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의 선물 - 제1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은희경 지음 / 문학동네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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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장처럼 생긴 사각형의 네모난 틀에서 빽빽하게 들어차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이런 이웃간의 정을 느낄 여유같은 것은 없을 것이다. 여기서 '나'라는 화자는 진희, 어머니가 죽고 할머니와 삼촌 이모와 함께 살고 있다. 열두 살의 어린 나이라고 하지만 삶에 대한 통찰력은 이모보다 그리고 나보다 깊다.

 

이 책의 주인공은 그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진희의 이모라고 말하고 싶다. 함께 하는 시간이 많은 이모의 이야기를 많이 풀어내고 있어 그런 생각이 드는가 보다. 철 없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툭툭 뱉어내는 그녀를 진희가 보기엔 자신보다 덜 이지적인 이모의 모습이다. 그런 마음이 허석이라는 삼촌의 서울 하숙집 아들을 놓고 삼각관계를 형성하기도 하지만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진희에겐 딸인 이모와 손녀인 '나'를 두고 할머니의 선택을 받는 평생에 한번 있을까말까한 일을 겪고 싶지는 않다. 지금이야 진희가 할머니의 이쁨을 받지만 평소 가벼운 말을 하는 이모 영옥을 '오살년'이라고 욕하는 할머니지만 막내의 귀여움과 자식이라는 혈연으로 인해 철없는 딸의 모습을 가슴아프게 바라보는 할머니에겐 자신은 아무래도 그저 손녀딸이기 때문이다. 이모처럼 할머니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지만 그런 모습을 상상도 할 수 없는 진희의 마음은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삶(엄마가 목 매어 자살한)으로 인해 겪는 고통을 내 삶을 거리밖에서 바라보며 '보여지는 나'와 '바라보는 나'로 분리시켜 남이 저를 보고 수근거리며 관찰해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방법을 터득할 정도로 이미 마음은 어른이다.

 

마음은 어른이라고 자부하는 진희는 때에 따라 아이의 천진한 모습을 가장하여 어른들의 비밀을 함께 공유한다. 그네들이야 "아이니까..."라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여 진희가 있어도 없는 듯 생각하지만 진희의 눈으로 바라본 사람들의 비밀은 사실 대놓고 말하지 않는다 뿐이지 쉬쉬하면서 다들 알고 있는 일들이다. 순수하지만 잠자리의 날개를 떼어내는 잔인함도 함께 가지고 있는 아이들의 마음은 진희에게도 있어 장군이를 똥통에 빠뜨리는 계략도 세우기에 어린애라고 만만하게 볼 것은 아니다. "어쩜 저렇게 영악할까. 애가 애 답지가않다"라며 호들갑을 떨수도 있겠지만 더 어렸을적 기둥에 저를 묶어두고 집을 나가는 엄마를 보는 일을 겪으면서 그 나이때의 순수함을 가지기엔 너무 큰 사건을 겪어낸게 아닐지. 이제 세상은 90년대가 되었지만 여전히 60년대의 열두살 이었을 때와 똑같이 흘러간다. 열두 살 이후 성장할 필요가 없다는 진희의 독백은 몸은 아이였으나 이미 그때 마음이 다 커버렸던 것이다. 

 

마을에 유지공장인 비누를 만드는 공장이 들어서고 농촌도 예전같지 않아 서울로 서울로 사람들이 몰려만 가던 그 시절에 이모 영옥은 군에 있는 이형렬과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키워가고 오로지 '현모양처'라는 꿈을 들먹이며 부잣집 아들에게 시집갈 생각에 설레어 한다. 난 이미 그녀의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그 사랑이 너무 순수해 보여서 그저 많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친구인 경자가 애인을 뺏아가고 유지공장에 불이 나서 자신 대신 그 곳에 취직한 경자의 죽음을 겪으면서 마음의 상처를 딛고 한층 성숙한 모습의 이모는 이형렬이라는 사람은 잊은채 또 다른 사랑에 마음을 맡긴다. 그러나 이 또한 가망없는 사랑인가 보다. 잠깐씩 머무르고 떠나는 이에게 차마 임신했다는 말은 못하고 진희를 데리고 병원으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은 수동적으로 살아왔던 인생을 이제는 능동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꾸려나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인것도 같아 마음이 짠하면서도 대견하게 느껴진다.

