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 심벌 1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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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랭던의 수난은 끝이 없는가 보다. 언제나 목숨을 위협하는 사건들이 그의 주위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데 이번만큼 독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정도로 끔찍한 죽음의 공포를 선사한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로스트 심벌' 2권 중간쯤에 이르면 독자들은 로버트 랭던이 어떻게 되었는지, 뒷장을 살펴 보고 싶은 충동과 싸워야 한다. 로버트 랭던의 시리즈가 이제 끝이 나는 것인지, 그를 계속 볼 수 있는지 그의 안위가 걱정되지만 애써 아무일 없을 것이라고 위로하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킨다.
 
"천사와 악마", "다빈치 코드"에 이어 로버트 랭던이 등장하는 "로스트 심벌"은 피라미드를 지켜내기 위한 프리메이슨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고대의 수수께끼를 둘러싼 한 가족의 비극을 보여준다. 프리메이슨 최고의 자리에 있는 피터 솔로몬의 부탁으로 조그만 상자를 보관하고 있던 랭던이 이것때문에 워싱턴으로 불려오게 되며 사건은 시작된다.
 
랭던은 고대의 수수께끼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는 학자이면서도 프리메이슨에 의해 피라미드가 '지도'를 나타내고 있다는 말을 듣고도 전혀 믿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설'일 뿐이라고 진실을 외면한다. 이쯤되면 독자들은 답답해진다. 지금까지 랭던이 부딪쳐온 일들이 어디 평범한 것들이 있었던가. 왜 이번에는 모든 것이 말도 되지 않는 '전설'일 뿐이라고 강하게 주장하는지 모르겠다. 피터 솔로몬의 안위가 걱정되기 때문일까. 피터 솔로몬을 구하기 위해서는 더욱 피라미드가 보여주는 것에 관심을 가져야 할텐데, 이상한 일이다.
 
국가 안보의 위험을 경고하며 이 사건에 합류하게 되는 CIA의 사토, 그녀는 피터의 안위보다 피터를 데리고 있는 사람을 잡는 것이 더 시급한 일이라고 한다. 이유도 이야기 하지 않고 고대의 수수께끼에 대해 파고드는 그녀를 보는 것은 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는데, 실제로 그녀가 말라크를 잡기 위해 행한 작전을 보면 무능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말라크가 오지 않으면 다른 작전을 지시해야 하건만 오지 않는 말라크를 계속 기다리는 그녀를 보면서 그녀의 목적이 무엇인지, 왜 CIA가 이 사건에 개입하게 되었는지 의문이 생기게 된다. 프리메이슨의 벨라미조차 피라미드가 세상에 드러나게 되는 위험을 감수하고 사토에게 적극 지원하게 한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이에 독자들도 공감하게 될 것인가.
 
피터의 가족들에게 집중되는 말라크의 관심은 피터의 아들 재커리의 죽음으로 시작되지만 이들의 관계는 그리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관계가 아니다. 반전, 그래 이것은 반전일 것이다. 말라크의 진짜 정체를 알게 되면 독자들의 긴장감이 와르르 무너지게 된다. 이는 한 가족의 비극이랄 수 있다. 고대의 수수께끼가 무엇이든 이것을 지키기 위해 이렇게 목숨까지 위협받아야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결국 랭던 덕분에 독자들은 '전설'일 뿐이었던 것들이 세상에 드러나 이것을 볼 수 있는 행운을 누리게 되지만 이 세상에 숨겨진 많은 전설들이 랭던에 의해 밝혀진다면 랭던의 목숨은 열 개라도 목숨을 지키는 것이 힘들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는 학자로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더라도 고대의 전설을 알아가는 기쁨을 기꺼이 누리지 않을까. 그렇기에 독자들은 랭던의 모험을 계속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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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코드 1 로버트 랭던 시리즈
댄 브라운 지음, 안종설 옮김 / 문학수첩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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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로버트 랭던이 나오는 시리즈 중 가장 많은 판매를 했다고 전해지는 '다빈치 코드', 그러나 '천사와 악마'부터 현재 '로스트 심벌'을 읽고 있는 내가 이 세 책들을 비교해 보자면 '다빈치 코드'가 가장 긴장감이 떨어지고 지루하다고 말하고 싶다. '성배를 찾아 떠나는 길'이라고 볼 수 있는 '다빈치 코드'는 '천사와 악마'처럼 반물질이 터져 수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지도 모르는 긴장감을 선사하지 않으며 바티칸을 구한 랭던이 영웅으로 등장하지도 않는다. 이렇게 '천사와 악마'는 마지막까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들에게 최고의 스릴과 재미를 안겨주는 반면 '다빈치 코드'는 '천사와 악마'처럼 한 명의 여자와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방식은 같으나 옛 자료를 바탕으로 성배를 찾아 떠나는 길은 여기에 관한 지식이 없는 독자들로서는 모든 것이 이해되지 않아 책장을 넘기는 일이 심히 곤혹스럽다.

