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티컬 매스 - 1퍼센트 남겨두고 멈춘 그대에게
백지연 지음 / 알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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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이 문장은 학창시절 꽤 오랫동안 나의 마음을 차지했다. 등수에 의해 행복의 크기가 정해지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공부 잘 해 좋은 대학가고 졸업 후 사회에 나와 연봉 높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야말로 성공하는 삶이고 그러면 행복해진다고 정해 놓은 답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이 사회에서는 물론 집에서도 자식들을 이런 말로 교육해 왔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한치의 의심도 없이 이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해 왔다.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나는 저 공식대로 실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여겨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른이 된 지금의 나도 이외의 다른 길을 생각해 보지 못해봤다. 이런 나에게 백지연은 나에게 '성공'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크리티컬 매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견뎌내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서,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 행복을 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고 한다.

 

'성공'이라는 단어는 이것을 거머쥘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 태어날 때 가진 것이 많았던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들이 나의 귓가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자주 이야기 하셨을지도 모르겠으나 세상이 뚜렷하게 사물로 인식되어 보이던 때이후의 나 스스로는 '성공'이라는 단어가 내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이 '성공'이라는 말에 욕심이 생기느냐구? 아니,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나니 '성공'이라는 말은 살아가는데 있어 아주 불필요한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 백지연도 말하지 않았나. 자신은 '성공'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다고. 삶이 죽음에 이르러 자신의 삶을 돌아봤을 때만이 '성공'이라는 말을 할 수가 있다고 말이다. 성공이라는 말보다 자신의 꿈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하는게 좋겠다.

 

"저도 14.5도에 멈춰 선 적이 있을까요?"

백지연은 그녀가 쓴 '크리티컬 매스'에서 독자들이 단 1퍼센트 남겨두고 멈추었을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런데 아예 그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질문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동안 나에겐 0도에서 단 1도라도 채워 넣을 열정이 없었으니까. 누구보다 스스로에 대한 답은 이미 알고 있음에도 누구나 '크리티컬 매스'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믿고 싶었다. 내 안에도 '크리티컬 매스'가 있다는 말을 간절하게 믿고 싶었다. 이것이 이 책을 읽게 만든 이유였지만 지금은 이 말을 믿는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의 귓가에 흐르던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캔디의 노래가 이렇게 가슴 깊이 와 닿은 적이 없었다. 실패해도 일어서야 하는 거였다. 실패 없는 삶이 있을 수 있나. 그래, 나에게 필요한 건 이거였어. 동기부여는 제대로 되었다. 그런데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솔직히 두렵다. 30대 중반의 나이도 나를 두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또 변명부터 한다고 하겠지만 백지연은 이런 것도 괜찮다고 한다. 누구나 그렇게 한다고.

 

아아, 나는 다이아몬드처럼 그 자체만으로도 영롱한 빛을 내는 '크리스털 매스'의 눈부심을 또 외면해 버리려고 하는구나.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겠다. 또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나를 위로하겠지만 백지연이 계속 우리들을 다독이면서 하는 이 말을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끊임없이 의심하며 나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꽃을 피우는 나무들에게서 겨울동안 생명이 움트는 느낌은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어김없이 봄이 오면 꽃이 핀다. 보이지 않지만 15도에 이르기 위해 이 나무는 많은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인내하며 봄이 오길 기다리고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꽃이 피었을 때만 그것을 알 수 있다. 화려하게 피어있는 꽃만을 보며 "아, 예쁘다. 봄이네" 할 뿐이다. 

 

'크리티컬 매스', 백지연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런 단어가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크리티컬 매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나에게 세상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봐왔던 세상이건만 나뭇잎 하나, 길 가에 있는 돌멩이 하나도 무심히 보아 넘겨지지 않는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스치며 그들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싶다. 그들 속에 있는 '나'를 느끼고 싶다. 이것이 나를 알아가는 것의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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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름 2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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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이 판타지 장르의 성격이 강했다면 2권에서의 크보스의 생활은 지금의 내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신비술사 애번시의 바람대로 대학에 들어간 크보스의 생활을 담고 있는데 돈이 없는 크보스가 학비를 위해 돈을 버는 모습은 결코 판타지라 봐 줄 수가 없다. 그나마 지금 그에게 유일하게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존재라면 앰브로즈 정도인데 어릴 때부터 무엇에든 뛰어난 자질을 보인 크보스에게 적수가 될 순 없겠다. 그저 여기 이 대학에서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크보스를 위협하는 존재정도랄까. 공명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그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시기와 질투를 하는 무리들도 있어 대학 생활이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지만 가족들을 잃고 홀로 된 그가 안정된 삶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독자들은 잠시 여유를 가질 수 있다. 공명술로 크보스의 존재가 조금씩 부각되고 있어 세상이 그의 이름을 기억할 날이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에서 지금부터가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긴 하지만.

