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의 삶
칼 번스타인 지음, 조일준 옮김 / 현문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저는 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승리하기 위해 뛰어들었습니다"

2007년 1월 20일 힐러리 로댐 클린턴은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참으로 멋지고 당당한 여인이 아닌가. 나의 평범한 인생이 그녀로 인해 더 작아지는 것 같아 쓸쓸해지지만 이 책을 통해 그녀도 세상에 태어나 평범한 어린시절을 거쳐 점점 성장해 나간 것을 보니 그리 멀리있는 사람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크고 멋진 삶을 키워나가는 것은 오로지 자신의 몫, 이미 웨즐리 여대생 시절 그녀는 '정치계의 샛별'로 떠오르고 있었으니 부단히 노력해서 이뤄낸 자신의 삶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나는 전혀 노력안한 것으로 비춰질수도 있어 또 서글퍼진다.

 

이 책은 힐러리가 들려주는 이야기라기 보다 저자가 힐러리의 주변인물들을 만나 인터뷰한 내용을 실었다고 보면 된다. 일일이 다 만나 책으로 엮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인터뷰 형식이라 사실 지루하기도 하고 그녀의 입을 통해 듣는 것이 아니라 사실감이나 생동감이 떨어져서 아쉽고 정치적인 이야기가 지면을 거의 차지하는지라 속속들이 동조하며 읽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 단지 그녀가 태어나고 자라면서 겪게 되는 일들을 통해 미국이라는 큰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해야할까.

 

완고한 아버지로 인해 어린시절이 그리 행복해 보이진 않는다. 아버지 휴 로댐과 함께 한 세월이 클린턴을 견디게 해주었다고 할 정도로 그리 행복한 기억은 아니었다 보다. "자신의 가치관은 어린시절 자주 상충되던 부모의 가치관으로부터 영향을 받고 정치관은 양쪽 모두에게 받았다"고 회상하는 힐러리의 말을 통해 그녀는 이미 어린시절부터 훗날 자신의 미래를 향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대학시절 정치적 견해가 달라 아버지와 반목하게 되지만 훗날 그녀는 아버지를 우상화 시킴으로써 "그의 교육방법은 이상적이었다"고 주장한다. 어린시절에는 아버지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았으나 지나고 보니 그녀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은 역시 아버지로부터 나왔다고 생각되기 때문일까.

 

남편인 빌 클린턴은 '르윈스키'사건으로 그녀를 참으로 힘들게 만들지만 그녀는 정작 "그의 바람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빌을 바꾸지 못했다는 무기력"함이 더 견딜 수 없었다고 이야기 한다. 이 말을 통해 그녀는 빌 클린턴을 만나 정치적 동반자로서 대등한 관계에 놓여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세상을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1970년 예일에서 빌을 처음 만나고 빌이 언젠가 미국 대통령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고 하니 빌 클린턴과의 결혼을 생각하기까지 2년이 걸렸지만 남편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위에서 그와의 결혼을 반대하면 "사랑하니까"라고 말하며 아칸소로 출발한 그녀, 비록 사랑으로 시작된 두사람의 관계가 그 뒤로 힘든 시련을 겪긴 하지만 잘 이겨내고 사람들속에 우뚝 선 그녀의 모습이 자랑스럽기만 하다.

 

1968년 공화당 의회에서 인턴생활을 하던 그녀의 머릿속에 현재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할 자신의 모습이 있었을까. 그때의 워싱턴은 절망적이고 황량했다. 케네디 암살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고 킹 목사의 암살 이후 일어난 방화 등 소요 사태의 휴우증으로 정신이 없었다. 그녀가 정치계에 몸을 담기전 이미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보고 그저 "불쌍하다"고 감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닌 '인류보존", "자연보호'를 생각하고 있었으니 지금의 모습은 그때 하나하나 쌓여져 만들어진 지금의 삶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뷰하듯 이루어지는 이 책이 100% 힐러리를 예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사실을 알리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그녀가 동성애자라는 이야기도 있었다고 언급하면서 그녀가 만난 여성들쪽에서 "동성애자"라고 말하며 나타나는 사람이 없음을 말하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해 준다. 자기 반성적 본성이 결여되어 실패한 일에 대해 변명을 하기도 했던 완벽한 모습이 아닌 조금은 인간적인 힐러리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기까지 옆에서 노력을 아끼지 않은 그녀가 이젠 자신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타인의 삶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이 아닌 주체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꾸려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아름답다. 당당한 모습으로 사람들 앞에 우뚝선 그녀에게 진정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 앞에 어떤 인생이 펼쳐지든 잘 헤쳐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그녀가 만들어가는 역사속에 나도 나대로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지 않은가. 그녀의 삶이 부럽지만 나의 삶도 그리 녹록치 않기에 그녀를 본보기 삼아 성실하게 살아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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