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 토끼의 추석 알콩달콩 우리 명절 5
김미혜 글, 박재철 그림 / 비룡소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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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분홍 토끼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그래서 더 신비로운 존재, 분홍 토끼야! 이 땅에 잘 왔다. 여기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풍성한 한가위가 되었으면 좋겠다며 서로 인사를 하고 넉넉한 음식과 넉넉한 웃음을 짓는 지금 분홍 토끼라면 잠깐 동안이라도 행복한 마음 가득 안고 달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명절에만 볼 수 있는 것들도 많고 명절에 먹는 맛있는 음식들도 가득한 이곳에 정말 잘 왔어. 반갑다. 절굿공이에만 정신이 팔려서 마음의 여유가 없겠지만 천천히 둘러 보렴.

 

방아를 찧다 절굿공이를 놓치는 실수는 정말 몇 백만년만에 처음 하는 일이겠지? 다음에 또 절굿공이를 놓쳐 찾으러 오게 되면 나는 없을 것 같다만 그 때도 이곳 사람들이 지금처럼 명절을 보내고 있을까 궁금하다. 나는 네가 다시 달나라로 돌아갈 수 있을지의 유무는 그다지 궁금하지 않아. 네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기겁을 하고 또 눈물을 흘리겠지만 우선은 이왕 내려왔으니 이곳을 구경시켜 주고 싶다. 사실 명절 때 차례 지내는 것 밖에 아는게 없어서 내가 더 궁금해서 말이지.

 

우선 추석 전에는 산소에 가서 벌초도 하고 송편도 만들어 먹어. 누가 더 예쁘게 만드나 경쟁도 하는데 직접 만들어 본 적은 없어. 준비하려면 일이 많잖아. 너 자꾸 구름만 찾을거야. 따라와 보라니까. 추석 아침에는 차례를 지내는데 이건 나도 아는 거야. 음식을 차리고 조상님들께 절을 올리지. 앗, 분홍 토끼야. 그러다 들키겠어. 머리를 낮춰. 저길 봐. 사람들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네. 넉넉해 보인다. 잠깐만, 뭐라고? 달이 안보인다고? 밤이 되어야 보이지. 1년 365일 달에서만 있은 네겐 달이란 늘 존재하는 것이겠지만 사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밤이 되어야 달이 있음을 실감한다니까. 그마저도 달을 볼 여유가 있을 때 얘기지. 그렇지만 추석 때는 달을 보고 소원을 빌려고 날이 맑기를 바란단다. 그땐 방아를 찧는 네 모습도 선명하게 보이겠지.

 

엇, 이건 무슨 행사일까. 맞아. 누렁소가 집집마다 돌면서 구정물 먹고 싶다고 하는 건 책 속에서 본 것 같아. 직접 보진 않아서 낯선 풍경이긴 한데 동네 사람들 모두 함께 할 정도로 중요한 일인가봐. 동네 사람들 모두 모여서 줄다리기도 하고 내년에는 풍년이 들지 점치기도 하는구나. 달이 뜨는 밤이면 강강술래 노래를 부르며 빙글빙글 도는데 이건 나도 아는 거야. 지금은 그냥 가족들이 모여서 음식을 만들고 차례를 지내는 정도 밖에 하지 않아 아쉬운데, 풍족하진 않았어도 어린 시절에 보냈던 명절이 더 좋았던 것 같아. 그 시절이 다시 오진 않겠지만 명절 지내기 힘들다는 푸념만큼은 안해야겠다. 반성!!!!

 

앗, 그러고보니 어느새 달이 떴구나. 이제 가야 하는 거야? 구름이 널 위해 계단을 만들어뒀구나. 잠시 더 있다 가면 좋으련만, 절굿공이도 찾았으니 이제 돌아가야겠지. 내가 구름을 디디고 설 순 없겠지? 함께 달에 가서 구경하고 오면 좋을텐데 아쉽다. 분홍 토끼라 눈에 띌 위험이 컸는데 잡히지 않고 무사히 달로 갈 수 있게 되어 다행이야. 네가 잡히면 무슨 일을 당했을지, 그건 상상에 맡길게. 지금이야 명절이 점점 그 색깔이 퇴색되어 가지만 가족들이 모두 모여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아. 분홍 토끼야! 또 놀러 올거지? 알아, 놀러 온게 아니란 걸. 절굿공이 찾았으면 됐잖아. 성질은 그만내고. 다음에는 너도 가족들 다 데리고 놀러와서 맛있는 거 많이 먹고 가. 하루쯤 방아 안찧으면 어때. 사람들은 달 안에 네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는 걸. 또 또 화낸다. 어른이 되면 순수함을 잃게 되는가봐. 이건 어쩔 수 없잖아. 마음 넓은 네가 이해 해야지. 이번 추석 때는 무슨 소원을 빌까. 지금부터 생각해 봐야겠다. 널 만나서 즐거웠어. 잘가. 분홍 토끼야! 갈 때 좀 뒤돌아 보는 척이라도 해라. 섭섭하다 너.

 

산타클로스 할아버지도 직접 만나본적 없는데 괜시리 분홍 토끼한테는 반가운 척을 하고 싶었다. 분홍 토끼와 이렇게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유쾌해진다. 아직은 내게도 동심이라는 게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보름달 안에 토끼가 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 언제였을까. 혹 보름달 안에 사는 토끼 이야기를 누구도 해 준적이 없었던가. 굳이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아마도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였을 것이다. 크리스마스라 해도 선물을 받을 만큼 그리 풍족한 생활을 하지 못했기에 딱히 기억해야 할 즐거운 날은 아니었고 명절은 큰 집과 외할머니 댁에 갔던 기억이 자주 있었던만큼 이날만큼은 용돈도 받고, 맛있는 것도 먹었던 꽤 유쾌한 시간으로 기억된다. 밤 늦게까지 보고 싶은 텔레비전을 봐도 혼나지 않았던 것도 좋았을 것이다. 지금은 어른이 되어 명절증후군 때문에 괴롭긴 하지만 가족들이 모두 모인다는 것이 언제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추석, 떠올리기만 해도 마음이 넉넉해진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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