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되는 한국 명화 공부가 되는 시리즈
글공작소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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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책 제목 중 '공부가 되는' 이라는 글에 강한 끌림을 느끼고 책을 손 안에 품었다. 아이가 이 책을 본다면 아마도 '공부가 되는'이라는 똑같은 글을 보고 반응을 다르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공부가 된다'는 글을 본 후 어렵고 딱딱하지 않을까 싶어 선뜻 손을 내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분명히 아이에게 많은 것을 보여 주고 싶은 부모의 욕심으로 이 책을 선택하였고 그런 나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음을 곧 알게 되었다. 

 

뛰어난 작품집 한 권 부럽지 않게 빽빽하게 들어찬 그림들, 한 눈에 봐도 가슴이 두근거리게 만들어 눈 앞으로 확 다가드는 작품들. 시대별로 그리고 그림 기법들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으며 그림을 그린 인물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알려주는 이 책은 아이도 곧 빠져들 정도로 순식간에 그림의 세계로 안내한다. 사람들에게 음악이나 영화, 책만 감동을 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림도 보는 이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고 설레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어 책장을 넘기는 손길에 경외심을 담아 조심스럽게 넘기게 된다. 한 장, 한 장이 이미 작품이기에 소홀히 대할 수 없게 한다.

 

텔레비전 사극을 통해 익숙한 김홍도, 신윤복, 흥선대원군의 작품들. 학창시절 수업 시간에 배웠던 신사임당 등 그림에 대한 문외한인 나에게도 익숙한 그림들을 보게 되는 것이 왜 이렇게 반가운지 모르겠다. "바람의 화원"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익히 보았던 김홍도와 신윤복의 그림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잘못 그려진 김홍도의 그림은 그가 일부러 그렇게 그렸다는 것을 뒷받침하듯 여러 그림에 틀리게 그린 것이 보인다고 하는데 이는 드라마에서 신윤복과의 그림 대결을 통한 소재로 다뤄졌던 것이라 드라마를 위해 만들어진 이야기가 아닌 실제로 김홍도가 그림 곳곳에 인물이나 사물을 틀리게 그렸다는 것을 알고 잠시 놀라기도 했다. 난을 즐겨 친 흥선대원군의 모습 또한 드라마를 통해 자주 봤지만 실제로 그 작품을 눈으로 직접 보게 된 것은 처음이다.

 

호랑이의 터럭 하나도 놓치지 않고 그린 '까치호랑이'는 나의 눈 앞에 호랑이 한 마리가 서 있는 듯 선명하다. 청룡도의 그림은 해학적인데 실제로 본 적이 없으므로 달리 표현할 방법도 없다. 아, 이 그림은 김홍도의 그림이 아니었나 하고 보니 김득신의 그림이라고 적혀 있다. 김홍도를 잇는 풍속화가. 그림만 보고도 그가 김홍도를 잇는 화가라는 것을 알겠다. '공부가 되는 한국 명화'는 한국 명화라고 말할 수 있는 유명한 이들의 작품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줌으로서 그 시대의 역사까지도 배울 수 있게 한다. 그림은 그 시대의 풍경과 사람들의 삶까지 담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작품이 한국에 있지 않기 때문에 어디에 소장되어 있는지 알게 되는 것도 중요하다. 문화재 회수에 대한 관심도 높일 수 있어 어른들에게도 공부가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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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9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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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아야, 마야 쌍둥이 자매닷. 이렇게 반가울 수가 그녀들이 교코와 친구라니, 거기다 벌써 고등학생이 되었다니 벌써 이렇게 자랐구나 그새 내가 늙어버린 느낌이다.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과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 이후 세월이 많이 흘렀다는 말이겠지만 고마지 반장의 변함 없는 모습도 반갑다. 여전히 사건 현장에서 고군분투 열심히 활동하고 있구나. 교코가 즐겨듣는 라디오의 디제이 치아키, 나는 그녀와도 잘 아는 사이다. 잔잔하게 들려오는 라디오 디제이 치아키의 목소리는 예전 사건을 떠오르게 하지만 끔찍하다는 느낌보다는 이들을 가까이에서 지켜 본 시간들이 있기에 아련한 추억속으로 빠져 들게 한다. 그런데 이것은 나 혼자만의 느낌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와카타케 나나미의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을 옮긴이도 나와 같은 생각, 같은 느낌을 가졌다니 쳇, 갑자기 힘이 빠져 버린다.

