에게 학문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사실을 그것도 다분히 선정적이고 단정적인 표현 방식을 빌어 서술한다는 것은 지극히 위험한 일이다. 물론 이 같은 종류의 책을 아무나 쉽게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관련된 분야의 지식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 이들이 주로 읽을 책이라는 얘긴데 그렇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그들이 학술적인 원문을 참조하지 않고 이렇듯 어설프게 여과된 지식을 소화하여 각자 자기 학문에 응용할 가능성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 186쪽

다만 독자들에게 중요한 결론을 내릴 때마다 학문적인 증거를 명확히 제시하고 그에 대한 학계의 객관적인 평가를 본인의 논리와 함께 제시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할 뿐이다. 최근 들어 서양 학계에는 과학의 대중화라는 기치 아래 많은 과학자가 일반 대중을 위한 과학 교양서를 펴내고 있다.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서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학지식을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 제일의 임무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중을 기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독자들이니 전문가로서 결론을 내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엄청난 오만이다. 발견된 사실을 독자들에게 쉽게 그러나 자세히 모두 알려주고 함께 생각하게 하는 것이 과학의 대중화를 진정으로 꾀하는 길이다. - 187쪽

셰익스피어는 일찍이 "인간은 역사의 무대에 잠깐 등장하여 충분히 이해하지도 못하는 역할을 수행하다 사라져버린다."고 했다. 지구의 역사를 다큐멘터리로 찍었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찍는다고 했을 때 인간이 또다시 등장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는 영에 가깝다고 말한다. 우리 인간이 이 지구에 탄생한 것은 결코 필연이 아니다. 진화의 역사를 통해 일어난 여러 우연한 사건들의 결과일 뿐이다. 그 옛날 생명의 늪을 떠돌던, 자기복제를 할 줄 알던 신기한 화학물질 DNA가 만들어낸 많은 생명체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이처럼 진화에는 목적도 없고 방향도 없다. 진화의 역사에 새로운 길을 연 모든 사건은 다 근시안적이고 우연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런 사건들이 일단 DNA의 구조 속에 기록되고 나면 그때부터는 철저하게 기계적으로 충실한 복제와 번역을 수행한다. - 205, 206쪽

진리의 행보는 우리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놓은 학문의 울타리 안에 갇히기를 거부한다. 진리는 화학, 지질학, 인류학, 미학, 음악 등 온갖 분야를 넘나들며 마구 돌아다니는데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어느 한 전공 분야에 틀어박힌 채 평생 진리를 탐구한답시고 앉아 있다. 더는 이런 구도로는 진리를 탐구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 233쪽

풍요로운 시대가 오면 아무도 안 떨어질 수도 있다. 잘리지만 않으면 살아남는 게 진화이다. 그런데 마치 우리는 1등을 해야만 살아남는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최적자생존이 아닌 적자생존(survival of the fitter)인데 말이다.
두 친구가 산에 올라가 곰을 만나 도망을 가는데 한 명이 구두끈을 고쳐 매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친구가 "소용없다. 우리가 곰보다 빨리 달릴 수는 없다."라고 했다. 이에 그 친구는 "내가 곰보다 빨리 달리려는 것이 아니라 너보다 빨리 달리려는 거다."라고 대답했다. 그러니까 친구보다 한 발짝만 앞서면 살아남는다는 말이다. - 261쪽

진화(evolution)의 다른 말은 다양화(diversification)이다. - 26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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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섭의 식탁 - 최재천 교수가 초대하는 풍성한 지식의 만찬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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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꿈을 먹는 짐승을 조심하라."라는 코스타리카 인디언 속담이 있다. - 82쪽

닭은 잠시 이 세상에 태어났다 ‘임기’를 다하면 사라져버리는 일시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지만, 태초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생명의 숨을 이어온 알 속의 DNA야말로 진정 닭이라는 생명의 주인이다. 그래서 하버드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영국의 소설가 새뮤얼 버틀러(Samuel Buttler)의 표현을 빌려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닭은 달걀이 더 많은 달걀을 만들기 위해 잠시 만들어낸 매체에 불과하다."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알이 닭을 낳는다. - 160쪽

옥스퍼드 대학의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제는 과학계의 고전이 된 그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에서 우리에게 삶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그에 의하면 살아 숨 쉬는 우리는 사실 태초에서 지금까지 여러 다른 생명체의 몸을 빌려 끊임없이 그 명맥을 이어온 DNA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도킨스는 그래서 DNA를 가리켜 ‘불멸의 나선(immortal coil)’이라 부르고 그의 지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를 ‘생존 기계(survival machine)’라 부른다. - 161쪽

