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가지 죽는 방법 밀리언셀러 클럽 13
로렌스 블록 지음, 김미옥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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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목을 보고 이게 무슨말인가 했을 것이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나도 진정한 의미는 책 중간쯤에 알았으니까. 사람들이 죽을 때 나름 각각 사연을 가지고 죽는다. 같은 교통사고로 죽어도 음주운전자의 차에 부딪쳐 죽을수도 있고 차량끼리 부딪쳐 죽을수도 있다. 이처럼 사건기록에는 "교통사고사망"이라고 쓰더라도 모두들 다양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다. 어디 책 제목처럼 800만가지밖에 없을까. 지금도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태어나고 죽고 생의 갈림길에서 신음하고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더 고독할지도 모르겠다.

 

창녀 킴 다키넨은 매트를 찾아와 포주 챈스에게 "자신을 놓아달라는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물론 돈을 지불하고 매트를 쓰는 것이지만 그녀의 말은 포주 챈스가 자신에게 위험스런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아무리 우연이라지만 킴이 챈스를 만나 그에게서 떠날 것이라는 말을 한 뒤 살해 당한다면 당연히 챈스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겠는가. 나는 끝까지 챈스가 범인이라는 것에 심중을 두고 매트의 뒤를 따랐다. 포주 챈스는 솔직히 너무 친절하고 마음이 착하다. 그래도 뺏고 뺏기는 관계인 창녀와 포주의 관계라면 오히려 친절하고 착하다는 것에 더 의심이 가지 않겠는가. 매트 또한 킴이 죽었을 때 범인이 챈스라고 경찰인 더킨에게 알려주지만 오히려 챈스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창녀들이 불안해한다며 범인을 꼭 밝혀줄 것을 의뢰하게 된다. 이쯤되면 분명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죽여놓고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매트를 의뢰한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나서도 나는 죽은 두 사람의 연관성은 생각해보지도 못하고 그저 챈스가 자신의 창녀를 죽인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추리소설의 트릭을 전혀 보지 못하고 나는 또 혼자만의 생각만 하고 있었는가 보다. 킴의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협박을 받는 매트, 경찰이었던 시절 어린아이가 자신의 총에 맞는 사건으로 경찰직에서 물러나고 알콜중독자로서 위험한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해결을 넘어선 술을 멀리할 수 있는 유일하게 집중할 수 있는 사건이었기에 끝까지 가 보기로 한다. 과연 그는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정글도를 가지고 난도질을 해서 사람을 죽이는 범인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 점점 긴장감이 고조된다.

 

사건은 의외의 곳에서 해결이 된다. 조각조각나 있는 퍼즐들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매트는 훌륭하게 해낸다. 늘 그렇지만 나는 끝까지 범인이 누군지 모른 채 그저 일러주는대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대충 누군가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 킴의 반지가 살인현장에서 사라졌다고 매트가 말했을 때 두번째 죽은 사람의 형이 보석관련 일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해 봤지만 역시 명석한 매트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킴이 마음에 둔 남자친구에게 혐의를 두고 계속 수사를 펼친 매트는 이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무엇을 얻었을까. 사랑하는 사람 '얀'과 함께 있을 수 있었고 자신이 "알콜중독자"라고 인정함으로써 그 외로운 터널에서 이제는 빠져나오게 되었으니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해야할까. 그동안 잃은 것이 많았지만 이제는 얀과 함께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닌가.

 

그동안 금주 며칠째인지 매트와 함께 헤아리며 그가 술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얼마나 빌었던가. 적어도 알콜중독자로 생을 마감하게 되지 않기를, 그 800만가지 죽는 방법에서 알콜이 아닌 다른 방법의 죽음이 그에게 찾아오기를 바라며 하루 하루 술을 입에 대지 않고 넘어갈 때면 나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었다. 밑바닥에서 사는 사람들의 인생은 죽음까지 처연하게 다가온다. 800만가지 죽음에 이르는 방법중에 하나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 책은 하나가 아닌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 준다. 적어도 한사람 한사람 모두 소종한 사람임을 알게 해 주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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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의 악몽
가엘 노앙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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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동안 많은 세월을 잠으로 보내는 우리들은 현실과 꿈의 경계선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늘 달콤한 꿈을 꾸고 싶지만 때론 무서운 꿈을 꾸고 가슴 두근거리는 느낌과 함께 잠을 깰 때도 있다. 브누아, 뤼네르, 기누, 상송 네 아이들처럼 매일 악몽을 꾼다면 잠드는 것이 아마 공포로 다가올 것이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악몽.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아마 미쳐버리지 않을까. 이 악몽의 세계에서 놓여날수만 있다면 죽음도 달콤하다고 생각하는 기누를 보며 점점 옥죄어오는 악몽의 실체를 외면해 버리고 싶다.

