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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헤아려 보니 2014년 8월부터네요. 1주일에 한개씩, 한번도 빠짐없이 약 4년간 리뷰를 올려왔습니다. 그 기록이 이번주에 깨질 것 같애요. 이번주는 뭔가 쓸만한 책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죠. 정기적으로 이 블로그를 찾는 분은 거의 없을테지만(대략 한두명쯤 될 겁니다) 그래도 알려드립니다.


이번주는 리뷰가 없어요!


왜 글을 쓰냐고 물어보면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사람이 먹고, 자고, 숨쉬는 걸 의식하지 않듯 읽고 쓰는 사람들한텐 이 둘이 마찬가지 일 같습니다. 그냥 읽는거죠 뭐. 읽었으니 해야할 말이 떠오르는 거구요.


네가 깜냥이 되냐? 라고 물어보시면 큰소리로 "네!" 라고 대답할 자신은 없습니다. 그래도 다년간 꾸준히, 꽤 많은 책을 읽어온 사람으로서 이제 막 책을 읽으려는 분들께 제가 깨달은 것들을 전하고 싶습니다.


첫째, 무조건 재미있는 책을 읽으십시요. 


인생은 짧고, 책 읽을 시간은 더더욱 짧습니다. 이 짧은 시간에 어지럽고 불편하고 내 입맛엔 맞지도 않는 양서를 읽느라 인생을 허비하지 마십시요. 책을 읽는다는 건 에너지가 대단히 많이 드는 일입니다. 이렇게 힘든 일이 재미까지 없다면 그걸 왜 해야합니까? 독서는 취미지 절대 의무가 아닙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슨 책을 읽어야 할지 도통 모르겠다면 재미있게 본 영화나 드라마의 원작 소설을 찾아 읽어보세요. 책과 영상이 표현한 장면들을 차근차근 비교하다보면 글의 한계와 영상의 한계, 그 미학의 특성들이 눈에 드러나 꽤 쏠쏠한 재미를 줄겁니다.


나는 드라마도 영화도 안봐요. 솔직히 내가 뭘 좋아하는지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책은 읽고 싶어요. 라는 분이 있다면 참 어려운 문제입니다. 취향이 없는 분한테 무슨 수로 추천을 하나요?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사실은 취향이 있습니다. 본인이 잘 모르거나 남들만큼 뚜렷히 드러나지 않을 뿐이죠. 이런 분들은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차근차근 떠올려 보십시요. 그때 나를 열광케 했던 게 무엇인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었던가, 나를 까르르 웃으며 손뼉치게 만들었던 건 무엇인가 를 천천히 종이에 적어보십시요. 아마 당신도 잊고 있던 당신을 발견하게 될겁니다.


둘째, 책은 결코 해답을 주지 않습니다.


그러니 답을 얻기 위해 책을 읽지 마세요. 제가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시작한건 스무살 무렵이었습니다. 일종의 에피파니였어요. 다니던 대학의 교정을 걷고 있는데 문득 내가 얼마나 무식한지를 깨달은 것입니다. 아는 게 아무것도 없더라구요. 세상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세상을 돌아가게 하는 이치, 세상에 존재하는 현상, 인간, 그들의 행동 기타 등등. 그래서 미친듯이 철학책을 읽었고 그렇게 20년을 보낸 다음에야 한가지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책은 더 큰 질문으로 이끄는 문일 뿐 결코 해답을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요. 읽으면 읽을수록 처음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새로운 의문이 떠오릅니다. 날적부터 봉사였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눈을 떴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그가 봉사였던 시절 인식했던 세상과 뜬 눈으로 맞이하는 세상이 같을 수 있겠습니까? 아마 인지 구조의 대격변이 일어날 겁니다.


그래서 여기에 한번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읽을수록 의문은 자꾸 커지고, 많아지고, 농밀해지니까요. 그 의문을 해소해보겠다고 또 다시 책을 들지만 몰아치는 바다를 바가지 하나로 퍼낼 수는 없는 법입니다. 뭔가를 알기 위해 책을 든 분들은 책을 읽을수록 모르는 게 점점 더 많아지는 아이러니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셋째, 책은 저자와의 대화입니다.


책은 절대 권위가 아닙니다. 절대 진실을 말하지도 않고요. 책은 어떤 사람이 어떤 현상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정리해 놓은 종이 뭉치일 뿐입니다. 책을 썼다고 해서 그 사람이 그 분야의 진리를 획득한게 아니에요. 여러분이나 저자나 그저 여행 중일 뿐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글쓴이가 여러분보다 한발 앞서 여행을 떠났거나 여러분과는 다르게 자신의 여정을 정리한 것 뿐이죠.


여러분도 이미 충분히 여행을 경험해본 사람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생각이 있겠죠. 책을 읽으며 여러분의 생각과 저자의 생각을 비교해 보십시요. 그리고 저자의 생각에 의문을 갖고 반론을 펼치고 논쟁을 해보십시요. 책을 읽어 얻게 되는 중요한 자질 하나가 바로 비판적 사고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이게 많이 부족한거 같애요. 수천년간 무거운 위계사회를 살다보니 위에서 내려온 말씀엔 토를 달지 않는 성향이 강하게 뿌리를 내린 모양입니다. 유독 한국에서 유행하는 인문학 강연이나 멘토링 같은 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애요. 현상을 스스로 해석하고 비판하고 자기 생각을 만들기 보다는 어떤 현자 혹은 권위를 열심히 따라다니며 그 생각을 전수받으려는 생각이 강한 것 같습니다.


