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소리 마마 밀리언셀러 클럽 4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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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엄마"라는 단어는 가슴에 묻어두고 생각날때마다 불러보고픈 그리운 말이다. 살아가면서 몇번쯤 실수하거나 잘못했던 내 지난날을 지우개로 지워 깨끗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한 일에 대해 반성하면서 조금씩 성숙해가는 나를 보며 작은 위안을 삼았었다. 새하얀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려면 태어난 시점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는데 소중한 사람들의 기억까지 모두 버려야 하는 것은 나에게나 그 사람들에게도 잔인한 일일테니 앞으로 살아갈 날을 "좀 더 착하게 성실하게 살아가자" 마음 먹을뿐이다.
 

아이코는 사람들에게 듣는 "상식이 없다", "어떤 생활을 해 왔는가"란 말에 분노를 일으킨다. 그래서 저지르게 되는 살인은 너무 끔찍해서 악마가 나타났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만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자신의 기억을 지우개로 쓱싹 지우고자 하는 아이코의 마음을 보는 순간 그녀가 더이상 악인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불쌍하게 생각된다.

 

분명 사람들은 아이적부터 아이코는 기분나쁘고 사악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고 증언한다. 창녀촌인 '누카루미 하우스'에서 천대받으며 자라온 그녀에게 따뜻하게 손 내밀어 준 이 한명만 있었어도 이렇게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창녀들이 아이코를 너무 괴롭혀 늘 주눅들어 눈치만 보며 살아왔다. 누구든 이런 대접을 받았다면 이렇게 변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악조건속에서도 훌륭하게 자란 사람은 많다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로든 아이코의 행동이 정당화될 순 없겠지. 그저 그녀의 삶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왕엄마'가 준 엄마의 유품인 하얀 구두를 늘 들고 다니는 그녀의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구두와 대화하는 끔찍한 모습말고 그 구두에 대한 아이코의 애정을 봐 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마흔이 넘은 나이의 아이코는 별의 아이들 학원이라는 곳에서 자신을 알던 사람들, 자신에게 상처준 사람을 찾아가 불을 질러 죽인다. 별의 아이들 학원의 교사였던 미사에를 죽이는 장면이 내가 본 아이코의 첫 살인이지만 이미 그 전에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돈이 필요해서 죽이기도 하고 그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죽이는 것이다. 살인을 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던 그녀가 단한번 상처받은 사람의 얼굴을 한적이 있다면 그렇게나 엄마를 만나고 싶어하던 그녀에게 나타난 엄마의 존재때문이었다. 사악하게 태어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엄마가 자신에게 들려주는 출생의 이야기들은 아이코가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수긍해 가고 있었다.

 

아이코가 가는 곳이면 살인이 일어나는지라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오히려 그녀가 시즈코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고 '누카루미 하우스'에 있었던 창녀들의 모임이야기가 나올때는 조금 지루해진다. 아이코는 왜 네오시티 호텔에 취직하지 않은 것일까. 네오시티 호텔의 사장인 시즈코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게 될줄은 몰랐다. 설마 내가 아이코가 호텔에서 또 살인을 저지르길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시즈코의 집에 있던 가정부 '후미'가 그만두고 '야스시'를 위험한 상황에서 구해 시즈코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갈 수 있었던 설정은 자연스럽지가 못하고 어색하다. 억지로 이야기들을 끌어가기 위해 설정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일로 아이코의 존재가 위태로워지니까.

 

아이코의 엄마가 누구인지 알수 있는 유일한 곳인 '누카루미 하우스'. 돈을 갖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거짓된 삶을 살아왔던 그녀가 '누카루미 하우스'에 있었던 창녀들이 모인 곳에서는 진실을 이야기 할 때는 정말 놀랬다. 자신의 죄를 조금은 씻고 싶었던 것일까. 역시 완벽하게 사악하진 않았나 보다. 난 이번에야말로 아이코가 유카리를 언니로 맞아 안정된 가정을 이루길 바랬었다. 그러나 삶이란 끔찍했던 인생에 작은 행복이라도 찾아와 붙잡으려고 하면 도망가 버리는 것이니 그래서 공평한 것이다. 아이코가 왕엄마가 낳은 딸이 맞다고 이야기 하여 작은 행복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해도 이미 그녀가 저지른 일들은 그녀의 목을 옭아매고 있었으니 아이코가 편안히 살아갈 땅은 어디에도 없다.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죽였으니 어딜 가서 안주할 것인가.