 

뤼네르는 매일 꾸는 악몽에 맞서겠다 다짐한다. 꿈을 꾸고 난 후 사라져버릴 꿈들의 조각들을 수첩에 기록한 뒤 그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모두 생존해 있는지, 실존했던 사람들인지조차 알수 없지만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가 부른 이름 "모르방", 이것을 단서로 뤼네르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의외로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이 일의 전말이 밝혀지게 되고 왜 그토록 어머니 에노가가 아이들이 바다로 가는 것을 금지했는지 그 이유도 알게 된다.

 

뤼네르가 꾸는 악몽은 자신이 탄 보트 옆에 온 "마리 루이즈"란 배를 타게 되면서 갑판 바닥에 있는 "아벨"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늘 선장의 손에 의해 이 갑판 바닥에 떨어지게 되며 꿈에서 깨어나게 되는 뤼네르. 팔과 다리가 없고 조각조각난 얼굴을 가진 이 "아벨"이라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이 늘 두렵다. 하지만 뤼네르는 꿈에서 깨어나서도 "아벨"은 물론 갑판의 뚜껑을 여는 "고티에, 랑벡"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꿈이란 깬 순간에는 모든 것이 기억나지만 점차 희미해지므로 기억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오직 기억나는 것은 "모르방"이라는 이름뿐.

 

조제 산텐 신부, '해양구호사업소'에서 일했던 에브, 아르델리아 이 세 사람은 아이들의 꿈에 나타나는 악몽의 실체를 현실에서 찾는 역할을 하게 되고 브누아, 뤼네르, 기누, 상송이 왜 악몽을 꾸는지 그 이유도 서서히 밝혀진다. 이 악몽의 시작은 아르델리아와 오빠 아벨, 선장 이봉 카르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모든 이야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아르델리아, 그러나 그녀 자신도 한정된 기억밖에 공유할 수 없고 많은 정보를 지닌 조제 산텐 신부와 에브에 의해 사건의 조각들이 맞춰지게 된다.

 

네 아이들의 부모 에노가와 에반은 왜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일까. 에노가는 아이들이 악몽을 꾸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다. 아이들조차 자신의 일로 부모님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한다. 오로지 자신의 일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해결하려는 아이들. 그래서 더 위험해지는 기누와 뤼네르. 난바다에서 사라진 영혼들이 아이들의 꿈에 나타나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뤼네르의 꿈에 나타나는 아르델리아로 인해 뤼네르의 꿈에 나타나는 유령들이 실체를 가지는 것 같아 더 무섭게 다가온다. 꿈 속에 있었던 바다, 정어리 냄새를 현실에까지 묻혀오는 뤼네르, 해초들을 침대에 끌고 오는 브누아. 더 이상 아이들은 안전하지 않다. 뤼네르는 배에 타기전 사다리에 오르다 바다에 떨어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지만 역시 현실에까지 힘을 미치는 꿈 속에서 바다에 떨어지고 살아돌아 올 수 있다고 결코 장담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된다.  

 

"마리 루이즈"호를 타고 나간 사람들은 그 시체마저 돌아오지 못했지만 뤼네르의 꿈에 나타나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다. 그저 이 꿈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뤼네르가 알게 되는 것은 아르델리아의 오빠 아벨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그 끔찍한 일들을 알게 되고 자신 또한 이들과 무관하지 않은 사이임을 알게 된 것이다. 솔직히 모든 일들을 알게 되었을 때 아이들이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길 바랬지만 그 느낌을 달리할 뿐 여전히 아이들의 꿈 속에 나타나는 사람들.