어쩌면 족집게 과외를 기대하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어떤 사람이 힘들게 쌓아온 결과를 정답만, 한방에 가지려는 거죠. 다른 나라는 백년이 넘어도 못한 일을 불과 수십년 만에 이룩한 기적적 성장의 기억은 힘들고 오래 걸리는 일을 모조리 비효율적이고, 바보같은 일로 간주하는 악습이 되버렸습니다.


넷째, 행복해지려면 책을 읽지 마십시요.


책읽기는 지옥의 문을 여는 열쇠입니다. 읽을수록 몸이 뜨거워지고 뼈마디 하나하나가 빠져나가는 고통을 겪습니다. 생각은 인간의 행복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요. 생각이 있고, 그걸로 미래의 고통을 대비한다고 행복이 올까요? 아니요. 살아있는 동안 고통은 끊임없이 찾아올 겁니다. 그건 그냥 그런 거에요. 아무리 뛰어난 생각을 가진 사람도 살아있다는 그 현실만큼은 극복할 수가 없습니다. 생각이 많아질수록 여러분의 눈엔 미래에서부터 달려오는 더 많은 고통의 무리들이 보일겁니다.


행복해지겠다고, 이 세계가 주는 고통을 좀 덜어보겠다고 책을 읽는 분들은 진정한 해결책과 가장 먼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할수만 있다면 가지고 있는 책을 모두 불태워 버리고 두뇌를 포맷하십시요. 1.5키로짜리 주름 투성이 단백질 덩어리에 아무런 생각도 넣지 않는 것. 그게 바로 행복으로 가는 유일한 길입니다.


왜 이번주에 리뷰를 쓰지 못했냐 에 대해 얘기하다보니 말이 길어졌네요. 아무튼 책읽기에 대한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들려주시면 좋겠습니다. 140자든, 1,400자든.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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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읽지 마세요! 스포일러 한 가득!


워너 브라더스가 야심만만 '맨 오브 스틸'을 내놓으면서 감독도 아닌 제작자의 이름을 전면에 걸고 홍보를 퍼부은 이유는, 그가 인셉션과 다크나이트를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이기 때문이다. 놀란은 Warner의 구세주 Jesus Christ!


그래서 이 영화가 잘 됐느냐? 변명을 좀 하자. 3부작으로 기획된 대작 치고 1편이 끝내줬던 적 있나? 반지의 제왕, 배트맨, 호빗! 매트릭스는 예외로 하자. 그 영화는 원래 3부작이 아니었다. 1편이 신화가 될 조짐이 보이자 트릴로지로 재기획된 것이다. 


트릴로지의 1편은 해야할 숙제가 참 많다. 배경 이야기도 구구절절, 캐릭터도 하나하나. 모든 설명을 다 하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니까 1편은 오! 이게 뭐지? 정도의 반응만 이끌어내면 성공이다. 진짜 신화는 2편 부터니까. 







그런 면에서 '맨 오브 스틸'은 완전히 성공이다. 사실 '슈퍼맨 리터즈(2006)'가 브라이언 싱어에게 고난을 받으사 혹평에 못 박혀 죽을 때만 하더라도 이 시리즈가 다시 나올 거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죽은 지 7년 만에 망한 영화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시니, 이것이 진정한 부활의 기적이요, 모두 일어나 칭송하는 게 마땅한 일 아닌가?




빨간 팬티를 입은 외계인의 리얼리티


타이즈에 빨간 팬티만 입고 날아다니는 외계인의 이야기가 기를 쓰고 리얼리티를 붙잡으려 하니, 내겐 그 모습이 참 딱해 보이기도 했다. 슈퍼 히어로가 사는 하늘의 세상을 굳이 땅으로 끌고와 못질할 필요가 있을까? 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이 남자에겐 자비가 없다. 결코 에둘러 넘어가는 법이 없어. 그는 안절부절 노파심을 부리며 시시콜콜 설명을 늘어 놓는다. 


첫째, 외계인이 왜 알파벳을 사용하는가? 사실 최초의 원작에선 S가 Superman을 뜻했었다. 그럴만한게, 이 옷을 만든 사람이 슈퍼맨의 양어머니였기 때문이다. 미국인이 알파벳을 쓰는건 당연하지! 자기 아들의 옷에 외계어를 쓰는 지구인이 어디있겠는가? 물론 시간이 흘러 원작 만화의 설정도 좀 더 세련되게 변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변화된 설정이 자신의 리얼리티에 더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 같다. 슈퍼맨의 고향별 크립톤에선 S가 희망을 뜻한다. 그것은 크립톤어 또는 '엘' 가문의 엠블렘인 것이다. 




