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와나무 아기 그림책 1 해와나무 아기 그림책
이태수 글.그림 / 해와나무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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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해와 나무 아기 그림책 시리즈 중의 한 권인 "누가 남겼을까"를 읽었다. 아이에게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시간을 준 다음 책속에 있는 가려진 부분을 넘기면 그 해답을 알 수 있게 해 놓았다. 호기심이 많은 아이들이 좋아할 책이다. 실제 생활하면서 접할 수 없는 동물들의 생태계를 통해 자연을 배울 수 있게 해 놓았다. 나의 어린시절이라고 '소'도 자주 볼 수 있었던 것은 아닌데, 산양은 실제로 본 적이 없어 아이에게 어떻게 설명을 해 줘야 할까 책을 보니 잠시 고민이 된다. 솔직히 여기에 등장하는 것들 중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몇 개나 될지, 나도 아이와 함께 책을 통해 배워야 할 것 같다.
 
자연은 동물이든 식물이든 흔적을 남긴다고 한다. 사람도 숲에 가면 발자국을 남긴다. 동물이나 식물들이 남긴 흔적을 보면서 아이가 책 속에 있는 조그만 창문을 열어 누가 남긴 흔적인지 알아볼 수 있게 해 놓아 아이는 물론이고 어른들도 호기심을 느낄 수 있게 해 놓았다. 단지 몇 가지 되지 않는다는게 단점이긴 하지만 평소에 접할 수 없는 동물들의 흔적을 책으로나마 눈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일 것이다.
 
지렁이가 메꽃 아래 이렇게 흙 똥을 많이 누는지 몰랐다. 지렁이라면 신랑은 기겁을 하는데 책을 보여주며 작은 창문을 열어 보게 하여 "지렁이다. 지렁이" 하며 놀려주기도 했다. 나무 줄기에 허물을 벗어 놓은 매미를 보면서 매미가 허물을 벗는다는 것을 하나 더 알 수 있었고, 산양에 대한 것이 두 번 나와서 한 장에 묶어 놓았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을 느꼈지만 어린 개구리에겐 꼬리가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 수 있게 해놓아 학교에 가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이렇게 책으로 자세하게 익힐 수 있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집이 바닷가 근처에 있어 자주 바닷가에 가곤 하는데, 바닷가에 가면 콩알만 한 모래 덩어리를 많이 볼 수 있다. 이 흔적을 '게'가 만들어 놓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실제로 '게'를 본 적은 없는데 이렇게 그림책으로 접하고 보니 그 이름이 "엽낭게"라는 것을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아이를 위한 그림책이지만 이렇게 어른도 함께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 꼭 아이가 보는 책이라고 선을 그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바닷가 모래밭에 구불구불 길을 만드는 서해비단고둥, 마지막에 모래밭에 찍혀 있는 발자국을 보면서 자연에 동물들만 있는 것이 아닌 이렇게 가족이 함께 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어 책장을 넘기는 이 시간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아이와 함께 바닷가 모래밭에 발자국을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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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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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3'이 아닐까 충분히 오해할 수 있는 "쓰리", 보통 우리들은 평소에 '쓰리당했다'라고도 쓰는데 아마 소매치기에 대한 글을 담아 놓았나 보다. 이 책 "쓰리"는 천재 소매치기가 등장한다해서 현란한 손놀림이 연상되는지라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든다면 긴장감을 높이는 영화가 탄생되지 않을까 잠시 상상했었다. 소매치기에 대해 다루고 있다면 분명 경찰이나 형사, 악의 무리인 야쿠자나 조폭들이 등장할터라 처음부터 끝나는 시점까지 스릴을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왠걸 "쓰리"의 주인공 니시무라는 눈 앞에 보이는 탑을 외면하기 위해 노력하는(유년시절 도둑질을 한 자신에게 눈 앞의 탑이 무언가 말을 해줄 줄 알았다 했다.) 섬세한 감정의 소유자였다.
 
