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페포포 안단테
심승현 지음 / 홍익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느리게, 느리게.

빠르게 가야한다고 외치는 세상에서 내 삶에 허락된 길이를 의식하여 늘 스피드있게 질주하며 살아온 내게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길이가 아닌 허용된 깊이와 넓이만큼 살기를 바란다"는 충고는 늘 조급하게 살아왔고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채찍질 한 내게 정신이 번쩍 들게 한다.

 

여기에 등장하는 파페와 포포가 너무 귀여워 한장 한장 넘기다 보면 인생의 한면을 고스란히 내 마음속에 담은 듯 하여 마음 한켠이 따뜻해져 온다. 내게 허락된 삶의 길이를 떠올리다 보면 나는 왜 태어났고 어디서 왔는지에 제일 처음 질문을 던지게 된다. 광활한 우주속에 지구 그리고 또 그 안에 살고 있는 곳을 생각해 가다 보면 생명을 가지고 태어난 나의 존재는 아주 귀하디 귀하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서 왔고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무엇일까란 질문에 대답을 할 수 없어 조금 갑갑해지기도 한다.

 

"인생은 오렌지다" 누구나가 자신이 손에 쥔 인생이 있을것이다. 누군가에겐 오렌지일수도 있고 나에겐 사과일수도 있는 것이다. 달콤한 사과라면 좋겠지만 내가 가진 것이 썩어가는 맛 없는 과일일지라도 달콤한 사과로 충분히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알기에 늘 더 큰 것만을 바라고 타인의 손에 있는 과일만을 보면서 살지 않고 내 손안에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긴다면 세월이 흘러 손안에 있는 것이 아주 커다란 수박으로 변해 있을지도 모른다.

 

이 책을 손에 쥐고 버스를 타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기차를 타는 것도 좋겠지. 경험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이야기들임에도 새삼스레 다시 가슴에 담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딱딱하게 이러이러 해야한다는 말이 아닌 재밌게 꾸며진 파페와 포포의 그림을 통해 가볍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들이 내 맘속에 머물다 간다. 고민 한가지 생각지 않는 날이 없어 누가 내 고민을 한 가득 안고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날이 많은데 고민을 가지고 간다는 인디언 인형을 보니 어린시절 잠이 들기전 착한 어린이가 되기 위해 하루를 반성하던 그때가 떠오른다. 말을 하는 것만으로도 내가 한 나쁜짓이 훌훌 털어질것만 같았던 그 시절, 갖고 있던 고민들도 다 사라졌을 것이라고 믿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 어른이면 당연하다고 생각하기에 내게 인디언 인형을 주면서 고민을 털어놓으면 가지고 간다고 누가 이야기 한다면 "설마~~"하면서 외면해 버릴 것이다. 어린시절엔 믿었던 것들이 왜 세월이 흐르면서 믿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털어놓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 경험이 있건만 무턱대로 도리질 치게 되는 것이 어른인가 보다.

 

가을 하면 단풍이 떠오른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계절에 누군가는 단풍하나를 소중히 생각하기도 한다. 늘 멀리 있는 것을 동경하지 않았는지 반성해보게 된다. 점점 잊혀져 가고 있는 소중한 것들을 다시 일깨우는 이 책을 이 가을 한장씩 음미하면서 보고 싶다. 가볍게 읽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느리게 살아가야함을 일깨워주는 파페포포 안단테는 내게 소중한 존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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