 

이름을 바꾸고 늘 가공의 인물로 살아온 아이코가 진정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저 '마마'만 있으면 되었던 것일까. 아이가 나쁘게 자라는 것에는 부모나 사회에 책임이 있다는 경종을 울리기 위함인지 죄책감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아이코의 모습을 누가 악마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나? 나도 손가락질 못하겠다. 그렇다고 미사에처럼 가증스럽게 따뜻하게 대하는 척 그렇게 행동하는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가증스러운 마음 또한 가지고 싶지 않기에 그저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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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만만 엽기 그리스 로마 신화 1 - 올림포스의 탄생 편
이채윤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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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앞에 "엽기"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해서 이 책의 수준을 폄하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다룬 같은 내용이라도 어렵고 무겁게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유쾌하고 재밌어서 뒷내용이 궁금해서 미칠정도로 이야기에 쏙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드는 책 등 다양하니까. 이 책은 그 후자쪽이다. 읽고 나면 잊어버리는 신화가 아닌 웃으면서 기억하기 쉽게 짜여져 있다고 보면 된다.

 

먼저 제우스가 최고의 신이 된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쿠데타가 일어난 역사들 중 그 시초가 된 것이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의 거시기를 잘라 아버지를 내쫓고 최고의 신 자리에 앉았다는 것이다. 그 뒤로 자신의 아들에게 권좌를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며 살았으니 그 벌은 다 받았다고 보면 될까. 책 속에 나와있는 그림에 "쟤가 쿠데타 원조네"란 말을 보면 이해하기가 더 빠를 것이다. 풍자한 그림이긴 하지만 그냥 넘겨버릴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아버지 크로노스의 거시기를 잘라 바다에 던졌을때 떨어진 자리 주위에서 하얀 거품이 일더니 탄생한 여신이 "아프로디테"였다고 하는데 탄생비화가 좀 타인에게 말하기 불편해서 어찌 말하라고, 미의 여신의 탄생이 이럴줄이야. 놀란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최고의 신 제우스는 워낙에 바람둥이라 자식들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고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질투한다고 정신이 없다. 참으로 신이라고 하지만 정녕 존경해야하는지 생활이 너무 문란하지 않은가. 맘에 안들면 인간의 세상도 "워터 월드"에서처럼 바다로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신이다 보니 감히 투덜거릴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제우스의 행동반경도 예측하여 방비를 세우게 하는 신이 있었으니 인간을 너무도 사랑하고 아껴주었던 "프로메테우스"다. 신들만 사용할 수 있는 '불'을 인간에게 사용할 수 있게 던져줬다 하여 제우스의 노여움을 산 프로메테우스, 그 벌로 무려 3,000년간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다니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신이라 고통을 느끼지 않았으려나. 오히려 3천년간 반복적인 행동에 질렸을지도 모르겠다. 영원한 삶을 받은 신에게는 별일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신들의 나라를 평정한 제우스가 권좌에 앉고 보니 정작 다스릴 백성이 없자 만들어진 것이 우리 인간들이었다. 근데 제우스에게는 인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결여된 것 같다. 욕심만 많고 오로지 아름다운 여신이나 여인들에게 집중할 뿐이니 그러나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는가. "어흠, 어흠"하며 권위만 내세우는 것이 아닌 인간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신들도 여과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담과 이브가 있던 시절 이브가 참을성이 있었다면 여전히 천상낙원에서 살아갔을 것을, 그러나 이런 약한 참을성으로 인해 희노애락을 가진 세상의 삶이 있고 그 뒤로 끊임없이 발전해 오지 않았는가. 이 호기심이야말로 인간들이 가진 최고의 능력이 아닐까. 이만큼의 눈부신 발전의 원동력은 그 호기심이었으니. 이브나 온갖 나쁜 것들이 들어있는 상자를 열은 판도라만 나무랄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게도 상자를 눈 앞에 두고 열지 마라며 "절대 열지 말것"이라고 표시를 해 둔들 금방 보고 제자리에 두자는 생각에 순식간에 열어봤을테니까.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는 참으로 재밌다.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가 '아름다운 여신'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때 양을 치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헤라가 약속한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 평생 사랑하며 살 수 있게 해 준다며 "헬레네"를 아내로 맞이하게 해줌으로써 파리스가 선택한 아프로디테가 그리스 로마시대의 미의 여신자리에 앉을 수 있었으니 '트로이'의 영화에서 봤던 파리스가 헬레네를 얻는 장면이 생각나면서 '그 시절에도 신들이 존재했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듯 영화나 책을 통해 보게 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내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들의 세상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손 대대로 이 신화이야기에 열광할 이들이 있는한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은 죽지 않고 영원히 존재할 것이니 참으로 매력적인 '신'들이지 않는가. 1권에 이어 그 뒷권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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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의 삶
칼 번스타인 지음, 조일준 옮김 / 현문미디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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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승리하기 위해 뛰어들었습니다"