조드와 파오라의 가문을 상징하는 엠블렘




둘째, 외계인은 왜 쫄쫄이 타이즈를 입고 다니는가? 맨 오브 스틸을 통해 슈퍼맨의 쫄쫄이가 사실은 크립톤 전사들의 전투복임이 밝혀진다. 굳이 따지자면 크립톤 전사들이 갑옷 아래 받쳐 입는 활동성 내의! 계층간 구분이 확실한 크립톤인 답게 그들은 전투복 가슴팍에 가문의 엠블렘을 달고 전투에 임한다. 더러운 부르주아 놈들! 다행인건 이 외계의 부르주아들이 타이즈 위에 팬티를 겹쳐 입는 습관을 버렸다는 것이다. 21세기 패션의 관점에서 볼 때 메이커 Tag도 안달린 팬티를 옷 밖에 꺼내 입는건 분명한 오버 센스. 원작 파괴자 크리스토퍼 놀란을 찬양하라!




다 같이 입어요 순면 100% 에어에어 에어메리?




셋째, 슈퍼맨은 지구에서만 슈퍼맨이다. 그의 힘을 보장하는 건 세 가지로 요약된다. 태양, 지구의 중력, 지구의 대기 성분. 슈퍼맨은 태양빛을 흡수해 강한 신체를 만들었고, 지구의 약한 중력을 이용해 하늘을 날아 다니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지구의 공기를 들이마실 때만 강철의 남자가 된다. 이런 설정은 영화 초반 그토록 인간적인 액션을 보여준 조드 군단이 왜 지구에서 슈퍼맨이 되는지 설명해 준다. 


넷째, 영화의 Look&Feel. 내가 이 영화를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로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난 3편의 필모그래피를 볼 때 잭 스나이더의 때깔은 화면 위에 색색의 셀로판지를 댄 것처럼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면이 있다. 반면 크리스토퍼 놀란의 화면은 매우 사실적이다. 이 점에서 '맨 오브 스틸'은 정확히 크리스토퍼 놀란의 화면을 계승하고 있다. 






이게 바로 잭 스나이더의 때깔이라면, (위로부터 300, 써커 펀치, 왓치맨)





이게 바로 크리스토퍼 놀란의 때깔(위로부터 다크나이트, 인셉션, 맨 오브 스틸).


다섯째, 슈퍼맨이 초음속으로 날아간다는 걸 과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종일관 똥꾸멍에 소닉붐을 넣어 준다. 참 대단한 아저씨야!




슈퍼맨이 날아갈 땐 늘 우산 모양의 구름과 '뻥'하는 소리가 나오는데,

이는 물체가 초음속으로 이동할 때 먼저 출발한 소리와 만나면서 압축된 공기가... 젠장!




이 영화가 재미없는 이유


'맨 오브 스틸'은 확실히 외계신들과 댄스 파티를 벌이는 MARVEL의 영화와 그 지향점이 다르다. 놀란의 주인공들은 한결같이 진지하고 언제나 선악을 고민한다. 그는 영화의 무게를 위해 주인공들의 발목에 철학적 메시지를 다는데, 이 때문에 난 단 한 번도 그의 영화에서 폭발하는 쾌감을 느껴본 적이 없다. 스파이더맨이 뉴욕의 빌 딩 숲 사이를, 아이언맨이 하늘을 날때 지르는 환호 같은 것 말이다. 가끔은 놀란이 영화가 아니라 도덕 강좌를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놀란은 확실히, 내 취향은 아니다.




놀란의 주인공들은 언제나 미간에 주름을 갖는다




더 큰 문제는 영화가 완전히 리듬을 잃었다는 것이다. 보통의 영웅 서사시의 기승전결이라 함은 주인공이 여러 고난을 겪으면서 점차적으로 성장, 중요한 순간에 각성해 악당을 물리치는 것인데 클라크 켄트는 느닷없이 아버지의 우주선을 찾아내 슈퍼맨으로 변신하는 비약적 감정 변화를 보여준다.


이제 영화는 전반부의 지루함을 만회하기 위해 스펙타클을 폭풍우처럼 쏟아내는데, 이게 바로 '맨 오브 스틸' 최고의 비극이다. 고강도 스펙타클이 연신 스크린을 폭파 시키지만 그것들이 너무 촘촘하게 배열된 탓에 관객들은 빠르게 적응하고 만다. 개별 씬으로 놓고 보면 액션 역사에 남을만큼 대단한게 사실이지만, 지속적인 충격으로 이미 역치에 다다른 관객의 감정은 거대한 건물이 무너지는 장면을 보고도, 땅 전체를 들었다 놓는 기계 앞에서도 그저 무감각으로 반응할 뿐이다. 만회를 위한 고군분투가 무색해 지는 순간이다.


장담하건데 '맨 오브 스틸'을 본 관객들 중 상당수는 엄청난 액션 씬에도 불구하고 영화가 좀 아쉬웠다고 느낄 것이다. 이게 바로 허리가 없는 영화의 전형적 특징이다. 




슈퍼맨, Jesus Christ Superstar!