 

난바다에서 죽어간 사람들과 피로 맺어진 아이들의 꿈 속에 들어와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무엇이었을까. 억울하게 죽어간 뜻을 알리기 위해? 이미 죽은 이들을 위해서 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없건만 이들은 왜 자꾸 아이들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것일까. 이점이 이해하기 힘들어 조금 아쉽게 느껴지지만 꿈을 통해 나타난 모든 것들이 이제는 어떤 것이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되어 그 경계선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뤼네르를 바다로 이끈 사람은 누구일까. 동굴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막아버린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는 누구일까. 뤼네르와 브누아가 마음속으로만 공유하는 이 일들을 계속 따라가다보면 모든 전말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아이들의 꿈 속에서 함께 할 자신이 없다. 너무나 많은 것을 알아버렸으므로. 그저 이 모든 것들이 꿈이라고 생각해 두고 싶다. 그래야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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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도널드 맥카이그 지음, 박아람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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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를 보고 얼마나 가슴벅차했던가. 그날의 감동이 아직도 내 가슴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 같다.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속편이라고 하여 무척 읽고 싶은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이 진정 속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칼렛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독백을 하고 결말을 맞았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다르게 그 이후 스칼렛과 레트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주기에 속편이라기 보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다른 결말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책을 읽어보질 못해서 원작에 얼마나 충실하게 영화를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은 거의 원작에 아주 충실하게 세월을 조금 더 흐르게 했다는 느낌만 받았다. 영화는 스칼렛의 시선에서 시작을 한다면 책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은 레트를 중심으로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인 스칼렛의 비중이 그리 커 보이지 않아 아쉽다.

 

레트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함으로써 레트가 흑인들과 함께 보내며 그들과 어떻게 마음을 소통하며 지냈는지, 흑인노예 '윌'이 채찍질에 죽어가는 것을 보며 자신을 "배신자"라고 생각하며 얼마나 괴로운 어린시절을 보냈는지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아버지 랭스턴 버틀러는 아들 레트가 흑인들을 다루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흑인들과 똑같이 농장에서 일을 하게 하고 농장감독인 워틀링에게 레트는 "넌 백인 소년이라기보다는 멋지고 잘생긴 검둥이였어"라는 말을 듣는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레트는 남부에 살면서 조국에 헌신하며 전쟁터에 나가기 보다는 사업을 해서 큰 돈을 벌고 있는 레트를 사람들은 문을 닫아걸고 맞아들이지 않는다.

 

때론 하찮은 결정으로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레트와 스칼렛의 만남이 그럴 것이다. 트웰브 오크스 저택의 파티에 함께 가자는 케네디의 말에 따라나서는 레트. 이 파티를 지루해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스칼렛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이 때 스칼렛은 애슐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을 레트에게 들키게 되어 결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자신의 성격, 기질을 닮은 스칼렛을 본 레트는 한눈에 운명적인 사랑임을 알아보게 된다. 애슐리를 사랑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그와 결혼하는 멜라니의 오빠 찰스와 결혼하는 스칼렛, 도도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선택으로 참 많은 이들에게 아픔을 주게 된다. 난 찰스가 죽고 그 후에 레트와 결혼하는 줄 알았는데 내 기억이 잘못되었었나 보다. 또 다른 사람과 한번 더 결혼한후에야 레트와 이루어지게 되니 레트의 스칼렛을 향한 사랑도 참 한결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동생 로즈메리와 존 헤인스의 이야기, 샬럿과 앤드루, 레트와 벨 워틀링, 애슐리와 멜라니의 이야기들이 레트와 스칼렛의 이야기들과 함께 큰 축으로 이 책을 차지하고 있어 레트와 스칼렛이 만나는 장면에 이르려면 꽤 많은 책장을 넘겨야 가능하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꽤 지루하다는 느낌도 든다. 자존심 강한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지, 사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보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아이를 잃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만 그 아픔까지 함께 하며 레트와 스칼렛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내가 원한 결말이 이런 것이었을까. 물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을 떠나는 레트를 보며 안타까워 한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이런 결말을 보니 역시 스칼렛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독백을 남기고 끝맺는게 더 나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 넓은 세상으로 스칼렛을 인도하긴 하지만 그 때의 마지막 장면의 강렬함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또 다른 결말로 큰 만족감을 얻게 되진 않는 것 같다. 그럼 내가 만드는 그들의 결말은? 아마 그 어떤 결말을 제시해도 스칼렛의 독백이 낮게 깔리는 그 엔딩장면보다 더 멋질 순 없겠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감동은 식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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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장난
전아리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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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생인 작가 전아리, 그녀는 '문학천재'로 불리운다.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지금까지 어떤 상을 받았는지 기억도 못한다니, 참 부러운 일이 아닌가. 어두운 표지의 "시계탑"보다 "즐거운 장난"의 표지는 따뜻한 봄 풀밭을 달리는 아이의 모습을 보는 듯 하여 가슴 따뜻한 이야기들이 나를 반겨줄줄 알았다. 그러나 책속의 음울한 이야기들을 보며 가슴 서늘한 느낌에 몇 번이나 표지를 다시 쳐다보았는지 모른다. 저자의 경험을 이 책속에 녹여내진 않았을텐데, 왜이리 내 머릿속을 자극하는 것일까.