2007년 1월 20일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참으로 멋지고 당당한 여인이 아닌가. 나의 평범한 인생이 그녀로 인해 더 작아지는 것 같아 쓸쓸해지지만 이 책을 통해 그녀도 세상에 태어나 평범한 어린시절을 거쳐 점점 성장해 나간 것을 보니 그리 멀리있는 사람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크고 멋진 삶을 키워나가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 이미 웨즐리 여대생 시절 그녀는 '정치계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었으니 부단히 노력해서 이뤄낸 자신의 삶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나는 전혀 노력안한 것으로 비춰질수도 있어 또 서글퍼진다.

 

이 책은 힐러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라기 보다 저자가 힐러리의 주변인물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고 보면 된다. 일일이 다 만나 책으로 엮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인터뷰 형식이라 사실 지루하기도 하고 그녀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아니라 사실감이나 생동감이 떨어져서 아쉽고 정치적인 이야기가 지면을 거의 차지하는지라 속속들이 동조하며 읽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단지 그녀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통해 미국이라는 큰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해야할까.

 

완고한 아버지로 인해 어린시절이 그리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아버지 휴 로댐과 함께 한 세월이 클린턴을 견디게 해주었다고 할 정도로 그리 행복한 기억은 아니었다 보다. "자신의 가치관은 어린시절 자주 상충되던 부모의 가치관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정치관은 양쪽 모두에게 받았다"고 회상하는 힐러리의 말을 통해 그녀는 이미 어린시절부터 훗날 자신의 미래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대학시절 정치적 견해가 달라 아버지와 반목하게 되지만 훗날 그녀는 아버지를 우상화 시킴으로써 "그의 교육방법은 이상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어린시절에는 아버지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으나 지나고 보니 그녀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역시 아버지로부터 나왔다고 생각되기 때문일까.

 

남편인 빌 클린턴은 '르윈스키'사건으로 그녀를 참으로 힘들게 만들지만 그녀는 정작 "그의 바람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빌을 바꾸지 못했다는 무기력"함이 더 견딜 수 없었다고 이야기 한다. 이 말을 통해 그녀는 빌 클린턴을 만나 정치적 동반자로서 대등한 관계에 놓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을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1970년 예일에서 빌을 처음 만나고 빌이 언젠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하니 빌 클린턴과의 결혼을 생각하기까지 2년이 걸렸지만 남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위에서 그와의 결혼을 반대하면 "사랑하니까"라고 말하며 아칸소로 출발한 그녀, 비록 사랑으로 시작된 두사람의 관계가 그 뒤로 힘든 시련을 겪긴 하지만 잘 이겨내고 사람들속에 우뚝 선 그녀의 모습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1968년 공화당 의회에서 인턴생활을 하던 그녀의 머릿속에 현재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할 자신의 모습이 있었을까. 그때의 워싱턴은 절망적이고 황량했다. 케네디 암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킹 목사의 암살 이후 일어난 방화 등 소요 사태의 휴우증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녀가 정치계에 몸을 담기전 이미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고 그저 "불쌍하다"고 감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인류보존", "자연보호'를 생각하고 있었으니 지금의 모습은 그때 하나하나 쌓여져 만들어진 지금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하듯 이루어지는 이 책이 100% 힐러리를 예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녀가 동성애자라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그녀가 만난 여성들쪽에서 "동성애자"라고 말하며 나타나는 사람이 없음을 말하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해 준다. 자기 반성적 본성이 결여되어 실패한 일에 대해 변명을 하기도 했던 완벽한 모습이 아닌 조금은 인간적인 힐러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옆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은 그녀가 이젠 자신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타인의 삶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닌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꾸려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당당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우뚝선 그녀에게 진정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 앞에 어떤 인생이 펼쳐지든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녀가 만들어가는 역사속에 나도 나대로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 그녀의 삶이 부럽지만 나의 삶도 그리 녹록치 않기에 그녀를 본보기 삼아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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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실의 바다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북폴리오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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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의 책을 처음으로 접한 것이 "여섯번째 사요코"였기에 단편 <도서실의 바다>는 꽤 친숙하게 다가온다. 그러나 학교 괴담 같은 사요코의 존재가 썩 유쾌한 것은 아니다. 어느 구석에서 뭔가가 튀어나올까 조마조마하면서 봤기에 책을 다 읽고 났을때는 괜히 긴장한 듯 하여 헛웃음마저 나온다.

