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만만 엽기 그리스 로마 신화 1 - 올림포스의 탄생 편
이채윤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10월
평점 :
품절


 
앞에 "엽기"라는 단어가 붙었다고 해서 이 책의 수준을 폄하하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스 로마신화"를 다룬 같은 내용이라도 어렵고 무겁게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유쾌하고 재밌어서 뒷내용이 궁금해서 미칠정도로 이야기에 쏙 빠져서 정신을 차릴 수 없게 만드는 책 등 다양하니까. 이 책은 그 후자쪽이다. 읽고 나면 잊어버리는 신화가 아닌 웃으면서 기억하기 쉽게 짜여져 있다고 보면 된다.

 

먼저 제우스가 최고의 신이 된 이야기를 들어보자면 쿠데타가 일어난 역사들 중 그 시초가 된 것이 제우스가 아버지 크로노스의 거시기를 잘라 아버지를 내쫓고 최고의 신 자리에 앉았다는 것이다. 그 뒤로 자신의 아들에게 권좌를 빼앗길까봐 전전긍긍하며 살았으니 그 벌은 다 받았다고 보면 될까. 책 속에 나와있는 그림에 "쟤가 쿠데타 원조네"란 말을 보면 이해하기가 더 빠를 것이다. 풍자한 그림이긴 하지만 그냥 넘겨버릴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아버지 크로노스의 거시기를 잘라 바다에 던졌을때 떨어진 자리 주위에서 하얀 거품이 일더니 탄생한 여신이 "아프로디테"였다고 하는데 탄생비화가 좀 타인에게 말하기 불편해서 어찌 말하라고, 미의 여신의 탄생이 이럴줄이야. 놀란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최고의 신 제우스는 워낙에 바람둥이라 자식들을 만드는데 여념이 없고 제우스의 아내 '헤라'는 질투한다고 정신이 없다. 참으로 신이라고 하지만 정녕 존경해야하는지 생활이 너무 문란하지 않은가. 맘에 안들면 인간의 세상도 "워터 월드"에서처럼 바다로 만들어버리는 무시무시한 신이다 보니 감히 투덜거릴 수가 없다. 그러나 이런 제우스의 행동반경도 예측하여 방비를 세우게 하는 신이 있었으니 인간을 너무도 사랑하고 아껴주었던 "프로메테우스"다. 신들만 사용할 수 있는 '불'을 인간에게 사용할 수 있게 던져줬다 하여 제우스의 노여움을 산 프로메테우스, 그 벌로 무려 3,000년간 바위에 묶여 독수리에게 간을 쪼이다니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신이라 고통을 느끼지 않았으려나. 오히려 3천년간 반복적인 행동에 질렸을지도 모르겠다. 영원한 삶을 받은 신에게는 별일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신들의 나라를 평정한 제우스가 권좌에 앉고 보니 정작 다스릴 백성이 없자 만들어진 것이 우리 인간들이었다. 근데 제우스에게는 인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결여된 것 같다. 욕심만 많고 오로지 아름다운 여신이나 여인들에게 집중할 뿐이니 그러나 이런 모습이 오히려 더 친숙하게 다가오지 않는가. "어흠, 어흠"하며 권위만 내세우는 것이 아닌 인간들이 느끼는 감정들을 신들도 여과없이 보여주기 때문이다.

 

아담과 이브가 있던 시절 이브가 참을성이 있었다면 여전히 천상낙원에서 살아갔을 것을, 그러나 이런 약한 참을성으로 인해 희노애락을 가진 세상의 삶이 있고 그 뒤로 끊임없이 발전해 오지 않았는가. 이 호기심이야말로 인간들이 가진 최고의 능력이 아닐까. 이만큼의 눈부신 발전의 원동력은 그 호기심이었으니. 이브나 온갖 나쁜 것들이 들어있는 상자를 열은 판도라만 나무랄 것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게도 상자를 눈 앞에 두고 열지 마라며 "절대 열지 말것"이라고 표시를 해 둔들 금방 보고 제자리에 두자는 생각에 순식간에 열어봤을테니까.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는 참으로 재밌다. 아테나, 헤라, 아프로디테가 '아름다운 여신' 자리를 놓고 경합을 벌일때 양을 치는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헤라가 약속한 것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과 평생 사랑하며 살 수 있게 해 준다며 "헬레네"를 아내로 맞이하게 해줌으로써 파리스가 선택한 아프로디테가 그리스 로마시대의 미의 여신자리에 앉을 수 있었으니 '트로이'의 영화에서 봤던 파리스가 헬레네를 얻는 장면이 생각나면서 '그 시절에도 신들이 존재했었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이렇듯 영화나 책을 통해 보게 되는 그리스 로마 신화가 내 생활 곳곳에 들어와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들의 세상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이 세상이 존재하는 한 함께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손 대대로 이 신화이야기에 열광할 이들이 있는한 제우스를 비롯한 신들은 죽지 않고 영원히 존재할 것이니 참으로 매력적인 '신'들이지 않는가. 1권에 이어 그 뒷권에는 또 어떤 이야기들을 풀어낼지 궁금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