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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어디에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21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이렇게 절묘하게 지을 수는 없다. 고야 조이치로는 사건을 맡아 사쿠라 도코를 찾아다니기 시작한 후부터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이 말을 외쳐댔을 것이다. "개는 어디에.......", "나는 사람을 찾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개를 찾고 싶었다고"를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하물며 이 사건이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는 진정 "개는 어디에......."라고 울부짖고 싶었으리라. 아직도 이 사건은 끝이 나지 않았고 비가 오면 엄마의 무덤이 떠내려가지 않을까 울어대는 청개구리처럼 고야는 비가 올때마다 조바심을 치게 되었다. 대체 첫 번째로 맡은 사건이 무엇이길래 고야를 이렇게 긴장하게 만든 것일까.
피부병때문에 은행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온 고야에게 희망은 없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은행에 취직한 것은 그가 가야 했던 길을 따라 달려왔던 것으로 다른 길이 있음을 결코 생각해 본적이 없었기에 피부병으로 고생해도 2년을 버텨냈던 그였다. 결국 고향에 내려와 약해빠진 체력으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가 용케도 개를 찾아주는 탐정이 되었다는 것은 실로 아이러니 한 일이나, 개를 찾는 것만큼은 자신있었던 모양이다. 예전에 아르바이트로 잠깐 개를 찾아주는 일을 했긴 하지만 들개로부터 여동생을 구했던 경험이 있어 동물에 대해서는 그리 큰 위험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리라.
뛰어난 기억력으로 사건을 파헤치고, 손에 들어온 증거만으로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감지하며 탁월한 추리력으로 사건의 퍼즐을 맞춰나가는 고야에게 탐정에 대한 동경이 있다며 자신을 고용해 달라고 찾아오는 '한다 헤이키치'는 여간 성가신 존재가 아니다. 한 여름에도 가죽 잠바를 입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는 한다 헤이키치, 탐정은 모름지기 이래야 한다며 나름대로 탐정에 대한 동경이 남다른데 첫 사건을 멋지게 해결한 것을 보니 일단은 탐정이 될 자질은 있어 보인다. 사실 탐정이라고 명함을 내밀며 한껏 거드름을 피우는 한페를 보는 것이 유쾌하다. 그렇지만 한페가 고야만큼 똑똑했다면 고야가 맡은 사건이 빨리 해결되어 한 사람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을 터라 그것만큼은 아쉽다.
도시에서 실종된 미녀를 찾는 것이 더 탐정다운 일이라고 이 일을 맡고 싶어하는 한페, 사실 그가 이 사건을 맡았다면 사쿠라 도코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도 모르고 사건이 그냥 종결되어 버렸을 것이다. 사쿠라 도코는 그냥 아무렇지 않게 할아버지, 할머니 곁으로 돌아왔을테니까. 생각해 보면 고야에게 정의감은 보이지 않는다. 자신의 생명이 더 중요할 뿐 정의감은 없다. 경찰이 아닌 탐정이니 적당히 고객에게 맞춰서 살게 되겠지만 역시 그는 개를 찾는 일이 어울릴법한 사람인 것이다. 물론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에 내려오게 된 고야의 마음이 사쿠라 도코의 마음을 동정하게 되어 그런 것이겠지만 탐정이니 앞으로 점차 변하긴 해야겠다. 강인한 체력을 갖추고 나쁜 사람에게도 대항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멋진 모습을 기대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것은 무분별하게 덤벼드는 한페에게나 기대할 수 있을까. 사물을 시니컬하게 바라보며 이성적으로 사람을 대하는 고야이고 보니 탐정 일에 맞게 들어오는 사건을 의욕있게 대해 달라는 정도 밖에 기대할 것이 없다. 앞으로 조금씩 나아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