 

남편을 하늘같이 떠받들며 모진 구타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살아가는 광진테라 아줌마, 최선생님, 이선생님, 장군이 가족, 혜자언니, 미스 리 등은 그 시대를 일궈낸 역전의 용사들이며 현재의 안락함을 제공한 주인공들이다. 삶의 고단함을 우물가에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풀어낸 그들의 인생은 진희의 회상으로 되살아나는데 한권의 책이 16부작 드라마를 보는 듯 흥미진진하고 그 때 그시절 사람사이의 정을 느낄 수 있어 자꾸 빨려들어가게 된다. 쿡쿡 웃음짓게 하는 부분도 있지만 진희가 바라본 어른들의 세상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사는 것은 다 똑같구나"하고 한숨짓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인생을 잘못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 그때는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야 밥을 먹을 수 있었고 지금은 오히려 그때보다 삶은 더 윤택해졌지만 따뜻한 정을 느낄새도 없이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기에 나는 지금 그녀가 살고 있는 60년, 90년대를 넘어 2000년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그 시절을 그리워 하게 된다. 소위 푸세식이라는 화장실을 어린시절 겪어 본 나는 그것만 빼면 그곳에서 진희와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지만 아마도 그저 이렇게 추억하며 육체는 편한 이 곳에서 살아가는 것을 더 좋아하기에 그저 말뿐이라 그렇게 말해 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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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 사라진 DC 미니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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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분이 내 앞에 있다면 꼭 묻고 싶은게 있다. "책이 왜 쭉 가다가 툭 끊기나요?" 아마 얼굴은 잔뜩 울상이 된채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을게다.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고 명쾌한 해답도 없이 마무리 되었다. 아니 마무리 되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라 독자에게 결말을 유추하게끔 넘긴것도 아니라서 말그대로 이야기가 툭 끊어진 상태다. 그래서 난 인터넷으로 이 책 뒤에 또 나올 예정인지 찾아보는 행동까지 했다. 그만큼 "파프리카"란 책을 읽기전에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있지만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오래전에 나왔던 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지금의 과학기술보다 몇 보는 진보했음을 알 수 있다. 테라피스트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기에 기자회견을 통해 들을 수 있는 PT(사이코테라피)기기나 플로트 코어, 슬릿, 광섬유다발 등 도키타가 하는 이야기를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대충 짐작하면서 읽어나갈 수 밖에 없다. 100% 이해하면서 읽을수 없을때의 갑갑함은 있지만 내용연결에 무리가 따르는 것은 아니다.

 

파프리카라는 18세의 꿈 탐정가가 있다. 환자와 신경정신과 의사간에 의사소통을 통해 풀어나가는 인간적인 따뜻함을 넘어서 오직 PT기기를 통해 환자의 꿈을 투시하고 직접 그 꿈에 들어갈 수가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기계를 통해 물리적인 힘을 느껴 인간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오사나이의 의견에 동조할 수도 있지만 그 꿈을 통해 환자와 대화로 풀어가는 과정을 보건대 둘을 섞어놓아 오히려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완치율도 높고 인간적인 감정에 유대감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약한 정신력을 가진 자라면 환자의 병에 감염될 수 있는 위험도 있긴 하지만 잦은 꿈을 꾸는 물론 개꿈이긴 하지만 정신세계가 그리 편안하지 않은 나도 파프리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고 싶을 정도니 그녀의 실력을 과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거구의 도키타는 오로지 발명에만 관심을 가진 과학의 진보로 인해 인간들이 겪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함께 일하는 파프리카로서의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는 아츠코는 이런 위험을 충분히 감지하고 연구소내에서 일어나는 이들을 제지하고 축출하려는 세력의 검은 손길을 느끼지만 이를 알아채고 수습을 하기엔 사태가 너무 위험수위에 이르러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한단계 발전한 DC 미니 6개가 사라지고 이것에 의해 시마 소장과 도키타 그리고 노부에까지 정신세계에 문제가 생겨버린다. 과연 혼자서 이 일을 어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자신이 파프리카로서 최근에 도움을 준 노세와 고나카와라면 이들을 구해줄 수 있을텐데 기대고 싶은 마음과 혼자서 잘 해내왔다는 마음사이에서 아직 갈등중이니 참으로 갑갑하다. 이럴때 도움을 청하면 좋을텐데.  

