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의 기사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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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의 땅에서 안주하지 못하는 이시카와 게이스케, 기억상실증에 걸린 그의 삶이 송두리째 흔들린다. 점성술사 미타라이와 이시카와(진짜 이름 이시오카라고 해야할까?)의 첫 만남을 담고 있는 "이방의 기사"를 "점성술 살인사건"보다 먼저 읽게 되어 기뻐하는 것도 잠시, 옮긴이의 글을 먼저 읽는 우를 범해 스포일러 덕분에 주인공이 어떻게 될지 알아 버렸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일들이 벌어져 잠시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었으니 다행이라면 다행한 일이다.   
 
이시카와의 삶은 자신이 생각하지 못하는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흘러간다. 그 힘이 유일하게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있다면 점성술사 탐정 미타라이다. '이방의 기사'에서 미타라이는 이시카와를 불행의 늪에서 구해주는 생명의 은인으로 등장한다. 수면속에 조용히 있다 모습을 드러내는 미타라이의 존재는 책 속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을 장악할 정도로 카리스마가 넘친다. 머리카락 휘날리며 멋진 모습으로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독자들도 감탄하게 만드는 그의 추리력은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과 동시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을 가지고 있다.
 
미타라이와 이시카와의 만남은 운명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우연히 만났지만 이후 이 두 사람의 모험은 향후 독자들의 즐거움을 독차지 하여 첫 만남부터 정말 멋지게, 요란하게 그 등장을 알린다. 낯선 공원의 벤치 위에서 눈을 뜬 이시카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세상에 홀로 남겨졌다는 생각에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까. 또한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이 때 그의 앞에 등장한 료쿄, 그녀와의 만남은 한 마디로 기이하기만 했다. 갑자기 그의 앞에 뛰어온 료코와 함께 살게 된 이시카와는 홀로 지내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얼마나 안도했던가. 그에게 '사랑'을 가르쳐준 이도 료코였다.
 
이시카와에게 가족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당연히 할 수 있다. 그가 집으로 돌아가서 자신에게로 돌아오지 않을 것을 생각하면 료코는 도저히 그를 보낼 수 없다. 하지만 폭탄을 안고 살 듯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계속 살아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이에 료코는 이시카와를 보내준다. 앞으로 어떻게 할 작정이었던 걸까.
 
자신이 살았던 곳으로 가게 된 이시카와에게 그동안 료코와 살았던 지난 시간이 뿌리째 흔들리는 엄청난 일이 눈 앞에 놓이게 된다. 과연 그의 선택은 무엇일까. 가족을 선택할지, 료코를 선택할지의 문제가 아니다. 이건 복수의 문제다. 모든 진실을 알게 된 이시카와의 선택이란 한 가지 뿐이다. 억울하게 죽은 가족의 복수를 하는 것, 이것 뿐인 것이다.  
 
료코와의 첫 만남이 이상하다는 것은 독자들도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허나 이것만으로는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없다. 미타라이가 아니라면 아무 것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시카와 본인조차 미타라이에 의지하여 자신의 삶을 되찾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시오카라는 진짜 이름을 되찾을 수 있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다시 처음부터 읽어야 모든 것이 눈 앞에 확연히 드러날 이번 사건에 미타라이의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그가 등장하는 책들이 있다고 하는데 찾아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사건이었다. 앞으로의 그의 행보가 궁금해진다. 또 어떤 사건들을 해결할 것인가. 평범한 점성술사는 결코 아니니 모든 사건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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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눈물 - MBC 창사 특별기획 다큐멘터리
김윤정 지음, kyomong 그림, MBC「아마존의 눈물」제작팀 원작 / MBC C&I(MBC프로덕션)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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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어장"을 통해 '아마존의 눈물'에 대해 알게 되었을 때 부끄러웠습니다. 이렇게 환경에 관심이 없었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아마 다른 사람들은 이미 '아마존의 눈물'에 대해 상세한 내용을 많이 알고 계셨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황금어장"을 통해 아마존에 다녀온 분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는 가끔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목숨을 걸고 촬영해 온 그들에게 존경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이 땅의 아이들이 환경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도 감사드리고 싶네요. "황금어장"에 출연한 분들의 고민이 또 아마존에 가라고 하면 어쩌나 하는 거였죠. 아마 이분들은 또 가라고 하면 가실 것 같아요. 사명감이 투철해 보이거든요. 아마존에 가기 위해 태어나신 분들 같아요. 이런 말을 들으면 뜨악 하실까요. 그들을 이렇게 아마존으로 끌어당기는 것은 무엇일까요. 파괴되어 가는 '지구의 허파' 아마존을 보는 것이 가슴 아파서일 겁니다. 
 
