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더가 우는 밤 - 제1회 살림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
선자은 지음 / 살림Friends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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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을 읽기 전 나는 책 제목이 '팬더가 우는 밤'인줄 알았다. 그런데 '팬더'가 아닌 '펜더'라니 거기다 펜더가 기타라는 것도 처음 알았다. 아, 나의 무지여. 아빠의 사고로 엄마와 단 둘이 살아가는 은조는 자칭 저승사자라고 하는 370을 만나게 된다. 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빠의 죽음에 의혹이 있을 것이란 생각도 못했을 것이고 아빠에 대해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를 갖지 못했을 것이다. 은조는 지하실에 있는 시간이 많았던 아빠가 370에게 존과 뚱이라는 귀신과 함께 밴드를 했었다는 말을 들은 후 깜짝 놀라게 되지만 엄마와 은조를 외롭게 했던 아빠에게도 아빠를 기억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것만으로도 아빠를 잃어 상처 받은 은조의 마음이 조금씩 치유되기 시작한다.

 

그런데 아빠의 추억이 담긴 유일한 유품인 펜더를 팔려고 인터넷에 올려진 사진을 보고 찾아온 370, 어째 이 저승사자가 더 사연 있어 보인다. 은조에게 숨기는 것도 있는 것 같고. 일단 아빠가 사고로 죽은 날, 황 할머니라고 보컬하시던 귀신이 함께 있었다고 하니 일단 370과 힘을 합쳐 이 황 할머니를 찾는 것이 우선이라 일단은 서로 믿고 움직일 수 밖에 없겠다. 아빠가 만든 곡을 연주하면 이 음악을 듣고 황 할머니가 나타날 것이라 장담하는 370, 과연 그럴까. 정말 황 할머니가 나타날까.

 

은조는 아빠의 죽음에 대해 파헤치는 중에 존과 뚱의 존재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옆집 무당에게 도움을 청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여 솔직히 정신이 없다. 아빠의 죽음이 타살일지도 모른다는 370의 말에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기는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야기가 빠르게 전개되면 좋으련만 존과 뚱이 귀신인 것을 알아채고 그들과 함께 하는 것이 무서운 은조에겐 밴드에 들어가 기타를 연주하게 되기까지 아직은 시간이 필요하다. 기타 실력도 그리 좋지 않아 밴드에서 연주를 하는 것이 썩 내키지 않는다. 옆집에 사는 무당 아줌마의 부탁으로 부동산에도 다녀오는 등 별 상관 없는 일에 나서는 은조를 보고 있자니 답답한데 다 인연이 있어 필요해서 한 일이라 은조의 행동에도 뜻이 있었구나 나중에는 이해하게 된다.

 

은조는 아빠의 죽음에 대해 조사하면서 생전에 아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씩 알아간다. 사고로 죽은 후 기억상실증에 걸린 아빠가 영면에 들게 하려면 아빠의 죽음에 한 치의 의혹도 용납될 수 없다. 그러나 아빠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음에도 오히려 주인공은 빠진 느낌이다. 그렇다고 은조가 주인공은 아닌 듯한 느낌, 이야기가 왜 이렇게 산만해지는 거지? 너무나 많은 인연들이 얽혀 있고 짧은 시간 안에 모든 것이 밝혀져서 그런 모양이다. 드라마에서처럼 좁디 좁은 인간관계로 서로 얽혀서 결혼하고 사돈이 되고 어쩌고 하는 것들과 비슷하게 은조의 집을 중심으로 모든 열쇠는 그 주변에 있다. 등잔 밑이 어두웠다고나 할까.