 

이 책은 첫장부터 만만하지가 않았다. <봄이여 오라>를 읽다가 도저히 어려워서 못 읽겠다 싶어 책장에 꽂아뒀다가 다시 들었다. 시간차에 의한 똑같은 기억의 반복인 것 같은데 정확하게 무엇을 이야기 하는지 알수가 없기 때문이다. 더 자세한 설명을 보려고 뒷페이지를 보니 그저 '시간 괴담'이라고 나와있을뿐 그 판단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온다리쿠의 책은 미스터리 장르를 표방한 책들이 많은데 결론은 모호한 것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눈앞에서 "이것은 이것이다"라고 이야기 해 주지 않으면 납득하지 못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성격이라 끝이 여운을 남기는 내 눈을 통해 직접 볼 수 없는 결말은 오히려 내 마음속에 잠자고 있던 공포심을 일깨우니 온다리쿠에게 더 매력을 느끼게 된다.

 

"우리는 그리운 것에 대해 이야기를 계속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만이 우리의 존재를 증명하는 단서니까" <노스탤지어>에서 그리운 기억에 대해 한명씩 돌아가며 하는 이야기들을 듣고 있으니 꼭 괴담을 듣는 듯 소름끼치는 내용도 있고 듣는 이는 공포심이 들지만 본인은 그 아련한 기억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고 강조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나도 기억을 떠올려 볼까. "내가 느낀 첫 그리움의 기억은 언제였지?" 태어난 순간을 기억하는 믿지 못할 말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 기억을 더듬어 봐도 아주 어린시절은 기억나지가 않는다. 더듬어 보니 7살때의 기억이 최초의 기억인 것 같다. 어릴적 누군가와 사진을 찍었는데도 내가 기억을 못하는 것을 보면 내 일부분이 떨어져 나간 것 같아 여간 섭섭하지가 않다. 아무리 좋은 추억도 내가 기억하지 못하면 그것은 추억이라 할 수 없을테니까. 그러고 보면 유독 나쁜 기억은 참으로 오래도 간다. 선명한 그 기억은 제발 사라져 버렸으면 좋겠는데 달라붙어 절대 떨어지지 않으니 마음만 움츠러든다.

 

<작은 갈색 병>을 가지고 다니는 "미호". 피를 보고 싱긋 웃는 그녀의 뒤를 캐는 세키야가 위태로워 보인다. 분명 그것이 붉은 피라는 느낌이 있어 직접 파헤쳐 보고 싶은 호기심이 그녀를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게 하니 세키야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직접적인 행동이 나오지 않아 세키야가 당한 그 끔찍한 기억을 내가 짐작해 봄으로써 공포심에 팔에 소름이 돋게 된다. 나의 호기심마저 그녀의 갈색 병을 확인하고 싶다 아우성치기 때문에 애써 외면하며 가슴만 두근두근거리게 되는 것이다. 살면서 '미호'는 절대 만나고 싶지 않기에 나도 그 갈색 병에 대한 유혹을 뿌리쳐야겠다. 그래 나의 용기란 늘 이정도인 것이다. 홯

 

