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프리카 - 사라진 DC 미니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김영주 옮김 / 북스토리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분이 내 앞에 있다면 꼭 묻고 싶은게 있다. "책이 왜 쭉 가다가 툭 끊기나요?" 아마 얼굴은 잔뜩 울상이 된채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을게다. 이야기가 이어지지 않고 명쾌한 해답도 없이 마무리 되었다. 아니 마무리 되었다고 말할 수 없을 정도라 독자에게 결말을 유추하게끔 넘긴것도 아니라서 말그대로 이야기가 툭 끊어진 상태다. 그래서 난 인터넷으로 이 책 뒤에 또 나올 예정인지 찾아보는 행동까지 했다. 그만큼 "파프리카"란 책을 읽기전에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다고 할 수 있지만 너무하다는 생각도 든다.   

 

오래전에 나왔던 책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지금의 과학기술보다 몇 보는 진보했음을 알 수 있다. 테라피스트에 대한 지식이 전무하기에 기자회견을 통해 들을 수 있는 PT(사이코테라피)기기나 플로트 코어, 슬릿, 광섬유다발 등 도키타가 하는 이야기를 하나도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대충 짐작하면서 읽어나갈 수 밖에 없다. 100% 이해하면서 읽을수 없을때의 갑갑함은 있지만 내용연결에 무리가 따르는 것은 아니다.

 

파프리카라는 18세의 꿈 탐정가가 있다. 환자와 신경정신과 의사간에 의사소통을 통해 풀어나가는 인간적인 따뜻함을 넘어서 오직 PT기기를 통해 환자의 꿈을 투시하고 직접 그 꿈에 들어갈 수가 있다니 놀랍기만 하다. 기계를 통해 물리적인 힘을 느껴 인간미가 없다고 생각하는 오사나이의 의견에 동조할 수도 있지만 그 꿈을 통해 환자와 대화로 풀어가는 과정을 보건대 둘을 섞어놓아 오히려 환자들의 입장에서는 완치율도 높고 인간적인 감정에 유대감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약한 정신력을 가진 자라면 환자의 병에 감염될 수 있는 위험도 있긴 하지만 잦은 꿈을 꾸는 물론 개꿈이긴 하지만 정신세계가 그리 편안하지 않은 나도 파프리카와 진지한 대화를 나눠보고 싶을 정도니 그녀의 실력을 과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거구의 도키타는 오로지 발명에만 관심을 가진 과학의 진보로 인해 인간들이 겪게 될지도 모르는 위험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는 사람이다. 함께 일하는 파프리카로서의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는 아츠코는 이런 위험을 충분히 감지하고 연구소내에서 일어나는 이들을 제지하고 축출하려는 세력의 검은 손길을 느끼지만 이를 알아채고 수습을 하기엔 사태가 너무 위험수위에 이르러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한단계 발전한 DC 미니 6개가 사라지고 이것에 의해 시마 소장과 도키타 그리고 노부에까지 정신세계에 문제가 생겨버린다. 과연 혼자서 이 일을 어찌 해결해 나갈 것인가. 자신이 파프리카로서 최근에 도움을 준 노세와 고나카와라면 이들을 구해줄 수 있을텐데 기대고 싶은 마음과 혼자서 잘 해내왔다는 마음사이에서 아직 갈등중이니 참으로 갑갑하다. 이럴때 도움을 청하면 좋을텐데.  

 

이누이와 오사나이의 애초의 생각인 기계로 인해 인간들에게 해를 끼치게 되는 상황을 막아보고자 했던 마음은 이미 저만치 물건너 간 것 같다. 투지와 의지는 높았으나 인간의 끝없는 욕심에 의해 점점 개인적인 욕망을 드러내고 꿈속이라는 가상공간에서 현실에선 감히 할 수 없는 쾌락에 몸을 맡기는 그들이고 보면 큰 포부를 지니고 시작한 그들에게 약간의 동조를 보인 나조차도 등을 돌리게 한다. 물론 아츠코도 치료받는 환자와 감정적인 교감을 느끼고 사랑에 빠져 꿈속에서나 현실에서도 사랑을 나누는 것을 보면 감정이입이 되어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 하지만 가상공간이라는 무의식의 세계에선 무엇이든 해도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솔직히 여기엔 동조하기가 쉽지 않다. 인간의 내면에 잠재된 욕망이 그런식으로 표출되는 것이라 단순히 기계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 인간들이 얼마만큼의 치료성과로 인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인 문제를 들여다보게하고 금지된 행동의 경계선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나도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써야하는 현실이 아닌 나의 무의식의 세상 꿈속에서라면 어떤식으로든 마음대로 자유롭게 내 몸을 맡겨버릴테니 "이것은 잘못된 일이다"라고 강하게 주장하지 못하겠다.  

 

끊어진 결말을 이어붙인다면 어찌 될 것인가. 물론 악한일을 한 사람은 응징을 당할 것이다. 환자들의 꿈을 심어준 행위를 그대로 되받아 폐인으로 살게 될지도 모른다. DC 미니의 발명으로 인해 생긴 이번 일 덕분에 더이상의 발명은 없게 될 수도 있겠지. 인간 존엄섬에 대한 문제를 들먹이며 아마도 환자들의 열망은 뒤로한채 과학은 그렇게 뒷걸음질 칠수도 있다. 어떤식으로든 사건이 밝혀지고 모든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그때 과연 우리들이 모든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내 무의식의 세계인 꿈을 누군가에게 지배당하고 다른 사람에 의해 오히려 정신분열증이나 자폐증 등이 감염되어 살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을때 어떤 반응을 보일 것인가. 시간이 이대로 멈춰버릴 것인지 이 일을 기회로 더 발전하게 될 것인지는 우리에게 남겨진 미래의 숙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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