예수는 동정녀의 잉태로 이 땅에 태어난다. 칼엘은 10만년 만에 처음으로 자연생식으로 태어난 클립톤 인이다. 예수는 33세에 처음으로 영적 활동을 시작했다. 클라크 켄트는 33세에 처음으로 슈퍼맨 활동을 시작한다. 예수는 보통 사람들의 억압을 받는다. 칼엘의 엄마 라라는 지구인들이 슈퍼맨을 거부할 것이라고 말한다. 유대인들은 예수를 본디오 빌라도에게 팔아 넘긴다. 지구인들은 슈퍼맨을 잡아 조드에게 바친다. 예수는 죽은지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서 다시 살아나 인류를 구원한다. 칼엘은 조드의 우주선에서 탈출해 지구인들을 구한다. 


강철의 남자는 동정녀에게서 나와 33세에 활동을 시작했고 사람들의 억압을 받다 십자가에 못 박히지만 사흘만에 부활해 인류를 구원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을 노골적으로 따라한다. 슈퍼맨을 예수와 동일시 하려는 제작진의 노력은 눈물 겨운데, 







굳이 이런 포즈를 강요 하거나







이런 포스터를 만들거나







깨알같이 플라톤을 넣어 주기까지 한다. 마지막 사진에 보충 설명을 좀 하면, 플라톤이 누군가? 이데아를 얘기한 사람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데아가 뭔가? 그것은 궁극적 본질이 존재하는 곳이다. 이는 슈퍼맨이 인간 세계를 초월한 궁극적 존재임을 암시하는 것이며 그의 역할이 인간에게 이상을(Idea) 제공하는 것임을 뜻한다. 우리는 그런 존재에 대개 '신'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이유가 뭘까?


가장 미국적인 캐릭터 슈퍼맨이 전 인류를 구원할 예수와 동급이라는 주장? 기분이 너무 더러워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 진짜 슈퍼 히어로는 예수 그리스도니 슈퍼맨 따위 안녕 하고 예수 믿어 천국 갑시다! 그럴리 없지. 내 보기에 이건 DC 코믹스의 넘치는 자신감이다.


슈퍼맨 시리즈를 돌이켜 보자. 슈퍼맨4는 '역사상 최악의 속편'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채 지옥에 잠들어 있었다.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는 클라크 켄트의 지옥 생활을 7년 더 연장시켰다. 하지만 마침내 '맨 오브 스틸'이 나온다. 자, 믿음이 있는 자들은 들으라!


슈퍼맨이 망한 영화 가운데서 다시 살아 나시매 천국에 올라 크리스토퍼 놀란의 우편에 앉아 계시다가 저리로서 MARVEL의 영화를 심판하러 오시리라!


지금 DC는 자신감에 가득차 있다. MARVEL의 히어로들이 아무리 날고 기어봤자 입장 수익 10억 달러를 넘긴 영화는 Avengers(2012)가 유일하다(솔직히 말하면 최근에 아이언맨3가 10억 달러를 넘겼음...). 하지만 DC는 불과 5년 동안 배트맨 시리즈 두 편만으로 20억 달러를 훌쩍 넘겨 버렸다. 길고 길었던 DC의 겨울은 마침내 끝.


들어보라! 예수가 죽은자 가운데서 살아났듯이, DC 코믹스 최강의 히어로가 이렇게 부활했다. 나는 슈퍼 히어로계의 예수요 영원불멸의 부활자이니 나를 믿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맨 오브 스틸 2'를 주겠노라!


아멘.




남은 이야기들


후속작의 빌런을 암시하기라도 하듯 '맨 오브 스틸' 중간 중간에 Lex Corp.의 로고들이 보인다. 렉스 루터는 '슈퍼맨 리턴즈'에도 나온 바 있는 악당으로 배트맨의 부르스 웨인과 전 지구의 부를 양분하고 있는 초거대 기업의 사장이다. 보통 인간이지만 뛰어난 사업가이자 정치가로 나중에 미국의 대통령까지 해먹는 인물. 어쩌면 렉스 루터가 대통령이 되 언론과 여론의 힘으로 슈퍼맨을 압박하는게 '맨 오브 스틸 2'의 시나리오인지도 모르겠다.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 대중의 적이 되듯이. 




렉스 콥 소유의 건물. 렉스 콥 소유의 정유차도 나온다는데 그 이미지는 도저히 못 찾겠다. 




'맨 오브 스틸'은 '매트릭스'를 연상케 하는 장면들이 몇몇 나오는데, 우선 편집장 역의 로렌스 피시번과 스완윅 장군역의 헤리 J. 레닉스다. 




스완윅 장군과 편집장 페리 '화이트'




공교롭게도 두 사람의 역할마저 매트릭스와 겹쳐지는 면이 있다. 매트릭스에서 로렌스 피시번이 네오(NEO=ONE=절대자=신), 트리니티와 함께 삼위일체를 이루는 것처럼 '맨 오브 스틸'에서는 로리스 레인, 슈퍼맨과 함께 동일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슈퍼맨=예수의 공식이 더욱 공고히 된다. 


반면 헤리 J. 레닉스는 매트릭스에서 네오를 믿지 않는 사령관으로 나오는데 이번에도 슈퍼맨을 억압하는 자의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영화의 끝부분에서 그가 보낸 무인 정찰기를 파괴하는 슈퍼맨을 보라!


이 밖에도 크립톤인의 챔버는 매트릭스의 인간 배양소와 정말 닮았다.







