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지음 / 오픈하우스 / 2010년 11월
구판절판


"참 이상한 일이야. 내가 잘나갈 때 아내와 아이들 데리고 제주에 갔다가 우도라는 섬에 간 적이 있었어. 배에서 내리는데 선착장에 아주 작은 간이 커피숍이 있었지. 들여다보니 반 평도 안 되는 가게에 커피머신 한 대 갖다 놓고 내 또래 되는 남자 둘이 커피를 팔고 있더라구. 낡은 청바지에 구겨진 티셔츠를 입고. 그 두 사람이 석양의 부둣가에 앉아 있는데 그들이 피우던 담배 연기가 아직도 기억이 나... 나는 그게 그렇게 부러웠다. 그걸 이해할 수 있을까?"-145쪽

선승이 선방을 나와 거리로 나서면 그것은 필시 난세이다. 선승은 행정을 처리하고 대중의 셈에 빠른 사판승과 달라 실은 과격하다. 그들은 진리가 하나임을 알고 그것을 향해서 온몸이 부서져라 돌진하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207쪽

"이곳에 온 지 10년, 무엇이 변했는지 한번 돌아보았죠... 시간, 시간이었어요. 서울에서의 시간은 내 것이 아니었는데 이곳에서의 시간은 내 것이에요. 이게 제일 큰 변화더라고요... 조각을 하고 싶으면 하고, 팥빙수를 팔고 싶으면 팔고, 가게를 닫고 몇 개월씩 순례를 떠나고 싶으면 떠나죠. 지리산은 참 이상해요. 누가와도 어울려요. 조선백자처럼요. 조선백자는 베르사유 콘솔에 올려놓아도 시골집 뒤주에 놔둬도 어울리잖아요. 중국의 자기도 일본의 도자들도 그렇게는 못하죠. 지리산은 백자처럼 누구라도 품는 그런 산인 거 같아요."-268쪽

"바람도 아닌 것에 흔들리고 뒤척이기 싫어 나는 도시를 떠났다."-3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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