어린이를 위한 '아마존의 눈물'인 이 책은 아이의 눈을 보며 직접 이야기 해 주듯 현재의 아마존의 모습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며 거창하게 어렵게 이야기 하지 않아요. 이 책을 읽을 나이 또래의 여러 부족의 원주민 아이들이 처해 있는 상황을 들려줌으로서 아이의 눈높이에서 다가갈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정말 아이들이 한 번 읽어봐야 할 환경동화입니다. 나나 아이나 살아가면서 아마존에 갈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아마존의 20년 뒤를 생각하면 갈 수 없는 곳일지라도 파괴되어 발걸음조차 할 수 없는 곳으로 변하는 것은 정말이지 싫습니다. 원래 이 곳을 터전삼아 살던 원주민들이 왜 이런 일을 겪어야 할까요. 무분별한 벌목과 금광을 찾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 도로가 생기고 도시가 들어서서 원주민들이 전염병에 걸려 죽기도 하고, 도시로 나간 원주민들이 빈민층으로 살아가고 있답니다.
 
분홍 돌고래 뽀뚜를 직접 눈으로 보지도 못했는데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답니다. 어디 뽀뚜뿐이겠어요. 벌목으로 인해, 화재로 인해 동물들이 터전을 잃고 있다는군요. 원주민들도 마찬가지에요.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도 버거운 일이고, 살아남는 것도 힘들지만 자신이 살아온 곳에서 떠나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는 원주민들도 있답니다. 우리들이 지금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연필, 종이 등을 절약하는 것인데요. 이것만으로도 아마존의 훼손이 줄어들 수 있다면 다행한 일이니 모두 실천해야겠어요.
 
동물을 사냥해 마을 사람들이 함께 먹고 화가 날때면 간지럼을 태우는 것만으로도 풀어지는 조에 족, 턱에 끼우는 뽀뚜루를 보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이들이 우리들보다 못한 존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요. 살아가는 방식이 다를 뿐, 틀린 것은 아니니까요. 책을 읽는 아이들이 끔찍해 보인다, 잔인하다 같은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표현은 평생 모르고 살아도 좋겠지요. '아마존의 눈물'을 통해 환경을 생각하는 아이가 된다면 아마존에 살고 있는 원주민들의 고통도 조금은 줄어들겠지요. 가까이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고 나 몰라라 해서는 안되겠습니다. 모두 우리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아마존에 관심을 가져야겠어요. 더이상 아마존이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눈물 흘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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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약속 키다리 그림책 11
리사 험프리 지음, 이태영 옮김, 데이비드 데니오스 그림 / 키다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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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펼쳐보니 태담책이네요. 뱃속에 있는 태아와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책이에요. 저는 아이를 낳은 후라 언제 태동을 느꼈나 싶게 이제는 배가 들어가서 눈 앞에 있는 아이가 뱃속에 있었다는 실감이 나질 않는답니다. 책을 보면서 이참에 둘째를 가져볼까, 둘째를 가지라는 신호인가, 하고 생각했어요.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가졌을 때 나는 어떤 마음이 들었나 가만히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저 건강하게 태어나기만을 바랐지요. 책속의 글처럼 바다를 주고 싶고, 푸른 숲을 주고 싶다는 약속을 해주진 못했어요. 임신기간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힘들었답니다.

 

세상의 좋은 것들은 모두 아이에게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느껴지는 책입니다. 세상의 어느 부모 마음이 이와 같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아이를 낳아 보니 부모 마음은 모두 똑같다는 것을 알겠더라구요. 하지만 사막의 따뜻한 입김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니, 사막? 이곳에도 분명 생명이 있겠지만 황폐하게 느껴지는 사막도 아이에게 선물하고 싶은건가, 하는 생각을 잠깐 했어요. 세상의 모든 것을 만나게 해 주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 있네요. 사막까지 말이에요. 뱃속의 태아는 분명 알거에요. 이런 엄마의 마음을요.