니시무라에게 영향을 끼치는 인물 중 이시카와라는 사람이 등장하지만 이시카와 보다는 기자키라는 사람이 니시무라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친다. 생명을 잡고 니시무라를 얽어 매고 있으니 여기에서 빠져나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자키'는 자신이 '신'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타인의 운명을 정해주고 그 운명에 따라 그 사람의 죽음이 결정 지어질 때 최고의 카타르시스를 맛보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다. 강도짓을 할 때도 완벽한 시나리오로 성공시키는 무서운 놈이다. 물론 자신이 움직이지 않고 밑에 부하들을 시키지만 이런 인물이 마지막에 허무하게 죽음을 맞이할 수도 있는 캐릭터일 것이다. 타인의 삶을 자신이 만들어낼 수 있다고 생각하다니 기자키, 이런 녀석은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 
 
기자키는 니시무라의 삶에도 관여하기 시작한다. 그가 선택한 니시무라의 삶은 어떤 결말을 맞게 될까. 결과가 무엇이든 '죽음'과 관련 되어 있을 것이다. 얼마쯤 목숨을 부지할 수는 있겠지만 그 시기가 문제일 뿐 기자키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비참하게 버려질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예전 같으면 니시무라 혼자 어디론가로 숨어 버리면 되겠지만 이제 니시무라에겐 지켜야 할 사람들이 있다.  
 

"내 삶의 결말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말하는 니시무라는 결코 자신이 행복한 결말을 맞이할 것이라 예상하지 않는다. 죽음은 죽음이되 그 죽음의 끔찍함이 어떨지, 결코 자신의 손으로 삶을 끝내지 않을 것이기에 타인에 의해 끝나게 될 삶의 끝이 궁금했다. 하지만 말이다. 이건 분명 "오래오래 이 눈부신 햇빛을 보고 싶다"는 다른 표현일 것이다. 삶에 대한 마지막 의지는 결코 니시무라 자신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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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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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편의 단편들 중에 선택하여 책 제목을 정하지 않았지만 단편 [겨울의 술래]가 있어 책 제목이 전혀 생경하진 않는 것 같다. '술래의 발소리'는 책 표지만 보고 있어도 조금 섬뜩해지고 제목만으로도 뒷골이 서늘한 느낌을 받는데 어두컴컴한 곳에서 홀로 술래의 발소리(다른 누군가의 발소리인지도 모른다.)를 듣는 느낌이라 빨리 이 게임이 끝나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게 된다.

 

각 단편들마다 등장하는 S라는 존재, 때론 범인일수도 있고, 때론 피해자일 수도 있는 이 인물들이 단편들마다 S라는 모호한 설정으로 등장하여 따로 떨어져 있는 단편들이 연이어진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아 단편 [통에 담긴 글자]의 첫장을 읽을 때, 앞에 실린 [요이기츠네]에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잠시 헷갈리게 되기도 한다.  

 

이 세상에 완전범죄란 없어, [방울벌레]

 

사람이 목격하지 않는다고 완전범죄인 것은 아니다. 풀, 나무, 새, 벌레 등이 모두 보고 있다. 방울벌레의 수명이 얼마나 되나 이걸 생각해 보면 오랜 세월 전에 방울벌레가 살해현장에 있었다 해도 현재 형사에게 붙잡혀 취조 받는 범인의 양심을 건드리며 형사의 어깨에서 범인을 똑바로 쳐다보는 짓은 못하겠는데 책 속이라 가능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범인의 생각일 뿐이겠지만 친구를 죽일 때 옆에 있었던 방울벌레가 늘 신경 쓰였다. 하지만 이쯤에서 아내 쿄코가 나타나야 하는거 아닌가. 이대로 사건이 묻히는 건 너무 아쉬운데 이래서 단편은 여운을 남겨 완성도가 떨어진다.

 

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에서는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 [짐승]

 

S가 쓴 의자 다리 단면에 쓰여진 글자, 이는 유서와 같아 이것을 발견한 '나'가 생존해 있는 S의 여동생에게 이것을 전하러 가는데 사실, 왜 '나'가 이같은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지막에 이르면 그가 무엇때문에 S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파헤치려고 했는지 알게 되지만 그로 인해 덮어져 있는 살인 사건 이면의 일들이 쉽게 수면 위에 떠오르는 것을 보면 이것이 단편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도 해 본다. 장편소설이었다면 여기에 이르는대 한참은 걸렸을테니 말이다.

 

좀 어렵다, [요이기츠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열린 결말인가. 대체 누가 강 근처에 묻혔다는 건지 모르겠다. '나'의 상상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인 것인지, 자신과 닮은 사내는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 어렵다.