 

'천사와 악마'의 사건 1년 후를 다루고 있는 '다빈치 코드'는 소피의 할아버지 소니에르의 죽음으로 시작되는데, 시온 수도회가 지키는 머릿돌을 둘러싸고 사건이 벌어진다. 소니에르가 남겨놓은 글을 해독하며 결국 머릿돌이 들어 있을 것이라 여겨지는 크립텍스를 찾게 되는 소피와 랭던은 성배에 관한 지식이 깊은 티빙과 함께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이는 랭던이 없으면 사건 해결이 힘들어지므로 '다빈치 코드' 또한 랭던의 활약이 돋보이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티빙은, 독자들이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하면 어떤 인물인지 파악할 수 있는데 작가로서는 이를 반전의 한 부분으로 보았을 것이나 안타깝게도 그리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 소피의 할아버지의 죽음, 티빙의 존재, 랭던의 활약까지 '다빈치 코드'는 독자들이 좋아할 요소들을 모두 갖추고 있으나 '천사와 악마'와 '로스트 심벌'처럼 그리 큰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말하자면 책 속에 등장하는 베르네가 소니에르와 가까운 사이라고 하는데 크립텍스를 다시 가져오기 위해 취하는 그의 행동이 이해가지 않았다. 크립텍스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으로 보인다. 물론 크립텍스가 무엇인지 모르니 딱히 욕심때문이라고 하기도 그렇지만, 어쨌든 이 머릿돌을 둘러싸고 여기에 깊이 개입하게 되는 아링가로사 또한 베르네처럼 이해가지 않는 인물 중 하나로 보이니 랭던과 소피, 티빙 외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머릿돌을 향한 목적의 동기가 부족해 보인다.

 

'성배'가 무엇인지 궁금한 독자들은 이 사건의 결말이 무척 궁금할 것이다. 과연 나의 눈 앞에 이 성배의 진실이 드러날 것인지. 랭던이 모든 사건을 해결하긴 하겠지만 그 또한 이 여정의 끝이 어떻게 될지는 예측할 수 없을 것이다. 성배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까? 결말이 궁금하다면 끝까지 책장을 넘겨라. 그러면 모든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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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노센트 맨
존 그리샴 지음, 최필원 옮김 / 문학수첩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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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읽는 내내 어이없는 웃음이 났다. 어떻게 죄가 없는 사람을 이렇게 살인자로 몰아갈 수 있는 것인지. 영화 "살인의 추억"을 보는 듯 했다. 과학적인 기법으로 모발, 혈액 샘플 등을 비교하여 론이 무죄임을 알고 있음에도 이미 경찰은 론을 살인자라고 결론 지은 후 강압적인 방법으로 자백을 받아낸다. 교도소에 함께 있는 사람들의 밀고는 여지없이 론을 살인자라고 말하고 있었다. 진범이 나타나면 어떻게 하려고 이러는가. 아니 진범을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무고한 사람을 이리 살인자로 몰아가는 것인가. 이미 경찰들은 범인을 잡을 수 있었음에도 처음부터 놓쳐버린다. 나는 지금도 데비 카터의 집에서 나온 증거와 데비 카터의 손을 대조해봐야 한다며 시신을 다시 파내는 어리석은 짓을 하면서까지 론을 살인자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모르겠다. 정의는 언젠간 밝혀질텐데, 한 사람의 인생을 철저하게 짓밟아 놓은 죄를 어찌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야구에 대한 꿈이 좌절되고, 결혼 후 이혼의 아픔을 겪은 론은 급속도로 인생이 무너져 내렸다. 하지만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을 놓지는 않았다. 에이다에서 론이 여러 건의 경범죄를 짓긴 했지만 살인자로 몰려도 될 정도로 이리 인심을 잃었었던가. 이곳 에이다에서 영웅으로 기억되길 원했던 론에게 이 일은 사실 생명의 기운이 몸 밖으로 빠져나갈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었다. 한동안 론과 함께 시간을 보냈던 데니스 프리츠는 무슨 죄인가. 그저 론과 어울려 다녔을 뿐인데 공범으로 몰려 버렸으니, 그의 인생도 론 못지 않게 험난하기만 하다.