 

평화롭게만 보이는 하자키 반도에 인접한 섬 '네코지마', 정말 이곳에는 고양이가 너무 많다.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곳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은 관광객을 상대로 먹고 사는 주민들에게는 충격적인 소식이지만 박제된 고양이의 몸에 나이프가 꽂힌 채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더 끔찍하게 다가온다.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 같은 폴리스 고양이 DC, 이 고양이는 고마지 반장이 있는 곳에 자주 나타난다. 사건을 파헤치고 있는 것일까. 고양이 DC의 말대로 인간들은 고양이의 언어를 알지 못해 그 어떤 사건 진상도 고양이 DC에게 들을 수 없어 안타까운데 그나마 고마지 반장에 의해 사건의 모든 퍼즐이 풀어지니 독자들의 답답함은 풀렸다. 허나 늘 그렇지만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과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에서처럼 [네코지마 하우스의 소동]에서도 고마지 반장이 놓치는 것이 분명히 있다. 이것은 이 작품의 마지막에 가면 밝혀질 것이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도 꽤 즐겁다.

 

고마지 반장에 의해 모든 사건의 퍼즐들이 맞춰졌다고 했지만 처음부터 지금까지 고마지 반장만 알고 있는 사실들은 마지막에 가서야 풀어내기 때문에 그동안 모든 증거들이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어 모두 맞추었을 때도 확연하게 나의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았다. 거기다 뭔가가 빠져 있는 느낌이 드는 것은 나나세와 고마지가 여러 가지 단서를 놓쳐서이거나 인정상 그대로 묻혀 버린 일들이 있어서일 것이다. 그리고 교코와 고테쓰가 수학여행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려주지 않고 그냥 묻어버린 것은 독자들을 전혀 생각지 않은 버릇없는 행동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독자들이 알아서 추리하라는 것인데, 혹 두 사람의 로맨스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대충 이렇게만 생각해 뒀다. 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답답해서 미치겠다. 하지만 이 책의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는 '페르시아'에 대한 힌트는 고양이 DC에 의해 밝혀졌으니 고마지 반장이나 다른 사람들이 모르는 것을 독자들만 알게 되었다는 점에서 조금은 통쾌하다.

 

살인사건이 모두 해결되고 이제 네코지마에도 평화가 찾아온다. 태풍과 함께 긴장감이 고조되고 모든 것이 세상 밖에 드러나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된 네코지마는 한동안 관광객으로 번잡할 것이다. 타지 사람들에 의해 또 새로운 사건들이 발생할지 모르지만 잘 해결할 것이다. 사건을 파고드는 교코와 미타무라 시게코, 하라 아카네가 있으니까 해결 못할 사건은 없을 것이다. 뭐 결정적으로 고마지 반장이 모두 해결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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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블론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3-3 RHK 형사 해리 보슈 시리즈 3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창식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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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보슈의 삶을 바꿔 버린 '인형사' 사건. 이제 이 사건이 수면에 떠올랐다. 늘 궁금했는데 이번에 독자들에게 제대로 사건의 진상을 알려줄 모양이다. 가발을 꺼내려는 한 남성(연쇄 살인범으로 생각되는)을 쏘았지만 여전히 해리가 죽인 사람이 범인인지, 아닌지에 대한 의혹은 계속 제기되어 왔던 모양이다. 물론 경찰들과 독자들은 한치의 의심도 하지 않는다. '인형사' 사건의 연쇄 살인범인 노먼 처치의 부인이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며 해리를 상대로 소송을 건 것일 뿐이다.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해리의 숨통을 조이는 '인형사'. 이제는 '콘크리트 블론드'라 불리우는 한 여인의 시체를 세상에 드러내며 아직도 자신이 살아있음을 세상에 알린다. 이는 해리를 도발하는 것이며 경찰들보다 자신이 더 대단한 존재라고 알리고 있다. 노먼 처치의 재판이 진행되는 가운데 '인형사'가 죽인 새로운 시체가 세상에 나타난 것은 해리를 진창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게 될지도 모른다. 정말 그가 무고한 시민을 죽였을까.

