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적에 진'시황'(始皇)이라 불리운 사내가 있었습니다. 이른바 최초의 황제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단한 자신감이었지만 한편으론 '그럴만도 했겠군'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느 구석이 있습니다.
진시황은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 온갖 영웅과 사건이 범람했던 난세를 쓸어내고 '진(秦)' 나라라는 통일 왕국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절대 권력을 소유한 진시황은 불로장생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 많은 것을 이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너무나 많은 것을 바랐기 때문일까요? 불로는 커녕 장생도 못했습니다.
황제가 장생을 못하자 나라의 수명도 길지 못했습니다. 15년 남짓, 통일 왕국의 대업은 아침 이슬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진나라가 망하면서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것이 바로 '항우와 유방'입니다. '패왕', '사면초가', '배수진' 따위의 핫 키워드들이 바로 이 시대의 특산품 입니다. 알다시피 이 싸움의 승리자는 유방이었습니다. 유방은 '패왕 항우'를 덕과 지혜로 맞섰고 결국 한(漢) 나라 400년 역사의 주춧돌을 세웠습니다. 이것이 바로 '초한지'의 이야기 입니다.
'무릇 천하의 대세는 나누어진 지 오래면 반드시 합쳐지고, 합쳐진 지 오래면 나누어지는 법'이라고 했습니다. 이번에는 400년 동안 이어져온 한(漢) 나라의 배가 터지면서 숨죽이고 있던 수 많은 영웅들이 뛰쳐 나왔습니다.
처음 배를 가른 것은 동탁과 여포 였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역사의 소용돌이, 그 문 앞까지만 인도하는 가이드였을 뿐 입니다. 주인공은 조조, 유비, 손권. 천하는 위, 촉, 오의 차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도 새로운 진(晉) 나라에 앞에 무릎을 꿇고 맙니다. 이것이 바로 '삼국지'의 이야기 입니다.
그래서 초한지와 삼국지를 읽는 것은 한(漢) 나라의 시작과 끝을 보는 일입니다. 그것은 역사의 하이라이트만을 모아 보는 것이며 인간사 흥망성쇠를 두루 깨닫는 것입니다. 벚꽃이 만발했다 덧 없이 낙화하는 봄날. 깜깜한 역사의 터널 속에서 명멸했던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는다면 이 보다 더 어울리는 일이 있겠습니까?
사족:
초한지는 만화와 소설이 있습니다. 선택이야 본인의 취향에 따르는 것이지만 저는 소설을 먼저 만화를 나중에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아무래도 만화는 허구와 사실을 가르는 경계선이 가장 희미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역사의 진위에 대한 논쟁은 그것이 설령 정사라 하더라도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하물며 소설은 어떻겠습니까? 따라서 이 말은 소설이 으뜸, 만화가 둘째라는 가치 판단이 아닙니다.
단감을 먹고 나면 사과의 맛은 밍밍해진다는 얘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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