 

무고한 사람이 교도소에 갇힌 예는 어느 나라나 있을 것이다. 어느 인생인들 억울하지 않을까만 론의 인생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하다. 사형 집행 5일 전 극적으로 재판이 재개되어 풀려났으나 시한부 선고를 받다니, 정녕 그를 지켜주는 신은 없는 것인가. 가까스로 석방되었다 하나 론은 이미 사형 집행을 받은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야구를 했던 꿈 많은 멋진 청년이었던 그의 인생은 이렇게 무너져 내리게 된다.

 

드니스 해러웨이의 실종사건에까지 경찰들은 죄 없는 토미 워드와 칼 폰테노트 등을 살인자로 몰아가고 그녀의 시체가 발견된 후에도 여전히 이들에게 죄를 덮어 씌운다. 사람이 어디까지 추악해질 수 있을까. 데비 카터의 살인사건 이후 론의 어린시절부터 그가 살아온 삶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해주는 글을 보고 있노라면 이 사건의 용의자로 론이 떠오르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는데 론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읽고 있노라면 사실 조금 지루하다. 얼마나 억울한가. 무고한 사람을 살인자로 몰아가는 상황에 울분을 느끼게 되긴 하나 론의 삶이 사람들에게 살인자로 인식될 정도로 험한 삶을 살지 않았음을 증명해주는 글인건 알지만 긴장감 있는 법정 공방에도 늘어지는 글들을 읽고 있노라면 조금 답답해지고 만다. 좀 더 독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순 없었을까.

 

타인에 의해 삶이 철저하게 파괴된 론의 일생을 보고 있노라면 실제 있었던 일이라는 점이 가슴을 서늘하게 만든다. 누구나 론처럼 억울한 일을 당할 수 있을 것이다. 죄 없는 사람도 벌을 받을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무섭고, 두렵다. 이 세상에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사연 없는 죽음은 없겠지만 론의 삶은 사람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다. 누구보다 꿈이 큰 그였기에, 사진 속에 있는 그의 모습이 더 없이 슬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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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큐에게 물어라
야마모토 겐이치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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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센 리큐에게 다도에 천부적인 재능과 아름다움을 알아보는 심미안을 주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통치자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동시대를 살아가게 했으니, 도요토미 히데요시와의 대립은 리큐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았을 것이다. 리큐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다 하나 야마모토 겐이치가 들려주는 [리큐에게 물어라]에는 리큐의 죽음에 분명 히데요시의 입김이 작용하는 바, 분명 리큐에게 억울한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한 여인을 지켜주지 못했기에, 그리워하는 마음을 지키며 히데요시의 뜻에 굴복하지 않은 리큐는 무엇이든 자신에게 내려진 모든 것들이 운명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한 여인을 사모하고, 그 여인을 지켜내지 못하고, 함께 하지 못했다는 괴로움은 이후 그에게 주어진 삶을 덤이라 여기며 그 여인을 그리워하며 살아냈을 것이다. 마음속에 묻어둔 여인, 이 여인에 대해 알고자 한다면, 리큐가 죽음의 순간에 떠올리는 그녀에 대해 알고 싶다면 리큐의 과거속으로 가 보아야 한다. 이 책의 이야기 전개 방식이 현재에서 과거로 흘러가기에 독자들은 그저 묵묵히 책장만 넘기면 될 터이다.