 

아이에게 "엄마가 너를 가졌을 때...." 라며 그 때 들었던 마음을 얘기해 주었어요. 태어나서 책속의 아기처럼 엄마 품에 꼬옥 안겨 있었다고도 말해주었지요. 물론 어디 한 군데라도 부러질까 겁이 나서 힘을 주어 안아주진 못했어요. 이렇게 엄마의 약속이 모두 이루어진다면 아이는 어떤 사람으로 자라날까요. 꼭 위대한 인물, 큰 인물이 되길 바라는 건 아니에요. 그저 마음이 따뜻한 아이로 자라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일 거에요. 아니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한 아이로 자라면 좋겠어요.

 

책장을 가득 메운 엄마의 마음들, 보라빛인 그림들이 신비롭게 다가옵니다. 뱃속의 있는 태아가 세상을 처음 바라볼 때의 느낌처럼 모든 것이 아늑하고, 신기하게만 보입니다. 오롯이 뱃속의 아기와 엄마만 존재하는 듯 느껴지네요. 고요한 호숫가에 앉아 아이와 단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듯이 말입니다. 아기가 태어나 이 책을 본다면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알게 되겠죠. 그러고 보니 우리 모두 소중한 존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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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와 생쥐 - 2010년 칼데콧 상 수상작 별천지 제리 핑크니
제리 핑크니 글.그림, 윤한구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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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이 없는 '사자와 생쥐' 이야기.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자 책장을 넘겼을 때 사실, 조금 당황스러웠답니다. 동물들의 울부짖음뿐이었어요. '어흥', '우후우후후후후'. 맞아요. 그림책으로 만들어져 우리들이 쉽게 알 수 있게 이야기를 꾸며 동물들이 말을 할 뿐이지 이렇게 표현되는게 맞겠지요. 이야기 글이 쓰여 있었다면 아이에게 일단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우선했을 거에요. 음.....이렇게 해서 이렇게 되었네,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이 책은 그림뿐이니 그림을 상세히 짚어주며 제가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 주어야했습니다. 쥐가 잠자는 사자를 건드려서 죽을뻔 했단다. 그렇지만 마음씨 착한(사자가 착했을까요? 배가 불렀을 뿐일까요?) 사자가 그냥 놔 주었단다. 그래서 쥐가 사람들에게 잡힐 뻔한 사자를 구해주었단다, 하고 들려주었지요.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그림책을 완전하게 이해하는게 힘들 수도 있겠어요. 그림만으로도 쥐가 어떤 상황에 놓였는지 알아차리긴 하겠지만 말이에요. 사자의 손아귀에 잡힌 쥐의 두려운 표정을 과연 읽어낼 수 있을까요? 제가 보기에 쥐의 표정이 모두 똑같아 보이거든요. 어쨌든 식구들이 많은 쥐가 살아남아 가족들의 곁으로 돌아가는 모습은 마음을 훈훈하게 하네요. 작은 쥐를 죽여 뭐하겠나 싶었겠죠. 먹어도 한 입 거리도 안되는 쥐를 말이죠. 이렇게 작은 쥐지만 큰 사자를 도와줍니다. 사자를 구하고 난 뒤 쥐와 사자는 무슨 대화를 나눴을까요. 요전에 구해준 것을 감사하고 은혜를 갚았다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눴겠죠. 괜찮냐는 말과 함께 말이에요. 사자와 쥐는 덩치로 보나, 살아가는 방식을 보나 서로 어울릴법 한 사이는 아니에요. 이것은 책을 읽으면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에요. 서로를 돕는다는게 가능한 사이가 아니란 것을 말이에요.