자연의 도살 현장에는 언제나 경제주의자 즉 인간중심주의자와 환경주의자 즉 생물중심주의자 간의 각축이 벌어진다. 조금 살만하다 싶을 때에는 환경주의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는 듯 싶다가 경제 지표가 조금만 나빠지기 시작하면 황급히 인간중심주의 논리로 복귀하고 만다. 급기야 우리는 열대우림 15곳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종의 절멸 위험에 처해 있는 ‘중요 지점(hotspots)’ 25곳을 지정하여 마지막 안간힘을 쓰고 있다.
보전생물학자들은 생명의 미래를 위태롭게 하는 요인들을 ‘하마’라는 뜻의 머리글자 ‘HIPPO’로 요약한다. 서식처 파괴(Habitat destruction), 침입종(Invasive species), 오염(Pollution), 인구(Population), 과수확(Overharvesting)이 그것이다. - 214쪽

병을 안고 그저 오래 살기만 한다고 좋을 리 없다. ‘건강 악화와 수명 연장을 바꾼 거래’는 결코 현명해 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진정으로 추구해야 하는 것은 단순한 수명 연장이 아니라 ‘성공적인 노화’이다. 이른바 건강 수명을 늘려야 한다. 80세든 150세든 살아 있는 동안에는 질병이나 노쇠에 시달리지 않고 정력적으로 살다가 어느 날, 별 고통 없이 훌쩍 떠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날 아침에는 마지막으로 화끈한 섹스도 한 번 즐기고 말이다. - 266, 2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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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서재 - 최재천 교수와 함께 떠나는 꿈과 지식의 탐험 우리 시대 아이콘의 서재 1
최재천 지음 / 명진출판사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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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쓸모없는 꿈은 없습니다. 그러니 꿈꾸었던 길로 들어서지 못했다 해서 가슴속에 자리 잡은 꿈을 내쫓진 마에쇼. 오히려 도망가지 않도록 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좋은 방법입니다.
과학자로 살아오면서 깨달은 제 나름의 ‘성공 철학’이 있습니다. 바로 ‘가장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 ‘가장 성공한 삶’이라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세상에서 가장 성공한 사람이란 가장 ‘자기답게 사는 사람’입니다.
자기답게 살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기술이며 능력입니다.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습득해야 하죠. 때로는 ‘방황의 시간’도 필요합니다. - 8, 9쪽

셰익스피어가 그랬다던가. 나이가 든다는 것은 젊음과 지혜를 바꾸는 것이라고. - 200쪽

"기생충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평생 기생충 연구만 하는 게 아니라네. 학위라는 것은 그저 자격증일 뿐이야. 이 분야의 학자라는 인증인 거지. 그다음부터 자네가 무슨 연구를 하든 그것은 자네가 개척할 나름이라네." - 201, 202쪽

<이기적 유전자>는 그야말로 유전자의 관점에서 이 세상 모든 것을 재해석하는 책이다. 나에게 삶을 바라보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도킨스에 따르면 살아 숨 쉬는 우리는 사실 DNA의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기계일 뿐이다. DNA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여러 다른 생명체의 몸을 빌려 끊임없이 그 명맥을 이어왔다. 도킨스는 그래서 DNA를 가리켜 ‘불멸의 나선’이라 부르고 그의 지령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는 모든 생명체를 ‘생존 기계’라 부른다. - 207쪽

‘그래, 나는 아무것도 아니야. 지금 없어져도 세상에 아무런 변화를 일으킬 수 없는 그런 존재야.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굳이 없어질 필요는 없다. 내가 존재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났으니 나의 모든 상황에 온 힘을 다하고 즐기며 사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삶의 길을 아름답게 가면 된다.’
자칫하면 운명론자처럼 보일 위험이 있지만 운명론자와는 다르다. 내가 가야 할 길을 담담히,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가면 세상도 나도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내게 주어진 것보다 더 많은 무엇을 해보겠다고 욕심부리며 아등바등 살 필요는 없다.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은 어떻게 보면 내 유전자가 나한테 하락한 범주 내에서의 일들이다. 그러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면 내가 하고자 한 일을 모두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 212, 213쪽

그러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행우도 역시 공짜가 아니다. 지금까지 60년 가깝게 살아오면서 깨달은 것 중 하나가 행운은 무작위로 방문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준비가 된 곳에만 방문한다. 현실의 눈으로 보면 이룰 수 없는 꿈이나 목표일지라도 조용조용 준비하면서 차분하게 기다리면, 언젠가는 행운의 여신이 악수를 청하게 되어 있다. 단지 그 여신이 비행기를 타고 올 수도 있고 KTX를 타고 올 수도 있고 정류장마다 서야 하는 완행버스를 타고 올 수도 있기에 시차가 날 뿐이다. - 257쪽