 

이제 은조는 아빠를 마음껏 그리워할 수 있게 되었고 엄마 또한 아빠의 손길이 담긴 집을 떠나지 않겠다 한다. 하지만 은조는 이제 아빠를 놓아줘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해 이 집에서 마지막으로 생일파티를 열게 되고 아빠가 살아 생전 관계한 인연들과 아빠의 죽음 이후 은조가 맺은 인연들이 한 자리에 모여 회포를 풀고 모든 갈등을 풀게 된다. 이제 아빠도 좋은 곳에 가셨겠지. 마음둘 곳이 없어 외로웠던 은조에게도 아빠에 대한 추억과 아빠가 가르쳐준 음악만이 아니라 함께 할 수 있는 친구가 생길 것이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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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핀 댄서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2-2 링컨 라임 시리즈 2
제프리 디버 지음, 유소영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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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난 후 감상을 어떻게 쓸까 계속 고민했다. 일일연속극처럼 링컨 라임과 색스가 등장하여 사건을 해결하여 내용만 달라지는 이런 장르의 소설을 어떻게 표현해야 될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코핀댄서라는 암살자의 손에서 증인들을 구해야 하는 링컨 라임은 5년 전 코핀댄서가 설치한 폭탄에 의해 부하들이 죽었고 그후부터 코핀댄서와의 결전을 내심 기다려 왔다. 코핀댄서의 정체를 그 누구도 그보다 잘 알 수는 없을 것이다. 이 사건에 색스가 나서야 된다는 것이 그의 불안을 고조시킬 뿐, 기필코 코핀댄서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본 컬렉터'에서 링컨 라임의 명령에 따라 움직여왔던 색스가 이번에는 자신의 능력으로 코핀댄서에게 대적해 큰 활약을 해 링컨 라임의 기대에 부응한다.

 

'코핀댄서'에 반전이 있다고 하지만 솔직히 직접 대하고 보면 헛웃음이 나온다. 얼굴을 모르는 코핀댄서가 아무렇지 않게 증인의 곁에까지 침투할 수 있었던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누구든 코핀댄서의 정체를 알고 보면 놀라게 되긴 하지만 이런 류의 반전은 다른 책에서도 있었기에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다. 오히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코핀댄서의 총구에 증인들이 죽어 나가는 긴장감을 높이기 보다는 코핀댄서의 뒤에서 그의 목숨을 노리는 설정을 해 주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이는 링컨 라임이 코핀댄서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었을 때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기에, 내내 코핀댄서에게 끌려다닌 링컨 라임의 모습은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색스의 사격 솜씨만이 코핀댄서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정도여서 킬러에게도 뒤지지 않는 사격 실력이라니 솔직히 이건 너무 인위적이라 답답하다. 배짱도 있고 사격 솜씨도 일류에 범인이 되어 사건을 재구성하는 능력까지 탁월한 색스에게 도대체 부족한 자질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링컨 라임이 침대에서 누워만 있는 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색스는 결코 링컨 라임에게 필요한 인물은 아니었을 것이다. 링컨 라임을 대신해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는 그녀는 링컨 라임 못지 않은 실력을 지니게 된다.

 

두 사람의 마음이 점점 깊어져 곧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 않을까 예상 가능했기에 위험한 현장에 뛰어들게 되는 색스를 링컨 라임이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게 될지 자못 궁금했었다.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위험한 곳에 가지 마라 했을 것인가. 평소와 다름 없이 하게 했겠지만 움직이지 못하는 그가 색스를 향한 마음을 드러내는 것은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인간적인 모습이라 꽤 유쾌하다. 자신의 처지로 색스를 사랑하는 것이 말도 되지 않는 일이라 여겼겠지만 마음이 가는데야 누가 막을 수 있으랴. 카리스마 넘치는 링컨 라임을 사랑하는 색스의 마음이 이해되지 않는 것도 아니고. 링컨 라임이 두 발로 직접 현장을 누비고 그 곁에서 함께 하는 색스를 봤다면 좋았을텐데, 그런 기대는 결코 이루어 질 수 없는 꿈인가 보다. 나보다 링컨 라임이 더 원하는 일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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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어디에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1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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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이렇게 절묘하게 지을 수는 없다. 고야 조이치로는 사건을 맡아 사쿠라 도코를 찾아다니기 시작한 후부터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이 말을 외쳐댔을 것이다. "개는 어디에.......", "나는 사람을 찾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개를 찾고 싶었다고"를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하물며 이 사건이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는 진정 "개는 어디에......."라고 울부짖고 싶었으리라. 아직도 이 사건은 끝이 나지 않았고 비가 오면 엄마의 무덤이 떠내려가지 않을까 울어대는 청개구리처럼 고야는 비가 올때마다 조바심을 치게 되었다. 대체 첫 번째로 맡은 사건이 무엇이길래 고야를 이렇게 긴장하게 만든 것일까.