슈퍼맨이 우주로 나갔을 때 나오는 인공위성이 Wayne Enterprise의 소유라는 얘기를 듣고 검색해 보았으나 이미지를 찾지는 못했다. 소문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워너가 배트맨의 성공 이후 숨고르기도 하기 전에 '맨 오브 스틸'을 개봉한 이유는 Justice League의 제작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Justice League는 슈퍼맨, 배트맨, 플래시, 원더우먼, 아쿠아맨, 그린 애로우, 그린 랜턴이 등장하는 DC 코믹스 판 Avengers이기 때문에 맨 오브 스틸 곳곳에 이들의 흔적을 남겨 두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물론 저스티스 리그를 위해선 쫄딱 망해버린 그린 랜턴을 비롯 수 많은 암초(그린 애로우는 드라마로 쫄딱 망함)를 제거해야 하니 1-2년 내에 제작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나마 익숙한 영웅 플래시와 원더우맨. 그린 랜턴, 아쿠아맨은...




이 영화가 나온다고 해도 그닥 기대가 되진 않는다. 나에겐 크리스쳔 베일과 헨리 카일이 미간에 잔뜩 주름을 진 채 진지한 얘기를 나누는 장면이 코미디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유머가 부족해. 게다가 캐릭터들이 너무 아방가르드하잖아. 생선 영웅과 녹색 타이즈 성애자(그린 랜턴)라니...


이로써 할 얘기는 거의 다 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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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3-06-19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잘 읽었어요. 이번에도 빵빵 웃으면서 봤습니다.
저는 영화를 중간까지 무척 재밌게 봤는데 후반에 지나치게 많이 부수는 게 막 피곤하더라구요.
게다가 감기로 골골 대느라 자꾸 기침하는데 영화가 안 끝나서 주변 사람들한테 민폐를...;;;;;

한깨짱 2013-06-19 16:11   좋아요 0 | URL
저도 중반까지 엄청 기대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낄 준비를 마쳤는데 후반부가... 진짜 돈은 엄청 많이 들인 것 같아요. 아이맥스에서 한 번 더 보고 싶긴 한데 모든 아이맥스 극장이 3D로 상영을 해서 정말 짜증입니다.

saint236 2013-06-19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후반에는 감흥이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건물이 두개만 덜 부서졌어도...마지막은 매트릭스를 보는 듯한...

한깨짱 2013-06-19 16:12   좋아요 0 | URL
요상하게 매트릭스 필이 많이 섞여 있었죠. 잭 스나이더의 영향 탓인지... 대인 전투씬은 획기적으로 잘 만든 것 같고 건물 폭파 씬도 규모가 어마어마한데... 그런데도 요상하게 감흥이 없단 말이죠.

2018-12-06 04: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깨짱 2018-12-06 13:37   좋아요 0 | URL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은 이렇게 긴 글을 쓰는 게 쉽지 않네요. 긴 글을 읽는 게 더 힘들지만요.
 

한국의 법정 영화를 말하자면, 예전에 박 대박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무려 1997년 작. 주현과 이정재가 주연으로 나왔다.  

아니, 이정재라고?  

한류 스타 욘사마, 헐리우드 키드 장동건, 글로벌 스타 비 등등 지금이야 아래에서부터 위까지 빽빽히 들어찬 슈퍼 스타의 계보에 한자리 겨우 차지해 볼 수 있을 정도지만 그 때 당시 이정재의 인기는 대단했다. 1990년대엔, 아무래도 모래시계가 있었으니까.  

 

아, 사실 이 글이 박 대박과 이정재를 얘기하는 글은 아니다. 그나마 기억할 만한 법정 영화 이후 무려 14년. 한국 영화계에 괜찮은 법정 스릴러 한편이 나왔길래 그냥 옛 생각이 났을 뿐이다. 오늘 할 얘기는 손영성 감독의 2011년 작 '의뢰인'이다. 

의뢰인, 정말 괜찮은 영화다. 우선 법정 스릴러라는 영화 장르가 심상치 않다. 최근 지지부진했던 한국 영화계에 미풍 정도는 충분히 일으키고도 남을만한 파장이다. 사실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계는 박찬욱의 올드보이(2003)가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고 봉준호의 살인의 추억(2003)이 개봉하고, 장르의 달인 김지운이 꽃을 피우고(장화 홍련, 2003) 걸출한 신인 최동훈(범죄의 재구성, 2004)까지 배출하는 등 급속한 질적 성장을 이뤘을 뿐만 아니라 실미도(2003), 태극기 휘날리며(2004)로 이어지는 천만 관객 시대의 출현으로 양적인 팽창까지 겸비한, 그야말로 한국 영화계의 르네상스였다.  

그러나 이후 기존 감독들의 지지부진과 이로 인한 관객의 외면이 이어지면서 한국 영화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이러던 와중 의외의 영화 추격자(2007)가 개봉했다. 비인기 장르임에도 500만이 넘는 선전. 하정우라는 '배우'의 탄생. 이걸로도 괜찮다 싶은 성과였지만 3년 뒤 황해(2010)가 개봉하자 드디어 칠흑같던 한국 영화계에 서광이 비추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홍진을 진정한 작가로 만들어 줄 수 있는 황해의 결말은 관객들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모호한 결말에 대한 히스테리적 거부반응, 잔인한 액션씬으로 인한 폭 넓은 지지 획득 실패!  