 

책을 읽는 내내 물이 끓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물방울 하나 떨어지는 소리조차도 크게 울릴 듯 한 정적속에 리큐의 숨소리가 들린다. 천부적인 미적 감각을 지녔으나 권력의 힘 앞에 그의 다도에 대한 아름다움조차 피어나는 것이 힘들다. 단 한 잔의 차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절개와 기개를 지닌 리큐에게 한 여인에 대한 사랑은, 하루만 피어났다 지는 꽃처럼 먹먹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리큐가 끊이는 한 잔의 차와 잘 어울리는 꽃과 같았던 여인을 리큐는 죽을 때까지 잊지 않는다. 녹색 향합의 주인이여, (혹자는 그녀와 리큐가 정녕 사랑했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다) 그대가 조선으로 돌아가게 해 주겠다는 말만으로 리큐를 따라나서진 않았을 터, 어쩌면 이미 그 때 그대는 죽음을 생각하고 있지 않았는가. 리큐라면 마지막을 보여주어도 상관없다 생각하지 않았나. 한 남자의 가슴에 영원히 기억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텐도 아라타의 [애도하는 사람]과 140회 나오키 상을 공동수상한 야마모토 겐이치의 [리큐에게 물어라], 이 두 작품은 전혀 다른 내용을 담고 있으나 전국을 돌아다니며 죽은 사람을 기억하고 가슴에 담아 애도하는 시즈토와 한 여인을 죽을때까지 그리워하는 리큐의 모습이 닮아 있는 듯 하다. 다도에 대해, 사랑에 대해 절제된 마음을 보이는 리큐, 슬픔을 가슴속에 모아 두는 시즈토,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마음속에 담아 '잊지 않겠다' 다짐하기에 두 사람의 모습이 닮아 보인다.  

 

16세기 일본 다도의 기풍을 세운 명인 리큐를 기억하며 그에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으나 나는 한 여인에 대한 지고지순한 그의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져 여기에 동화되어 갔다. 다도의 명인이라해도 그도 사람인 것을, 사모하는 여인에게 내어 놓을 한 잔의 차를 생각하며 살아갔을 그를 생각하며 리큐의 마지막을 마음속에 담는다. 죽은 사람을 기억하며 애도하는 시즈토처럼 센 리큐, 그를 나의 마음속에 담아, 조선 여인을 사랑한 그를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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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 - 단 하루의 만남을 위한 4년간의 노래
이채윤 지음, 윤제균.이승연 각본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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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담장 밖으로 울려 퍼지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눈물이 차올라 글씨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하모니> 영화를 볼 때는 휴지와 손수건을 필히 준비해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과연 민우를 떠나보내는 정혜의 눈물 젖은 눈을 바라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민우와의 하루 특박을 위해 합창단 <하모니>를 만들었지만 정혜에게 <하모니>는 삶의 모든 것이 되어 민우가 없는 자리를 채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언젠간 다시 만날 것이다"는 문옥의 말을 들으며 노래를 부르며 다시 힘을 내는 정혜, 정말 민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무심하게도 책장 몇 장을 넘겼을 뿐인데 세월은 4년을 훌쩍 넘겨 버린다. 저마다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노랫소리는 교도소 담장을 넘어 먼 곳으로 훨훨 날아간다. 마음의 문을 열어 서로를 보듬으며 함께 세상을 향해 나아간 그녀들이 순백색의 드레스를 입고 무대 위에 올랐을 때 그녀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물론 책을 읽는 독자들의 가슴까지 벅차오른다. 합창단 <하모니>를 통해 세상에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는 미워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용서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정혜는 남편을 살해하고 교도소에 왔다. 문옥은 음대교수였지만 지금은 사형수다. 유미는 의붓아버지를 죽였다. 분명 이들은 죄를 짓고 교도소에 왔지만 그녀들이 부르는 노래에는 한 점의 티끌도 없다.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면 민우와 정혜는 떨어져 살지 않아도 되었을테고 문옥이 한 번만 다시 생각했었다면 자식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랬다면 문옥의 마지막이 이렇게 서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정혜가 남편을 죽이지 않았다면 뱃속에 있던 민우가 죽었을지도 모른다. 유미가 의붓아버지를 죽이지 않았다면 자신이 죽었을 것이다. 이렇듯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교도소에 들어온 이들이 이제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고 세상을 향해 발을 내딛는다. 4년만의 외출, 그들이 드디어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러 간다. 

 

<하모니>의 노랫소리는 세월이 흘러도 그 빛을 잃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교도소 담장 밖으로 노랫소리가 들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희망을 실어나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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