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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래의 발소리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여섯 편의 단편들 중에 선택하여 책 제목을 정하지 않았지만 단편 [겨울의 술래]가 있어 책 제목이 전혀 생경하진 않는 것 같다. '술래의 발소리'는 책 표지만 보고 있어도 조금 섬뜩해지고 제목만으로도 뒷골이 서늘한 느낌을 받는데 어두컴컴한 곳에서 홀로 술래의 발소리(다른 누군가의 발소리인지도 모른다.)를 듣는 느낌이라 빨리 이 게임이 끝나 아이들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나게 된다.
각 단편들마다 등장하는 S라는 존재, 때론 범인일수도 있고, 때론 피해자일 수도 있는 이 인물들이 단편들마다 S라는 모호한 설정으로 등장하여 따로 떨어져 있는 단편들이 연이어진 내용을 담고 있는 것 같아 단편 [통에 담긴 글자]의 첫장을 읽을 때, 앞에 실린 [요이기츠네]에 이어지는 것이 아닌가 잠시 헷갈리게 되기도 한다.
이 세상에 완전범죄란 없어, [방울벌레]
사람이 목격하지 않는다고 완전범죄인 것은 아니다. 풀, 나무, 새, 벌레 등이 모두 보고 있다. 방울벌레의 수명이 얼마나 되나 이걸 생각해 보면 오랜 세월 전에 방울벌레가 살해현장에 있었다 해도 현재 형사에게 붙잡혀 취조 받는 범인의 양심을 건드리며 형사의 어깨에서 범인을 똑바로 쳐다보는 짓은 못하겠는데 책 속이라 가능하다. 물론 어디까지나 범인의 생각일 뿐이겠지만 친구를 죽일 때 옆에 있었던 방울벌레가 늘 신경 쓰였다. 하지만 이쯤에서 아내 쿄코가 나타나야 하는거 아닌가. 이대로 사건이 묻히는 건 너무 아쉬운데 이래서 단편은 여운을 남겨 완성도가 떨어진다.
살인 사건을 다룬 소설에서는 흔하게 등장하는 소재, [짐승]
S가 쓴 의자 다리 단면에 쓰여진 글자, 이는 유서와 같아 이것을 발견한 '나'가 생존해 있는 S의 여동생에게 이것을 전하러 가는데 사실, 왜 '나'가 이같은 행동을 하는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마지막에 이르면 그가 무엇때문에 S가 저지른 살인사건을 파헤치려고 했는지 알게 되지만 그로 인해 덮어져 있는 살인 사건 이면의 일들이 쉽게 수면 위에 떠오르는 것을 보면 이것이 단편이기에 가능하다는 생각도 해 본다. 장편소설이었다면 여기에 이르는대 한참은 걸렸을테니 말이다.
좀 어렵다, [요이기츠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열린 결말인가. 대체 누가 강 근처에 묻혔다는 건지 모르겠다. '나'의 상상속에서만 이루어지는 일인 것인지, 자신과 닮은 사내는 누구인지, 알 수가 없어 어렵다.
반전에 반전? [통에 담긴 글자]
이 단편속에서는 몇 가지의 사건들이 얽혀있는데 주인공 '나'만이 모든 것의 전말을 알 수 있다. 꼬이고 꼬인 실타래를 풀어나가면 피식 웃음이 날 정도이지만 죽었다 깨어나도 이 사건을 제대로 풀 수 있는 사람은 사건의 중심에 있는 사람 밖에는 없겠다.
사람의 욕심은 어디까지 일까, 정말 섬뜩하다. [겨울의 술래]
'사랑'의 실체를 눈으로 볼 수 없으니 '사랑'을 확인하고 싶긴 하지만 이렇게 무섭고 섬뜩하게 사랑을 확인하며 나를 사랑한다는 사람을 옆에 두어야 할까. 일기에 쓰인 내용이 점점 과거로 갈수록 술래잡기를 하던 어린시절의 순수했던 모습이 현재의 감정과 맞물려 공포스럽게 느껴진다. 이것은 욕망이다. 나를 사랑한다 했으니 그 사랑을 증명하라니, 정말 이정도로 사랑한거였어? 라고 묻고 싶어진다.
결말의 여운이 길게 남는다. [악의의 얼굴]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내가 잡아채지 못했던 마지막 문장을 한 번 더 음미하면 정말 무섭다는 생각이 드는 글이다. 여기에서 등장하는 S라는 아이는 자신의 감정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정말 무서운 아이다. 아니면 그저 나만의 착각인 것일까. 캔버스를 보여주던 여자는 도대체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정말 그림 속으로 들어갔을까. 여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면 뭔가 해답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 캔버스로 S의 머리를 때린 그 여자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는 사람은 오로지 S뿐이다.
마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어둠은 나의 안에 있기에 어디를 가든 쫓아온다. 각 단편들마다 등장하는 S는 사람들의 마음 깊숙히 숨겨져 있던 또 다른 얼굴의 '나'일 것이다. 이것과 마주하는 시간이 오면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그 몫은 오로지 자신의 몫이겠지만 소설속에서나마 내 안의 욕망을 마주한 사람들이 어떤 선택을 했는지 알 수 있어 뒷덜미를 잡아채는 느낌에 등골이 서늘해진다. 뚜벅뚜벅, 술래의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술래잡기, 구슬치기, 고무줄 뛰기 등 어린시절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일들이 이젠 미스터리 소설의 소재로 등장하여 떠올리는 것조차 두렵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