 

 

*(여기서 부터 굉장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영화를 안 본 사람이라면 절대 읽지 마십시요.)  

황해와 비교해 볼 때 의뢰인은 비겁했다(물론 두 영화는 하정우가 나온다는 것 말고는 공통점이 전혀 없기 때문에 이 비교에 큰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결말이 너무 명확하다. 감독의 인터뷰를 보니 원래 시나리오는 장혁의 유죄로 끝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것을 감독 본인이 무죄로 수정했다. 사실 장혁이 유죄든 무죄든 연출적으로는 얼마든지 다양한 여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바꾼 것 자체는 그리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장혁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는다. 그리고 살인 현장으로 돌아와 피 묻은 침대 위에서 담배를 핀다. 관객은 이 장면에서, 어쩌면 장혁이 정말 아내를 살해한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기서 연출은 상황을 더욱 모호하게 만들어야 했다. 관객을 좀 더 혼란스럽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무죄 선고 후 박희순이 하정우에게 건넸던 말 한마디가 치명적이다.  

'한철민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어'(영화를 보신 분은 무슨 말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다. 왜냐하면 아직까지는 정황적 근거에 불과하니까 아직까지는 장혁을 진짜 살해범으로 인정할 만한 물증이 나오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뒷 얘기를 보고 있으면 완전히 맥이 풀린다. 영화에서 장혁을 범인으로 몰고가는 결정적 물증은 장혁이 아내에게 프로포즈를 할때 찍은 사진인데 그곳은 장혁이 아내가 죽기 몇 시간 전에 자동차 사고를 낸 곳이기도 하다. 이 자동차 사고는 영화내내 장혁의 알리바이를 입증할 유일한 사건이었으나 영화 후반부 장혁의 프로포즈 사진과 연결되면서 그 신뢰도가 갑작스레 추락, 급기야 살인에 대한 물증으로까지 전락하고 만다. 전후 사정을 좀 더 따져보자.  

장혁은 아내가 살해되던 날 출장 근무 중이었다. 원래 집으로 돌아올 예정이 없었으나 공교롭게도 그 날은 두 사람의 결혼 기념일이었다. 평소 잦은 출장으로 불화를 겪던 장혁은 이 날만큼은 반드시 돌아가 아내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다. 몇일 간의 밤샘 근무로 몸은 지칠대로 지쳤지만 힘겹게 차에 올랐다. 하지만 졸음을 멈출 수는 없었다. 결국 장혁은 졸다가 고속도로 진입점을 놓쳐 다른 길로 들어섰고 그 도로에서 사고를 내고 말았다.  

이 사건은 아주 쉽다. 장혁이 그 도로에서 사고를 낸 것을 입증할 수 있는가? 있다면 무죄. 왜냐하면 아내가 살해된 시점을 따져봤을 때 그 시각 교통사고를 당한 장혁이 아내를 죽일 수는 없었을 테니까. 하지만 프로포즈 사진의 비밀을 알아낸 뒤 부터 이 알리바이는 완전히 무너진다. 그 도로는 장혁이 처음 가본 길이 아니었다. 장혁은 길을 잘못 든게 아니었다. 장혁은 일부러 그 길에 들어섰다. 왜냐고? 살해한 아내의 시체를 유기하기 위해서. 사건 당일로 돌아가 보자. 

장혁은 그날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집에 도착한 그는 아내를 살해한 뒤 사고가 났다고 주장한 국도로 길을 되짚어 온다. 그리고 교통 사고로 정신을 잃었다고 주장한 몇 시간 동안 아내의 시체를 유기했다. 장혁은 집 근처에 도착해 꽃과 케잌을 샀다. 그리고 그것을 들고 집으로 돌아와 자신이 살해한 아내의 침대를 마주한다.  

고작 '한장의 사진'에서 도출된 이 대단한 추론은 장혁과 아내가 등장하는 플래시백으로 연출된다. 관객은 이 회상 장면에서 장혁이 이전에도 살인 경험이 있으며 심각한 싸이코패스라는 진실을 마주하고 그 사실을 눈치챈 아내를 태연히 살해하는 장혁의 모습을 본다. 영화는 이것이 바로 사건의 전말이라고 말하고 있다.  

 

의뢰인이 더 좋은 영화가 되기 위해선 여기에 함정을 만들어야 했다. 관객들은 장혁과 아내가 등장하는 플래시백=진실이라고 믿는다. 하지만 그 회상 장면을 구성하는 주인공은 누구인가? 사건의 전말을 온전히 파악하고 있는 전지적 작가인가? 아니면 장혁을 범인으로 몰고 가려는 사람들인가? 만약에 후자라면 그 회상 장면은 철저히 오염된 거다. 하정우 자신도 장혁을 변호할 때 말하지 않았는가 '지금 검사는 정확한 물증없이 정황적 근거 만으로 피고인을 살인범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그랬던 자신이 이제는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의 의뢰인을 공격하고 있다. 만약 영화가 장혁의 부인 살해 장면을 하정우, 박희순 등 이해 당사자의 추정에 불과하다는 것을 '암시'할 수 있었다면 이 영화는 좀 더 생각할 여지를 남겼을 것이다. 하나의 사건 앞에서 '네 개의 진실'을 말했던 구로사와 아키라의 '라쇼몽'처럼 말이다.  

