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제목을 보고 이게 무슨말인가 했을 것이다. 대충 예상은 했지만 나도 진정한 의미는 책 중간쯤에 알았으니까. 사람들이 죽을 때 나름 각각 사연을 가지고 죽는다. 같은 교통사고로 죽어도 음주운전자의 차에 부딪쳐 죽을수도 있고 차량끼리 부딪쳐 죽을수도 있다. 이처럼 사건기록에는 "교통사고사망"이라고 쓰더라도 모두들 다양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는다. 어디 책 제목처럼 800만가지밖에 없을까. 지금도 사람들은 어딘가에서 태어나고 죽고 생의 갈림길에서 신음하고 세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고 있다. 그래서 인간은 더 고독할지도 모르겠다. 창녀 킴 다키넨은 매트를 찾아와 포주 챈스에게 "자신을 놓아달라는 말을 전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물론 돈을 지불하고 매트를 쓰는 것이지만 그녀의 말은 포주 챈스가 자신에게 위험스런 존재라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다. 아무리 우연이라지만 킴이 챈스를 만나 그에게서 떠날 것이라는 말을 한 뒤 살해 당한다면 당연히 챈스를 범인으로 지목하지 않겠는가. 나는 끝까지 챈스가 범인이라는 것에 심중을 두고 매트의 뒤를 따랐다. 포주 챈스는 솔직히 너무 친절하고 마음이 착하다. 그래도 뺏고 뺏기는 관계인 창녀와 포주의 관계라면 오히려 친절하고 착하다는 것에 더 의심이 가지 않겠는가. 매트 또한 킴이 죽었을 때 범인이 챈스라고 경찰인 더킨에게 알려주지만 오히려 챈스는 자신이 데리고 있는 창녀들이 불안해한다며 범인을 꼭 밝혀줄 것을 의뢰하게 된다. 이쯤되면 분명 이렇게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죽여놓고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 매트를 의뢰한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나서도 나는 죽은 두 사람의 연관성은 생각해보지도 못하고 그저 챈스가 자신의 창녀를 죽인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선택했다고 생각했다. 추리소설의 트릭을 전혀 보지 못하고 나는 또 혼자만의 생각만 하고 있었는가 보다. 킴의 사건에서 손을 떼라는 협박을 받는 매트, 경찰이었던 시절 어린아이가 자신의 총에 맞는 사건으로 경찰직에서 물러나고 알콜중독자로서 위험한 삶을 살고 있는 그는 이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해결을 넘어선 술을 멀리할 수 있는 유일하게 집중할 수 있는 사건이었기에 끝까지 가 보기로 한다. 과연 그는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인가. 정글도를 가지고 난도질을 해서 사람을 죽이는 범인과 어떻게 싸울 것인가. 점점 긴장감이 고조된다. 사건은 의외의 곳에서 해결이 된다. 조각조각나 있는 퍼즐들을 맞추는 작업이 필요하지만 매트는 훌륭하게 해낸다. 늘 그렇지만 나는 끝까지 범인이 누군지 모른 채 그저 일러주는대로 고개만 끄덕일 뿐이다. 대충 누군가 연관되어 있지 않을까 생각은 했었다. 킴의 반지가 살인현장에서 사라졌다고 매트가 말했을 때 두번째 죽은 사람의 형이 보석관련 일을 한다는 것에 의미를 두려고 해 봤지만 역시 명석한 매트를 따라가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킴이 마음에 둔 남자친구에게 혐의를 두고 계속 수사를 펼친 매트는 이 사건을 해결함으로써 무엇을 얻었을까. 사랑하는 사람 '얀'과 함께 있을 수 있었고 자신이 "알콜중독자"라고 인정함으로써 그 외로운 터널에서 이제는 빠져나오게 되었으니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해야할까. 그동안 잃은 것이 많았지만 이제는 얀과 함께 마음의 안정을 얻을 수 있어서 이것만으로도 다행이 아닌가. 그동안 금주 며칠째인지 매트와 함께 헤아리며 그가 술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얼마나 빌었던가. 적어도 알콜중독자로 생을 마감하게 되지 않기를, 그 800만가지 죽는 방법에서 알콜이 아닌 다른 방법의 죽음이 그에게 찾아오기를 바라며 하루 하루 술을 입에 대지 않고 넘어갈 때면 나도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었다. 밑바닥에서 사는 사람들의 인생은 죽음까지 처연하게 다가온다. 800만가지 죽음에 이르는 방법중에 하나의 이야기가 되겠지만 이 책은 하나가 아닌 많은 것들을 느끼게 해 준다. 적어도 한사람 한사람 모두 소종한 사람임을 알게 해 주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