 

이누이와 오사나이의 애초의 생각인 기계로 인해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는 상황을 막아보고자 했던 마음은 이미 저만치 물건너 간 것 같다. 투지와 의지는 높았으나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의해 점점 개인적인 욕망을 드러내고 꿈속이라는 가상공간에서 현실에선 감히 할 수 없는 쾌락에 몸을 맡기는 그들이고 보면 큰 포부를 지니고 시작한 그들에게 약간의 동조를 보인 나조차도 등을 돌리게 한다. 물론 아츠코도 치료받는 환자와 감정적인 교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져 꿈속에서나 현실에서도 사랑을 나누는 것을 보면 감정이입이 되어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 하지만 가상공간이라는 무의식의 세계에선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솔직히 여기엔 동조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이 그런식으로 표출되는 것이라 단순히 기계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 인간들이 얼마만큼의 치료성과로 인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게하고 금지된 행동의 경계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도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써야하는 현실이 아닌 나의 무의식의 세상 꿈속에서라면 어떤식으로든 마음대로 자유롭게 내 몸을 맡겨버릴테니 "이것은 잘못된 일이다"라고 강하게 주장하지 못하겠다.  

 

끊어진 결말을 이어붙인다면 어찌 될 것인가. 물론 악한일을 한 사람은 응징을 당할 것이다. 환자들의 꿈을 심어준 행위를 그대로 되받아 폐인으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 DC 미니의 발명으로 인해 생긴 이번 일 덕분에 더이상의 발명은 없게 될 수도 있겠지. 인간 존엄섬에 대한 문제를 들먹이며 아마도 환자들의 열망은 뒤로한채 과학은 그렇게 뒷걸음질 칠수도 있다. 어떤식으로든 사건이 밝혀지고 모든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때 과연 우리들이 모든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무의식의 세계인 꿈을 누군가에게 지배당하고 다른 사람에 의해 오히려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 등이 감염되어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때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릴 것인지 이 일을 기회로 더 발전하게 될 것인지는 우리에게 남겨진 미래의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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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메모리즈 - 개정판 우리시대 젊은 작가 1
심승현 글, 그림 / 홍익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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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엔 사랑과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볼까? 어릴적 엄마의 립스틱을 몰래 삐죽삐죽 튀어나오게 바르며 얼굴전체 알록달록 물들인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 그땐 그렇게나 어른이 되고 싶었나 보다. 10대 때는 술집에 드나드는것이 어른이라도 되는양 막아서는 사람없이 당당하게 드나들고 싶었고 20대 때는 꿈과 이상 사이에서 방황하며 직장에서 자리잡지 못해 마음 고생이 많았고 30대인 지금은 그저 20대로 보이고 싶어 조바심을 친다. 누가 "아줌마~`"라고 부를까봐 겁을 엄청 내면서 말이다. "거기 아줌마~~"라며 누군가 부르면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동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줄까 보다. 아빠의 큰 구두를 신고 아이들에게 자랑할때만 해도 아마 어른이 된다는 것이 참아야할 것도 많고 아이때처럼 힘들다고 투정부릴 수 있는 나이란 것을 알았을때 아빠의 구두를 신었던 기억이 떠올랐을까. 내가 엄마의 빨간 하이힐을 신고 싶었던 어린시절도 함께 떠오른다.

 

신데렐라, 백설공주 이야기를 듣고 자라면서 멋진 사랑을 꿈꿔온 시절이 있다. 소녀적 감성이라고 해도 좋다. 지금은 지극히 현실적으로 바뀌어 그런 사랑이 세상에 있기나 한건지 의심을 가지고 있지만 주는 기쁨을 가졌던 그때가 좋다. 준만큼 나도 받고자 했을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을 바꾸고 싶었을때 이미 난 '사랑'을 한 것이 아니라 내 이기심으로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세월이 지나 깨닫게 된다. 좀 더 일찍 알았다면 나에 대한 기억을 더 좋게 만들어 줄 수 있었을까. 헤어짐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늘 상처투성이인 마음은 이런 아픔으로 좀 더 성숙해진다고 위안삼기엔 그땐 마음이 너무 어렸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지금 마음의 키가 쑥 자라서 어른이 되었다는 말도 못하지만.  

