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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 버틀러의 사람들
도널드 맥카이그 지음, 박아람 옮김 / 레드박스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학창시절 친구들과 함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를 보고 얼마나 가슴벅차했던가. 그날의 감동이 아직도 내 가슴속에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 같다.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속편이라고 하여 무척 읽고 싶은 책이었다. 그러나 이 책이 진정 속편이라고 할 수 있을까. 스칼렛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독백을 하고 결말을 맞았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와 다르게 그 이후 스칼렛과 레트의 삶이 어떻게 되었는지 보여주기에 속편이라기 보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다른 결말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책을 읽어보질 못해서 원작에 얼마나 충실하게 영화를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이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은 거의 원작에 아주 충실하게 세월을 조금 더 흐르게 했다는 느낌만 받았다. 영화는 스칼렛의 시선에서 시작을 한다면 책 '레트 버틀러의 사람들'은 레트를 중심으로 그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인 스칼렛의 비중이 그리 커 보이지 않아 아쉽다.
레트의 어린시절을 이야기함으로써 레트가 흑인들과 함께 보내며 그들과 어떻게 마음을 소통하며 지냈는지, 흑인노예 '윌'이 채찍질에 죽어가는 것을 보며 자신을 "배신자"라고 생각하며 얼마나 괴로운 어린시절을 보냈는지 우리들에게 들려준다. 아버지 랭스턴 버틀러는 아들 레트가 흑인들을 다루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흑인들과 똑같이 농장에서 일을 하게 하고 농장감독인 워틀링에게 레트는 "넌 백인 소년이라기보다는 멋지고 잘생긴 검둥이였어"라는 말을 듣는다.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레트는 남부에 살면서 조국에 헌신하며 전쟁터에 나가기 보다는 사업을 해서 큰 돈을 벌고 있는 레트를 사람들은 문을 닫아걸고 맞아들이지 않는다.
때론 하찮은 결정으로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레트와 스칼렛의 만남이 그럴 것이다. 트웰브 오크스 저택의 파티에 함께 가자는 케네디의 말에 따라나서는 레트. 이 파티를 지루해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 스칼렛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된다. 이 때 스칼렛은 애슐리에게 사랑을 고백하는 모습을 레트에게 들키게 되어 결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자신의 성격, 기질을 닮은 스칼렛을 본 레트는 한눈에 운명적인 사랑임을 알아보게 된다. 애슐리를 사랑하지만 받아들이지 않아 그와 결혼하는 멜라니의 오빠 찰스와 결혼하는 스칼렛, 도도하고 아름다운 그녀의 선택으로 참 많은 이들에게 아픔을 주게 된다. 난 찰스가 죽고 그 후에 레트와 결혼하는 줄 알았는데 내 기억이 잘못되었었나 보다. 또 다른 사람과 한번 더 결혼한후에야 레트와 이루어지게 되니 레트의 스칼렛을 향한 사랑도 참 한결같다는 생각이 든다.
여동생 로즈메리와 존 헤인스의 이야기, 샬럿과 앤드루, 레트와 벨 워틀링, 애슐리와 멜라니의 이야기들이 레트와 스칼렛의 이야기들과 함께 큰 축으로 이 책을 차지하고 있어 레트와 스칼렛이 만나는 장면에 이르려면 꽤 많은 책장을 넘겨야 가능하다. 그래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꽤 지루하다는 느낌도 든다. 자존심 강한 두 사람이 어떻게 서로를 향해 다가가는지, 사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는지 보는 것은 가슴 설레는 일이다. 아이를 잃은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만 그 아픔까지 함께 하며 레트와 스칼렛은 행복한 결말을 맞는다. 내가 원한 결말이 이런 것이었을까. 물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을 떠나는 레트를 보며 안타까워 한 것은 사실이지만 막상 이런 결말을 보니 역시 스칼렛이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는 독백을 남기고 끝맺는게 더 나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더 넓은 세상으로 스칼렛을 인도하긴 하지만 그 때의 마지막 장면의 강렬함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또 다른 결말로 큰 만족감을 얻게 되진 않는 것 같다. 그럼 내가 만드는 그들의 결말은? 아마 그 어떤 결말을 제시해도 스칼렛의 독백이 낮게 깔리는 그 엔딩장면보다 더 멋질 순 없겠지.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감동은 식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