 

해리 보슈 시리즈는 다른 책들과 다르게 세월이 흐르면서 해리가 어떻게 변해가는지, 어떤 일을 겪는지 담고 있다. 소재만 달라질 뿐 주인공의 수사 방법이나 범인을 검거하는 방식이 비슷한 시리즈들과 차별을 두는 해리 보슈 시리즈는 다음 권에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예측할 수조차 없게 늘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콘크리트 블론드'에서 해리 보슈의 재판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너무나 궁금해 뒷장을 넘겨 보는 겁 없는 짓을 저지르게 만들었지만 그 덕분에 편안하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해리의 생사가 궁금한 게 아니었다. 시리즈마다 그가 주인공인데 어찌 생사가 궁금했겠나. '인형사'의 범인이 누구인지, 모방범일 뿐인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뒷장을 넘겨다 보는 우를 범하게 만들어 가슴을 죄어오는 긴장감은 나를 미칠 지경에 이르게 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해리 보슈 시리즈의 3권에 해당하는 '콘크리트 블론드'에서의 수확이라면 해리 보슈도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예측하는 중에 실수를 범했던 것이다. 사실 그 전에는 그가 '신'이 아닌가 했었다.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사건의 모든 것을 파악하며 사회의 정의까지 실현하는 것을 보면 팔방미인으로 도대체가 인간 같지가 않았다. 노먼 처치의 미망인의 변호사 챈들러가 재판에서 늘 하는 말이지만 보슈는 경찰이면서 판사의 행동까지 하며 범죄자를 단죄하기까지 했다. 누가 그에게 이런 권한을 주었나에 대해서는 굳이 논할 필요는 없으리라.

 

책 제목인 '콘크리트 블론드'가 무엇을 뜻하는지 알게 되는 것은 책장을 꽤 넘겼을 때였다. 글 속에 등장하는 '콘크리트 블론드'란 글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할까. 아무렇지 않게 책 표지를 쥐고 책장을 넘겼지만 지금은 감히 표지를 건드릴 수가 없다. 블론드를 가진 차가운 시체에 화장을 하는 모습을 아주 생생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범인이 누구인지 궁금해 책을 다 읽고서야 새벽녘에 잠이 든 나는 다음 권에 대한 기대감으로 시간을 보낸다. '라스트 코요테'. 나를 기다리는 이 책이 해리의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지 궁금하다. 더 나쁜 일들이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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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 내인생의책 그림책 14
조시 리먼 글, 그레그 클라크 그림, 데카 옮김 / 내인생의책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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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누나란 녀석이 왜이리 못된 걸까. 동생에게 엄마, 아빠를 괴롭히라고 하다니. 휴, 부모된 입장에서 명백히 이 책에 담겨져 있는 글에 반대한다. 엄마, 아빠도 쉬고 싶다구. 이것은 엄마, 아빠를 피곤하게 만들어 뻗게 하자는 거지 절대로 '엄마 아빠를 사랑하는 아주 특별한 방법'은 아니다. 동생에게 아주 특별한 방법을 알려주는 누나는 내가 보기에 동생보다는 꽤 나이를 먹은 것 같다. 세상 물정 다 아는 나이란 것인데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땐 '아, 이 책에 반전이 있네' 깜짝 놀라긴 했지만 귀여운 남매의 합동 작전을 보는 것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알게 된다. 누나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나는 누나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했는데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 하나도 아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지만 요는 지금은 '강아지'를 갖고 싶다는 거지? 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것은 그들의 마음 속은 들여다 보지 못해 생긴 오해라고 하지만 이 영악한 남매들의 모습이 내 아들의 모습일 수도 있고 아이들의 진짜 속마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저 웃음 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래, 아이들의 마음이란 것이 다 이럴 테지.

 

그런데 이 아이들이 하는 방법대로라면 정말 엄마, 아빠가 건강해질 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누워 엄마, 아빠를 깨우고 침대를 어지르고 부모님들이 야채를 많이 먹어야 한다는 글에는 고개까지 끄덕여지게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엄마, 아빠의 혼을 쏙 빼놓을 작전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엄마, 아빠를 괴롭혀 피곤하게 만들어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얻는다? 정말 기발한 생각 아닌가. 좀 더 어린 아이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음, 너무 영악해.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어쨌든 그렇게 함으로서 이 아이들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달콤한 점심, 원하는 강아지 갖기 정도 인 것 같다. 이것을 얻기 위해 침대와 거실을 어지르고, 야채를 먹지 않고 두꺼운 책을 읽어달라 조르는 행동은 이 아이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계획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절대, 절대로 여기에 속아 넘어가서는 안된다. 모든 것은 대화로 풀어야 한다. 대화로. 아마 아이들의 버릇을 이렇게 들이면 안된다고 주장들 하시겠지. 나중에는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할 때마다 이럴 거라고. 그런데 뭐 아이들의 행동이 귀여우니 우선은 그냥 넘어가 볼까.

