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아빠 주니어랜덤 세계 걸작 그림책
싱지아훼이 글, 양완징 그림, 임지영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11년 2월
평점 :
절판


 

엄마를 잃은 슬픔은 아빠 못지 않게 클텐데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빠를 기다리며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너', 아빠를 기다리는 동안 금세 커 버린 느낌이다. 너무 어린 나이에 엄마를 잃은 너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나의 마음에도 슬픔이 차 오른다. 딸을 홀로 남겨 두고 방 안에 꼭꼭 숨어 버린 무책임한 아빠, 아빠는 방 안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홀로 슬픔을, 아픔을 삼키고 있겠지? 딸과 함께 슬픔을 나누면 되지 않냐고 말해 보려다 말을 삼키고 말았다. 부모는 자식에게 자신의 슬픔을 나눠 주고 싶지 않을 거니까. 딸을 지켜줘야 함에도 자신의 고통을 삼켜 버리지 못하는 약한 모습을 딸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거겠지. 부모가 되어 보니 그 마음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른들도 때론 울고 싶을 때가 있고 가슴 속에 갇혀 있는 것들을 크게 소리 질러 털어 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눈물을 흘리면 약한 인간이라고, 어른들은 눈물을 흘리면 안되는 것이라고 누가 일러준 것일까. 어른들은 눈물이 흘러 내리려고 하면 얼른 눈을 깜박깜박 움직여 슬픔을 삼켜 버리고 만다. 이런 것을 보면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 않겠지?

 

너에게 남겨져 있는 엄마의 보물 상자. 왜 진작 나도 이런 것을 만들어두지 않았을까 후회했다. 어린 시절 가지고 있던 것은 전부 낡은 것들이고, 몇 번 이사를 하는 사이 모아 두었던 일기장들과 책들이 모두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그 땐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나의 어린 시절을 전부 도둑맞은 느낌이 든다. 엄마의 보물상자는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내내 너에게 힘을 주겠지? 아빠도 어서 방에서 나와 엄마의 추억을 함께 나누면 좋을텐데, 엄마가 죽기 전 아빠를 부탁한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 넌 비둘기들과 개들과 함께 이 시간들을 버텨 내는구나.

 

엄마의 보물상자 안에는 거울도 있고 결혼식 날 입었던 웨딩드레스도 있네. 이 물건들이 가지고 있는 추억들은 한낱 물건일 뿐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신비로운 힘을 지녔어. 엄마가 곁에 있는 듯 너를 따스하게 만들지. 책 속에 있는 거울을 보며 나도 씨익 웃어 본다. 이러면 행복이 올까? 너에게 남겨 놓은 엄마의 글들을 조심스럽게 들쳐보며 다른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가슴이 두근두근 거린다.

 

비둘기 발목에 묶여진 편지들은 아빠가 날려 보낸 것 같은데 점점 슬픔을 밖으로 토해 내시고 있는 것 같아. 곧 내려오실 것 같은데 넌 어떻게 보니? 아빠와 너, 두 사람은 가족이니까 언제나 함께 해야지. 그런데 너 누굴 닮았나 했더니 아빠를 닮았구나? 아빠가 없는 시간 동안 혼자 지냈지만 그 시간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네 아빠도 홀로 보낸 시간을 그냥 보내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되니 마음이 놓인다. 책장 가득 슬픔이 묻어나지만 아련한 행복도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 이 안에 '사랑'이 있어서겠지. 나도 조금쯤 이 '사랑' 가져가도 될까. 나와 함께 삶을 이어가는 나의 가족들에게 나눠 주고 싶거든.

 

네가 써 놓은 일기를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너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글로 남겨 봤다. 책 제목인 '사랑하는 아빠'에서는 전혀 슬픔이 느껴지지 않았는데 마지막 책장까지 보고 나니 너와 아빠에 대한 기억을 나의 마음속에도 간직하게 될 것 같아. 왜인지는 모르겠다. 좀 더 살아보면 알겠지? 아빠와 너, 이제부턴 늘 행복한 일만 있었으면 좋겠다. 개들과 비둘기들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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