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프 1
캐서린 스토켓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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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을 넘기는 바스락거리는 소리조차 타인에게 전해질까 가슴이 조마조마하다.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은 2011년 한국, 1963년 잭슨보다 50여년 뒤의 가까운 미래이지만 과거 잭슨에 일어났던 인종차별로 인해 생긴 일들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섭다.  

 

학창시절을 함께 보낸 스키터, 힐리, 엘리자베스는 1963년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간다. 힐리는 백인과 유색인과의 경계를 세우기 위해 노력하고 엘리자베스는 힐리에 의해 그녀가 이끄는대로 수동적인 삶을 살아간다. 그런데 그들의 이런 삶은 이곳 잭슨에서 가장 평범한 삶이다. 스키터는 그녀들과 다르게 유색인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삶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이것이 힐리와 엘리자베스와의 우정에 균형이 깨지는 결과를 낳는다. 힐리가 자신의 가족들을 유색인들에게서 지키고자 하는 신념을 스키터가 무너뜨리려 한다.

 

스키터가 어린 시절부터 인종차별에 대해 관심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집을 떠올리면 항상 가정부 콘스탄틴이 늘 그 자리에 있었고 학교를 졸업한 후 집에 왔을 때 그녀가 아닌 다른 사람이 집 안에 있는 모습은 낯설기만 하다. 콘스탄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부당하게 해고된 것은 아닌지, 그 이유를 아이빌린조차 말해주는 것을 꺼리게 되고 결국 스키터는 자신이 이 진실과 대면해야 한다는 것을 안다.

 

스튜어트를 사랑하는 스키터, 그녀에게 사랑은 평범한 삶을 꿈꾸게 한다. 힐리, 엘리자베스와 같은 삶을 살아갈 수도 있게 하는 그런 것. 하지만 스키터를 향한 스튜어트의 마음은 인종차별 등의 사회가 만들어 놓은 벽을 넘어서지 못한다. 스튜어트와 가정을 꾸미고 자신이 쓰고 싶은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스키터에게 가장 큰 행복한 결말일 것인데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 아이빌린과 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가 그녀의 삶을 다른 방향으로 이끈다.

 

힐리, 엘리자베스 그리고 미니, 아이빌린. 스키터는 이들 사이의 경계에 서서 인종차별, 남녀차별, 계급차별를 받는 미니와 아이빌린 그외 다수의 사람들 파스카굴라, 루브니아 등(일일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여기에 모두 적지 못하는 것이 미안하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이야기들을 세상에서 숨쉬게 한다.

 

힐리에 의해 부당하게 직장을 구하지 못했던 미니는 셀리아를 만나 그녀의 친절에 마음을 열고 아이빌린은 메이 모블리에게 '화성인 루서 킹'이야기를 들려줘 아이가 자랐을 때 세상이 피부색에 의해 나뉘어지는 것이 아니란 것을 알길 바라고 아이가 인종에 눈 뜨는 시기가 되었을 때 자신을 지금과 다르게 보지 않기를 바란다. 비록 그녀의 아들의 시체는 백인들이 짐짝처럼 병원 앞에 굴려지는 일을 당했지만 자신이 키운 백인 아이들이 자신을 소중히 여기고 타인도 소중히 여기는 삶을 살아가기를 바란다.

 

1960년대의 잭슨은 흑인이 백인 화장실을 썼다는 이유로 구타를 당하고 유색인은 차고에 따로 만들어진 화장실을 써야 했으며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써도 결백을 주장할 새도 없이 감옥에 갔으며 백인들에 의해 자신의 삶이, 자신의 모든 것이 무너지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이런 시기에 스키터, 미니, 아이빌린 등이 '가정부'를 집필하는 것은 자신의 생명을 내건 위험천만한 행동과 다름 없었다. 이름을 바꾸고 지명을 바꾸어도 자신들이 글을 썼다는 것을 백인들이 알게 되지 않을까, 누군가 자신을 죽이지 않을까 겁을 내면서도 세상이 변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이들이 자신들을 가로막았던 벽들을 넘어서고자 하는 용기를 준다.

  

'가정부' 책이 세상에 드러난 후 가슴을 훈훈하게 만드는 이야기도 더러 있었으나 힐리에 의해 미니는 조금씩 소중한 것을 잃는 공포를 느끼고 아이빌린은 직장을 잃게 된다. 모두가 흘러가는대로 이루어진 일들이지만 역시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여기에 조금 위안이 되는 일이라면 '가정부' 책을 집필 하기 전 힐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미니가 힐리가 먹은 파이에 먹지 못할 무엇을 넣었고 이를 알게 된 셀리아가 쓴 '두 조각 힐리에게'란 글은 가슴이 뚫리는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결국 이것으로 미니를 제외한 잭슨에 사는 다른 유색인들은 보호받게 되지만 미니는 소중한 것을 잃게 된다. 그러나 힐리가 평생을 이 두 조각 파이에 갇혀 살아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에게나 위로가 된다.   

 

'가정부' 책을 쓰기 전과 쓴 후, 지금까지의 삶이 변하고 그 경계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무너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삶을 바꾸려는 스키터와 미니의 홀로서기는 새로운 것을 향한 도전이라는 것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아이빌린도 이름을 드러낼 순 없지만 자신이 쓴 글을 신문에 싣게 되었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힘 앞에서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선 안에서 스스로 갇혀 살아왔던 이들이 조금은 행복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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