 

피부병때문에 은행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온 고야에게 희망은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한 것은 그가 가야 했던 길을 따라 달려왔던 것으로 다른 길이 있음을 결코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에 피부병으로 고생해도 2년을 버텨냈던 그였다. 결국 고향에 내려와 약해빠진 체력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가 용케도 개를 찾아주는 탐정이 되었다는 것은 실로 아이러니 한 일이나, 개를 찾는 것만큼은 자신있었던 모양이다. 예전에 아르바이트로 잠깐 개를 찾아주는 일을 했긴 하지만 들개로부터 여동생을 구했던 경험이 있어 동물에 대해서는 그리 큰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리라.

 

뛰어난 기억력으로 사건을 파헤치고, 손에 들어온 증거만으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감지하며 탁월한 추리력으로 사건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고야에게 탐정에 대한 동경이 있다며 자신을 고용해 달라고 찾아오는 '한다 헤이키치'는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니다. 한 여름에도 가죽 잠바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한다 헤이키치, 탐정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며 나름대로 탐정에 대한 동경이 남다른데 첫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것을 보니 일단은 탐정이 될 자질은 있어 보인다. 사실 탐정이라고 명함을 내밀며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한페를 보는 것이 유쾌하다. 그렇지만 한페가 고야만큼 똑똑했다면 고야가 맡은 사건이 빨리 해결되어 한 사람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터라 그것만큼은 아쉽다.

 

도시에서 실종된 미녀를 찾는 것이 더 탐정다운 일이라고 이 일을 맡고 싶어하는 한페, 사실 그가 이 사건을 맡았다면 사쿠라 도코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고 사건이 그냥 종결되어 버렸을 것이다. 사쿠라 도코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할아버지, 할머니 곁으로 돌아왔을테니까. 생각해 보면 고야에게 정의감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생명이 더 중요할 뿐 정의감은 없다. 경찰이 아닌 탐정이니 적당히 고객에게 맞춰서 살게 되겠지만 역시 그는 개를 찾는 일이 어울릴법한 사람인 것이다. 물론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오게 된 고야의 마음이 사쿠라 도코의 마음을 동정하게 되어 그런 것이겠지만 탐정이니 앞으로 점차 변하긴 해야겠다. 강인한 체력을 갖추고 나쁜 사람에게도 대항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멋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것은 무분별하게 덤벼드는 한페에게나 기대할 수 있을까. 사물을 시니컬하게 바라보며 이성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고야이고 보니 탐정 일에 맞게 들어오는 사건을 의욕있게 대해 달라는 정도 밖에 기대할 것이 없다. 앞으로 조금씩 나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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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토끼의 추석 알콩달콩 우리 명절 5
김미혜 글, 박재철 그림 / 비룡소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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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분홍 토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더 신비로운 존재, 분홍 토끼야! 이 땅에 잘 왔다. 여기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풍성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서로 인사를 하고 넉넉한 음식과 넉넉한 웃음을 짓는 지금 분홍 토끼라면 잠깐 동안이라도 행복한 마음 가득 안고 달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명절에만 볼 수 있는 것들도 많고 명절에 먹는 맛있는 음식들도 가득한 이곳에 정말 잘 왔어. 반갑다. 절굿공이에만 정신이 팔려서 마음의 여유가 없겠지만 천천히 둘러 보렴.

 

방아를 찧다 절굿공이를 놓치는 실수는 정말 몇 백만년만에 처음 하는 일이겠지? 다음에 또 절굿공이를 놓쳐 찾으러 오게 되면 나는 없을 것 같다만 그 때도 이곳 사람들이 지금처럼 명절을 보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나는 네가 다시 달나라로 돌아갈 수 있을지의 유무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아. 네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기겁을 하고 또 눈물을 흘리겠지만 우선은 이왕 내려왔으니 이곳을 구경시켜 주고 싶다. 사실 명절 때 차례 지내는 것 밖에 아는게 없어서 내가 더 궁금해서 말이지.