이 영화를 변호하기 위해 한 가지 기억을 되 짚어 보면, 회상씬 중 주목할 만한 장면이 하나 있었다. 진입 금지 테이프가 어지럽게 붙어 있는 살해 장소. 바로 장혁의 집, 시각은 밤이었다. 그 때 갑자기 방에서 '살해당한 아내'가 나와 물인지 우유인지 모를 음료를 벌컥 벌컥 들이킨다. 논리적으로는 완전히 불가능한 단 한 컷. 이 컷이 왜 주목할 만한 장면일까? 

이 장면이 중요한 이유는 이 한 컷이 지금껏 등장했던 회상씬을 모조리 쓰레기통으로 보내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설명을 잘 하고 싶은데, 말이 잘 안 나온다. 간단히 말해 이 컷은 영화에 나오는 모든 회상씬들이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싶은 거다. 그게 아니라면 회상씬들이 적어도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믿을만 하지는 못하다는 걸 말하고 싶은거다. 돌이켜보면 장혁의 아내 살인 장면은 조명 톤이나 장소, 시각 등의 배경이 '논리적으로 불가능한'그 씬과 정확히 일치한다. 

비약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인정한다. 의뢰인의 아쉬운 점은 바로 이 비약을 비약이 아니라고 방어할 만큼 충분한 읽을 거리를 주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것 저것 두서 없이 얘기했지만 좋게 좋게 마무리 하면 의뢰인, 괜찮은 영화다. 법정 스릴러라고 하기엔 이야기가 어설프다느니 그 밀도가 헐겁다느니 비난의 말이 많고 그게 완전히 틀린 말도 아니지만, 무엇보다도 전체적인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8천원이 아깝지 않은 수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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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 동안 머뭇거리다, 드디어 첫 걸음을 내딛습니다.  

지난 1년 간 iOS를 이용해 게임을 만들어 보겠다고 엎치락 뒤치락했는데 이제야 겨우 첫 게임이 나오네요. 그리 대단한 게임은 아닙니다. 아직도 많은 부분을 보충해야 하지만 생각한 것을 10%도 그리지 못했기에 앞으로가 더더욱 설레입니다. 

회사를 다니면서 뭔가 다른 일을 한다는게 쉽지가 않더군요. 지옥같은 아침을 찢고 회사에 출근해 시체같은 일과를 보낸 뒤 깊은 밤까지 다른 삶을 꿈꾸는 나날들. 다람쥐 쳇바퀴처럼 돌아가는 일상에서 꿈이란 아침에 피어났다 저녁엔 반드시 깨지고 마는 유리장미 같습니다. 이 장미를 죽을동 살동 품에 안고 매일을 달렸어야 했는데 피어나고 빠개지기를 수 백번, 결국 1년이나 걸리고 말았습니다. 고작 이런걸 만드는데 1년이나 걸렸냐고 탓한다면, 네 지금은 할 말이 없습니다. 하지만 멈추지 않고 걷기 시작했으니 언젠가는 원하는 곳에 가 닿을 수 있겠죠. 중요한건 꾸준함과 의지니까요. 

제가 다른 삶을 꿈꾸게 된 결정적 이유는 사람들이 이런 말을 하는 걸 들었기 때문입니다. 

'아! 내가 10년만 젊었어도...' 

웃긴건 그 사람이 30대든, 40대든, 50대든 모두가 똑같이 이런 말을 한다는 거였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누리는 지금의 30대는 동시대의 40대가 그토록 갈망하는 '10년의 젊음'일 겁니다. 그리고 그 40대는 역시 동시대의 50대가 바라마지 않는 '10년의 젊음'일 거고요. 그리고 60대는... 그리고 70대는... 

생을 살면서 가장 도전하기 좋은 시기는 바로 '지금'입니다. 

그토록 취업이 어렵다는 시절에 괜찮은 직장을 얻었고 4년 간 일했지만 더 이상 꿈을 태워 인생의 기차를 전진시킬 수는 없습니다. 조만간 회사를 떠날겁니다. 대양 한 복판을 항해하던 크루즈에서 내려 허름한 조각배 위에 올라섰지만 마음은 어느 때 보다 즐겁고 행복합니다. 여러분들도 꿈이 있다면, 그 꿈을 향해 지금 바로 출발 하세요. 우리 서로 응원하면서 같이 가보자구요!  

Tap the Bean 

장르: 퍼즐. 단기기억 측정 게임. 

앱주소: http://itunes.apple.com/us/app/tap-the-bean/id455617107?mt=8 

다운가능한 앱스토어: 한국 빼고 다!! 

가격: 무료! FREE!  