 

무심하게 책장을 넘겨가던 내가 단편 "내 이름 말이야"를 읽으며 열기가 등줄기를 관통하여 목뒤로 스멀스멀 올라오는 느낌을 받는다. 트렌스젠더의 삶을 다큐멘터리로 담는 동아리 사람들, 엔딩크레디트가 올라가며 영화 <헤드윅>의 주제곡이 흘러나온다. 작품을 위해서 그의 삶을 취재하지만 남자로 태어나 여자로 살아가고 싶은 그의 마음은 담아내지 못한 것 같다. "내 이름은 말이야. 모영욱이 아니라 '모영은'이거든". 다큐멘터리를 본 그가 '나'에게 문자메세지를 보낸다. 이름 하나가 그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스너프 필름'이란 살인이라든가 신체절단 등 각종 엽기적인 행각을 셀프카메라처럼 찍어 예술이라는 명목하에 만들어놓은 것을 말한다. 세상에 별난 필름이 다 있다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읽었는데 "도진석"이라는 이가 다큐멘터리를 찍은 그에게 소포를 하나 보낸다. 도진석, 모영은의 애인인 그가 왜?. 모영욱으로 살기를 거부한 모영은이 자신의 신체를 잘라 낸 스너프 필름을 보며 충격때문에 나 또한 몸 속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열기를 느꼈다. 왜이리 끔찍한 글을 쓴 것일까.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타인의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은 괴롭다. 흥미로운 이야기로 재미로 읽은 사람들에게 일종의 경종을 울리는 것일까. 처절한 그의 삶을 보라고 내 얼굴을 잡고 누군가 움직이지 못하게 해 버린 것 같이 얼어붙어 움직일 수가 없다.  

 

이제 저자가 어떤 이야기들을 들려줘도 참아낼 수 있는 강심장이 되어 간다. 익숙해지는 것이겠지. 키가 아주 작은 아버지와 아들이 밤업소에서 묘기를 부리며 먹고 사는 "외발자전거"는 순간 다른 책 <완득이>를 떠올리게 되지만 그 어둠의 깊이는 확연히 다르다. "완득이"는 힘든 상황이지만 웃음으로 유쾌하게 버무려냈다면 여기 "외발자전거"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낸다. 아버지가 죽은 후 떠난 여행지에서 데려온 여자와 함께 살면서 작은 행복을 알아가던 그에게 불행한 일은 끝나지 않았고 밤무대 가수의 뒤에서 외발자전거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게 되는 상황에 이른다. 모욕적인 일이라며 거절하던 그 일을 하며 속으로 얼마나 울었을 것인가. 비슷한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확연하게 다른 느낌의 "외발자전거"와 <완득이>는 세상에서 보여지는 모습뿐 아니라 다른 면의 모습도 함께 보여준다.  

