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라이어 - 성공의 기회를 발견한 사람들
말콤 글래드웰 지음, 노정태 옮김, 최인철 감수 / 김영사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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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과학자인 다니엘 레비틴(Daniel Levitin)은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 마스터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작곡가, 야구선수, 소설가, 스케이트선수, 피아니스트, 체스선수, 숙달된 범죄자, 그밖에 어떤 분야에서든 연구를 거듭하면 할수록 이 수치를 확인할 수 있다.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세 시간, 일주일에 스무 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물론 이 수치는 '왜 어떤 사람들은 연습을 통해 남보다 더 많은 것을 얻어내는가'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못한다. 그러나 어느 분야에서든 이보다 적은 시간을 연습해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탄생한 경우를 발견하지는 못했다. 어쩌면 두뇌는 진정한 숙련자의 경지에 접어들기까지 그 정도의 시간을 요구하는 지도 모른다."-56-57쪽

우리가 신동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예외는 아니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는 여섯 살에 작곡을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심리학자 마이클 호위(Michael Howe)는 <천재를 말하다(Genius Explained)>에서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숙달된 작곡가의 기준에서 볼 때 모차르트의 초기 작품은 놀라운 것이 아니다. 가장 초기에 나온 것은 대개 모차르트의 아버지가 작성했을 것으로 보이며 이후 점차 발전해왔다. 모차르트가 어린 시절에 작곡한 협주곡, 특히 처음 일곱 편의 피아노 협주곡은 다른 작곡가들의 작품을 재배열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현재 걸적으로 평가받는 진정한 모차르트 협주곡(협주곡 9번, 작품번호 271)은 스물한 살 때부터 만들어졌다. 이는 모차르트가 협주곡을 만들기 시작한 지 10년이 흐른 시점이었다."
-57쪽

하키선수들과 비틀스, 빌 조이, 빌게이츠의 이야기를 한데 모아놓으면 성공에 대해 더욱 완벽한 그림이 그려진다. 조이와 게이츠, 그리고 비틀스는 모두 재능을 타고났다. 존 레논과 폴 메카트니의 음악적 재능은 한 세대에 한 번 나올 만하고, 빌 조이는 앞서 말한 것처럼 순식간에 복잡한 알고리즘을 완성시켜 지도교수들을 놀라게 했다. 그것은 확실히 타고난 재능이다.
하지만 그들의 역사를 구분 짓는 진정한 요소는 그들이 지닌 탁월한 재능이 아니라 그들이 누린 특별한 기회이다. 만약 비틀스가 함부르크에 초대받지 않았다면 그들은 다른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빌 게이츠는 인터뷰 첫머리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아주 운이 좋았어요."
그렇다고 그가 영리하지 않다거나 탁월한 기업가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그저 그가 1968년에 레이크사이드에 있었다는 것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큰 행운이었다는 얘기다.-74쪽

우리가 살펴본 모든 아웃라이어는 평범하지 않은 기회를 누렸다. 그렇다고 그러한 평범하지 않은 행운을 통한 성공이 소프트웨어 백만장자나 록 스타, 유명한 하키선수에게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서은 모든 분야의 아웃라이어에게서 보편적으로 발견되는 하나의 법칙이다.-7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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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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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생각하는 '롤리타 컴플렉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스승(이적요)의 아우라를 절대 넘보지 못할 유약한 제자(서지우)와 그런 제자를 무시하면서도 안타깝게 여기는 스승, 이 두사람의 애증에 관한 이야기가 '본질'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은교는 이적요와 서지우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임과 동시에 기존의 힘의 관계(이적요>서지우)에 반전을 주는 갈등의 요소이기도 하다. 은교는, 이적요가 점점 잃어가고 있는, 그러나 서지우에게는 여전한 젊음에 대한 이적요의 욕망과 아쉬움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누구도 세월을 막을 수 없는 것을...