 

솔직히 고백하면, Camera Mind라는 플래시 게임의 룰을 그대로 카피했습니다. 대신 그 위에 'Green family'의 뉴욕 여행기라는 스토리를 warpping 했죠. 보고 배운게 스토리텔링이라 가장 잘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평소 대도시에 대한 동경과 일탈을 꿈꾸던 Green Family(완두콩 가족)는 답답한 시골 마을을 떠나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도시 New York으로 떠납니다. 데굴데굴 고속도로 위를 굴러 드디어 뉴욕에 도착한 우리 완두콩들은 휘황찬란한 도시의 불빛에 완전히 매료 되고 맙니다. 특히 가족의 막내 큐트 그린(Cute Green)은 사람으로 빽빽한 길거리와 노점에 늘어선 각종 채소들을 보고 완전히 정신이 나가버립니다.  

 

도시를 구석구석 여행하던 큐트 그린은 순간 굉장한 사실 하나를 깨닫게 됩니다. 가족이 모두 사라져 버렸던 거죠! 큐트 그린은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가족을 불러봤지만 찾질 못했어요. 완전히 절망에 빠질 법도 했지만 큐트 그린은 눈물을 흘리지 않았습니다. 그는 비록 어렸지만 강인한 마음을 가진 콩이었어요. 

큐트 그린은 당당히 맨하탄까지 굴러 갑니다. 그리고 이렇게 결심하죠. 가족들이 자신의 소문을 듣고 찾아올 만큼 맨하탄에서 유명한 콩이 되겠다고! 그리하여 큐트 그린의 숨바꼭질, 'Tap the Bean'이 시작됩니다. 

게임 방식은 무척 간단합니다. 우선 화면에 나타난 우리의 큐트 그린을 Tap 합니다.  

 

그리고 나면 잠깐 동안 화면을 가리는 Transition page가 지나가고,  

 

짠! 혹시 새롭게 나타난 큐트 그린이 어디 있는지 아시겠나요? 자 그럼 새롭게 나타난 큐트 그린을 Tap 해 보세요.  

 

짠~ 또 다시 새로운 큐트 그린이 나타났네요. 이제 대충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시겠죠?  

 

너무 쉽다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10레벨이 넘어가고 20레벨이 넘어가면 점점 만만히 볼 수 없어 집니다. 특히 기존 콩의 바로 옆에 은근 슬쩍 나타나는 작은 콩들은 정말로 찾기가 힘들죠. 혹시 큐트 그린을 도저히 찾을 수 없을 땐 좌측 상단에 있는 힌트 버튼을 눌러 보세요. 친절하게 새로 나타난 큐트 그린을 찾아 준답니다.   

 

결과 페이지에선 도달한 레벨을 기준으로 유저의 지적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지 평가해 줍니다. 지적 수준은 총 17개로,  

18세기 백과전서파의 고전적 동물 지능 분류법과  

심리학자 스키너의 단기기억 측정에 따른 보편적 인간 지능 평가,  

그리고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 등을 토대로 초과학적이고 정밀하게 분류되었습니다 라고 하는 건 거짓말이고 그냥 제 맘대로 1~45레벨 사이를 나눠 총 17개의 지적 수준을 정해 놓았네요.  

 

 

자신의 지적 능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테스트해 보세요. '똑똑한 지렁이'나 '신중한 침팬지'가 나왔다고 너무 화내지는 마시고요. 친구들과 내기 해서 누가 더 똑똑한지 겨뤄 보면 더더욱 재밌어 지겠죠? 

다양한 Achievements와 Records, SNS를 지원하는건 기본이죠. 광고가 싫으신 분들을 위해 I hate Ads 메뉴도 있네요.   

 

하지만 더더욱 기대되는건 다음 버전에서 등장할 Challenge mode 입니다.   

 

이번 버전이 가족을 찾기 위한 큐트 그린의 몸부림이라면 다음 버전은 기적과도 같은 가족과의 상봉입니다. 시즌2에서는 적어도 10개의 Challenge mode를 탑재해 완전히 새롭고 다채로운 플레이 방식이 도입될 예정이니 업데이트 되는 그날까지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마세요! 

자 이제 그럼, Are you ready to TAP? 

 

<플레이 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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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한 년도는 몰라, 어쨌든 옛날 옛날 아주 먼 옛날 에피메테우스라는 멍청한 놈의 여자친구인 판도라가 열지 말라는 상자를 열어 버리는 바람에 세상은 온통 재해와 재앙, 증오와 질투로 가득차게 되었다. 빗발치는 여론과 댓글이 두려웠던지 제우스는 그 안에 희망이란 걸 넣어 뒀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니 그 안에 들어있었으면 좋았을 것은 '희망'이 아니라 '무상 학자금 지원'이었다. 

 

 

 

조금 옛날이긴 하나 그래도 인간이 자본의 힘과 용도를 충분히 알고 있던 시절, 효녀 심청은 공양미 300석을 받고 봉사인 아버지와 추가 떨이로 미신을 믿는 뱃놈들까지 수십명을 구해냈다.
오늘날에는 공양미 300석으로 세 학기의 학자금을 내는게 고작이다.

모르긴 몰라도 1990년대에는 공양미 300석으로 8학기 학자금을 모두 지불하고 덤으로 국밥 수백 그릇을 사 먹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운 좋게 공립대에 들어간 사람이라면, 좀 빠듯하긴 하겠지만 그런 식으로 학교를 한번 더 다닐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하고 토머스 에디슨이 전구를 발명하던 시절의 얘기를 하고 있는게 아니다. 고작 20년 전의 얘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세상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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