 

아름다운 동화이야기를 듣는 듯 소근소근 내게 전해주는 다정다감한 목소리, 파페포포는 지금 내게 그런 느낌을 선물한다. 차가운 세상에 맞서 싸우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를 바란다. 나무에 물을 줘 가꿔줄 수 있는 감성을 내가 태어났을때 행복해했을 부모님을 떠올리길 바라는 것이다. 짜증내고 화내고 약한 모습의 부모님이 아닌 젊은 시절의 내 아이적 늘 강한 모습으로 날 지켜주시던 그 모습을 추억하게 한다. 생각나지 않는다고 있지 않은 일이 되는것은 아니니까.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란 따스한 체온을 통해 이어나갈 수 있음을 알게 해 주는 따뜻한 책이다.

 

이기심에 떠나보냈던 많은 이들이 떠오른다. 그들의 인생에 난 잠시 스쳐가는 단역일 것이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니까. 한컷을 맡은 단역일지라도 그 사람의 기억속에 좋은 사람으로 각인되고 싶다. 이 책을 음미하며 자주 자주 읽다보면 착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아련한 추억속에 잠기며 아둥바둥 살기 위해 몸부림치는 이 시간을 잠시나마 벗어버릴 수 있어 참 좋다. 나도 어릴때 꿈이 있었다는 것이 다시 떠오르니 삶에 대한 원망보단 내가 선택하며 살아온 이 인생도 내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나하나 쌓아서 만든 내 인생도 아름다울수 있음을 추억하며 옛 기억에 잠겨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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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페포포 안단테
심승현 지음 / 홍익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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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느리게.

빠르게 가야한다고 외치는 세상에서 내 삶에 허락된 길이를 의식하여 늘 스피드있게 질주하며 살아온 내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길이가 아닌 허용된 깊이와 넓이만큼 살기를 바란다"는 충고는 늘 조급하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채찍질 한 내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파페와 포포가 너무 귀여워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인생의 한면을 고스란히 내 마음속에 담은 듯 하여 마음 한켠이 따뜻해져 온다. 내게 허락된 삶의 길이를 떠올리다 보면 나는 왜 태어났고 어디서 왔는지에 제일 처음 질문을 던지게 된다. 광활한 우주속에 지구 그리고 또 그 안에 살고 있는 곳을 생각해 가다 보면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나의 존재는 아주 귀하디 귀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서 왔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무엇일까란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어 조금 갑갑해지기도 한다.

 

"인생은 오렌지다" 누구나가 자신이 손에 쥔 인생이 있을것이다. 누군가에겐 오렌지일수도 있고 나에겐 사과일수도 있는 것이다. 달콤한 사과라면 좋겠지만 내가 가진 것이 썩어가는 맛 없는 과일일지라도 달콤한 사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늘 더 큰 것만을 바라고 타인의 손에 있는 과일만을 보면서 살지 않고 내 손안에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긴다면 세월이 흘러 손안에 있는 것이 아주 커다란 수박으로 변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손에 쥐고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기차를 타는 것도 좋겠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임에도 새삼스레 다시 가슴에 담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딱딱하게 이러이러 해야한다는 말이 아닌 재밌게 꾸며진 파페와 포포의 그림을 통해 가볍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내 맘속에 머물다 간다. 고민 한가지 생각지 않는 날이 없어 누가 내 고민을 한 가득 안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이 많은데 고민을 가지고 간다는 인디언 인형을 보니 어린시절 잠이 들기전 착한 어린이가 되기 위해 하루를 반성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한 나쁜짓이 훌훌 털어질것만 같았던 그 시절, 갖고 있던 고민들도 다 사라졌을 것이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어른이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내게 인디언 인형을 주면서 고민을 털어놓으면 가지고 간다고 누가 이야기 한다면 "설마~~"하면서 외면해 버릴 것이다. 어린시절엔 믿었던 것들이 왜 세월이 흐르면서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 경험이 있건만 무턱대로 도리질 치게 되는 것이 어른인가 보다.

