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소리 마마 밀리언셀러 클럽 44
기리노 나쓰오 지음 / 황금가지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엄마"라는 단어는 가슴에 묻어두고 생각날때마다 불러보고픈 그리운 말이다. 살아가면서 몇번쯤 실수하거나 잘못했던 내 지난날을 지우개로 지워 깨끗하게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잘못한 일에 대해 반성하면서 조금씩 성숙해가는 나를 보며 작은 위안을 삼았었다. 새하얀 백지 상태에서 시작하려면 태어난 시점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는데 소중한 사람들의 기억까지 모두 버려야 하는 것은 나에게나 그 사람들에게도 잔인한 일일테니 앞으로 살아갈 날을 "좀 더 착하게 성실하게 살아가자" 마음 먹을뿐이다.
 

아이코는 사람들에게 듣는 "상식이 없다", "어떤 생활을 해 왔는가"란 말에 분노를 일으킨다. 그래서 저지르게 되는 살인은 너무 끔찍해서 악마가 나타났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지만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들을 죽임으로써 자신의 기억을 지우개로 쓱싹 지우고자 하는 아이코의 마음을 보는 순간 그녀가 더이상 악인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불쌍하게 생각된다.

 

분명 사람들은 아이적부터 아이코는 기분나쁘고 사악한 기운을 뿜고 있었다고 증언한다. 창녀촌인 '누카루미 하우스'에서 천대받으며 자라온 그녀에게 따뜻하게 손 내밀어 준 이 한명만 있었어도 이렇게 변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창녀들이 아이코를 너무 괴롭혀 늘 주눅들어 눈치만 보며 살아왔다. 누구든 이런 대접을 받았다면 이렇게 변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악조건속에서도 훌륭하게 자란 사람은 많다고 반박할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로든 아이코의 행동이 정당화될 순 없겠지. 그저 그녀의 삶에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것이다. '왕엄마'가 준 엄마의 유품인 하얀 구두를 늘 들고 다니는 그녀의 모습을 본 사람이라면 구두와 대화하는 끔찍한 모습말고 그 구두에 대한 아이코의 애정을 봐 달라고 말하고 싶은 것이다.

 

마흔이 넘은 나이의 아이코는 별의 아이들 학원이라는 곳에서 자신을 알던 사람들, 자신에게 상처준 사람을 찾아가 불을 질러 죽인다. 별의 아이들 학원의 교사였던 미사에를 죽이는 장면이 내가 본 아이코의 첫 살인이지만 이미 그 전에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돈이 필요해서 죽이기도 하고 그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죽이는 것이다. 살인을 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던 그녀가 단한번 상처받은 사람의 얼굴을 한적이 있다면 그렇게나 엄마를 만나고 싶어하던 그녀에게 나타난 엄마의 존재때문이었다. 사악하게 태어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해 엄마가 자신에게 들려주는 출생의 이야기들은 아이코가 그렇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음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미 내 머릿속에서는 수긍해 가고 있었다.

 

아이코가 가는 곳이면 살인이 일어나는지라 얼마나 조마조마하던지 오히려 그녀가 시즈코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고 '누카루미 하우스'에 있었던 창녀들의 모임이야기가 나올때는 조금 지루해진다. 아이코는 왜 네오시티 호텔에 취직하지 않은 것일까. 네오시티 호텔의 사장인 시즈코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가게 될줄은 몰랐다. 설마 내가 아이코가 호텔에서 또 살인을 저지르길 바라고 있었던 것은 아니겠지. 시즈코의 집에 있던 가정부 '후미'가 그만두고 '야스시'를 위험한 상황에서 구해 시즈코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갈 수 있었던 설정은 자연스럽지가 못하고 어색하다. 억지로 이야기들을 끌어가기 위해 설정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일로 아이코의 존재가 위태로워지니까.

 

아이코의 엄마가 누구인지 알수 있는 유일한 곳인 '누카루미 하우스'. 돈을 갖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거짓된 삶을 살아왔던 그녀가 '누카루미 하우스'에 있었던 창녀들이 모인 곳에서는 진실을 이야기 할 때는 정말 놀랬다. 자신의 죄를 조금은 씻고 싶었던 것일까. 역시 완벽하게 사악하진 않았나 보다. 난 이번에야말로 아이코가 유카리를 언니로 맞아 안정된 가정을 이루길 바랬었다. 그러나 삶이란 끔찍했던 인생에 작은 행복이라도 찾아와 붙잡으려고 하면 도망가 버리는 것이니 그래서 공평한 것이다. 아이코가 왕엄마가 낳은 딸이 맞다고 이야기 하여 작은 행복을 잡을 수 있었다고 해도 이미 그녀가 저지른 일들은 그녀의 목을 옭아매고 있었으니 아이코가 편안히 살아갈 땅은 어디에도 없다.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들을 죽였으니 어딜 가서 안주할 것인가.

 

이름을 바꾸고 늘 가공의 인물로 살아온 아이코가 진정 찾고자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저 '마마'만 있으면 되었던 것일까. 아이가 나쁘게 자라는 것에는 부모나 사회에 책임이 있다는 경종을 울리기 위함인지 죄책감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아이코의 모습을 누가 악마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는가. 나? 나도 손가락질 못하겠다. 그렇다고 미사에처럼 가증스럽게 따뜻하게 대하는 척 그렇게 행동하는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하는 가증스러운 마음 또한 가지고 싶지 않기에 그저 가만히 지켜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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