 

마지막 책장에서 분명 난 희망을 봤다. 동생도 누나의 뜻대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앞으로 이 남매가 어떤 생활을 하게 될지 눈 앞에 그려진다. 누나에게 당하고만 있지 않을 동생의 모습이 보인다. 좀 더 세월이 흐르면 이 아이들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있을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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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빠 주니어랜덤 세계 걸작 그림책
싱지아훼이 글, 양완징 그림, 임지영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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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잃은 슬픔은 아빠 못지 않게 클텐데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며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너', 아빠를 기다리는 동안 금세 커 버린 느낌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너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나의 마음에도 슬픔이 차 오른다. 딸을 홀로 남겨 두고 방 안에 꼭꼭 숨어 버린 무책임한 아빠, 아빠는 방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홀로 슬픔을, 아픔을 삼키고 있겠지? 딸과 함께 슬픔을 나누면 되지 않냐고 말해 보려다 말을 삼키고 말았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신의 슬픔을 나눠 주고 싶지 않을 거니까. 딸을 지켜줘야 함에도 자신의 고통을 삼켜 버리지 못하는 약한 모습을 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거겠지. 부모가 되어 보니 그 마음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른들도 때론 울고 싶을 때가 있고 가슴 속에 갇혀 있는 것들을 크게 소리 질러 털어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눈물을 흘리면 약한 인간이라고, 어른들은 눈물을 흘리면 안되는 것이라고 누가 일러준 것일까. 어른들은 눈물이 흘러 내리려고 하면 얼른 눈을 깜박깜박 움직여 슬픔을 삼켜 버리고 만다. 이런 것을 보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 않겠지?

 

너에게 남겨져 있는 엄마의 보물 상자. 왜 진작 나도 이런 것을 만들어두지 않았을까 후회했다. 어린 시절 가지고 있던 것은 전부 낡은 것들이고, 몇 번 이사를 하는 사이 모아 두었던 일기장들과 책들이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 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을 전부 도둑맞은 느낌이 든다. 엄마의 보물상자는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내내 너에게 힘을 주겠지? 아빠도 어서 방에서 나와 엄마의 추억을 함께 나누면 좋을텐데, 엄마가 죽기 전 아빠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 넌 비둘기들과 개들과 함께 이 시간들을 버텨 내는구나.

 

엄마의 보물상자 안에는 거울도 있고 결혼식 날 입었던 웨딩드레스도 있네. 이 물건들이 가지고 있는 추억들은 한낱 물건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신비로운 힘을 지녔어. 엄마가 곁에 있는 듯 너를 따스하게 만들지. 책 속에 있는 거울을 보며 나도 씨익 웃어 본다. 이러면 행복이 올까? 너에게 남겨 놓은 엄마의 글들을 조심스럽게 들쳐보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비둘기 발목에 묶여진 편지들은 아빠가 날려 보낸 것 같은데 점점 슬픔을 밖으로 토해 내시고 있는 것 같아. 곧 내려오실 것 같은데 넌 어떻게 보니? 아빠와 너, 두 사람은 가족이니까 언제나 함께 해야지. 그런데 너 누굴 닮았나 했더니 아빠를 닮았구나? 아빠가 없는 시간 동안 혼자 지냈지만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네 아빠도 홀로 보낸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마음이 놓인다. 책장 가득 슬픔이 묻어나지만 아련한 행복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 이 안에 '사랑'이 있어서겠지. 나도 조금쯤 이 '사랑' 가져가도 될까. 나와 함께 삶을 이어가는 나의 가족들에게 나눠 주고 싶거든.

 

네가 써 놓은 일기를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글로 남겨 봤다. 책 제목인 '사랑하는 아빠'에서는 전혀 슬픔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마지막 책장까지 보고 나니 너와 아빠에 대한 기억을 나의 마음속에도 간직하게 될 것 같아. 왜인지는 모르겠다. 좀 더 살아보면 알겠지? 아빠와 너, 이제부턴 늘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개들과 비둘기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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