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해 준 이야기, 네가 지어낸 이야기가 나는 다 좋고, 더 덧붙일 게 없구나. 다만 배꼽에 대해서만은 어쩌면…… 배꼽이 없는 여자의 전형이 너에게는 천사지. 나한테는 하와, 최초의 여자란다. 하와는 배에서 태어난 게 아니라 한순간의 기분, 창조자의 기분에서 태어났어. 최초의 탯줄은 바로 그녀의 음부, 배꼽 없는 여자의 음부에서 나온 거야. 성경에 나온 말대로라면 거기서 다른 줄들도 나왔어, 줄 끄트머리마다 작은 남자나 여자를 매달고서. 남자들의 몸은 연속성을 지니지 못한 채 전혀 소용이 없었는데, 여자들의 성기에서는 저마다 끄트머리에 다른 여자나 남자가 달린 다른 줄이 나왔고, 이 모든 게 수백 번 수천 번 반복돼서 거대한 나무, 무한히 많은 몸들로 이루어진 나무, 가지가 하늘에 닿는 나무로 변했단다. 그런데 이 어마어마하게 거대한 나무가 자그마한 여자 하나, 최초의 여자, 배꼽 없는 저 가여운 하와의 음부 속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생각을 해 보렴." - 103, 104쪽
알랭이 계속 말했다. "이 네 가지 황금 지점은 각각 하나의 에로틱한 메시지를 나타내. 그러면 배꼽이 우리에게 말해 주는 에로틱한 메시지는 뭘까?" 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했다. "한 가지는 분명해. 허벅지나 엉덩이, 가슴하고는 다르게 배꼽은 그 배꼽을 지닌 여자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고, 그 여자가 아닌 어떤 것에 대해 말한다는 거야." "뭐에 대해서?" "태아." "태아라, 그렇지." 라몽이 인정했다. 그리고 알랭이 말했다. "예전에 사랑은 개인적인 것, 모방할 수 없는 것의 축제였고, 유일한 것, 그 어떤 반복도 허용하지 않는 것의 영예였어. 그런데 배꼽은 단지 반복을 거부하지 않는 데서 그치지 않고, 반복을 불러. 이제 우리는, 우리의 천년 안에서, 배꼽의 징후 아래 살아갈 거야. 이 징후 아래에서 우리 모두는 하나같이, 사랑하는 여자가 아니라 배 가운데, 단 하나의 의미, 단 하나의 목표, 모든 에로틱한 욕망의 유일한 미래만을 나타내는 배 가운데 조그맣게 난 똑같은 구멍만 뚫어져라 쳐다보는 섹스의 전사들인 거라고." - 1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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