 

우선 추석 전에는 산소에 가서 벌초도 하고 송편도 만들어 먹어. 누가 더 예쁘게 만드나 경쟁도 하는데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어. 준비하려면 일이 많잖아. 너 자꾸 구름만 찾을거야. 따라와 보라니까. 추석 아침에는 차례를 지내는데 이건 나도 아는 거야. 음식을 차리고 조상님들께 절을 올리지. 앗, 분홍 토끼야. 그러다 들키겠어. 머리를 낮춰. 저길 봐. 사람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네. 넉넉해 보인다. 잠깐만, 뭐라고? 달이 안보인다고? 밤이 되어야 보이지. 1년 365일 달에서만 있은 네겐 달이란 늘 존재하는 것이겠지만 사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밤이 되어야 달이 있음을 실감한다니까. 그마저도 달을 볼 여유가 있을 때 얘기지. 그렇지만 추석 때는 달을 보고 소원을 빌려고 날이 맑기를 바란단다. 그땐 방아를 찧는 네 모습도 선명하게 보이겠지.

 

엇, 이건 무슨 행사일까. 맞아. 누렁소가 집집마다 돌면서 구정물 먹고 싶다고 하는 건 책 속에서 본 것 같아. 직접 보진 않아서 낯선 풍경이긴 한데 동네 사람들 모두 함께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인가봐. 동네 사람들 모두 모여서 줄다리기도 하고 내년에는 풍년이 들지 점치기도 하는구나. 달이 뜨는 밤이면 강강술래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도는데 이건 나도 아는 거야. 지금은 그냥 가족들이 모여서 음식을 만들고 차례를 지내는 정도 밖에 하지 않아 아쉬운데, 풍족하진 않았어도 어린 시절에 보냈던 명절이 더 좋았던 것 같아. 그 시절이 다시 오진 않겠지만 명절 지내기 힘들다는 푸념만큼은 안해야겠다. 반성!!!!

 

앗, 그러고보니 어느새 달이 떴구나. 이제 가야 하는 거야? 구름이 널 위해 계단을 만들어뒀구나. 잠시 더 있다 가면 좋으련만, 절굿공이도 찾았으니 이제 돌아가야겠지. 내가 구름을 디디고 설 순 없겠지? 함께 달에 가서 구경하고 오면 좋을텐데 아쉽다. 분홍 토끼라 눈에 띌 위험이 컸는데 잡히지 않고 무사히 달로 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야. 네가 잡히면 무슨 일을 당했을지, 그건 상상에 맡길게. 지금이야 명절이 점점 그 색깔이 퇴색되어 가지만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아. 분홍 토끼야! 또 놀러 올거지? 알아, 놀러 온게 아니란 걸. 절굿공이 찾았으면 됐잖아. 성질은 그만내고. 다음에는 너도 가족들 다 데리고 놀러와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가. 하루쯤 방아 안찧으면 어때. 사람들은 달 안에 네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걸. 또 또 화낸다. 어른이 되면 순수함을 잃게 되는가봐. 이건 어쩔 수 없잖아. 마음 넓은 네가 이해 해야지. 이번 추석 때는 무슨 소원을 빌까.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겠다. 널 만나서 즐거웠어. 잘가. 분홍 토끼야! 갈 때 좀 뒤돌아 보는 척이라도 해라. 섭섭하다 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도 직접 만나본적 없는데 괜시리 분홍 토끼한테는 반가운 척을 하고 싶었다. 분홍 토끼와 이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유쾌해진다. 아직은 내게도 동심이라는 게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보름달 안에 토끼가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언제였을까. 혹 보름달 안에 사는 토끼 이야기를 누구도 해 준적이 없었던가. 굳이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아마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였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라 해도 선물을 받을 만큼 그리 풍족한 생활을 하지 못했기에 딱히 기억해야 할 즐거운 날은 아니었고 명절은 큰 집과 외할머니 댁에 갔던 기억이 자주 있었던만큼 이날만큼은 용돈도 받고, 맛있는 것도 먹었던 꽤 유쾌한 시간으로 기억된다. 밤 늦게까지 보고 싶은 텔레비전을 봐도 혼나지 않았던 것도 좋았을 것이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 명절증후군 때문에 괴롭긴 하지만 가족들이 모두 모인다는 것이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추석,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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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의 연애
심윤경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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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진.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입니다. 나의 앞에 있는 눈빛이 맑은 아주, 아주 예쁜 여자가 나에게 한 말은 이것이 전부다. "아.......!" 태어나서 처음으로 말하는 법을 배운 사람처럼 익숙한 단어들이 소리가 되어 뱉어지질 않는다. 마음 속으로는 그 찰나에도 '영혼이라고 했는데 잘못 들은 건 아닐까' 읊조릴 뿐. "아, 그러세요. 저는 누구입니다. 그냥 평범한 사람이에요." 나에게 전혀 관심도 없는 그녀를 향해 나 자신을 이렇게 내세우고 만다. 영혼을 기록한다니, 분명히 나보다 특별한 사람인데 아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평범한 내가 그녀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다니,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  
 