 

가을 하면 단풍이 떠오른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에 누군가는 단풍하나를 소중히 생각하기도 한다. 늘 멀리 있는 것을 동경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다시 일깨우는 이 책을 이 가을 한장씩 음미하면서 보고 싶다. 가볍게 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느리게 살아가야함을 일깨워주는 파페포포 안단테는 내게 소중한 존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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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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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소통이란 그저 즐겁게 대화하는 것에 국한된 것일까. 하츠의 모습은 학급 아이들과 섞이지 못하고 물에 뜬 기름같이 겉도는 느낌이다. 그러나 그녀가 니나가와와는 편하게 대화를 하는 것을 보면 "낯을 가리는 것이 아닌 사람을 고르고 있다"고 하는 말에 공감을 가지게 된다. 중학교때 친한 단짝이었던 키누요가 고등학교에 와서는 다른 그룹의 아이들과 어울리고 홀로 남게 된 하츠가 생물시간에 조를 이루지 못해 남겨지는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녀와 마찬가지로 니나가와도 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아마 같은 반 아이들의 시선에는 혼자있는 모습으로 비춰지겠지만 그의 세계는 늘 올리짱과 함께 하기에 외롭지 않다.

 

하츠와 니나가와가 자주 어울리게 된 끈이있다면 올리짱 때문이다. 중학교 시절 시청에 사진을 찍으러온 올리짱과 만난적이 있다는 하츠의 말을 듣고 올리짱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니나가와, 올리짱만 바라보는 그가 왜이리 신경쓰이는 것일까. 어쩌면 내 마음속에 하츠와 니니가와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있어서 그럴지도 모른다. 니나가와의 방에 같이 있지만 올리짱의 방송을 듣고 있는 니나가와와 단절된 느낌을 갖는 하츠. 고등학교에 올라와 마음이 통한 유일한 아이인데 이런 느낌이 너무 싫다 가학적인 생각을 가지게 될 정도로. '그의 등짝을 세게 차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뿐인데 나는 이미 그의 등짝을 후려치고 말았으니 왜 이런 행동을 하게 하는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게 된다.

 

"니나가와를 좋아하는게 아니냐?"는 키누요의 질문에 "아니"라고 대답을 하지만 좋아하는지 미워하는지 사랑하는지 괴롭혀주고 싶은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그저 등짝을 발로 차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뿐. 니나가와를 통해 자신의 울타리에서 밖으로 나오기 시작하는 하츠, 아마 니나가와에게는 올리짱의 콘서트에서 올리짱과 직접 대면하게 되는 그 시간이 자신의 밖으로 나오는 시간일게다. 하츠가 직접 만난 올리짱의 모습을 그도 느끼게 된다면 이후로도 계속 올리짱만을 바라보게 될까. 콘서트에서 올리짱만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니나가와, 그런 니나가와만을 바라보는 하츠 이들의 관계를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그저 학창시절 연예인에 열광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사는 아이들로 생각해야 할까.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하츠에게 중학교땐 어떤 일이 있었기에 올리짱을 떠올리기 싫어하는 것일까. 올리짱을 생각하면 함께 떠오르는 중학교 시절의 일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가 보다. 니나가와가 원하는 올리짱과의 만남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 힘들기만 하다. 나도 학창시절 친한 친구 한 두명 외에 두루두루 사귀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생물시간에 조를 나누어 수업에 임하거나 짝지어서 뭔가를 해야한 했을때 곤혹스러움을 느끼곤 했다. 내가 생각하는 우정의 깊이가 다른 아이에겐 '나'란 존재가 어떻게 인식되고 있는지 눈치를 봐야만 했었기에 그 시절을 보내온 내가 하츠와 니나가와의 마음을 조금 이해하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키누요에게 조금 얄미운 느낌을 갖게 되는지도 모른다. 완전하게 끝나지 않은 이들의 잠시동안의 이야기들이지만 사춘기에 있는 아이들의 시간을 잠깐 훔쳐본듯 하여 나도 그 시절의 유쾌하지 않은 학창시절을 떠올리게 됨으로써 마음만 복잡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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