 

 

그동안 박범신 씨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는데, 이 책을 통해 볼 수 있었던 그의 필력에 새삼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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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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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머리는 반백이 되고
나의 배는 복통처럼 불러지고
나의 기침은 그칠 새 없다
이제는 이제는 이제는
젊었을 때는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참말로
해를 쪼이고 있는 도마뱀처럼
나의 발가락이 물가에서
갈색이 되어 가는 것을 쳐다보며
나의 발이
그 머리를 갸우뚱 거리는 걸 바라보았었다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서

- J. 프레베르, '늙는다'에서-103-104쪽

너와 나 사이 그 가파른 시간의 단층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단 말인가. 별빛처럼 단번에 네 눈, 머리, 가슴에 나의 열일곱 시절을 박아넣어, 너의 온 정신을 적실 길이 있다면 좋으련만.

내가 제일 예뻤을 때
나의 머리는 텅 비고
나의 마음은 무디었고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내가 제일 예뻤을 때
나의 나라는 전쟁에서 졌다
그런 엉터리 같은 일이 어디 있느냐고
블라우스 팔을 걷어올리고 비굴한 거리를 쏘다녔다

- 이바라기 노리코, '내가 제일 예뻤을 때'에서-109-110쪽

섹스는 자연이라고 나는 믿었다. 그것은 본래 자연이 만든 순환의 한 과정에 불과하다. 특히 남자들에게 섹스는 환상이 아니라 현실 문제이다. 여자들이 종종 섹스를 통해 환상에 근접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남자들은 섹스를 통해 환상을 현실로 만든다.-119-120쪽

육체는 다만, 풀과 같은가.-139쪽

"죽음은 삶의 한 가지 에피소드처럼, 끝내 멈추지 않고 다가오고 있다는 인식에, 나는 하루하루 가까이 다가갔다"라고 톨스토이는 썼다. 나는 친애하는 톨스토이에게 기꺼이 동의했다. 멸망은 필연이다. 받아들여 그것을 친구로 삼는다면 최상의 죽음을 얻을 것이다.-194쪽

"연애가 주는 최대의 행복은 사랑하는 여자의 손을 처음 쥐는 것이다."-200쪽

여성에게 있어 연애는 영혼으로부터 감각으로 옮겨가는지 모르지만,

남자에게 연애는 감각으로부터 영혼으로 옮겨간다,

라고 그 순간 생각했다. 그것은 내가 관념적으로 연애를 상상할 때와 너무도 다른 결론이었다.-202쪽

늙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가 아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노인은 '기형'이 아니다, 라고 나는 말했다. 따라서 노인의 욕망도 범죄가 아니고 기형도 아니다, 라고 또 나는 말했다. 노인은, 그냥 자연일 뿐이다. 젊은 너희가 가진 아름다움이 자연이듯이. 너희의 젊음이 너희의 노력에 의하여 얻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노인의 주름도 노인의 과오에 의해 얻은 것이 아니다,

라고, 소리없이 소리쳐, 나는 말했다.-250-251쪽

은교를 만나면서 나는 보다 젊어지고 싶었다. 그게 죄인가. 그 애를 통해 아직도 생피처럼 더운 나의 욕망을 확인했을 뿐, 나는 아무런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 나의 은닉된 욕망에게 형벌을 선고할 수 있는 자는 그러므로 나뿐이다. -281쪽

사랑받는 것은 타버리는 것
사랑하는 것은 어둔 밤에만 켠 램프의 아름다운 불빛
사랑받는 것은 꺼지는 것
그러나 사랑하는 것은 긴 긴 지속

- R. M. 릴케, '말테의 수기'에서-348-34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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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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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한 일이야. 내가 잘나갈 때 아내와 아이들 데리고 제주에 갔다가 우도라는 섬에 간 적이 있었어. 배에서 내리는데 선착장에 아주 작은 간이 커피숍이 있었지. 들여다보니 반 평도 안 되는 가게에 커피머신 한 대 갖다 놓고 내 또래 되는 남자 둘이 커피를 팔고 있더라구. 낡은 청바지에 구겨진 티셔츠를 입고. 그 두 사람이 석양의 부둣가에 앉아 있는데 그들이 피우던 담배 연기가 아직도 기억이 나... 나는 그게 그렇게 부러웠다.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145쪽

