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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는 어떻게 나를 조종하는가 - 과몰입하는 좌뇌, 침묵하는 우뇌
크리스 나이바우어 지음, 김윤종 옮김 / 클랩북스 / 2026년 1월
평점 :
세계는 정말로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이 현실적인 사람에게는 짜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게 답답한 얘기를 할 시간에 조금이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데카르트는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결국 고민을 하는 자기 자신의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Cogito Ergo Sum. 생각을 한다는 건 그 자체로 존재의 증거가 된다.
'나'라는 존재는 그렇다 치자.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문제 아닌가? 그러니까 이게 나와 당신이 상상으로 만들어낸 관념이 아니라는 증거를 어디서 찾을 수 있냐는 말이다. 이 대목에서도 현실주의자의 충고는 여전히 강력하다. 그게 그렇게 의심되면 옥상에서 뛰어내려보는 게 어때? 존재와 존재의 충돌은 파괴를 낳는다. 세상이 없다면 충돌도 없을 것이고 나는 파괴되지도 않을 것이다.
좋다. 나도 물리적 실체를 부정할 정도의 망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세계라 정의하는 것과 이 세계의 물리적 실체 사이에는 도저히 같다고 동의할 수 없는 차이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현실주의자들을 설득할 차례다.
살다 보면 정말로 다른 세계관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물리적 세상은 하나뿐인데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똑똑이들은 자기와 다른 생각이 존재하는 이유를 이해의 부족에서 찾기도 한다. 그러니 타자가 지옥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떻게 트럼프를 좋아할 수 있어? 어떻게 신을 믿을 수 있어? 어떻게 지구가 네모라고 생각할 수 있어?
세계는 존재한다. 하지만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하루 중 상당한 시간을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하며 지내지만 사실 우리가 세계라고 믿는 관념 속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이 관념은 온 우주에 존재하는 뇌의 개수만큼, 어쩌면 그 이상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세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없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많아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해내는 것이 바로 우리의 좌뇌다. 좌뇌는 물리적 실체가 내놓는 데이터 속에서 반드시 패턴을 찾아 일관된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좌뇌는 이 일을 지나치게 잘해서 가끔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들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그저 그 이야기가 그럴듯하다는 이유 때문에.
타인의 평가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이라면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를 잘 들어보기 바란다. 타자의 평가는 어떠한 경우에도 당신의 객관적 실체를 구성하지 못한다. 그 평가는 당신의 말, 행동, 혹은 당신의 평가자가 느꼈다고 생각하는 무언가 들이 그 사람의 뇌 속에서 일련의 이야기로 구성된 것일 뿐이다. 쉽게 말해 모두 허구라는 것이다.
사실 당신이 믿고 있는 당신의 자아도 허구에 불과하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 나는 이런 걸 좋아해, 나는 이런 걸 싫어하지. 당신은 그저 쓴 음료를 마셨을 뿐이다. 그걸 싫다고 '판단'한 건 당신의 좌뇌다. 나 스스로도 나의 객관적 실체를 인지할 수 없는데 타인이 어떻게 그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세상살이의 고통은 대부분 사람으로부터 온다. 그들의 말과 행동을 근거로 좌뇌는 끊임없이 판단해 착한 사람, 나쁜 사람, 무지한 사람, 똑똑한 사람, 게으른 사람, 성실한 사람, 본받을 사람, 떠나야 할 사람을 만들어낸다. 이런저런 생각이 너무 많아 고민이라면 한 발쯤 물러서 이렇게 생각해 보라. 이 모든 건 결국 우리의 뇌가 만들어낸 이야기일 뿐이다. 장담하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