 

단편 "박제"는 공포소설을 보는 듯 소름이 끼치고 "파꽃"을 보며 노름을 하는 어머니로 인해 망가지는 딸의 인생이 안타까워 가슴이 저리게 된다. "범람주의보', "팔월" 등 어느 것하나 평범한 단편들이 없다. 모두 어둡고 그늘진 이야기들 뿐이다. 왜 책 제목을 "즐거운 장난"이라고 지었을까. 표지때문에 책 내용이 더 무겁게 다가온다. 인생이 그저 즐거운 장난에 불과하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한차례 꿈을 꾸고 그냥 털어버릴 수 있는 일이라면 좋겠지. 하지만 그리 쉽게 살아지는 것은 인생이 아니다.

 

전아리의 책은 솔직히 그녀의 이야기들을 머릿속에서 빨리 비워내고 싶은 그런 내용들을 담고 있어 웃음짓고 있는 그녀에게 묻고 싶어진다. 경험하지 않은 소설속의 내용들이라면 그 어떤 것들이 이 글을 쓰게 했는지, 이런 일들을 보았냐고.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내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는 질문들을 보며 내 마음에서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사람들은 더 끔찍한 삶을 살고 있을지도 몰라. 그걸 알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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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의 리더십 - 열린 대화로 새로운 현실을 창조하는 미래형 문제해결법
아담 카헤인 지음, 류가미 옮김 / 에이지21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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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은 책이겠구나' 짐작하며 책장을 열었는데 의외로 책에 몰입이 잘된다. 아마도 국제정세를 알 수 있어 흥미를 느끼는 것 같다. 수많은 나라에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진행자 아담 카헤인, 지금은 제네론 컨설팅사와 글로벌리더십연구소의 창업자이다. 저자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진행한 몽플레 워크숍을 지금까지 해 온 워크숍의 이상적인 형태로 보는 가 보다. 이후 다른 나라에서 워크숍을 진행하며 이 몽플레 워크숍을 자주 언급한다.

 

"10년 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미래에 대한 가능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라" 몽플레 워크숍의 주제였다. 앞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권력을 잡게 될 흑인 지도자들이 이 워크숍에 참가한다. 자국을 생각하여 모였겠지만 자신의 나라에 대해 의견을 함께 나눈다는 것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정적인 이들이 모여 자국을 위해서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기에 이들 워크숍을 진행하는 아담 카헤인도 존경스럽다.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콜롬비아에서 행해진 워크숍에서 그는 무한한 가능성을 보게 된다. 희생된 가족이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넓은 마음을 가지고 다가서는 것을 보며 놀라게 된다.

 

여러 나라들을 오가면서 워크숍을 진행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복잡하고 어려운 모든 문제들이 어떻게 해결되고 실패했는지 보여줌으로써 더 나은 해결책이 있음을 보여준다. 자신의 의견을 내기보다 상대방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진심을 다해 의견을 말한다면 충분히 문제해결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작게는 가정 또는 지역사회에서, 크게는 국가에 적용될 수 있는 문제해결 능력은 누구나 다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믿는, 진리는 오직 하나라는 독단적인 마음만 버린다면 가능하다고 말한다.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회의를 진행할 때 사람들은 입을 다물게 된다. 어떤 의견을 내도 이미 답은 나와있기에 그저 통보하기 전의 의견을 알아보기 위한 회의임을 알기 때문이다. 회의가 끝난 후 사람들이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들어보라. 더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동등한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듣는다면 분명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그 사회의 일원이 된다는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한발 다가선다면 사회가 더 밝아지지 않을까.

 

이 책은 저자가 조금씩 자신의 가정에도 워크숍에서 행해지는 진행방식을 적용하긴 하지만 규모가 큰 국가문제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어 쉽게 다가서지 못하게 만든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들을 바탕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해 주고 싶었겠지만 역시 일반인들에게는 큰 흥미를 끌지 못할 수도 있겠다. 이 워크숍이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좀 더 나은 나라로 나아갈 수 있지 않을까. 서로가 소통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이 마련된다면 가능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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