 

사자와 쥐가 있는 곳에는 이 둘만 있는게 아니랍니다. 그림을 섬세하게 그려놓아 현실감이 뛰어납니다. 사자의 눈빛 하나 하나가 살아있네요. 쥐를 만지면 털이 손안에서 느껴질 것 같이 섬세하게 그려져 있어요. 저 멀리에 코끼리도 보이네요. 늑대도 있겠죠? 으, 생각만해도 무서운걸요. 동물들을 잡겠다고 그물을 설치하는 인간들을 보니 동물들보다 더 무섭네요. 사자와 쥐도 이렇게 서로를 도우며 살아가는데 말이죠. 평소에는 사람들에게 위협이 되는 사자나 호랑이, 늑대 등을 악당으로 묘사하겠지만 "사자와 생쥐", 이 책에서는 유일하게 사람만이 나쁜 이미지로 등장하는군요. 저는 아이에게 "못된 사람들이 사자를 잡아서", 라고 하며 쥐가 사자를 구한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들려주었어요. 작은 쥐지만 이렇게 그물을 갉아서 사자를 구했다고 말이죠.

 

아이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요. 보잘것 없어 보이는 친구라도 훌륭한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을까요? 그저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로 넘길까요. 아이의 인생에 도움이 되는 그런 책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은 도움이라도 타인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 수 있는지 알게 되면 좋겠어요. 짧은 이야기 한 편으로 끝나지 않고 아이의 기억속에 오랫동안 남아 훗날 자신의 아이에게 또 들려주면 좋겠죠. 어린 시절을 기억하며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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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커트 보네거트 지음, 박웅희 옮김 / 아이필드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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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선입견이란....

'제 5도살장'의 내용이 이러한줄 알았다면 이렇게 늦게 읽지 않았을텐데. 책 제목만 보고 끔찍한 내용을 담고 있을줄 알았던 내가 어리석었다. 물론 드레스덴 폭격에 대한 이야기를 실어 놓아 결코 평범한 내용을 다루고 있진 않지만 말이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의 주인공 엘리엇 로즈워터 씨를 여기에서 또 만나게 될 줄 몰랐다. 이러니 꼭 '제 5도살장'이 '신의 축복이 있기를, 로즈워터 씨'의 다음 권인 것만 같다. 빌리 필그림과 엘리엇 로즈워터와는 전쟁이 끝난 후 한 정신병원에서 만나게 되는데 엘리엇으로 인해 빌리의 삶도 트라우트를 빼 놓고서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시간여행을 하는 빌리는 트랄팔마도어와 지구를 왔다갔다하며 영원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죽은 후에도 다시 살아나 과거, 현재, 미래를 돌아다니는 그를 보면서 알고 있는 삶을 왜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자신이 타고 갈 비행기가 사고나는 것을 알면서도 태연하게 타고 가는 빌리, 이로인해 장인이 죽게 되는데도 장인을 살리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여기에서 죽지 않는 것을 알기 때문일까.

 

일본의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사망한 사람들보다 드레스덴에서 죽어간 이들이 많은 것을 알고 있는가.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으로 죽은 사람은 71,379명, 드레스덴의 폭격으로 죽은 사람은 무려 135,000명이라고 한다. '제 5도살장'은 작가가 직접 겪은 드레스덴에 있었던 폭격을 말하고 있는데 드레스덴으로 간 빌리의 곁에 작가도 함께 있어 자전적인 소설임을 곳곳에 드러낸다. 실제로 있었던 일을 독자들에게 어떻게 전하는게 좋을까. 끔찍한 상황을 그대로 전하는 것보다 이렇게 작가가 간간이 던지는 유머속에 녹아있는 전쟁의 참상을 보는 것이 더 참담하게 느껴지는데 책을 읽으면서 피식피식 터져나오는 웃음을 잘 참아내는 것이 문제긴 하다. 웃지 마라고? 웃으면 안된다고?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짹짹.

 

한 사람, 한 사람의 죽음마다 작가는 그들을 애도해준다. '그렇게 가는 거지'라며 인생무상을 이야기하는 글을 보면서 드레스덴에서 일어난 폭격속에 죽어간 사람들을 위해 일일이 애도하지 않음에 더 큰 슬픔이 차오른다.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그저 하나의 죽음처럼 보여진다.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전쟁으로 어떻게 될지 아주 친절하게 가르쳐 주는 작가는 '그렇게 가는 거지'라는 말을 툭 뱉어내며 타인의 인생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한다. 나의 죽음도 그에겐 결국 이렇게 결론 지어지겠지. '그렇게 가는 거지'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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