선승이 선방을 나와 거리로 나서면 그것은 필시 난세이다. 선승은 행정을 처리하고 대중의 셈에 빠른 사판승과 달라 실은 과격하다. 그들은 진리가 하나임을 알고 그것을 향해서 온몸이 부서져라 돌진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207쪽

"이곳에 온 지 10년, 무엇이 변했는지 한번 돌아보았죠... 시간, 시간이었어요. 서울에서의 시간은 내 것이 아니었는데 이곳에서의 시간은 내 것이에요. 이게 제일 큰 변화더라고요... 조각을 하고 싶으면 하고, 팥빙수를 팔고 싶으면 팔고, 가게를 닫고 몇 개월씩 순례를 떠나고 싶으면 떠나죠. 지리산은 참 이상해요. 누가와도 어울려요. 조선백자처럼요. 조선백자는 베르사유 콘솔에 올려놓아도 시골집 뒤주에 놔둬도 어울리잖아요. 중국의 자기도 일본의 도자들도 그렇게는 못하죠. 지리산은 백자처럼 누구라도 품는 그런 산인 거 같아요."-268쪽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기 싫어 나는 도시를 떠났다."-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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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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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 지혜로워져야 한다는 이상과 그렇지 않은 현실 속에서 내가 내린 처방은, 내 자신이 이전보다 지혜로워졌다고 느끼기에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지혜를 정의하는 것이었다.
"지혜는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내가 내린 지혜에 대한 정의다. 나는 지혜란 자신이 아는 것과 알지 못하는 것,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 사이의 경계를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한다고 믿는다. 이 정의에 따르면 나는 분명 젊은 날에 비하여 훨씬 더 지혜로워졌다. 왜냐하면 현재의 나는 젊은 날의 나보다는 분명히 더 자신의 한계를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6-7쪽

가장 영향력 있는 20세기 사상가 중 한 사람인 에리히 프롬(Erich Fromm)은 그의 저서 <소유냐 존재냐 To Have or To Be>에서 산업화로 인한 물질적 풍요가 가져오는 폐해를 지적하고 소유의 삶에서 존재의 삶으로 옮겨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44쪽

현명한 소비자는 가급적 소유의 프레임을 피하고 존재의 프레임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에리히 프롬의 충고처럼 소유의 프레임보다 존재의 프레임이 삶의 질에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45쪽

애매함은 삶의 법칙이지 예외가 아니다. 우리의 감각적 경험과 개개인의 지극히 사적인 판단들도 프레임의 영향력 아래 놓여 있다. 애매함으로 가득 찬 세상에 질서를 부여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바로 프레임이다. 한마디로 프레임은 우리에게 '애매한 세상의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다.-71쪽

조지 베일런트(George Vaillant)의 다음 지적은 참으로 적절해 보인다.
"애벌레가 나비가 되고 나면, 자신은 처음부터 작은 나비였다고 주장하게 된다. 성숙의 과정이 모두 거짓말쟁이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109쪽

선택과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 반드시 던져봐야 할 질문은 "내가 내린 선택이나 결정이 절대적으로 최선의 것인가, 아니면 프레임 때문에 나도 모르게 선택되어진 것인가?"이다. 어떤 프레임으로 제시되더라도 똑같은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 바로 그 능력이 경제적 지혜의 핵심이다.-182쪽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가까운 미래나 현재의 일도 늘 상위 수준으로 프레임해야 한다. 일상적인 행위 하나하나를 마치 그것을 먼 미래에 하게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의미 중심으로 프레임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187쪽

자기 방어에 집착하지 말고 자기 밖의 세상을 향해 접근하라.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갈 때, 새로운 일을 접했을때 늘 접근의 프레임을 견지하라. 그것이 두려울 땐 기억하라. 접근함으로 인한 후회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지만 안주함으로 인한 후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 커진다는 것을!-1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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