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이 문장은 학창시절 꽤 오랫동안 나의 마음을 차지했다. 등수에 의해 행복의 크기가 정해지는 것이 당연한 줄 알았다. 공부 잘 해 좋은 대학가고 졸업 후 사회에 나와 연봉 높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야말로 성공하는 삶이고 그러면 행복해진다고 정해 놓은 답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많은 이들이 사회에서는 물론 집에서도 자식들을 이런 말로 교육해 왔고 지금도 많은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한치의 의심도 없이 이렇게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해 왔다.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는 나는 저 공식대로 실패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고 여겨왔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어른이 된 지금의 나도 이외의 다른 길을 생각해 보지 못해봤다. 이런 나에게 백지연은 나에게 '성공'의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크리티컬 매스'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견뎌내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서, 그리고 성공하기 위해 행복을 버리는 어리석은 짓을 하지 말라고 한다. '성공'이라는 단어는 이것을 거머쥘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 태어날 때 가진 것이 많았던 사람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다. 아주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들이 나의 귓가에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성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고 자주 이야기 하셨을지도 모르겠으나 세상이 뚜렷하게 사물로 인식되어 보이던 때이후의 나 스스로는 '성공'이라는 단어가 내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지금에서야 이 '성공'이라는 말에 욕심이 생기느냐구? 아니, 오히려 이 책을 읽고 나니 '성공'이라는 말은 살아가는데 있어 아주 불필요한 말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저자 백지연도 말하지 않았나. 자신은 '성공'이라는 말을 쓰고 싶지 않다고. 삶이 죽음에 이르러 자신의 삶을 돌아봤을 때만이 '성공'이라는 말을 할 수가 있다고 말이다. 성공이라는 말보다 자신의 꿈에 도달하는 것이라고 하는게 좋겠다. "저도 14.5도에 멈춰 선 적이 있을까요?" 백지연은 그녀가 쓴 '크리티컬 매스'에서 독자들이 단 1퍼센트 남겨두고 멈추었을지도 모른다고 안타까워한다. 그런데 아예 그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 질문은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동안 나에겐 0도에서 단 1도라도 채워 넣을 열정이 없었으니까. 누구보다 스스로에 대한 답은 이미 알고 있음에도 누구나 '크리티컬 매스'를 가지고 있다는 말을 믿고 싶었다. 내 안에도 '크리티컬 매스'가 있다는 말을 간절하게 믿고 싶었다. 이것이 이 책을 읽게 만든 이유였지만 지금은 이 말을 믿는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의 귓가에 흐르던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울어....." 캔디의 노래가 이렇게 가슴 깊이 와 닿은 적이 없었다. 실패해도 일어서야 하는 거였다. 실패 없는 삶이 있을 수 있나. 그래, 나에게 필요한 건 이거였어. 동기부여는 제대로 되었다. 그런데 '나'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 솔직히 두렵다. 30대 중반의 나이도 나를 두렵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또 변명부터 한다고 하겠지만 백지연은 이런 것도 괜찮다고 한다. 누구나 그렇게 한다고. 아아, 나는 다이아몬드처럼 그 자체만으로도 영롱한 빛을 내는 '크리스털 매스'의 눈부심을 또 외면해 버리려고 하는구나.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버리지 못하겠다. 또 누구나 그럴 수 있다고 나를 위로하겠지만 백지연이 계속 우리들을 다독이면서 하는 이 말을 정말 믿어도 되는 걸까.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끊임없이 의심하며 나는 무엇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꽃을 피우는 나무들에게서 겨울동안 생명이 움트는 느낌은 가질 수 없다. 그러나 어김없이 봄이 오면 꽃이 핀다. 보이지 않지만 15도에 이르기 위해 이 나무는 많은 변화를 겪었을 것이다. 인내하며 봄이 오길 기다리고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들은 꽃이 피었을 때만 그것을 알 수 있다. 화려하게 피어있는 꽃만을 보며 "아, 예쁘다. 봄이네" 할 뿐이다. '크리티컬 매스', 백지연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런 단어가 세상에 존재하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이 책을 읽은 사람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크리티컬 매스'.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난 후, 나에게 세상은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어제까지 봐왔던 세상이건만 나뭇잎 하나, 길 가에 있는 돌멩이 하나도 무심히 보아 넘겨지지 않는다.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스치며 그들 가까이에서 호흡하고 싶다. 그들 속에 있는 '나'를 느끼고 싶다. 이것이 나를 알아가는 것의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