‘consilience’는 ’서로 다른 현상들로부터 도출되는 귀납들이 서로 일치하거나 정연한 일관성을 보이는 상태‘를 뜻하는 말이다. 나는 책에 ’큰 줄기‘라는 뜻의 통(統)과 ’잡다‘라는 뜻의 섭(攝)을 합쳐, <통섭>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또한 부제를 ’지식의 대통합‘이라고 했는데 말 그대로 학문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더 크고 깊게 통합된 학문의 세계를 만들어 간다는 의미다. - 28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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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법을 공부하는가 - 서울대 교수 조국의 "내가 공부하는 이유"
조국 지음, 류재운 정리 / 다산북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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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자신을 아는 길이다. 자신의 속을 깊이 들여다보며 자신이 무엇에 들뜨고 무엇에 끌리는지, 무엇에 분노하는지 아는 것이 공부의 시작이다. 공부란 이렇게 자신의 꿈과 갈등을 직시하는 주체적인 인간이 세상과 만나는 문이다. 자신이 행복해지기 위해, 그리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점에서 공부에는 끝이 없다. - 8쪽

흔들리는 청춘들과 함께 헨리 데이비드 소로(Henry David Thoreau)의 조언을 나누고 싶다.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보도록 하자." - 63쪽

스피노자(Benedict de Spinoza)는 렌즈 가공기술로 생계를 유지하면서 철학을 연구했고, 카프카는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도 보험회사에 다니면서 소설을 썼으며, T. S. 엘리엇(T. S. Eliot)은 은행원으로 일하면서 시를 썼고, 조지 오웰(George Orwell)은 교사, 서점 직원, 잡화점 주인 등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소설을 썼다. - 69쪽

지독하게 공부‘만’ 했던 시절이었다. 정신없이 공부를 하며 계속 유념했던 문구가 있다. 유학 시절은 물론 지금도 공부하면서 종종 본다. "You are only as good as your last paper." 즉, "자네는 지난번 발표한 논문의 수준만큼만 좋은 사람이다"라는 뜻이다. 스스로에게 긴장하라는 뜻으로 지금도 연구실 출입문에 붙여놓고 수시로 본다. - 138, 139쪽

이러한 내용들에서 확인되듯이 법 공부를 잘하려면, 제일 먼저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을 정립해야 한다. 법학은 ‘가치지향적 학문’이지 ‘가치중립적 학문’이 아니다. 어떠한 가치를 중심에 놓을 것인가를 스스로 분명히 하고, 다른 가치와의 소통과 타협을 추구해야 한다. 그리고 법학을 제대로 공부하려면 철학, 정치학, 사회학 등 다른 학문을 알아야 한다. 법학은 독자적인 학문체계와 논리를 갖고 있고 또 그래야 하지만, 다른 학문의 시각과 성과를 흡수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법학은 편벽하고 건조한 개념과 논리의 묶음에 머물로 말 것이다. - 152쪽

법학과 법률가는 이런 점을 직시해야 한다. 마사 누스바움은 강조했다. "분별 있는 관찰자"는 "역사의 수많은 부분을 차지해온 고통과 불평등에 대해 무지하거나 이에 대한 인정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 164쪽

"저주받으리라, 법률가여. 너희는 지식으로 들어가는 열쇠를 가지고 너희 자신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는 사람들까지 막았다"라는 예수의 음성이 들리지 않는가. - 167쪽

"춤추는 별을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들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 205쪽

"스무 살에 사회주의자가 아니면 심장이 없다는 증거고, 서른 살에 사회주의자인 것은 머리가 없다는 증거다." - 210쪽

"지식을 가지면 ‘잘못된 옳은 소리’를 하기가 쉽다. 사람들은 ‘잘못 알고 있는 것’만 고정관념이라고 생각하는데 ‘확실하게 아는 것’도 고정관념이다. 세상에 ‘정답’이란 건 없다. 한 가지 문제에는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평생 그 해답을 찾기도 힘든데, 나만 옳고 나머지는 다 틀린 ‘정답’이라니…… 이건 군사독재가 만든 악습이다." - 211쪽

대학 때는 세상을 ‘혁명’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1987년, ‘혁명적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때는 세상이 완전히 바뀔 줄 알았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세상은 급격히 바뀌지 않았다. ‘한 방’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다. 세상은 전진후퇴, 좌충우돌, 우여곡절을 겪으며 천천히 달라진다. 조급하게 마음먹거나 행동하지 말고 이 과정을 다 버텨내야 한다. 세상이 지금보다 빨리 바뀌지 않는다고 해서 당장 모든 것을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 230쪽

"지식인이란 자기 내부와 사회 속에서 구체적 진실(그것이 지니고 있는 모든 규범과 함께)에 대한 탐구와 지배자의 이데올로기(그 안에 담긴 전통적 가치체계와 아울러) 사이에 대립이 존재하고 있음을 깨달은 사람이다. (…) 지식인은 그가 누구로부터 위임장을 받은 일도 없고 어떤 권력으로부터도 자리를 배당받은 적이 없다 (…) 특권 계급으로부터 추방되고 그러면서도 혜택 받지 못한 계급으로부터는 수상쩍은 눈길을 받으면서 지식인은 이제 자신의 일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 지식인의 역할은 모든 사람을 위해 자신 모순을 살아가는 것이며, 모든 사람을 위해 근본주의적 태도로써 그 모순을 초극하는 것이다." - 2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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