열편의 단편들을 다 읽고 나니 역시 단편들을 읽는 재미란 서로 다른 빛깔의 맛있는 음식을 골라먹는 재미? 아마 그런것 같다. 온다리쿠를 처음 대하는 사람에게는 입문서 같은 이 책이 나에게도 그녀의 다른책들을 빨리 읽어보라고 유혹을 하니 말이다. 이 책은 각 각의 단편들마다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게 그림이 그려져 있다. 문 중앙에 무늬가 있는 듯 깨져 있는 형상이 있는 문도 있고 일반적인 문 형태로 나를 맞이하는 것도 있다. 물론 깨져 있는 문 같은 곳엔 고개만 디밀고 안을 살펴서 충분히 안전한지 알아보고 들어가고 싶긴 하지만 늘 그 무서움이 나를 그 곳으로 이끄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닫힌 문이 아닌 조금 열려진 문에 들어서고 싶은 사람이 있는 한 그녀의 이야기들은 끝이 없으리라. 과연 내가 들어설 이 방에서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 혼자 들어갈 용기가 안나는데 같이 갈 사람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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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무어 1 - 시간의 문 율리시스 무어 1
율리시스 무어.피에르도메니코 바칼라리오 지음, 이현경 옮김 / 웅진주니어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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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을 통해 게임을 하는 아이들에게 율리시스 무어가 제시하는 인터넷 게임보다 더 재밌다고 이야기 하며 이 기묘한 모험을 할 의사가 있는지 묻는다면 과연 선뜻 나서는 아이들이 있을까. 나의 어린시절은 그저 아이들과 모여 하는 놀이라고는 술래잡기, 숨박꼭질, 고무줄 놀이나 종이 인형놀이 등 탁월한 모험심이 필요하지 않는 놀이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쌍둥이 남매 제이슨과 줄리아 그리고 이 마을에 살고 있는 친구인 릭은 단조로운 일상 말고 새로운 모험에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저 문뒤에는 뭐가 있을까 아무런 준비없이 성큼 발을 들여놓으니 보는 내가 다 아찔해진다.

 

폭풍우가 몰아치면 삐그덕 거리는 빌라 아르고. 절벽에 위태롭게 서 있는 이 저택은 밑에 바닷가로 내려가는 길이 난간도 없어 위험해 보이구만 아이들이 수영복을 들고 바다로 나가는데 네스터는 그냥 내버려 두다니 쌍둥이 남매의 부모가 짐을 가지러 런던에 간 동안 잘 돌봐달라는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 아이들이 모험을 할 수 있게 표가나게 내버려 두는 모습에서 이 사람이 원하는게 무엇일까 잠시 고민하게 된다.

 

네개의 열쇠구멍이 있는 문을 열고자 하는 아이들, 온갖 지혜를 다 짜내어 너무도 쉽게 열고야 만다. 아무런 준비도 되지 않은채 성큼 그 곳에 발을 디밀고, 그나마 양초며 <사라진 언어 사전>으로 양피지에 적힌 암호를 풀어가며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 그들의 모험이 시작된 것이다. 열쇠를 찾는 단서들은 눈 앞에 뻔히 보이게 방치해 둠으로써 누군가가 이 아이들을 그 곳으로 보내고자 한다는 것을 잘 알수가 있다. 유령이니 모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공상에 빠져있는 제이슨의 말들에 점점 믿음이 갈 정도로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유령의 존재는 일찌감치 네스터를 통해 율리시스 무어라는 것이 드러나게 되니 단지 이 이야기에서 드러나지 않는 것은 아이들과 함께 문을 계속 통과하여 저 뒤에 무엇이 있는 것만 모를뿐이다.

 

이 저택을 사기 위해 네스터에게 돈을 뿌려대는 여자 오블리비아 뉴턴은 이 저택에 살고자 하는 욕심 말고 또 다른 탐욕을 가진 듯 하다. 어쩌면 이 아이들에게 해를 입히는 존재가 아닌지 걱정이 된다. 거칠게 운전하는 만프레드에 의해 릭이 차에 치일뻔하기도 했으니 그다지 도움이 되는 인물들은 아닌듯 하다.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빗길에 미끄러운 절벽의 계단을 오르며 제이슨이 떨어지는 일이 생겨 정말 아찔하다. 왜 이런 위험한 일이 생기는 것인지 물론 제이슨이 좀 덜렁거리긴 하지만 정말 끔찍하지 않는가. 바위틈에 끼여 다행히 생명을 건지고 거기서 발견한 것들로 인해 아이들의 모험이 시작되긴 하지만 절벽에서 떨어져서 죽을뻔했으니 이 모험의 끝이 어디로 향하는 문이든 목숨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아이들에게 너무 큰 것을 바라는게 아닌가 염려가 된다. 

 

과연 율리시스 무어는 무엇을 얻기 위해 이 여린 아이들을 저 문 뒤로 보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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