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이름 1 왕 암살자 연대기 시리즈 1
패트릭 로스퍼스 지음, 공보경 옮김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너와르에 대형 독거미 스크레얼이 나타난 후 한 사내가 이를 처치하기 위해 조용히 어둠 속에서 기다린다. 마을 사람들에게 독거미가 악마라 믿게 만든 후 홀로 스크레얼들과 맞서려는 그는 누구일까. 스크레얼로 인해 자신의 신분이 탄로날까 두려워 하는 이로 보인다. 여관을 운영하는 평범한 사람 '코우트' 그의 눈빛을 들여다 보고 있으면 무수한 세월의 흔적들을 볼 수 있으며 많은 것들을 가슴속에 숨기고 있는 듯 보인다.

 

여관 주인 코우트 아니 크보스와 연대기작가의 만남은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한 번쯤 세상에 여러 이름으로 알려진 크보스에 대한 글을 써보고 싶었을 테니까. 일정을 뒤로 미룰 정도로 크보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연대기작가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 크보스 또한 세상에 잘못 알려진 자신에 대한 이야기들이 더 신경 쓰여 연대기작가의 유혹에 넘어가지만 실은 그 자신의 이야기를 타인에게 들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괴물을 물리치고 악마와 싸우는 크보스의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잠시 그 기대를 내려 놓는게 좋겠다. 크보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린시절부터 시작되고 이는 당연히 그렇게 해야만 하며 신비술사 애번시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야기 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이야기는 결코 시작될 수 없다.

 

어린 시절의 크보스는 신비술사 애번시를 만나 세상에 대한 이치를 깨닫고 공명술, 신비술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우면서 더 넓은 세상을 꿈꾼다. 이때까지만해도 그에게 세상은 그리 무섭거나 어둡지 않았다. 그러나 부모님과 동료들이 죽임을 당한 후부터 크보스의 삶은 빠르게 변하기 시작한다. 전설이나 신화속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면 아무 의심 없이 따라부르는 노래가 어느새 나에게 어둠을 드리울 수 있다. 노래속에 등장하는 챈드리언은 그저 전설 속에만 등장하는 것들이 아니다. 벤은 크보스의 아버지에게 챈드리언에 대한 언급은 되도록 하지 않는게 좋다고 하였다. 사람들이 챈드리언에 대해 말할 때 우스갯소리로조차 언급하지 않으려는 것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크보스의 아버지가 챈드리언에 대한 이야기들을 모으는 순간 이들에게 이미 어둠이 드리워지기 시작했을 것이다.

 

대형 독거미 스크레얼과 맞서는 것이 일상화 되어 있는 크보스에게 그동안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스크레얼의 존재조차 숨기며 지금의 생활을 지키려고 하는 크보스가 연대기작가에게 자신에 대한 모든 것을 들려준 후 지금처럼 여관 주인으로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마을을 습격하는 스크레얼의 존재가 이미 크보스가 세상 속에서 숨어 살 수 없음을 알려주고 있지만 조금만, 아주 조금만 이 평화가 지속되기를 바란다. 크보스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을 동안만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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