 

2권의 전반을 차지하고 있는 크보스의 대학생활은 그 뒤로 좀 더 이어질 모양이다. 이 시리즈의 3권인 돌의 문까지 아주 먼 여정이 남았음을 알고 있지만 크보스가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하며 우리들에게 보여준 신비로운 세상에 대한 것들이 또 언제나 나오는 것인지 궁금해 벌써 지쳐 버린다. 하지만 그에게 찾아온 사랑은 따스한 봄날처럼 설레게 해 크보스에게 잠깐동안의 휴식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하기로 했다. 돈을 벌어 학비를 대는 것이 힘든데 이를 잠깐동안의 휴식이라 한다고 크보스는 화를 낼지도 모르지만 지금까지 그에게 평범하지 않은 일들이 있었으니까 잠깐 그 짐을 내려 놓으라는 의미에서 하는 말이니 크게 화는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연대기작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지금 크보스의 나이는 몇 살일까. 연대기작가는 크보스의 얼굴에서 젊음을 보기도 하지만 몇 백년은 살아온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배스트를 보자마자 자신을 방어한 연대기작가의 행동도 이해할 수 없는데 크보스가 아무리 설명을 잘했다 해도 배스트의 모습이 어떤지 눈 앞에 그려낼 수가 없어 배스트를 본 연대기작가의 행동을 이해할 수가 없다. 어떤 모습이기에 생명의 위협까지 느꼈던 것일까. 배스트와 크보스의 관계도 궁금하다. 크보스가 계속 이야기를 들려주면 배스트에 대한 이야기도 듣게 되겠지만 배스트에게도 어떤 능력이 있는지 궁금하다. 배스트의 힘도 남다른 것 같은데 왜 크보스는 위험한 일에 홀로 맞서는지 모르겠다. 크보스의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꿰매는 배스트를 보면 아주 오랜 시간을 함께 한 것 같다. 이들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아직 크보스의 이야기를 조금밖에 듣지 못해서 궁금한 것 투성이다. 연대기작가에게 사흘의 시간을 달라고 했으니 곧 이야기가 끝을 맺을테니 기다려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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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이름 1 왕 암살자 연대기 시리즈 1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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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르에 대형 독거미 스크레얼이 나타난 후 한 사내가 이를 처치하기 위해 조용히 어둠 속에서 기다린다. 마을 사람들에게 독거미가 악마라 믿게 만든 후 홀로 스크레얼들과 맞서려는 그는 누구일까. 스크레얼로 인해 자신의 신분이 탄로날까 두려워 하는 이로 보인다. 여관을 운영하는 평범한 사람 '코우트' 그의 눈빛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무수한 세월의 흔적들을 볼 수 있으며 많은 것들을 가슴속에 숨기고 있는 듯 보인다.

 

여관 주인 코우트 아니 크보스와 연대기작가의 만남은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쯤 세상에 여러 이름으로 알려진 크보스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었을 테니까. 일정을 뒤로 미룰 정도로 크보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연대기작가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크보스 또한 세상에 잘못 알려진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신경 쓰여 연대기작가의 유혹에 넘어가지만 실은 그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괴물을 물리치고 악마와 싸우는 크보스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잠시 그 기대를 내려 놓는게 좋겠다. 크보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린시절부터 시작되고 이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만 하며 신비술사 애번시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이야기는 결코 시작될 수 없다.