이진은 죽은 영혼의 삶을 기록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살아있는 영혼을 기록한다. 그녀의 하루를 아주 오랫동안 지켜봐 왔음에도 불구하고-영혼을 직접 눈으로 본 적도 없으면서-살아있는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와 그녀에게 온다는 것을 믿을 수가 없다. 그녀가 기록해 놓은 수많은 대학노트를 손으로 쓸어보면서 펼쳐 보고 싶은 욕망과 싸우기를 수십 번, 아니 수백 번은 했을 것이다. 이 노트를 펼쳐본다고 해도 믿을 것인가. 그녀가 들려주는 몇 편의 이야기로도 오롯이 그녀의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가 없는데.

 

갑자기 그녀의 눈에 빨려들어 갈 듯 꼼짝하지 않고 앉아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빠져나오는 것을 느낀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그런데 나의 육신은 어디있지? 분명 이곳은 아니었는데. 직접 들려주지 않았는데 이진, 그녀가 나의 영혼을 통해 나를 기록한다. 어떻게 내가 기억하는 삶을 기록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사진이 찍히듯이 장면, 장면 그대로 박혀 있는 기억들은? 이는 그녀에 의해 내가 주인공으로 있는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질 뿐이다. 작가 심윤경의 손에 의해 이진이 탄생했듯이, 이진이 영혼을 기록하고 있지만 실상은 작가 심윤경에 의해 이야기가 만들어지듯이 말이다. 이진의 손에 의해 나의 모든 것이 글로 기록되고 있지만 켜켜이 쌓인 시간들이 글에 의해 형태를 이루고 모습를 갖춰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억들이 글로 기록 되어지는 순간 순수한 의미를 잃어버리고 말테니까.  

 

이진과 다르게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 이진을 사랑하는 이현의 이야기는 내게는 너무나 익숙한 현실의 일들이다. 터무니 없는 소리를 한다고 외면해도 될 일을 그는 이진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인다. 여섯 살 어린 시절 처음 보고 사랑한 그녀와 완전하게 닯은 이진-딸이니 당연히 닮겠지만-을 사랑하는 것은 운명이요, 숙명일 수 밖에 없다고 자신했겠지만 처음 이진을 만나 먼저 결혼하자 말하고 뒤이어 사랑을 고백했을 때 그의 사랑은 결코 사랑이라 이름 붙일 수 없었다. 아버지에게 상처 받은 그녀의 마음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고 싶은 마음이 점차 애정으로, 사랑으로 변해가지만 이진의 아버지 이세 공의 말처럼 그녀에게 아무 것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은 이현에게 지옥과도 같은 삶을 안겨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만족하며 살던 그였다.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 이진과 영혼을 기록하는 여자를 사랑했던 남자 이현은 처음부터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없었다. 어처구니 없게도 다른 세상을 바라보는 그들에게 평범하게 살아갈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게 된 것은 인간의 탐욕과 욕망때문이었다. 오늘 밤만 지나면 인간이 될 수 있었던 구미호처럼, 이진을 만날 수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 이현에게 사랑은, 이렇게 예정되어 있던 것이었다. 이제 앞으로 남아 있는 생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는 오롯이 그의 몫이다. 그의 말대로 이진을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써 그의 이름은 기록될 가치가 있고, 그에 의해 영혼을 기록한 그녀를 세상도 기억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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