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의 악몽
가엘 노앙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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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동안 많은 세월을 잠으로 보내는 우리들은 현실과 꿈의 경계선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늘 달콤한 꿈을 꾸고 싶지만 때론 무서운 꿈을 꾸고 가슴 두근거리는 느낌과 함께 잠을 깰 때도 있다. 브누아, 뤼네르, 기누, 상송 네 아이들처럼 매일 악몽을 꾼다면 잠드는 것이 아마 공포로 다가올 것이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악몽. 평생을 이렇게 살아야 한다면 아마 미쳐버리지 않을까. 이 악몽의 세계에서 놓여날수만 있다면 죽음도 달콤하다고 생각하는 기누를 보며 점점 옥죄어오는 악몽의 실체를 외면해 버리고 싶다.

 

뤼네르는 매일 꾸는 악몽에 맞서겠다 다짐한다. 꿈을 꾸고 난 후 사라져버릴 꿈들의 조각들을 수첩에 기록한 뒤 그들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한다. 모두 생존해 있는지, 실존했던 사람들인지조차 알수 없지만 허스키한 목소리의 남자가 부른 이름 "모르방", 이것을 단서로 뤼네르는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의외로 뜻하지 않은 곳에서 이 일의 전말이 밝혀지게 되고 왜 그토록 어머니 에노가가 아이들이 바다로 가는 것을 금지했는지 그 이유도 알게 된다.

 

뤼네르가 꾸는 악몽은 자신이 탄 보트 옆에 온 "마리 루이즈"란 배를 타게 되면서 갑판 바닥에 있는 "아벨"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비명소리를 듣는다. 늘 선장의 손에 의해 이 갑판 바닥에 떨어지게 되며 꿈에서 깨어나게 되는 뤼네르. 팔과 다리가 없고 조각조각난 얼굴을 가진 이 "아벨"이라는 사람의 모습을 보는 것이 늘 두렵다. 하지만 뤼네르는 꿈에서 깨어나서도 "아벨"은 물론 갑판의 뚜껑을 여는 "고티에, 랑벡"의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한다. 꿈이란 깬 순간에는 모든 것이 기억나지만 점차 희미해지므로 기억해 내는 것이 쉽지 않다. 오직 기억나는 것은 "모르방"이라는 이름뿐.

 

조제 산텐 신부, '해양구호사업소'에서 일했던 에브, 아르델리아 이 세 사람은 아이들의 꿈에 나타나는 악몽의 실체를 현실에서 찾는 역할을 하게 되고 브누아, 뤼네르, 기누, 상송이 왜 악몽을 꾸는지 그 이유도 서서히 밝혀진다. 이 악몽의 시작은 아르델리아와 오빠 아벨, 선장 이봉 카르덱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모든 이야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아르델리아, 그러나 그녀 자신도 한정된 기억밖에 공유할 수 없고 많은 정보를 지닌 조제 산텐 신부와 에브에 의해 사건의 조각들이 맞춰지게 된다.

 

네 아이들의 부모 에노가와 에반은 왜 아이들을 그냥 내버려두는 것일까. 에노가는 아이들이 악몽을 꾸는 것을 알면서도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다. 아이들조차 자신의 일로 부모님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 한다. 오로지 자신의 일이라는 생각에 스스로 해결하려는 아이들. 그래서 더 위험해지는 기누와 뤼네르. 난바다에서 사라진 영혼들이 아이들의 꿈에 나타나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일까. 뤼네르의 꿈에 나타나는 아르델리아로 인해 뤼네르의 꿈에 나타나는 유령들이 실체를 가지는 것 같아 더 무섭게 다가온다. 꿈 속에 있었던 바다, 정어리 냄새를 현실에까지 묻혀오는 뤼네르, 해초들을 침대에 끌고 오는 브누아. 더 이상 아이들은 안전하지 않다. 뤼네르는 배에 타기전 사다리에 오르다 바다에 떨어지게 되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보지만 역시 현실에까지 힘을 미치는 꿈 속에서 바다에 떨어지고 살아돌아 올 수 있다고 결코 장담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된다.  

 

"마리 루이즈"호를 타고 나간 사람들은 그 시체마저 돌아오지 못했지만 뤼네르의 꿈에 나타나 자신들의 존재를 알린다. 그저 이 꿈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뤼네르가 알게 되는 것은 아르델리아의 오빠 아벨이 어떻게 죽어갔는지 그 끔찍한 일들을 알게 되고 자신 또한 이들과 무관하지 않은 사이임을 알게 된 것이다. 솔직히 모든 일들을 알게 되었을 때 아이들이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길 바랬지만 그 느낌을 달리할 뿐 여전히 아이들의 꿈 속에 나타나는 사람들.

 

난바다에서 죽어간 사람들과 피로 맺어진 아이들의 꿈 속에 들어와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들은 무엇이었을까. 억울하게 죽어간 뜻을 알리기 위해? 이미 죽은 이들을 위해서 이 아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없건만 이들은 왜 자꾸 아이들을 통해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는 것일까. 이점이 이해하기 힘들어 조금 아쉽게 느껴지지만 꿈을 통해 나타난 모든 것들이 이제는 어떤 것이 현실인지 구분하지 못하게 되어 그 경계선에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뤼네르를 바다로 이끈 사람은 누구일까. 동굴안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막아버린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는 누구일까. 뤼네르와 브누아가 마음속으로만 공유하는 이 일들을 계속 따라가다보면 모든 전말을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아이들의 꿈 속에서 함께 할 자신이 없다. 너무나 많은 것을 알아버렸으므로. 그저 이 모든 것들이 꿈이라고 생각해 두고 싶다. 그래야 달콤한 꿈을 꿀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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