 

반전에 반전? [통에 담긴 글자]

 

이 단편속에서는 몇 가지의 사건들이 얽혀있는데 주인공 '나'만이 모든 것의 전말을 알 수 있다. 꼬이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면 피식 웃음이 날 정도이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이 사건을 제대로 풀 수 있는 사람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 밖에는 없겠다.

 

사람의 욕심은 어디까지 일까, 정말 섬뜩하다. [겨울의 술래]

 

'사랑'의 실체를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사랑'을 확인하고 싶긴 하지만 이렇게 무섭고 섬뜩하게 사랑을 확인하며 나를 사랑한다는 사람을 옆에 두어야 할까. 일기에 쓰인 내용이 점점 과거로 갈수록 술래잡기를 하던 어린시절의 순수했던 모습이 현재의 감정과 맞물려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이것은 욕망이다. 나를 사랑한다 했으니 그 사랑을 증명하라니, 정말 이정도로 사랑한거였어? 라고 묻고 싶어진다.

 

결말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악의의 얼굴]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내가 잡아채지 못했던 마지막 문장을 한 번 더 음미하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S라는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정말 무서운 아이다. 아니면 그저 나만의 착각인 것일까. 캔버스를 보여주던 여자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정말 그림 속으로 들어갔을까. 여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뭔가 해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 캔버스로 S의 머리를 때린 그 여자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는 사람은 오로지 S뿐이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어둠은 나의 안에 있기에 어디를 가든 쫓아온다. 각 단편들마다 등장하는 S는 사람들의 마음 깊숙히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얼굴의 '나'일 것이다. 이것과 마주하는 시간이 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그 몫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겠지만 소설속에서나마 내 안의 욕망을 마주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어 뒷덜미를 잡아채는 느낌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뚜벅뚜벅, 술래의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술래잡기, 구슬치기, 고무줄 뛰기 등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일들이 이젠 미스터리 소설의 소재로 등장하여 떠올리는 것조차 두렵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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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에 빠진 록 스타 - 프란츠 퍼디난드의 거침없는 세계음식기행
알렉스 카프라노스 지음, 장호연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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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 세계의 별난 맛을 찾아다니는 일은 정말 '모험'이라고 이름 붙일만 하다. 자칭 초등학생 입맛인 나의 입장에서 보면 새로운 음식에 선뜻 손을 뻗는 것은 대단한 '모험'이라고 할 수 있다. '맛에 빠진 록스타'의 저자 알렉스 카프라노스처럼 새로운 음식을 앞에 두고 설레임을 느끼기 보다는 '무엇'이 들어갔는지에 더 신경을 쓰고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이 닭고기와 같다고 옆에서 아무리 우겨도 절대로, 나는 절대로 먹지 않을 것이다. 흥, 알렉스 카프라노스가 옆에 와서 우겨봐라, 그래도 먹지 않을테다!!
 
이런 확고한 결심을 하는 나도 저자처럼 우리나라에 산재해 있는 맛집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꼭 해 보고 싶은데 깔끔하고 비싸 보이는 유명한 음식점이 아니라 허름해도 맛있는, 내 집처럼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그런 곳에 가 보고 싶다. 알렉스 카프라노스가 세계 투어 중에 만난 음식(사람들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들을 보면 내가 꿈꾸는 이런 편안함이 있어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아무리 산만해도 오히려 이런 점이 나를 확 그의 곁으로 끌어 당긴다. 아, 오해는 마시길, 더운 여름 밤 옆에 꼭 붙어서 이야기를 듣는 것은 아니니까. 이 책을 읽은 누가 그러더라. 열대야를 잊게 만드는 책일거라고. 맞는 말이다. 책 속에서 풍겨오는 이 맛있는 냄새가(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들일지라도) 나를 잠못들게 하고 있으니. 
 
식재료를 손질하는 저자의 모습은 미스터리, 공포물이 어울리는 이 여름밤과 아주, 아주 잘 어울리는데 목을 잘라내고 내장을 빼내는 그의 손길에 핏물까지 번져 있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된다면 "완성된 음식이 왜 이렇게 맛있냐. 어떻게 맛을 낸 것이냐"고 태연하게 물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허나, 완성된 음식을 본 사람들은 도저히 먹는 것을 멈출 수 없을 터이니 독자들은 그가 들려주는 음식 이야기에 허기진 배를 안고 미친 듯이 냉장고를 뒤지게 되는 부작용을 어떻게 막을 것인지 이것부터 먼저 고민하는 것이 좋겠다.   
 