 

어린 시절의 크보스는 신비술사 애번시를 만나 세상에 대한 이치를 깨닫고 공명술, 신비술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면서 더 넓은 세상을 꿈꾼다. 이때까지만해도 그에게 세상은 그리 무섭거나 어둡지 않았다. 그러나 부모님과 동료들이 죽임을 당한 후부터 크보스의 삶은 빠르게 변하기 시작한다. 전설이나 신화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아무 의심 없이 따라부르는 노래가 어느새 나에게 어둠을 드리울 수 있다. 노래속에 등장하는 챈드리언은 그저 전설 속에만 등장하는 것들이 아니다. 벤은 크보스의 아버지에게 챈드리언에 대한 언급은 되도록 하지 않는게 좋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챈드리언에 대해 말할 때 우스갯소리로조차 언급하지 않으려는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크보스의 아버지가 챈드리언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으는 순간 이들에게 이미 어둠이 드리워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대형 독거미 스크레얼과 맞서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는 크보스에게 그동안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스크레얼의 존재조차 숨기며 지금의 생활을 지키려고 하는 크보스가 연대기작가에게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들려준 후 지금처럼 여관 주인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마을을 습격하는 스크레얼의 존재가 이미 크보스가 세상 속에서 숨어 살 수 없음을 알려주고 있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 이 평화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크보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동안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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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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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타인에게 전해질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2011년 한국, 1963년 잭슨보다 50여년 뒤의 가까운 미래이지만 과거 잭슨에 일어났던 인종차별로 인해 생긴 일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스키터, 힐리, 엘리자베스는 1963년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힐리는 백인과 유색인과의 경계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엘리자베스는 힐리에 의해 그녀가 이끄는대로 수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그들의 이런 삶은 이곳 잭슨에서 가장 평범한 삶이다. 스키터는 그녀들과 다르게 유색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이것이 힐리와 엘리자베스와의 우정에 균형이 깨지는 결과를 낳는다. 힐리가 자신의 가족들을 유색인들에게서 지키고자 하는 신념을 스키터가 무너뜨리려 한다.

 

스키터가 어린 시절부터 인종차별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집을 떠올리면 항상 가정부 콘스탄틴이 늘 그 자리에 있었고 학교를 졸업한 후 집에 왔을 때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집 안에 있는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콘스탄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당하게 해고된 것은 아닌지, 그 이유를 아이빌린조차 말해주는 것을 꺼리게 되고 결국 스키터는 자신이 이 진실과 대면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스튜어트를 사랑하는 스키터, 그녀에게 사랑은 평범한 삶을 꿈꾸게 한다. 힐리, 엘리자베스와 같은 삶을 살아갈 수도 있게 하는 그런 것. 하지만 스키터를 향한 스튜어트의 마음은 인종차별 등의 사회가 만들어 놓은 벽을 넘어서지 못한다. 스튜어트와 가정을 꾸미고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스키터에게 가장 큰 행복한 결말일 것인데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아이빌린과 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녀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힐리, 엘리자베스 그리고 미니, 아이빌린. 스키터는 이들 사이의 경계에 서서 인종차별, 남녀차별, 계급차별를 받는 미니와 아이빌린 그외 다수의 사람들 파스카굴라, 루브니아 등(일일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여기에 모두 적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들을 세상에서 숨쉬게 한다.

 

힐리에 의해 부당하게 직장을 구하지 못했던 미니는 셀리아를 만나 그녀의 친절에 마음을 열고 아이빌린은 메이 모블리에게 '화성인 루서 킹'이야기를 들려줘 아이가 자랐을 때 세상이 피부색에 의해 나뉘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길 바라고 아이가 인종에 눈 뜨는 시기가 되었을 때 자신을 지금과 다르게 보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그녀의 아들의 시체는 백인들이 짐짝처럼 병원 앞에 굴려지는 일을 당했지만 자신이 키운 백인 아이들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타인도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1960년대의 잭슨은 흑인이 백인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하고 유색인은 차고에 따로 만들어진 화장실을 써야 했으며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써도 결백을 주장할 새도 없이 감옥에 갔으며 백인들에 의해 자신의 삶이,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런 시기에 스키터, 미니, 아이빌린 등이 '가정부'를 집필하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내건 위험천만한 행동과 다름 없었다. 이름을 바꾸고 지명을 바꾸어도 자신들이 글을 썼다는 것을 백인들이 알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까 겁을 내면서도 세상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이들이 자신들을 가로막았던 벽들을 넘어서고자 하는 용기를 준다.