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함께 먹는 음식"이라고 한다. 그 어떤 맛있는 음식이라도 혼자 먹는다면 오롯이 그 맛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것보다 더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 그것이 무엇이냐면 부모님이 사랑을 담아 만들어준 음식일 것이다. 알렉스 카프라노스가 다섯 살 생일 때 먹은 어머니가 만들어준 케이크의 맛을 평생 잊지 못하듯 나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만들어 주신 유부초밥 맛을 잊지 못한다. 유부초밥을 접시에 만들어 놓으실 때마다 아버지 옆에 앉아 집어 먹던 기억이 난다. 지금도 유부초밥을 잘 먹던 나를 기억하시곤 아버지는 가끔 유부초밥을 만들어주시는데 이 때만큼은 꼭 어릴 때로 다시 돌아간 것 같다.   

나는 타고난 미식가는 아니다. 생선을 먹지 못하는 내가 된장국에 생선이 들어간 줄도 모르고 맛있게 먹은 적이 있으니 타고난 미식가는 아닐 것이다. 이런 나도 세계음식기행을 떠날 수 있을까. 꼭 미식가만 세계음식기행을 떠나라는 법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좋아 세계 여러 곳을 여행하다 보면 사람들의 삶을 담아 놓은 맛있는 음식도 먹을 수 있고 그 맛에 취해 추억을 쌓아 나가다 보면 알렉스 카프라노스처럼 누구든 이런 미식 모험 여행 기록을 남길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스스로를 전 세계를 돌며 관광하는 관광객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 책의 저자를 '여행자'라고 이름 붙여 주고 싶은데 그 이유는 유명한 곳만 찾아나서는 것이 아닌 맛있는 곳을 찾아 그 음식을 음미하고, 그 음식을 만든 사람들의 이야기는 물론, 음식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맛있는 음식을 먹은 후 그 맛을 평가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이면의 타인의 삶까지 볼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맛있는 음식=행복한 삶? 아, 이렇게만 된다면 정말 살만할텐데, 살아가는 것이 늘 쉽지 않으니 문제다. 그래도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만큼은 팍팍한 삶을 잠시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 알렉스 카프라노스가 맛에 빠질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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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의 반어법 지식여행자 4
요네하라 마리 지음, 김윤수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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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의 반어법'을 읽다 스르르 잠이 들었나 보다. 심장이 쿵쿵쿵쿵, 가슴이 두근거린다. 눈을 뜨니 다행히 꿈이었다. 한 낮, 햇살의 달콤함에 취해 깜빡 잠이 들었던 모양이다. 꿈에서 깨어나자 마자 꿈 내용은 희미해졌으나 아이를 잃어버렸던 기억은 선명하다. 분명 나에게서 누가 아이를 떼어 놓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모여있을 것이라 했지만 명단에 나의 아들은 없. 었. 다. 그 때의 선명한 느낌이란, 다시는 꿈에서라도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갈리나가 들려준 딸과 생이별을 한 알료나의 이야기가 마음에 남았었나 보다. 라게리에 들어와서 2년 만에 체포될 때 생이별을 했던 딸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백발이 된 그녀의 심정을 모두 헤아릴 순 없겠지만, 아이를 키우고 있는 어미된 마음으로 그녀의 감정이 가슴속에 깊이 박혀 나의 꿈속으로 들어온 모양이다.

 

요네하라 마리의 '프라하의 소녀시대'를 아직 읽지 않아서겠지만 '올가의 반어법'은 최근에 읽은 헤르타 밀러의 [숨그네]를 떠올리게 한다. 이차대전 후 루마니아에서 소련의 강제수용소로 가게 된 열일곱 살의 레오폴트, 그는 하루 하루 끝을 알 수 없는 바닥으로 치닫는 충격에 살아남는 것조차 힘이 든다. 하지만 이런 극한의 시간에 놓여진 레오폴트의 모습은 작가의 손에 의해 탄생된 한 편의 '시'처럼 아름답게 느껴지는 언어로 인해 그의 삶에 덧입혀진 '희망'을 볼 수 있게 한다. 갈리나에게 올가는 '삶' 그 자체였다. 수용소 시절의 시간을 눈 앞에 선명하게 그려낸 레오폴트의 독백은 나에게 갈리나, 올가, 알료나, 엘레오노라의 모습을 손에 잡힐 듯 선연하게 그려냈고 그녀들의 삶 하나, 하나를 마음속에 켜켜이 쌓이게 했다.