  

'가정부' 책이 세상에 드러난 후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이야기도 더러 있었으나 힐리에 의해 미니는 조금씩 소중한 것을 잃는 공포를 느끼고 아이빌린은 직장을 잃게 된다. 모두가 흘러가는대로 이루어진 일들이지만 역시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여기에 조금 위안이 되는 일이라면 '가정부' 책을 집필 하기 전 힐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미니가 힐리가 먹은 파이에 먹지 못할 무엇을 넣었고 이를 알게 된 셀리아가 쓴 '두 조각 힐리에게'란 글은 가슴이 뚫리는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결국 이것으로 미니를 제외한 잭슨에 사는 다른 유색인들은 보호받게 되지만 미니는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 그러나 힐리가 평생을 이 두 조각 파이에 갇혀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위로가 된다.   

 

'가정부' 책을 쓰기 전과 쓴 후, 지금까지의 삶이 변하고 그 경계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삶을 바꾸려는 스키터와 미니의 홀로서기는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이라는 것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아이빌린도 이름을 드러낼 순 없지만 자신이 쓴 글을 신문에 싣게 되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선 안에서 스스로 갇혀 살아왔던 이들이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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훅, 달아오른 날씨 이야기 지식세포 시리즈 5
꿈비행 글.그림 / 반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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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이야 텔레비전을 통해 그리고 인터넷을 검색하면 클릭 몇 번으로 날씨를 알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지만 이런 것들이 없던 시절에는 무엇으로 날씨를 알 수 있었을까. 지혜로운 선조들은 자연을 보며 날씨를 예측할 수 있었겠지만 가뭄이 들 때나, 비가 많이 내려 홍수가 날 때는 언제 이런 재해가 끝이 날까 노심초사 했을 것이다. 그들은 가뭄이 들어 굶어 죽게 되어도, 홍수가 들어 물에 빠져 죽어도 다 하늘의 뜻이겠거니 하며 살아왔다. 하늘의 뜻이 왕에게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 왕권을 전복하려는 일들도 벌어지고 했던 옛시대 사람들에게 요즘의 세상을 보여준다면 아마 깜짝 놀라고 말 것이다.

 

봄이면 황사가 날라오고 삼한사온의 날씨를 보였던 우리나라의 겨울이 따뜻해져 이제는 사계절의 뚜렷한 경계도 사라져 간다. 봄이 오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여름이다. 봄을 즐길 사이도 없이 차츰 더워지는 날씨에 벌써 여름이 오는 것이 두려울 정도다. 정말 날씨를 예측할 수가 없다. '훅 달아오른 날씨 이야기'는 책 제목만으로도 요즘의 날씨에 대해 제대로 콕 집어주고 있는데 딱딱하게 날씨 이야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날씨와 관련된 역사속 재밌는 이야기들을 들려줌으로서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게 해 놓았다. 역사책이야? 날씨이야기야? 헷갈릴 정도로 세계 역사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봄이면 우리나라로 날아 들어오는 황사, 이럴 때면 세계화, 지구촌이라는 말이 피부에 와 닿는데 우리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이 황사에게도 좋은 점이 있다는 글을 보곤 깜짝 놀랬다. 황사를 이용한 풍력 발전소가 중국 신장웨이우얼에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을 보니 또 황사야? 라고 투덜거리지도 못하겠다. 그리고 날씨 이야기 하면 측우기를 빼 놓을 수 없겠다. 장영실의 연구로 세상에 빛을 보게 된 측우기는 1639년 이탈리아의 베네데토 카스텔리가 발명한 빗물 측정기보다 약 200년이나 앞섰다고 한다. 어깨가 절로 으쓱해진다. 측우기는 농사에 적극 활용되었다고 한다.

 

날씨에 의해 전쟁의 승패도 좌우되었다고 하는 글을 읽으면 날씨를 예측해서 전쟁을 이긴 사람도 있었겠지만 이럴 땐 정말 사람들이 '하늘'이니 '운명'이니 하는 것들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날씨를 주제로 이렇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다니 이렇게 재밌기만 하다면 역사가 어렵기만 하지는 않을텐데, 왜 늘 공부는 하기 싫은 것일까. 지금까지도 학창시절에 외웠던 연도들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헛공부한 것은 아니겠지만 우리나라의 역사를 배우는 일이 즐거웠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욕심일까. 날씨 이야기 하다가 왠 역사 공부? 하겠지만 이 이야기들을 빼 놓고는 이 책을 논할 수 없다. 지금도 세계는 날씨때문에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치고 있고 살아가는 모든 이야기들이 역사라고 볼 때 '날씨' 단 하나의 이야기만 들려줄 수는 없다. 기상청이 어떻게 해서 생겼는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를 알고 싶다면 할 말이 없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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