 

'올가의 삶을 미스터리 형식으로 파헤친 소설'이라는 '올가의 반어법'의 책 소개를 본 후 왜 나는 그녀의 죽음이 타살이며 죽음에 대해 파헤치는 미스터리 형식의 소설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미스터리'란 단어가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 놓았을 것이다. 탐정도 아닌 시마가 올가 모리소브나의 삶을 파헤치는 이유를 처음에는 짐작하기 힘들었었다. (탐정이라고 해도 노화로 죽은 올가의 죽음을 파헤칠 이유는 없을 것이다.) 프라하에서 고국으로 돌아온 후 30여 년 가까이 지난 후에 올가의 삶을 파헤친다니 1964년 그 때 이미 올가의 나이는 70세가 넘어 보였으니 현재 올가는 죽었다는 결론을 가지고 그녀의 자취를 찾아다니는 것이 되는데 그럼 이건 거의 자서전 수준이 아닌가. 이유가 무엇이든 독자인 나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한 사람의 인생을 들여다 볼 수 있으니 꿩 먹고 알 먹는 일이라 감사해야 할 일, 그저 시마의 꽁무니나 따라 다녀야겠다.   

 

올가는 시마에게 무용을 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해준 사람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올가의 삶을 추적하며 미완성으로 남겨진 그녀의 삶을 완전하게 파헤치는 이유로는 부족하다. 올가와 엘레오노라가 '알제리'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며, 올가를 본 후 넘어진 미하일로프스키 대령의 죽음, 올가와 엘레오노라가 아이들이 오자 급히 감춘 그 '무엇', 시마의 첫사랑 레오니드의 아버지 코즈이료프 박사의 갑작스러운 죽음까지 이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있어 이것이 시마를 자극한 것이겠지만 시마에게 올가는 무용수에 대한 꿈을 꾸게 해 준 사람이며 무용수에 대한 꿈이 무너진 후 러시아어 번역일을 하며 살아가는 단조로운 일상에 숨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존재였기에 기꺼이 시마를 러시아로 떠나게 했을 것이다.

 

'올가의 반어법'은 퍼즐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올가의 삶을 시마가 카챠와 함께 올가를 알고 있는 이들의 기억을 모두 모아 하나의 완성된 작품을 만들기까지 그 여정을 담고 있는데 책 제목을 보면 올가가 늘 입에 담았던 문장의 반어법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사실은 그게 다가 아니다. 올가의 삶 자체가 반.어.법이었다. 하나의 독립된 사건인것처럼 보이던 일도 알고 보면 모두 연관된 일이었음을 모든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백일하에 드러나게 되는데 올가에 대해 조금씩 가지고 있는 기억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세상에 현존하는 각종 문헌과 기록들, 사람들의 머릿속에 담겨져 있는 기억들, 그리고 결정적으로 올가와 엘레오노라의 딸 '지나'가 있어야만 완벽한 올가의 삶을 완성해낼 수 있다. 물론 모든 것이 완벽하게 보인다고 해도 올가의 눈으로 보면 어딘가 모호한 구석이 있을터라 그녀의 육성으로 직접 듣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데 묻혀버릴 수 있는 이야기들이, 그녀가 새로 태어날 수 있었음에 감사해야 할 이유들이 세상의 밝은 빛속에 드러났다는 것에 만족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생각만 하고 있다가는 "흥, 칠면조도 말이지. 생각은 참신하단다. 그래서 결국 수프 국물이 되어버렸지만"이라고 올가가 호통칠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내가 읽은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 견문록', '발명 마니아', '마녀의 한 다스', '인간 수컷을 필요 없어' 모두가 대단한 책이지만 '올가의 반어법'의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난 후 가슴 먹먹한 여운이 계속 밀려오는 이 느낌을 어떻게 표현하면 될까, 이 세상에 있는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나는 엄지손가락을 위로 펼쳐 보이며 이 말을 외치고 싶다. "정말 대. 단. 한 소설이다. 이 책 괜. 찮. 다(이거 절대 반어법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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